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따라가면 안되나여?


오소희,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라오스편


 동남아시아 라오스에 발을 디딘 작가와 아이는 팍세에서 시작해 푸앙 프라방까지 북으로 올라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라오스는 특별히 유명한 건물과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 아니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여행이란 관광과 더불어 휴식도 있으니 익숙하게 보게 되는 건물들보다 자연 속으로 향하는 마음들이 가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작가 또한 라오스에서 라오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 팍세의 자연은 배경으로 두고 팍세에 사는 사람, 참파삭에서 만난 사람, 비엔티안에서 만난 누군가들. 그렇게 라오스에 살고 있는 이들. 어쩌면 지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라오스의 자연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으로 뭉뚱그러져 보이기에 그곳의 사람들이 더 각인되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라오스를 방문한 것은 2006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처음 머문 곳이 남쪽의 팍세. 하지만 이곳에서 익숙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그리고 아이는 팍세의 공원에서 축구공을 차며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뛰어논다. 처음엔 머뭇거리지만 힘차게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어른들 역시도 놀고 싶을 만큼의 기운들이 아이들에게서 넘쳐난다. 밤이 되어서도 공원에 있는 그 아이들은 노숙생활을 하는 고아들이었다. 작가는 먹을 것과 옷들을 아이들에게 해주지만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은 야유가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도 경계와 주눅든 모습이 가득하다.


    거지의 정의가 ‘일하지 않고 구걸하여 연명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른 거지가 있을 수는 있어도 어린이 거지가 있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일하지 않고 또 구걸하지 않고

    어른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의 결핍이 곧 자신들을 향한 수치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채

    쇼핑센터 주변의 어른들은 낄낄대고 있었다. p26


  작가는 우연히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눠주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결국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난 엄마로서 이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에 깊게 새겨졌을 것이다. 그러며 생각한다. “비록 여행중이라 해도 지루한 일상 중이라 해도 바쁘더라도 가진 것이 넉넉지 않다 해도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숙이 선의를 가지고 관여할 수 있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p31)을”.

  팍세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다르게 생각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저 외국인 호구가 얼마만큼이나 아이들에게 하나 보자라는 듯한. 반대의 상황이라면 이들도 낯선 여행지에서 굶주리고 외로운 아이들을 위해 선의의 시선을 가지지는 않을까. 헤어지는 날 아쉬운 눈빛을 보내는 그 아이들은 또다시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곳에서 익숙하게 받아야만 하는 시선을 참고 견디며 아이들은 기억 속에서 저들에게 따스한 위안을 주던 두 여행객을 기억하며 살아가겠지.

  라오스 첫 여행지의 기억은 그래서인지 보는 이에게도 먹먹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 라오스의 여행에서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소제목 역시 ‘사람을 만나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작가가 느낀 라오스인들은 전반적으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향이다. 그들이 4시에 만날 약속을 한다는 건 4시부터 그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라고. 아무도 미리 준비하거나 계획하지 않는다고. 중요한 건, 이것이다. 그래서 “더불어 걱정도 없지요.” 그들은 또한 묘비명을 쓰지도 않는다. 그들은 “사람이란 글로써 흔적을 남길 수 없는 존재”라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장하지 않고 느리고 잔잔하다고 작가는 표현한다.


그것이 여행의 힘이겠지요. 여행이란,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행위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이들의 불우함으로부터 당신의 자리가 우월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친다면 여행의 힘은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당신보다 양적으로 더 우월한 자들은 세상의 저편에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이들의 존재가 쉽게 당신을 일으켜 세웠듯 그들의 존재는 또 쉽게 당신을 넘어뜨리겠지요. 당신의 질문은 그 너머에 있어야 해요. 내 삶은 어찌하여 훨씬 더 나은 조건 속에서도 초조해 하는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가. 쉽게 지치고 자신과 불화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 말이에요. 진정한 여행의 힘, 그것이 주는 깨달음이란, 떠나 있을 동안만 당신을 부축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당신을 부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p173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여행자에게는 항상 그 낯선 느낌으로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작가가 만난 사람들을 내가 만난 듯 그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며 라오스를 횡단하다 보면 팍세에서 만난 그 아이들처럼 작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게 될 것도 같다. “내가 당신을 따라가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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