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서씨족

[ ] 그녀는 음악을 사랑하고, 도 그것을 전달할 줄 안다. 그녀는 그런 일을 하는 유일한 자이다. 그녀가 죽게 되면, 음악은 -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 우리의 삶으로부터 사라질 것이다. 302

[ ] 호두까는 일: 그녀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뿐 아니라 그녀를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304 요제피네는 단순히 경탄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방식대로 칭찬받기를 원하고 있다. 감탄자체는 그녀에게 전혀 중요치 않다.306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이 그녀의 노래인가, 아니면 오히려 그녀의 연약한 목소리를 둘러싸고 있는 장중한 고요함인가? 306

[ ] 그녀의 의견에 의하면 그녀는 귀머거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열광과 갈채는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녀가 말하는 진정한 이해를 단념할 줄 알게 디었다....그러자 모든 방해들이 그녀에게는 매우 중요해졌다....작은 싸움이나 싸우지 않더라도 단지 대적 상태를 통해 정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군중을 일깨우고 그들에게 이해력은 아니더라도 무언지 가슴 두근거리는 존경심을 갖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7

[ ] 요제피네는 특히 격앙된 시기에 노래부르기를 좋아한다. 그럴 때는 여러 종류의 걱정과 고뇌가 우리를 여러 길로 몰아세우기 때문에, 우리들은 아무리 해도 요제피네가 원하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모일 수가 없다. 이럴 때면 그녀는 얼마 동안 별로 많지 않은 청중 앞에서 굉장한 자세를 취하며 서 있을 수밖에 없다...그렇게 되면 그녀는 물론 화를 낸다.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전혀 처녀답지 않게 저주를 하고, 물어뜯기조차 한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태도도 그녀의 명성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의 지나치게 큰 요구를 조금 제한하기보다는, 군중들은 자신들이 그 요구에 맞추려고 애를 쓴다. 308

[ ] 그녀의 노래가 불행을 쫓아버리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을 견디어낼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 준다는 것이다....그 소식들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어 바닥으로 끌어내릴 때라도, 그녀는 우뚝 일어서서 목을 곧게 펴고, 마치 천둥에 직면해 있는 목동처럼 자신이 이끄는 무리들을 둘러보려고 애쓴다. 311

[ ] 요제피네는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목소리의 이러한 무, 업적에 있어서도 이러한 무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며 우리에게 이르는 길을 마련하고 있다. 313 그것은 마치 우리가 전쟁을 앞두고 아직 평화의 잔을 함께 빨리 마시고 있는 것과 같다. 그것은 별로 성악 공연 같지가 않고, 차라리 국민 집회라고 할 수 있다. 그 앞에서는 작은 휘파람 소리까지도 완전히 잠잠해지는 그런 집회, 그 시간은 우리들의 잡담으로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 진지한 것이다. 312

[ ] 우리는 우리 새끼들에게 진정한 어린 시절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우리 종족에게는 어떤 특정한 불멸의, 결코 근절될 수 없는 천진성이 배어 있다. 315 어린 청소년들만이 가수로서의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다...요제피네의 그 휘파람 소리가 마치 진주 구르는 소리 같다고 말하지만, 우리들은 찌르는 듯한 소리라고 말한다....그 안에는 무언가 가엾은 짧은 어린 시절이 약간 들어 있다. 그러니까 잃어버린,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행복이 조금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쁜 현재의 삶도 약간 들어 있는데, 말하자면 삶의 명랑성, 작고 이해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결코 말살되지 않을 삶의 명랑성도 조금 들어 있는 것이다. 317

[ ] 우리는 요제피네가 거의 법의 범위 밖에 있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전체를 위협한다 해도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에게 모든 것이 용서되리라는 것을 추정해볼 수 있다. 318 우리 종족은 그녀가 주장하듯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녀의 예술에 놀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으며, 우리 자신을 그녀의 예술에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느끼며, 우리 자신을 그녀의 예술에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느끼며, 요제피네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고통을 기껏해야 절망적인 성과로 보충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녀의 예술이 우리들의 이해 능력 밖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인간성과 그녀의 바람 또한 우리들의 명령권 밖에 있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319

[ ] 그녀는 스스로 노래로부터 떠나갔고, 대중들 사이에서 얻었던 권력을 스스로 파괴했다. 그녀는 숨어버렸고 노래하지 않는다. 326 그녀는 그녀의 노래가 기대되었던 시기에 사라져버렸다. 그녀의 동료뿐만 아니라 많은 이가 그녀를 찾는 일을 맡았지만 허사였다. 왜냐하면 요제피네는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고, 다시는 그런 부탁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는 그녀가 우리를 완전히 떠나버린 것이다. 326

볕뉘

0. 까뮈의 카프카에 대한 문예비평에 이끌려 다시 읽어나간다.

1.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변신, 소송 앞부분, 그리고 일주일이 더 되어서 도착한 변신 단편전집 가운데 이 부분을 읽었다.

2. 유럽인 평균 교양을 갖는 원숭이는 단지 보고만 하고 슬며시 잠적한다. 청소년기가 없이 곧바로 어른이 되는 쥐 종족의 요제피나 역시 사라진다. 변신과 소송 그레고리를 죽이고, 카 역시 죽는다고 한다.

3. 세상에 침윤된 존재는, 존재가 변해도 당장의 날 것에 목메여 있다. 쥐이거나 원숭이이거나 외판원이거나 당장의 먹고살 거리에 가둬져있다. 동물원에 들어가지 싫어, 인간보다 더 똑똑해진 원숭이가 보기엔 인간들의 세상 역시 탈출을 할 수 없다. 요제피나가 보기에 쥐들의 세상은 번식에만 매달려 정작 필요한 것에 성숙하지 못한다. 벌레가 된 외판원 역시 정상-평균 이하의 삶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하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들 역시 삶이란 바위가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이 반복된 묘사를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4. 어쩌면 삶이 꺼지는 이 지점. 이 함몰의 순간이 바로 멈추어서야 할 곳인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싱크 홀들은 많이 생기는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삶의 함몰은 반복되고, 복습되는지. 정녕 제도가 아니라, 나의 젊음, 나의 늙음이 아니라 일제히 그 커다란 구멍, 더 커지는 구멍 앞에 소노녀남, 환자병자장애자다문화난민. 그 앞에 서서 삶이 폭포처럼 추락하고 있는 장면을 목도해야.......아니....그럴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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