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수업

[ ] 시적 경험으로서의 교양: 교양은 행복의 또 다른 차원을 열어줍니다. 시를 읽을 때, 그림을 바라볼 때, 음악을 들을 때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극대화됩니다. 말과 그림과 음률이 주는 명료한 힘은 우리가 문화라고 칭하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다층적으로 얽히고설킨 공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그 완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겉멋만 잔뜩 든 미술 애호가나 음악회 애호가인지, 아니면 예술의 고상함을 진정으로 체험할 줄 아는 사람인지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전자는 그냥 교육받은 소시민이고 후자는 교양의 소유자입니다. 40

[ ] 철학에서는 사고의 일치성이, 문학에서는 사건의 투명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적절한 은유와 적확한 단어와 문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철학적 깨어 있음과 언어적 깨어 있음은 서로 간섭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합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사고적 일치성을 이루어야 하고, 사고적 분석은 경험의 정확한 묘사에 기댈 수 없을 때 공리공론으로 흐르게 됩니다. 67

[ ]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자아상을 시험대 위에 돌리고 그동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던 기억의 복도로 통하는 문을 연다는 뜻입니다. 마테이가 소녀와 엄마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가히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르는 부분을 읽을 때 바로 그 현상이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인간의 사고와 감정과 행위가 가진 복합성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중대한 개념을 지키고 있는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72

[ ] 문학적 이야기가 가진 정신은 의구심의 정신이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정신입니다. 모름에 대한 인정은 이야기의 화자조차도 인물의 깊이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나타낼 정도로 등장인물이 가진 깊이에 대한 존중을 동반합니다. 이런 존중심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을 전개시키는 사람은 독자가 자신의 상상력을 등장인물들 안에 쏟아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을 열어놓습니다. 등장인물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결국 그 인물 자체가 아니라 독자 스스로 활짝 열어젖힌 상상의 통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적 이야기하지는 언어적 쓰레기에 대항하는 싸움입니다. 73

[ ] 우리가 자꾸만 감상하고 싶은 것은 색, 구도 그리고 붓의 터치입니다. 문학적 글의 평가 기준 또한 그림을 보는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줄거리를 이미 다 아는데도 자꾸만 또 읽고 싶어지는지, 즉 글의 형식 때문에 그 글을 읽고 싶어지는지가 우리가 문학을 선택하는 기준입니다...문학적 글은 음악적 요소를 많이 품고 있습니다. 하나의 글에는 특정한 숨결, 특정한 리듬, 하나의 멜로디가 있습니다. 82, 84 작가는 자기가 쓴 모든 단어에 대해 왜 다른 단어가 아닌 바로 그 단어를 사용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86

볕뉘. 몇 번을 훑어보게 된다. 장황하지 않게 이렇게 단아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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