살맛나는 사회를 위한 기술과 제도의 조련(1)
살맛나는 사회를 위한 기술과 제도의 조련(3)

기술에 끌려갈 것인가? 기술을 끌고갈 것인가?

 

인간의 자발성을 계획화된 도구로 치환하는 것과 과학적 진보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일시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나오는 것이지 과학적 분석의 결과가 아니다. 과학은 그것과 너무나도 정반대되는 목적에 응용될 수 있다. 진보된 '고도'의 기술은 노동을 절약하고 일을 강화하는 비집권적 생산성과 동일시될 수 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개개인과 일시적 결사에, 전례 없는 자유와 자기표현을 향수하면서 자신들의 상호관계와 자신들의 환경을 끝없이 재창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도구, 시설, 규칙을 창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77

 

부정의의 원천-도구의 정치적 용인

 

우리 시대 부정의의 주된 원천은, 본질적으로 극소수에게만 자율적인 사용의 자유를 부여하는 도구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용인하는 것에 있다. 각자에게 정파를 선택하는 투표권을 부여하는 과장된 의례는, 산업주의적 도구의 제국주의가 자의적인 것이자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다. 산출물의 증대와 전문적으로 결정된 일정 단위량의 1인당 소비상승을 증명하는 통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놀랍게 상승하고 있음을 은폐할 뿐이다. 사람들이 더욱 좋은 교육, 더욱 좋은 건강, 더욱 좋은 수송, 더욱 좋은  오락, 심지어 더욱 좋은 영양을 확보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설정한 목표를 '더욱 좋은' 것의 척도로 간주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93

 

정치적 전복의 방법

 

정치를 전복하기 위해서는 절제적 생활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또는 그것이 산업주의적 생산성에 의해 규제되는 매력적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러한 전복에 의해 사회는, 지금 우리의 중요한 제도로 설명되는 목표에 거의 합치하리라고 주장하는 것에 그쳐서도 안 된다. 심지어 정의롭거나 사회적으로 평등한 질서는 오로지 도구의 절제적 재구축과 그 결과인 소유권과 권력의 재정의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현재의 정치적 목적을 전복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방법을 필요로 한다. 94

 

도덕적, 정치적, 사법적 절차의 근저에 있는 원칙은 세 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개인적 분쟁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현행절차에 대한 역사의 변증법적 권위를 인정하며, 정책결정을 구속할 때 일반인이나 동료에게 의존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중요한 제도들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역전시킴은, 흔히 제기되는 소유권이나 권력의 변경보다도 더욱더 근본적인 혁명이다. 절차의 근본적 구조를 회복하고 명확하게 협정하지 않는 한, 그런 혁명은 구상될 수도 없고 실천될 수도 없다. 103

 

우리에게 절실한 지적용기

 

우리가 정직하다면 우리는 각자, 생식, 소비, 낭비를 제한할 필요를 인정해야 하고,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 일을 해준다던가, 치료자가 우리를 유식하거나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든가 하는 기대를 근본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서로 보살필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해진다는 통찰을 공유하는 것뿐이다. 현대의 세계관을 그렇게 전복하기 위해서는 지적 용기가 필요하다.106


독점이 아니라 근본독점, 뿌리를 살피는 혜안

 

근본독점이라는 말을 나는, 독점이라는 말의 일반적 의미를 훨씬 넘어서, 하나의 생산에 의한 지배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독점'이라는 말은 하나의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수단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갈증을 푸는 방법이 다른 대체물 없이 오로지 코카콜라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환될 때 독점을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근본독점'이라는 말로 내가 뜻하는 것은 하나의 상표가 지배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유형의 제품이 지배적인 것이다. 근본독점을 어떤 산업주의적 생산과정이 절박한 필요의 충족에 대해 배타적 통제를 행사하고 산업주의적이 않은 활동을 경쟁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108-9

 

학교는 공부에 대한 근본독점을 확대하고자 노력했다. 사람들은 현실에 대한 교사의 재정의를 받아들이는 한, 학교 밖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무교육자'라고 낙인찍힌다. 현대 의료는 아픈 사람들이 의사의 처방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 우리의 타고난 능력이 대형도구에 의해 배제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근본독점이 있다. 근본독점은 강제적 소비를 강요하고 이에 따라 개인의 자율성을 제한한다. 근본독점은 거대한 제도만이 공급할 수 있는 표준적 제품의 강제적 소비라는 수단에 의해 강요되기 때문에 하나의 특별한 사회적 통제를 형성한다. 111


사람들은 치유하고, 위로하며, 이동하고, 배우고, 그들의 집을 짓고, 사자를 묻는 능력을 타고난다....그러나 이러한 기본적 충족은 사회환경이, 기본적인 필요가 풍부한 능력에 의해 더 이상 충족되지 않는 방식으로 변함에 따라 희소하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힘과 서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타고난 능력을 포기하고, 오로지 중요도구만이 사람들을 대신해 해줄 수 있는 '더 좋은' 무엇과 교환할 때 근본독점이 성립한다. 근본독점은 가치를 산업주의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근본독점은 개인적 대응을 표준적 상품의 패키지로 대체한다. 이는 새로운 종류의 희소성, 그리고 소비수준에 따라 사람들을 계급화하는 새로운 틀을 초래한다. 이러한 재정의는 가치 있는 서비스의 단위비용을 증가시키고, 특권을 차별적으로 부여하며, 자원에 접근하는 권리를 제한하고, 사람들을 의존적으로 만든다. 114

 

근본독점으로 인한 상상력 결핍

 

어떤 사회가 이미 도로나 학교나 병원으로 뒤덮여 있는 경우에도 자율적인 행동이 오랫동안 마비된 결과 자율적인 행동능력이 위축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간단한 대안마저도 상상력의 범위를 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독점에 대항해 사람들을 보호하기란 어렵다. 독점이 물질적 세계의 형상만이 아니라 행동과 상상력의 범위마저도 동결시키는 경우에는 독점을 제거하기가 어렵다. 근본독점은 보통 그것이 너무 늦은 시기에 발견된다.....공중에 의해 부담된 근본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계속 지불하기보다도 독점을 끝내기 위한 비용을 부담하는 쪽이 더 낫다고 대중이 깨달을 때에만 그 독점은 타파될 수 있다. 그러나 공중이 진보라는 환상보다도 절제적 사회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한, 독점을 끝내기 위한 대가는 지불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빈곤과 절제를 혼동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는 지불되지 않을 것이다. 116

 

 


 

 

과잉계획화


공부가 교육으로 변하면 사람들의 시적 능력을 마비시킨다. 즉 사람들이 세계에 대해 그 자신의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마비시킨다. 인간을 자연을 빼앗기고, 스스로 일하는 능력을 빼앗기며, 그가 반드시 배우도록 타인이 계획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라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그의 깊은 욕구를 빼앗기면 빼앗기는 만큼 활기를 잃게 된다. 자연환경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자연환경에 적대적이게 만든다. 근본독점은 사람들을 복지에 사로잡힌 죄수가 되게 만든다. 인간이 상품에 과도하게 압도당하면 무능하게 되고 격노하여 살인을 저지르거나 자살하게 된다. 공부의 균형이 파괴되면 사람은 도구가 조작하는 인간이 된다. 124-5

 

양극화


현행 제도들에 대한 통제를 추구하는 운동은 그 제도에 새로운 정당성을 부여하고, 마찬가지로 그 제도들의 모순을 더욱 격화시킨다. 관리의 변화는 혁명이 아니다. 노동자, 여성, 흑인, 청년이 관리권을 공유한다고 해도, 그들이 관리하고자 요구하는 대상이 산업주의적인 법인조직인 한, 사회적 재구축을 형성하지 않는다. 그러한 변화는 기껏해야, 그러한 변경에 의해 산업주의 생산양식이 도전받지 않고 관리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에 불과하다. 더욱 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변화는 현 상태에 대항하는 전문가의 반란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로 관리는 확대되고 나아가 더욱 빠른 속도로 노동의 지위를 하락시킨다. 관리직 책상이 늘어난다는 것은 보통, 어떤 기업에서 생산이 더욱더 자본집약적으로 되고, 이른바 반실업상태를 사회의 다른 곳에서 낳고 있음을 뜻한다.  144

 

지속가능한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두가지가 아니라, 동등하게 가치 있고 존엄성이 있으며 중요한 생산양식이 여럿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유효하게 되면, 산업확대의 저지를 초래할 수 있다. 만일 여성이, 지금은 남자들이 불법으로 점유하는 거대한 팽창적 도구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대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창조적인 일을 확보한다면 성장은 중단될 것이다.  146

 

폐물화


시장개척에 가장 유효한 방법은 새로운 것의 사용이 가장 중요한 특권이라는 생각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확립에 성공하면 구식 제품의 가치는 하락하고 소비자의 사익은 끝이 없고 진보하는 소비라는 이데올로기와 일치한다. 몇 년이 지나면 자신이 사용하는 상품목록이 시대에 뒤처지게 되는 그 연수에 따라 각자의 사회적 등급이 매겨진다.....새 모델은 끊임없이 가난을 혁신한다. 그러한 신제품으로 소비자는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것과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 사이의 격차를 느낀다. 소비자는 제품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자신은 그 소비를 위해 계속 재교육 받을 여유가 있다고 믿는다. '더 나은 것'은 기본적인 규범으로서 '좋은 것'을 대체한다. 148-9

 

좌절


성장이 아직은 삶의 파괴에 이르지 않았지만 도구를 그 특유의 목적에 적대하게 만드는 기능마비의 형태가 존재한다. 달리 말하면 도구에는 최적의, 참을 수 있고, 부정적인 범위가 있다는 것이다. 참을 수 있는 정도의 과잉효율성도 균형을 저해하지만, 그 균형은 앞에서 설명한 균형보다 더욱 미묘하고 더욱 주관적인 종류의 것이다. 여기서 위협당하는 균형은 개인적 비용과 그 대가 사이의 균형이다. 이는 더욱 일반적으로, 수단과 목적의 균형에 대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목적이, 그것을 위해 선택된 도구를 추종하게 될 때, 그 사용자는 먼저 좌절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그 사용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미치게 된다.  156-7

 

뱀발.  딴청을 부리다가 어제 자정부근에 마저 읽다. 반복이나 생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강박이 드는 책이다. 왜 놓쳐버렸을까? 참터에 대한 생각도 좀더 넓힐 수 있을 듯 싶고, 제도에 대한 생각도 이 책을 지렛대로 좀더 들어올리거나 옮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갈무리할 여분을 남겨 놓은다.


댓글(0) 먼댓글(2)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살맛나는 사회를 위한 기술과 제도의 조련(3)
    from 木筆 2013-02-02 10:31 
    대안제시로서 반관리연구 절제적 동력도구를 사용하여 최적의 자유를 추구하는 상상력적 정책의 탐구를 위해서는 시뮬레이션 연구가 유용하다. 속도를 시속 16킬로미터로 제한하면 캘커타 교통의 흐름은 안정될 것이지만, 이는 누구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국민의 이동속도를 시속 32킬로미터로 제한하면 페루의 군대는 얼마나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그 밖의 많은 수송수단을 자전거나 범선의 속도로 제한하면 평등, 활력, 건강, 자유에 어떤 이익이 생길 것인가? 162
  2. 살맛나는 사회를 위한 기술과 제도의 조련(1)
    from 木筆 2013-02-02 10:43 
    절제의 사회-공생의 사회, 살맛나는 사회 정치는 에너지나 정보의 동등한 투입이 아니라 오로지 일정한 한계 내에서만 최대의 산업적 산물의 분배를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일단 인식하게 되면 사람, 도구, 새로운 집단 사이의 삼각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사회, 현대기술이 관리자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서로 연결된 개인에게 봉사하는 사회를 나는 '절제의 사회'라고 부른다. 14 ( CONVIVIAL은 함께라는 뜻의 CON과 생생한이라는 VIVIAL을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