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체적인 경험은 정태적이고 자존적인 것이 아니라 동태적이며 상호 관게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정태적인 ‘점의 사유‘를 통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 10 화이트 헤드는 자신의 이러한 사유의 전환을 ‘사실fact‘ 중심이 아니라, ‘과정 process‘중심의 세계관에 근거한 것이라고 본다. 10 우리는 그를 20세기의 데카르트, 혹은 라이프니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10 여러 작업을 바탕으로 관계의 철학 혹은 생성의 철학을 구성하고, 자신의 철학에 ‘유기체철학‘ the Philosophy of Organism이란 이름을 붙인다. 11

[ ] 탐색의 동기 가운데 하나는 형이상학에서 실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며, 다른 하나는 사실과 가치를 이분화하고, 철학은 사실에 대한 탐구만을 지향하며, 가치와 같은 문제들은 철학에서 대답할 수 없는 사이비 질문으로 전락시킨, 20세기 분석철학의 입장에 관한 비판적 성찰과 관련이 있다. 12 그에 따르면 뉴턴의 우주론이 나오기까지 서양을 지배해 온 우주론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였다. 서양인들은 [티마이오스]를 통해서 자신들의 삶과 지식의 모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뉴턴의 우주론이 나온 이후, 궁극적 원인, 목적인이 우주에서 사라지고 다만 종교나 인간의 심성에만 주어진 것으로 보게 되었다. 특히 지식이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 분리되어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혹은 우리의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우주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13 그는 이러한 이분화를 ‘잘못 놓여진 구체성의 오류‘라고 한다. 왜냐하면 자연은 뉴턴이 바라본 것처럼 기계인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자연 역시 목적인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형이상학은 근대적 의미의 ‘사실‘과 ‘가치‘를 결합하려는 시도이다. 14 그의 유기체 우주론은 진리의 가치나 선의 가치보다는 ‘미의 가치‘에 근거를 둔 예술적 사유가 가능한지를 탐구한다. 14

21세기의 미적 모험을 향해서

[ ]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기술하는 개념들 - 강도, 짝짓기, 공명, 강요된 운동 - 은 ˝재현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405 서구철학의 역사는 실체 혹은 공간 중심의 철학을 전개하였으며, 이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서, 데카르트, 뉴턴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설사 그들이 시간이나 과정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존재론적으로 열등한 지위를 갖는다. 이와는 달리 서구 철학을 과정의 철학 혹은 시간의 철학으로 사유한 대표적인 인물들이 베르그손, 화이트헤드, 그리고 들뢰즈이다. 407 베르그손은 ‘고체의 논리‘를 부정하고 오직 이질적으로 연속하는 방식으로 창조적 전진을 설명한다...주체의 속성이나 성질보다는 관계를 더 중시하며, 이러한 관계를 통해서 창조적 전진이 가능하다고 밝힌다. 408 그러나 들뢰즈아 화이트헤드는 베르그손이 거부하는 공간 혹은 고체에 해당하는 ‘양자 quantum‘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흐름을 일정하게 품고 있는 양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물은 흐른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격언을 수용하면서도 ‘에너지의 흐름은 양자 조건‘이라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409 베르그손과 달리 현대 과학과 철학을 대립적인 구도로 놓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포괄하는 형이상학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들뢰즈와 화이트헤드의 의도이다. 410

[ ] 가능태와 현실태: 존재한다는 것의 핵심적 의미는 ‘작인에 있어서의 요인이라는 것‘, 즉 ‘차이를 낳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금언도 받아들인다. 그는 역시 ‘차이‘를 낳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고 한다. 즉, 현실태는 ‘경험의 과정‘이며, 이는 새로운 것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들뢰즈도 자신의 철학을 차이의 철학이라고 하며, 자신의 존재론을 ‘일의적‘이라고 한다. 일의적 존재라는 것은 ‘개체화하는 차이들에 관계한다‘.....그러나 서양 사상은 존재와 동일성에 기초해 왔다.....초월성의 철학은 모든 것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사유이며, 그 첫번째 원인을 통해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사유이다...411 종은 여러 유의 잠재적 혼합이며, 개개의 사례는 많은 현실적 혼합을 다른 사실들과 함께 포함하고 있다. 413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학ㅇㄴ ˝유, 종, 아종으로 분류하는데, 이것은 서로 배제시키는 분류법‘이다...본질철학, 형상철학의 문제점은 ˝모사에 대한 원본의 우위를 부인한다는 것˝이다. 또한 플라톤 철학에서는 올바름이 있고, 이 근거를 통해서 참된 철학자, 혹은 참된 존재를 탐구한다. 하지만 들뢰즈에 다르면 그 선별의 근거는 ‘신화‘이며, 따라서 신화는 결코 참된 선별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한다. 414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잠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중요한 것은 시공간을 ‘‘실존‘과 분리 불가능한 요인으로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플라톤 철학에서는 오직 시공간을 배제하고 가능성과 실존의 관계만을 보았다....개념이 가능성으로서 부여한 모든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면, 실존하는 것과 실존하지 않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실존은 개념과 똑같은 것이지만 그 개념의 바깥에서 성립한다. 그러므로 실존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설정되는 하지만 이 시간과 공간은 무관심하거나 무차별한 환경에 해당한다. 415 ‘가능태‘는 수동적 능력과 관계되며, ‘실재적‘이라는 용어는 창조적 활동성과 관계된다. 418

[ ] 유기체 개념의 배경과 방법론: 화이트헤드는 수학의 연구에서 수와 양의 과학으로서 고전 수학 개념을 비판하며, ‘관계‘의 연구로 수학을 다시 정의하였다. 419 자연을 구성하는 개념으로 ‘사건‘과 ‘대상‘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서 자연 속에서 관계성과 영속성을 설명하고자 하였다....그는 지금까지 철학의 출발점으로 가장 무시된 것이 미학이라고 부르는 가치론이라고 하며, 그는 모든 실재가 미적인 가치를 함의하고 있다고 보았다..420 ‘소원체이론: 현대철학의 구조주의자들처럼 단순히 상호 관계성의 체계만을 갖는 유기체이론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세계의 역동적 양상들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영속한다는 것이 전 생애에 걸쳐 무차별적인 동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의 존속이라는 의미로 설명하였다. 이 패턴의 존속이 시간의 경과를 통해서 일종의 ‘미적 대조물‘의 형태를 갖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이런 형태를 갖는 가장 미시적인 물질을 ‘소원체‘로 보았다. 421 그는 이 이론을 통해 유기체철학의 근본 원리인 창조적 전진을 설명하였다. 이것은 지식의 발전과 철학의 전개는 결코 이원적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421 우리는 확실성을 지식의 합리성을 보장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확실성보다는 ‘생산성‘에 더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새로운 도식의 구성을 통해서 그 전개 과정을 밝혀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422 플라톤의 우주론은 세계의 질서를 운동인과 목적인, 즉 작용인과 가치의 결합을 시도하였다... 주어-술어 일항 논리에 근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추상적 분석의 도구로서 유용하나, 다르게 분석하는 논리 구조, 즉 다항 논리 구조로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23 그는 점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도 선을 정의하는 방식을 찾고자 하였음을 볼 수 있었다...점보다는 점과 점을 연결하는 직선을 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보았으며...그는 존재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직선을 점보다 우선적인 존재로 보고자 시도하였음을 볼 수 있었다...의미관련은 관계성이 동시적인지, 비동시적인지에 따라서 공액과 연장으로 나뉘어졌으며, 각각의 연장과 공액이라는 관계에는 ‘사건‘과 ‘대상‘이라는 요인이 있다. 그 사건은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며, 대상은 그 일정 기간 동안 영속하는 감각 대상들을 가리킨다. 그에서 시공간은 사건과 사건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파생되는 것이다. 424 그는 뉴턴물리학의 시공간이론과 유클리드기하학에서 점의 본성에 근거한 흄의 지각론의 한계를 확인하고, 그보다 원초적인 지각의 형태로 ‘인과적 유효성‘이라는 지각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선형적 대상 혹은 관계, 그리고 사건을 원초적 존재로 간주하는 화이트헤드의 입장을 지각론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25

[ ] 생성을 위한 조건들: 그에게 궁극적 범주는 일자, 다자, 창조성이다...유기체철학에서는 창조성을 세계의 궁극자의 범주로 간주하였다. 창조성이란 끊임없이 자기 창조하는 활동이다. 426 플라톤의 형상이 현실태인 반면에 화이트헤드의 영원한 대상은 가능태의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존재론적 지위가 전혀 다르다...화이트헤드의 영원한 대상은 인식이나 지식의 불완전함을 전제하고 있다. 427 유기체 철학의 신 개념이 초월적이고 정태적인 것이 아니라, 내재적이고 동태적인 역할을 하는 새로운 신 개념을 구성하였다...내재의 학설은 사물들의 상호 관게를 받아들이듯이, 신도 작용인의 주체인 동시에 작용의 수용자로 보았다. 신은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세계와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존재로 간주하였다...불완전성이나 양립 불가능성을 용인하는 신의 본성을 인정하고 있다....모든 현실태를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신 개념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고, 불협화음을 시의적절한 상황에서 새로운 조화로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 신 개념을 구성하였다. 428

[ ] 과정과 미적 가치 - 현실적 존재자, 파악, 결합체이다. 이 개념들은 그가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서 구체적인 관계와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유기체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작용인과 목적인을 결합한 존재론적 원리이었다. 존재론적 원리를 통해서 화이트헤드가 의도하는 바는 ‘자기 원인‘ 혹은 ‘결단‘이라는 것이 각각의 현실태 속에 내재한다는 것이다....그가 작용인이나 운동인에 해당하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연결‘ 혹은 ‘사이‘로 이해하고 있다면, 목적인에 해당하는 이론을 미적 가치의 창조로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30

[ ] 20세기의 사상의 전반적인 경향은 자연이나 세계, 인간을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한정되고 고립된 분과학문의 영역에서 분석적이고 협소한 설명에만 전념하는 전 문화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17세기 우주론의 영향으로 생겨난 전 세계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431 서구 형이상학에서 일반적으로 현실태는 불변하고, 영속하는 ‘실체‘로 간주하였다. 실체란 존재 자체가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 앞서서 먼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이미 20세기 사상 가운데 현상학, 구조주의, 비판이론 등은 기존의 실체 관념에 반대해서 새로운 이론적 체계를 제시한다. 이 사상들을 한마디로 묶는다면, 그것들은 ‘관계의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인식론이나 언어철학 혹은 역사철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했을 뿐이다...여기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다른 사상가들과 달리 수학과 물리학의 전제들에 대한 비판에서 그의 철학적 작업을 착수하였다는 것이다.432 기존의 서구 철학에서 자기 산출(생산)의 원인을 외부에 두거나 그것을 배제하는 철학적 양태들이 있었다. 433 근대철학에서 주어진 원인의 역할이라는 것은 시간을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동일성을 유지시키는 일을 하였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의 실체나, 칸트의 실체가 그러하며, 헤겔의 변증법 역시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화이트헤드의 현실태는 내부에 자기 산출의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는 힘이 아니라, 자기 동일성과 다양성을 하나로 묶는 힘이다. 한마디로 자기 변형의 과정을 겪는 것이다...진과 선의 가치는 매우 인간중심주의이며, 그것은 플라톤 이래로 자연과 인간을 이분법적인 구도로 형성하여, 인간과 인간을 이성과 선을 통해서 구별하는 방식으로 이끌 수밖에 없다...데카르트에 의하면 인간은 생각함으로써 존재하고, 하이데거에게 있어서도 참된 존재는 현존재이며, 죽음과 시간 속에 던져진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인간만이 현존재라고 한다. 이들의 존재론 혹은 형이상학에서 참된 존재는 사유하는 존재라는 것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이성적 사유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우선시하고 나머지 가치 개념을 부차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성적 도구하는 입장에서 이분적 사유들이 발생한다. 정신/육체, 이성/감성, 인간/자연, 남성/여성, 개발/미개발 등의 구도가 근대적 사유의 핵심을 이룬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유 체계에 수반된 잘못된 부산물로는 도구적 이성이 팽배한다.....그것에 대한 반발로 후기 철학은 ‘거꾸로 선 이분법‘을 주장한다. 감성이 이성의 우위에 있고, 육체가 정신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헤드에게 있어서 현실적 존재자는 미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든 존재를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그의 존재론은 자연과 인간을 구별하지 않으며, 남성/여성, 육체/이성을 구별하지 않는다. 434, 435


[ ] 사회를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위엄과 질서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굴의 합리성이 철저하게 깃들어 있는 하나의 세계관을 재창조하고 재가동시키는 것을 철학의 과제로 보았다. 우리 인간은 ‘삼중의 충동으로 접혀 있다‘고 한다. 하나 사는 것, 둘 잘 사는 것, 셋, 더 잘 사는 것이다. 사실상 삶의 예술은 첫째 생존하는 것이며, 둘째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생존하는 것이며, 셋째 만족의 증가를 획득하는 것이다.˝ 생존하는 것도 하나의 미적 모험이다. 우리는 하루 일상을 통해 삶의 에술을 실천한다. 가끔 우리는 신들린다. 437

볕뉘.

몇 주 전 책에서 읽다가 놓친 사상가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살펴보고 있다. 가끔 우리는 신들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기도 하지만 찬찬히 음미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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