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게 말해, 빈곤을 정의하는 구분선인 하루 5.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46퍼센트)은 조상보다 미미한 정도로 낫거나 전혀 나을 것 없이 살고 있다.382) 한편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다. 2017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인의 부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의 부를 합친 것과 같다.

이와 대조적으로 3차 산업혁명 인프라는 중앙 집중형보다는 분산형으로 설계되었다. 이것은 사유화를 피해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유지될 때 네트워크 효과를 최적화하며 가장 잘 수행된다.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모든 참가자가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계비용은 디지털 상호 연결로 더 낮아지지만,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서비스 공급과 트래픽의 중단 없는 흐름으로 한계비용의 급격한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의 새로운 경제 시대에 지식 공유에서 에너지 공유, 차량 공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활동이 잠재적으로 서비스가 된다.

냉소주의자들은 비웃을지 몰라도 현실은 광대역과 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가 저렴해짐에 따라 더 많은 분산형 경제가 계속 확대된다는 것이다. 공유 경제 중 일부는 기업 모델과 접근에 대한 비용 부과 방식에 계속 연연하겠지만, 더 많은 공유 경제는 첨단기술 협동조합으로 바뀌어 원활한 서비스로 공급자와 사용자를 연결할 테고 또 다른 공급자-사용자 활동은 거의 무료가 될 것이다.

회복력 시대에는 모든 대륙에서 문자 그대로 수십억 가정과 수백만 기업, 크고 작은 수십만 지역사회가 일하고 거주하는 곳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붙잡아 만든 새로운 에너지를 마이크로그리드에 저장하고 글로컬 에너지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것이다. 몇몇 지역에서만 풍부하게 발견되는 화석연료와 달리 태양과 바람은 분산된 에너지로서 모든 곳에 존재한다.

이제 이 두 가지 디지털화 인터넷은 전력 인터넷을 통해 태양광 및 풍력발전으로 동력을 공급받는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구성된 디지털화한 이동성 및 물류 인터넷과 수렴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런 차량은 도로와 철도, 수로와 항로에서 점점 더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며 전력 인터넷과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처럼 빅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으로 관리될 것이다.

미국 3.0 회복력 인프라의 사물인터넷 신경계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추적 관찰하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센서가 지구의 생물권 전체에 설치되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측정하고 맹렬한 홍수나 산불을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지역에 대해 당국에 경고하기 위해 홍수와 가뭄 상황, 바람의 흐름 등을 추적 관찰한다. 응급 요원이 적절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는 것이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진보에서 회복력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외부 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GDP에서 QLI로 경제적 성과를 재조정하는 일이 결코 가벼운 과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는 미국 유권자의 소외감은 정치적으로 고취된 것이지만, 위기의 핵심에 놓인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리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농촌의 인구 감소와 도시화 및 교외화 현상을 겪고 있다. 농촌 지역사회가 쇠퇴하고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까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교육 수준과 소득, 계층 이동, 사회적 가치, 세계관 같은 측면에서도 도시와 농촌 유권자 간 분열이 더욱 깊어져 국가가 양극화되고 저마다 자기 나름의 대안적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그 본질과 취지상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며 그 안에서 인간 주체가 자신이 몸담은 생태 지역을 구성하는 다른 무수한 주체에 끊임없이 적응한다는 사실은 거듭 강조할 만하다. 배타성이 아닌 포용성의 자유라는 새로운 개념, 다시 말해 인간 종을 넘어 우리의 동료 생명체들과 지구상의 다른 모든 주체를 포함하는 연결성은 생태 지역이 지배하는 미래의 결정적 역학이다.

자율적인 것이 곧 자유를 의미했고, 자유는 자율적인 것과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독특한 유형의 자유였다. 진보의 시대를 가로질러 확고하게 유지되던 자유는 부정적 자유였다. 즉 배타적 권리와 자급자족의 권리, 타인에게 예속되지 않으며 혼자만의 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으며 최근까지도 그렇게 유지되었다.

X세대와 밀레니얼세대, Z세대 사이에서 이런 전통적 자유 개념은 점점 더 낯선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가치의 교환에서 가치의 공유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독점에 대한 집착에서 포용성에 대한 열정으로 전환되는 세상에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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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정부는 유가족과 공무원을 1:1로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느낀 정부의 대응은 부족함이 많았다. 희생자의 사인이나 사망 시각을 ‘미상‘으로 판명하는경우도 많았다. 정부의 사후지원 역시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함께한 민변 윤복남 변호사는 "장례 지원뒤 (연락이나 지원이) 아무것도 없다고얘기하신다. 마음에 맞게, 배려 있게 유가족 지원이) 진행된 것은 아닌 듯하다"
라고 말했다. - P11

유가족들이 공개 석상에 등장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장례이후 국가의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유가족,
다른 유가족과 교류하지 못한 유가족이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 P13

지난 3월,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였다. 이후 불과 7개월여동안 (평소엔 1회에 0.25%포인트씩 조절하던 금리를 0.5%포인트나 0.75%포인트씩 5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11월 말 현재 3.75~4.0%,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년중순까지 5%대 초중반까지 올릴 것으로전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과 속도가 지나치게 크고 빠르다고 본다.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제 시스템까지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경계엔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 P15

그렇다면 연준은 공격 대상을 잘못정했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총수요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이라고, 스티글리츠는 주장한다. 예컨대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히 늘어난 수요에 부응할 만한 속도로 공급을늘릴 수 없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같은 국제정치적 사건에 따른 충격도 있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수많은 상품들의 기초재료인 석유와 식량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추동했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석유와 식량 가격이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 P21

자본시장에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주식의 경우에도 신뢰가 중요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특히 그러하다.주식과 달리 채권에 투자하면 앞으로 받을 금액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그금액을 과연 ‘제때 모두 받을 수 있을지‘
가 문제다. 이건 정확히 신뢰의 문제다. - P24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어린이들에게 코로나19 유행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대면 교육을 포함해 삶의 여러기회가 제약되면서 몇 년 전 그들 나이였던 언니·오빠보다 행복감이 낮아지고, 밝기보다는 어두운 시기였다는 사실 모두가 대충은 예상했던 결과를 ‘아동 삶의 질조사‘는 구체적 수치로 드러냈다. 물론 어린이들의 시간을 단선적으로만 결론지을수는 없다. 사회가 멈춰도, 학교가 문을닫아도 아이들은 매일같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드리운 그늘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햇빛과 양분을 보충해주는 일이 우리 앞에남겨졌다. - P35

1980년대 강제징집은 불법적·무차별적 인권유린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령·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징병 절차를 무시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연행한 후 강제로 징집해 무조건 최전방에 배치한 것이다.  - P37

참사 보도를 둘러싼 윤리적 판단에서 이처럼 절대적인 옳고그름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상황에서 희생자의 존엄,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알권리 중 무엇이 ‘더 큰 선(善)‘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2022년 3월7일관행을 깨고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사망해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가족 얼굴이 담긴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보다는 전쟁 희생자의 모습을 직접묘사함으로써 전쟁의 처참함을 알리는 일이 더 큰 선이자 더 공적인 애도의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P44

자연은 타협의대상이 아니다. 이 명확한 전제 앞에서 우리가 바뀌어야 다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배우고 알게 되리라고 믿는다. 경제성장이란 건 지구로부터 에너지와 자원을 빼서 쓰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내뿜어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 무한 욕망이 지구라는 유한함을 넘어서면결국 이 비극은 파국이 될 거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해방적파국‘을 말했다. 우리 앞의 파국은 지금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선명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기후위기라는 계기가 지구적 공론과 연대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P50

실제로 많은 IT 기업들은 최소한의기능을 가진 서비스(Minimum ViableProduct, MVP)를 빠르게 출시하여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또 다른 가설을 세워기능을 구현하고 실험하는 프로세스를갖고 있다. 겉보기에 이러한 방식은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해고가 보여주는 바처럼 이 같은 프로세스에는 서비스가 작동하는 산업 혹은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서비스를만들어내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욕망되는 건 오로지 주식가치의 상향뿐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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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대한민국 주식투자 산업.업종 종합분석 대한민국 주식투자 성공시리즈 3
류종현.최순현.조기영 지음 / 한국주식가치평가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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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산업의 현황과 업종별 주요 이슈와 업종별 히스토리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주식시장에서 산업 섹터별 ETF에 투자하는 경우는 물론, 개별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경우 데이트레이더가 아니라면 산업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New 대한민국 주식투자 산업, 업종 종합분석>은 이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여겨진다.

다만, 넓은 분야의 산업을 다루다보니 산업에 할당된 정보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투자에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아 아쉽게 느껴진다. FSS의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제공되는 개별기업의 산업 소개가 더 유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단순한 업종현황과 히스토리, 업계순위 등의 정보는 앞서 말한 개별 기업의 전자공시시스템과 협회 등에서 어렵지 않게 최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 접근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예를 들면, 전방산업과 후방산업간의 관계(철강산업-자동차산업 등) 또는 소비재 산업과 자본재 산업 투자 시 유의할 부분 등 투자에 있어 유의할 부분을 정리했다면 보다 유익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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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최고봉은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알려진 모르는 것과 알려지지 않은 모르는 것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를 아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AI의 최대 성과다.

이렇게 공식적인 ‘선제적 조치’의 도입이 군사전략과 외교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와 시민사회의 활동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가 공공의 안녕과 사회정책에 영향을 미칠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변화까지 의미했다.

선제는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확장된 잠금 상태로 유지하고 특정 인구가 자기 나름의 의제에 따라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 궁극적으로 권한 강탈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표준화한 제품 라인의 대량생산에 의존하는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최대 역량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 기계에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상각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계의 가동이 중지되는 것을 막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지속적인 운영 체제를 확보하려는 경영진은 투입량이 부족해지거나 생산 흐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추가 인력과 재고의 형태로 ‘대비책’을 갖춘다.

전통적인 테일러주의와 게임화의 연결 고리는 둘 다 노동력을 훈련하는 데 합리화한 과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통적인 테일러주의에서는 노동자들이 경계하고 저항하거나 적어도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이면서 그럭저럭 빠져나갈 수 있지만, 게임화는 합리화한 조작을 은폐하기 때문에 참여자가 게임을 그리고 나중에는 작업 과정을 완전히 익히기 위해 자신의 주체성을 동원했다고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비난의 대상을 지목하자면 서양 신학일 것이다. 적어도 ‘인류’가 지구에 행한 지배와 착취의 선봉에 서서 그것이 아담과 하와 그리고 그 후손들에게 허락된, 전지하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주장한 것이 사실 아닌가?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복잡한 일부이며 문명의 작용은 모든 종이 기대어 살아가는 지구 및 그 위에 존재하는 무수한 주체와 끊임없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동양의 종교와 철학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강한 포용의 정신을 유지한다. 하지만 실상은 위대한 아시아 문명도 길을 잃은 적이 많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타 주체에 대한 영향력이 역사의 후기까지 비교적 가볍긴 했지만, 지구 권역에 대한 찬탈과 착취는 아시아의 두 번째 부상과 함께 지난 반세기 동안 급증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우리 몸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자율적 주체라기보다는 개방적인 소산 시스템이다. 인체는 생물권 전반에서 오는 (산소, 수소, 질소, 탄소, 칼슘, 인, 칼륨, 황, 나트륨, 염소 등) 화학원소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반투막으로 싸여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지구 원소를 수용하는 수많은 매개체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은 분명히 눈에 띄지만 오랫동안 무시된 사실은, 모든 인간과 동료 생물체들의 내부가 이 행성에 생명이 가득할 수 있게 하는 생물군계·생태계·지구 권역의 연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각 생물과 그 안에 있는 모든 세포는 지구 시스템의 요소들이 통과하고 생명의 패턴을 지속할 수 있게 반투막으로 둘러싸인 개방적 시스템이다.

화이트헤드는 전자기장 이론이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것이 어디에나 항상 존재한다"고 제시하는 측면에서 "순전한 위치가 사물이 시공과 연관되는 기본 방식이라는 개념을 모조리 포기한다는 뜻"이 담긴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1926년에 펴낸 『과학과 현대 세계(Science and the Modern World)』에 쓰인 글이다. 1934년 무렵 맥스웰의 전자기장 이론의 존재론적 중요성에 대한 화이트헤드의 생각이 완전히 계발된 철학으로 무르익었고, 이 철학이 오늘날 우리가 생명을 시간적 패턴으로 이해하도록 이끌고 있다.

160년에 걸친 다윈주의 세계관의 군림이 모든 면에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확장된 서사로 수정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명백해지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윈의 모든 통찰력과 그의 이론을 수정하고 부가하고 증폭시키며 등장한 다양한 주장들이 다 폐기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는 거짓으로 판명되고, 일부는 계속 통용되고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훨씬 더 복잡한 이해가 새로운 발견과 함께 표면화되며 생체전기 암호의 해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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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건대, 이 시대의 자본주의는 부드러운 권력 장치(agencement)이다. 수직적 착취나 수탈을 노골화하지 않고, 인권과 노동권을 배려하는 인간의 얼굴을 지니고 있으며, 더 많은 존재의 필요와 욕망을 연루시키며 자가발전한다. 이러한 자본주의를 계속 질문해야하는 이유는, 그것이 이 세계 존재들의 삶과 상상력 자체를 제약하고 포획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일의 현장들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노동 유연화와 포스트-포드주의의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공간을 단적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이곳에서 노동자/자본가(사업자)/소비자 식의 구획된 정체성은 이전보다 쉽게 무화된다.

플랫폼 배달노동자가 법적으로는 자기사업자(사장님)이지만 실제로는 고된 작업현장의 노동자라는 이중구속적 상황은 사람들끼리의 연결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당사자 자신마저 분열시킨다.

오늘날 통치술은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 오지 않은 시간을 현재의 비관에 접합해 ‘현재의 것’으로 선취하고 전유하고자 한다. 자주 사용되는 ‘선제(先制, pre-emption)’와 같은 말도 그와 관련된다. 통치술의 의도는 분명하다. 아득한 목적지로서의 희망을 맹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미래를 암흑으로 선취하려는 힘의 속임수는 정확히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믿음’의 체계다. 압도적인 것, 바깥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일수록 맹목적 믿음에 의해 지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믿음 혹은 오인의 구조를 질문하지 않는 상상력이 오히려 질문되어야 한다.
즉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행한 것을 묻는 대신에, 거꾸로 우리가 자본주의를 위해 무엇을 해왔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질문해보면 어떨까

생태 담론은 "잃을 것이 없는 이들에게는 세계와 환경이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질적 토대와 안전을 보장해주어야"
풍부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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