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생트

[ ] 알지 못할 또는 친숙한 온갖 것들이, 우리들 등 뒤로 조심히 옮겨 다니면서 그러나 소리마저 감추지는 않는 채, 탄식과 호소와 한숨을 교환하는 것이다. 29

[ ] 나는 새벽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이미 와 있었다. 그것은 내 안에서 부드럽게 피어나 있었다. 내 안의 동녘이 희미한 빛을 예고하고 있었으니, 빛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동이 터오고 내 최초의 기억들이 물들어가면서, 나는 내가 조용히 내 인간적인 형태의 옆에, 어딘가, 이미 아침의 꿈들이 도달한 곳에 놓이는 것을 느꼈다. 62

[ ] 그것은 대상 없는 염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일으키는 동요는 내 이성 뒤편의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리고 깨어날까 두려운 감각들에 은밀히 작용했다. 나는 내 안에 그러한 감각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본질은 모른다. 그 감각들의 망은 소리와 빛의 파장들 너머, 내가 알지 못하는 데로 펼쳐져 있다. 그 신비한 틀 안에서,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삶의 기미들을 포착한다. 87

[ ] 가을은 피의 힘을 자극했고, 그 끓어오름은 나에게 극히 혼란스런 황홀경을 제공했었다. 이제 겨울은 나에게 대지로부터 떨어져 나온 순수한 정신적 풍경을 펼쳐 보였다. 거기에서는 한 가닥 나뭇가지도 가냘프고 뚜렷이 부각되었다. 나는 영혼의 모습들을 그릴 순수의 지평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비현실적인 그 표면 위에서 나는 내 나름의 감성적 기하를 상상했으며, 거기서는 추억과 회환과 희망의 곡선들이 다정한 지성에 의해 그려지는 듯했다. 102

[ ] 내게 고향이라곤 서너 사람의 영혼뿐이야..... 168

[ ] 내게 일시적이나마 인격을 부여한 것은 그 꿈이었다. ...나는 정신이 채 들지 않았고, 저 섬세한 깨어남들과 미약한 잠 사이에서, 희미한 경계밖에 건너지 못한 채 그 위를 떠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삶의 첫 선물들 즉 세계로부터 오는 모든 감각들에서, 그리고 때로는 내적 질료에서 자양을 취하고 있었다. 드물고 희박한 질료였지만, 새로운 감각들에는 전혀 빚지지 않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 진짜 기억들은 전부 파괴된 반면, 모든 것이 내 상상적 기억의 특별한 신선함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196

[ ] 나는 모든 재능을 받았소. 나는 모든 재보들을 만들었소. 나는 사랑했고, 주었소. 그런데 당신은 이렇게 가난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거절했소....주문들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건 나도 안다오. 그것들은 육신에밖에 작용하지 않아. 나는 영혼에는 힘을 미칠 수가 없었소. 정원에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소.306

[ ] 나를 벗어나는 존재, 존재 그 자체가 있소. 그를 끌어당길 수 없소. 그가 오고 있소. 나는 그를 내 나름대로, 대지의 방식대로 존중했다오. 하지만, 이렇게 늙고 죽음에 임박해서도, 나는 아직 그를 맞아들일 만큼 가난하질 못하구려. 308

[ ] 흔히 소설 짓는 이들은 소설을 구상함에 있어 사건의 전개, 인물, 묘사 등을 포함하는 계획을 가지고서 모종의 관념을 구현하려 한다. 그렇게 미리 정한 바대로 지은 소설은 알레고리나 논증 내지는 논문이나 마찬가지라, 관념만 무성할 뿐 삶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소설은 써나가는 동안 미리 예견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 살아 있는 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견하지 못했던 질문들일수록, 그 답은 한층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16

[ ] 마침내 나는 내 뺨 위에 여린 숨결을 느꼈다. 따스한, 인간적인 숨결이었다...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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