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 ] 역사는 사물이나 관념 혹은 개인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관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10

[ ] 나는 자연과 인간을 궁극적으로 묶어주는 게 바로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10 일군의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연에서 인간을 떨어뜨려놓는 경향이 있다.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만지는 손보다 관조하는 눈을, 활동적이기보다 사색적이기를, 자연과 인간의 연관보다는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는 소위 자연 그 자체를 강조한다. 그들은 인간이 자연과 좀 더 근본적인 교감을 이룰 것을 촉구하지만,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며, 일과 노동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고 그 가치를 인정해온 사람들을 폄하한다. 11

[ ] 이 책은 경계를 흐리고, 불순을 강조하며, 역설적으로 그렇게 흐려지고 더럽혀진 경계들을 따라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12

[ ] 우리는 자연의 엄청난 힘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거의 없다. 기계는 우리 일의 대부분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치는 폄하되고 있다. 우리의 일과 자연의 일 사이에 존재했던 유대는 점차 약화됐고, 우리는 더 이상 어떤 노동과 에너지가 들어가는지를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17

[ ] 강은, 그리고 자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과 세상을 완전하게 이어주는 것은 바로 노동이고, 이러한 연결은 절대로 끊어질 수 없다. 24


1.

[ ] 강의 수력학이 그려낸 에너지의 지형도는 동시에 인간 노동의 지형도이기도 했다. 29 강을 한 번 이해하고 나면, 강이 가능한 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균일하게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강은 강물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반응하면서 스스로를 보정하고 적응해나간다. 이런 면에서 강은 역사적이다. 강 그 자체가 강이 지닌 과거사의 산물인 것이다...˝에너지 활용의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하학을 따라 강의 물길이 형성되는데, 이는 강물이 변동한 정도의 평균과 극단의 총합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 33

[ ] 강의 뱃길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것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임을 알고 있었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식들은 노동만큼이나 강을 오르내릴 때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37 우리는 에너지와 힘, 자연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을 언어 속에서 융합시키고 있다. 38 음식의 교환은 어떤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의미했다. 컬럼비아 강의 거대한 시장과 같은 댈즈에서도, 물고기가 차지하는 교환의 영역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55

[ ] 키플링에게 통조림 공장이란 기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사이의 근본적인 공간적 분리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공장 안에는 분주함, 인간다움, 죽으, 기계, 일상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공장 밖에는 고독함, 자연스러움, 생명, 유기적인 것, 자유가 있엇다. 키플링은 통조림 공장의 안팎이 공간적으로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분리된다고 주장했다. 기계화는 근대의 상징이었던 반면, 자연은 원시적 과거를 의미했다. 72 증기기관과 같은 기계가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을 비판하고자 했던 키플링도 증기로 움직이는 기선에 몸을 실었다. 그는 클래커머스 강이라는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만든 부화장 근처의 자연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직접 연어를 잡았지만, 그 연어들은 사람들이 설치해둔 금속 컨테이너 근처에서 잡혔다는 점에서 통조림 공장으로 갈 운명을 지닌 물고기들만큼이나 이미 새로운 산업 질서에 묶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74 에머슨은 키플링이 기계로부터 도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산업혁명을 ˝자연으로 향하는 기차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에머슨식으로 표현하자면 대지나 물을 일하게 하는 것은,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자연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었다. 76

[ ] 인종만이 컬럼비아 강의 공간을 새롭게 조직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적나라하게 강의 공간을 재조직했던 것이 인종이라는 요소였을 뿐, 강은 젠더와 계급에 따라서도 더욱 세분화됐다. 83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유 자우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자원을 과도하게 개발하고 오용하는 경향을 피할 수 없음을 뜻한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하딘의 공유지 모델이 만들어진 발명품임을 안다...역사적으로 보면 실제로 공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름의 규칙과 제한 사항을 설정해왔다. 85

[ ]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연어와 사람들의 색깔, 이동, 섬광이었다. 이러한 경험과 느낌 들은 너무나 생생하고 원초적이었기 때문에, 그저 덧없는 일로 치부하며 간단하게 잊어버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88 연어가 죽어가는 과정은 그 당시에 경쟁 중이던 무수한 사회적 가치들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연어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이해하는 것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회적 투쟁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91 자망 어부는 어업이 가지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자망 어부들이 결성한 컬럼비아 강 어부보호조합이 대표적인데, 남아있는 장부에는 모임 시간과 지불 기한, 다른 조합을 맞이하는 일에 대해 적혀있고...노동 계급의 일원으로 통조림 제조업자들과 그 추종자들을 경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91 노동자이자 농부로서 자망 어부들은 그들이 노동을 통해 알게 된 자연 속에 그들의 정체성을 뿌리박는 방식을 택했다. 93

[ ] 사람들이 자연과 맺는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어업 역시도 생물학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93 자망 어부들은 시장 경제에 맞서 ‘도덕 경제‘에 호소했다. 95 하지만 이들이 법집행이나 입법활동은 사실상 무효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망 어부들을 연방 정부가 개입한 적은 없었고, 주 정부도 초기에는 규제를 시도했지만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 주 정부들의 관할 구역이 충돌했을 뿐 아니라 법을 제대로 집행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97

2.

[ ] 부화장에 대한 연구들은 연어의 생애주기에 대한 지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수행되었고, 그 손익 계산법도 전형적이었다....이런 결론에 이르게 한 모든 사고 단계는 논리적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결국 터무니없고 정신나간 결과와 마주하게 됐다. 다른 여러 종류의 광기와 마찬가지로, 내부에서만 보면 이러한 결정은 상당히 이성적으로 보였다. 하나의 결정은 그 이전에 이루어진 결정에 의해 상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인 양 따라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연쇄 작용은 일종의 환경적 광기와 격렬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됐다. 99

[ ] 당시 미국인이 그려낸 유토피아는 고압 전선이 일렁이는 곳으로, 이는 루이스 멈퍼드의 작품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멈퍼드는 평범한 에너지 유토피아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이언트 파워를 하나의 사회 이론으로 만들었고, 만약 사람들이 에너지의 원천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아마도 사회 전체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는 초기의 에머슨주의에 반대했고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를 신기술의 전형으로 보았다. 112-113

3.

[ ] 강 개발 계획은 곧 권력의 행사에 관한 것이고, 근대 국가에서의 실제 권력은 지루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구현하는 대리인들은 대체로 답답하고 지루한 사람들이었고, 그 계획 과정 역시 지루했다. 이 계획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항상 지난하고 답답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민주 사회에서의 지루함은 관료와 기업들을 위해 작동한다. 마치 냄새가 스컹크의 생존을 위해 작동하듯이, 지루함은 위험을 피하게 해준다...이런 맥락에서 근대 세계는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날조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133자연은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이제 자연을 우리의 존재가 함께 뒤얽힌 장소라고 여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우리는 마치 우리가 변화시킨 자연 그 자체가, 우리 자신이 태어난 자연 질서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던 것이다.˝ 139

[ ] 댐을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없었다. 기계는 새로운 양식의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미 ˝기계들보다 훌륭하지˝ 않다면, 사람들의 삶은 기계와 같은 수준으로 축소될 수도 있었다. ˝멍청하고, 명령에 복종하고, 비참하고, 순간적인 반사와 수동적이고 임의적 반응의 부산물˝로 점철된 기계와 같은 삶 말이다....멈퍼드의 지적은 교화적이고 유익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기모순적이고 애매하기도 했다. 만일 지역 개발가들의 계획이 문화적 기반에 의존해야 하고, 듀이가 주창한 바와 같이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통해 창조되어야 한다면, 지역 계획은 최소한 한 세대는 연기되어야 했다...과거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결국 지역 계획과 개발이 관료주의적이고 엘리트적일 수밖에 없다면...140-141

4.

[ ] 한 세기가 지나가면서 우리가 부분적으로 창조한 강은 우리 눈앞에서 변화해나갔고, 이 과정에서 소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라는 우리의 가정과 믿음은 조롱받았다. 강은 변화햇고, 우리 자신의 과학과 사회, 우리가 지닌 정의와 가치에 대한 관념들이 얼마나 불충분했는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컬럼비아 강은 우리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북서부 지역의 심장부를 흘러가고 있다. 이 강은 분절화된 우리 사회가 지닌 수많은 분열의 경계를 따라 흘러가고 있다. 컬럼비아 강과 화해하지 위해서는 우리는 전체로서 강을 이해애햐 한다. 즉 이 강이 자연기계임을 그리고 이 강이 우리의 사회적 분열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이러한 분열과 갈등이 작동하는 장소임을 이해해야 한다. 225

볕뉘

0. 책방에서 표지와 뒷글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루이스멈퍼드 이야기가 중간중간 많이 나온다.

1. 어제는 그림을 그리다가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테두리가 선으로 구획지어지면 자연스럽지 않다고, 면으로 채색해서 어울리게 해야한다고 했다. 인식은 하지만 무의식 가운데 담겨진 습관은 고쳐지질 않았다. 그렇게 주변의 색을 섞고 경계를 흐릿하게 한 뒤에서 인물들은 나무와 숲과 어울어진 듯했다.

2. 책마무리를 지으니, 미국에서 백여개가 넘는 학교가 이 책을 강의에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되새겨진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고, 그 노력들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전체를 보려는 노력. 우리의 이야기는 늘 범위가 작으며 지향이 뚜렸하다. 맥락을 넓히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샘솟아야 한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저자가 말한대로 이분법의 사고에 갇혀있는 것이 큰 장애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맥락을 갖는 이야기들이 제시될 때 우리는 그제서야 조금 넓은 시선을 갖게되는 것인줄도 모르겠다.

3. 통일이냐 평화냐...이런 문제 역시 지나친 낙관만이 아니라 여러 결들을 세세히 보려는 노력 역시 좀더 넓고 장기적인 안목과 그 속에 보다나은 혜안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역사와 자국의 이익에 잠겨있는 거대한 괴물들은 ....그 몫을 하려고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고.....순탄하지 않겠지. 여름이다. 벌써. 아니 여전히 계절은 빨리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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