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죽는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변광배 옮김 / 삼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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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함께 영원할 그는 무한한 시간 그 자체로 향한다. 몇 번의 윤회와 같은 삶과 사랑을 겪으며 유한함의 껍질을 벗긴 그. 점차 생동감을 잃고 잠들어가는 그의 의식은 심연으로 침잠해 간다. 어느덧 무한해진 그에게 이제 이 유한한 세상은 의미도, 기쁨도, 슬픔도, 가치도 없는 공허한 곳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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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보르헤스 전집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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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역사상, 아니 문자가 나온 이래 인류 최대의 작품. 인간의 언어와 논리가 탈출하여 가상의 집을
짓고 부조리와 정신착란적인 읊조림을 통해 새로운 신화를 이룩한 놀라운 책. 개인적으로 특히 원형의 폐허들을 좋아한다. 어쩌면 인간의 본질이 마치 그와 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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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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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보고 크게 충격먹은 소설. 윙윙거리는 파리떼들과 돼지시체, 뚱뚱하고 겁먹은 소년의 비명소리가 가득찬 그 섬은 인간에 대한 회의와 냉소로 가득차 있다. 마지막 정신을 차리고 눈물 흘리는 아이들의 시끄러운 울음소리조차 그것을 씻겨주지 못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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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통사 1 (제4판) - 원시문학 ~ 중세 전기문학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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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선생의 한국문학통사 1권을 읽고.

 


  조동일 선생이야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내 군말 없이 우리 학교 수업 교재로서 묵묵히 들고만 다녔다. 12월이 닥치고, 기말고사의 시기가 오니 제대로 그 한 자 한 자를 땀땀이 읽고 있다. 찬찬히 읽으니 곧 저자로부터 흡사 수업 몇 강을 듣는 기분이 들어 신도 나고, 참 여러 의미로 좋은 책이다 싶어 한 권 뗄 때마다 간단하게라도 몇 글자 적어 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타자를 두드린다.

  본격적으로 책의 국소적인 부분들에 대한 인상을 술회하기 전에, 이 책에 대해 가장 전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저자의 관점이 이 책 전반에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비록 이 글 형식이 문어체라도 활자를 넘어 존재하는 글쓴이의 생각을 그의 대화 듣듯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그래서 이 책이 더 좋다. 글쓴이가 통사라는 이름을 책 제목에 붙여 쓸 때 글쓴이는 자신이 무엇을 정리하겠다는 포부로 중립을 표방하려 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중립적인 입장의 고수는 음색에 아무 감정 없는 기교 좋은 꾀꼬리 하나 앉혀두고 간신히 노래 한 곡조 얻은 느낌을 줄 뿐이다. 자신의 의견이 확실하게 있어 저자의 글은 단호박처럼 여물어있다. 그 속이 달달해 계속 퍼먹게 되는 노랗고 꾸덕꾸덕한 맛난 글 같다. 물론 읽다보면 꼭 내 입맛에 맞는 부분만 먹게 되는 건 아니고, 호박 줄기 같은 부분도 씹기 마련이다.

  일단 맛난 부분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가장 맛난 부분은 최치원에 대한 저자의 냉정한 평가였다. 최치원의 공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조 선생은 그가 도태된 이유를 시대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최치원이 입신에 몰두하다가 마음이 공허해졌으며, 자기 사상을 뚜렷이 세우지 못한 채 정신적 방황을 거듭하며 일생을 보냈다고 서술했다. 그런가 하면 그의 명시 추야우중을 해석하며 최치원이 홀로 고매한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니라 역사 현장을 외면하며 스스로 고독을 택한 것에 불과하고,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다고 신세타령하는 것이 실패의 증언이라 이야기하기까지 했다

  저자의 가히 박하다 싶을 정도로 냉엄한 평가를 보니 피식 웃는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재미났다. 저자의 글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그는 역사를 생성과 창조의 문제로 본다. 문학은 그러한 거대한 바다의 흐름에 부수적인 파도물결이라 보는 것도 같다. 그 차가운 물결은 역사 속에서 승전보를 울린 자들의 손에 의해 붓질되고, 승자들은 곧 자신이 타고 있던 물결의 흐름을 잘 파악한 자들이었다. 저자는 시대흐름을 읽고 그에 맞추어 행동할 줄 알았던 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내린다. 그러하기에 저자의 눈에 최치원은 그저 글을 뛰어나게 잘 쓰지만 깊이와 통찰은 부족해 보였던 것 아닌가 싶다.

  저자의 전체 글 전개가 재미나고 유익한 것은 이처럼 그의 평가가 그만의 투철한 역사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의 역사관은 분명 멈춘 것이 아니라 생동한다. 끝없는 힘들의 투쟁이며 인간 정치의 장이다. 문학은 그 역사 안에서 태동한다현대성과 역사성동시대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저자의 논의는 또한 세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그 이유는 고리타분하지 않기 때문이다고리타분함이란 무용함과 같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 말을 지금 내가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게 하지 않는다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역사와 문학을 정리할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그 주장을 기반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끊임없는 자기 정체성 창조의 의지는 왕성한 청년의 힘을 느끼게 해주며, 당대의 석학이란 칭호가 붙는 그 의의를 인정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 목적을 위해 자세히 상술되는 한반도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반도 위의 문학사 이야기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자세하고 다채로운 자료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을 저자의 분투가 느껴진다. 저자의 글을 통해 큰 맥락을 조망할 수 있다. 게다가 고려 혜종의 잉태과정 같이 음란해서 재미있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있어 읽는 이에게 긴장감과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 정도의 박식하고 유익하며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글자를 읽어야 하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이다.

  그러나 저자의 갈래 이론은 여전히 조금 의아한 구석이 있다. 이는 저자의 관련한 책을 보아야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신화와 민담, 전설 간의 갈래 구별이다.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그의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 한국문학통사 안에서 간략하게 나온 설명이 문제였다. 이 책 하나만 읽으면 한국문학사를 세세하게 알 순 있어도 저자의 독자적인 이론까지 파악할 수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고려 왕실 혈통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딸들이 드세다고 표현한 것은 지나가던 남의 집 딸 한 명으로서 직관적으로 불편한 묘사였다. 물론 천추태후가 긍정적인 인물은 아니기에 그러한 평가를 내렸다 본다. 자기 관점이 있을 때의 함정이 될 수도 있는 지점인데, 성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단순화된 표현이라 읽다 중간에 작은 돌부리에 발가락이 걸려 넘어진 기분이었다.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면 지나치게 길어질 것 같아 간단히 왜 기분이 불편했는지만 집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때까지의 역사는 남성 위주의 역사였다. 여성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주변부에 불과하였으며 주도적인 위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굳이 남과 여의 성을 분별해서 보면 역사 속의 모든 악한들은 다 남자였다는 식의 말이 나온다. 그러나 패악을 부린 남성이 있다 했을 때 드센 남성이 있었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단지 패악을 부린 여자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드센 여자가 있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인간의 욕망과 부도덕함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다는 것이 현대의 관점 아닌가. 한국문학통사를 읽어서 결국 도출할 수 있는 함의 역시 문학도 고대 신화적 시대의 일부 승자들에서부터 현대 만인의 대중에게까지로 그 향유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성姓에 대한 단순한 이런 표현은 저자의 의식이 이에 관해 어떤 지점 정도로 머무는지 궁금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문제에 깊은 의식이 있다면 딸들이 드셌다는 표현이 쉽게 나오진 않았으리라 본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든 한 토막의 생각이 이와 비슷한 지점에 맞닿아 있어 적고자 한다. 고려 시대에 여자들이 유난히 나설 수 있는 준거가 무엇인지의 문제에 관해서이다. 고려 시대에 외가와 왕비라는 힘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것이 왕의 혈통, 즉 순수하고 고결한 귀족적 혈통에 대한 신화적 인식 때문이었다. 고려 시대에서 더 앞으로 되돌아가 신라에서 선덕여왕 같은 경우가 가능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아무 남자가 왕이 되는 것보다 신성한 혈통을 가진 자가 여자라도 왕이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권위 혹은 권세조차 남성 중심, 부계 중심의 구조 안에서 부계의 혈통을 지녀야만 가능했다. 아니면 아버지가 있는 외가를 드높이고 그들의 이름을 빌려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태를 보니 지금 우리 시대의 대통령의 문제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피와 혈통의 권위를 중시하는 풍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진정한 남녀의 문제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이름을 업고 그 후광으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그것이 국민의 손으로 행해진 것이라면 여전히 이 시대의 여자가 얻을 수 있는 성공조차 남성의 힘 아니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한탄 섞인 걱정이 든다.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나머지 책들을 읽고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치원의 추야우중을 이야기하면서)
가을바람에 괴롭게 읊조리기만 한다는 것은 만년의 처지를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세상에서 격리되어 할 일이라고는 시를 짓는 것뿐이지만, 시를 알아줄 사람은 드물다. 홀로 고매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니고, 방안에 들어앉아서 역사의 현장을 외면하면서 스스로 고독을 택한 탓이다.
...
자기의 고독을 동정해달라고 지은 시인데, 독자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앉아서 만리를 보고 만고흥망의 내력을 소상하게 훑을 수 있다 해도 자기 스스로 역사 창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지식이 오히려 번거로운 짐이 되고 번뇌의 원인이 되고 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다고 신세타령한 최치원의 시는 실패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p276

그런데 딸들이 드셌다. 딸을 물려받은 외가세력을 업고 오빠이거나 아들인 왕을 억누르기도 하고, 외간 남자와 사통하기도 했다. 그런 것이 모두 이야깃거리가 되어 많은 왕실비화를 만들어냈다.

p296

조선왕조에서는 왕족의 혈통이 신성하다고 하지 않았고, 동성불혼의 원칙을 왕족에게도 철저하게 적용했다. 혈통의 신화와 관련해서 왕조의 흥망을 풀이하는 신비적인 역사철학은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혈통신화는 고대의 유산이다. 고려가 중세국가로서 커다란 발전을 이룩하는 문화를 창조했으면서 왕족은 신성하다는 것을 낡은 방식으로 입증해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만들었다. 조선왕조의 창업자들은 그런 잔재를 완전히 없애고 유교 이념을 충실하게 구현해 널리 모범이 될만한 중세국가를 만들었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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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1
하야시다 규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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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것 없이 최고. 한 번 연구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개성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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