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길 고, 괴롭습니다.

[ ] 사랑에 빠진 자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전과 달라진 자다. 당신이 눈앞에 보이면 언제라도 ‘변질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려 세포 하나하나가 준비하고 있는 자, 존재의 근육이 유연해진 사람이다. 사랑이 침입했을 때 즉시, 온몸에 당신이 전이되어 ‘타자로 감염된 존재‘가 되는 사람. 그래서 사랑에 빠진 자는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기 쉽다. 29

[ ] 그녀의 마음 상태는 충분히 전해졌지만, 고통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안개 가득한 도로처럼 윤곽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녀의 도로에 어떤 문제가 산적해 있는 걸까, 궁금하고 안타까웠다. 아마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에 봉착해 있는 것이리라 짐작했다. 무거운 고민거리도 밖으로 꺼내고 나면 하찮고 통속적인 사정으로 보일 염려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더 초라해 보이고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72

[ ] 무엇이든 말로 바꾸어놓았을 때 그것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 여기서 온전함이란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할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갈라진 조각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아마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고통에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76 정말 나를 힘들게 하던 게 결국엔 내 몸에 배어, 내게 영향을 끼치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 같아. 나를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들, 결국 그게 귀한 거야. 76

[ ] 마음이 변해서 사랑이 죽는 게 아니야. 돌보지 않아서 사랑은 죽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돌보지 않으면 죽어. 특히 더 많이 사랑받는 자들은 모르지.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 그러나 끝난 사랑은 누군가 돌보지 않은 결과야. 가꾸지 않으면 집 안에서 자라나는 모든 것은 죽는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사랑은 깨지기 쉬운 원료로 되어 있어. 93 인생은 어떤 면에서 공평하지. 신이 가혹하게 굴면 굴수록, 영리하고 지독한 인간은 재주를 부리거든, 놀라울 만큼 빛나는 재주. 94 때론 청승이 우리를 돌본다. 96

[ ] 우리는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아무도 우리를 돌봐주지 않으니까. 힘을 내야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믿으면서, 고쳐 생각하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 화날 땐 화를 내면서 131 내 인생의 목표 중에 하나는 진실로 랍비처럼 문답할 줄 아는 자가 되는 것, 내 내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다가오는 침입자에 맞서서 훌륭한 문지기가 되는 것, 최소한 ‘왜 그런 걸 묻죠?‘라고 재깍 되물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39 당신이 계속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완전히 구속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사세요. 그런 삶이 위기 상황에서 완충제 역할을 해줄 겁니다. ‘이게 나다. 나는 가치있는 인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위기도 그다지 힘겹지 않을 겁니다. 189


볕뉘

0. 조용한 카페가 하나 생겨 책을 여러 권 챙겨갔다. 다른 책들은 조금 펼쳐질 뿐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이 책만이 오로지 읽힌다.

1. 윤여일의 여행의 사고 하나 편에 프리다칼로 집이 나온다. 그리고 트로츠키가 그 집에 피신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그는 암살당한다. 그녀의 그림과 이야기는 풍성하다. 어디서 어떻게 가든지 이렇게 만나니 말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몇 구절을 챙겨본다. 그러고보니 자신에 대한 배려의 감수성을 말하는 북디자이너의 글http://www.dchr.or.kr/gnuboard4/bbs/board.php?bo_table=media_c&wr_id=165&page=0&sca=&sfl=&stx=&sst=&sod=&spt=0&page=0을 읽었다. 낡고 시든 것은 없다며 어느 것이든 때에 따라 묵묵히 할 일을 해낸다고 말이다.

2. 예전 같으면 밑줄이 긋지 않을 랍비의 질문과 답변처럼이라는 구절에 금빛 색연필을 데었다. 신의 말씀과 해석을 그대로 남겨놓는 그들의 유산이 너무도 소중해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레비나스에 빚진 것이 외려 방법. 블로흐의 책들이 맴돌아 읽다나니 그의 거침없는 신에 대한 사랑의 편린들이 반짝여 주섬주섬 그 빛을 따라가본다.

3. 박연준시인은 베니스 푸디카에서 실연의 실패란 말을...그리고 여기서도 그렇게 쓰고 있다. 어쩌면 끊임없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매듭을 짓지 못해 끊임없이 어디론가 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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