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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꽃양배추하고 양배추하고 콩요리하고 바나나하고 오렌지도 안 먹어. 그리고 난 사과하고 밥하고 치즈하고 생선튀김은 싫어. 그리고 난 무슨 일이 있어도 토마토 절대 안 먹어."(내 동생은 토마토를 아주 싫어해요.)


"아하, 이건 으깬 감자가 아냐. 보통 다들 그렇게 착각하는데, 사실은 아니라고. 이건 바로 백두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에 걸려 있던 구름보푸라기야."


 그 다음에 롤라가 말했어요. "오빠, 저거 좀 몇 개 줄래?" 그래서 내가 말했죠. "뭐, 저거 말이야?" 난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어요. 왜냐고요? 롤라가 가르킨 건 바로 토마토였거든요.  그러자 롤라가 말했어요. "그럼 물론이지 '달치이개쏴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I Will Never Not Ever Eat a Tomato> 中


 딸아이 책 중애서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심하게 편식하는 동생 롤라를 위해 오빠 찰리가 꾀를 내어 골고루 먹게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귀여운 여동생과 오빠가 나누는 대화가 참 정겨운 동화입니다. 예전 딸아이에게 읽어줄 때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페르디낭 드 소쉬르 (Ferdinand de Saussure, 1857 ~ 1913)의 <일반언어학 강의 Cours de linguistique generale> 내용이 떠오릅니다.


 언어기호가 결합시키는 것은 한 사물과 한 명칭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청각영상이다. 이 청각영상이란 순전히 물리적 사물인 실체적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의 정신적 흔적, 즉 감각이 우리에게 증언해 주는 소리의 재현이다.(p92)... 우리는 개념과 청각영상의 결합을 기호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상 용법에서는 이 용어가 일반적으로 청각영상 만을 지칭한다.(p93)... 우리는 전체를 지칭하는 데 기호(signe)라는 낱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개념과 청각영상에는 각각 기의(signifie)와 기표(signifiant)를 대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기표를 기의에 결합시키는 관계는 자의적이다. 또 좀 더 간략히 언어기호는 자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바, 그 이유는 우리가 기호를 기표와 기의의 연합에서 비롯되는 전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p94) <일반언어학 강의> 中


 기표(記表 signifiant)와 기의(記意 signifie)의 결합관계는 자의적이고, 언어기호는 기표와 기의의 연합에서 비롯된 전체라는 소쉬르의 말에 따르면,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오빠 찰리는 어리지만, 매우 통찰력있는 소년입니다.  동생 롤라가 먹지 않는다고 말한 '토마토'의 의미를 기표와 기의로 나누어, 동생은 '토마토'라는 기표를 싫어하지, '빨간 야채인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꿰뚫어 봤으니까요. 결국, 오빠 찰리는 동생을 위해 '기표 - 기의'의 조합을 동생이 원하는 관계로 다시 설정하여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끌어냅니다. 이로써 비록, 이들이 말한 언어가 보편언어는 될 수는 없겠지만, 그들 남매간에는 누구보다 잘 통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작가 로렌 차일드 (Lauren Child)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작품을 썼겠지만, 다소 엉뚱함을 즐기는 아이들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아이들 세계에서는 충분히 있음직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서 찾는 요한 하위징아 (Johan Huizinga, 1872 ~ 1945)의 <호모 루덴스 : Homo Ludens : a study of the play element in culture>의 말은 생각해 볼 만 합니다.

 

우리가 놀이에 부여했던 정의는 시의 정의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언어의 리드미컬하고 대칭적인 배열, 각운과 유사운(類似韻)으로 의미의 핵심을 찌르는 것, 의미의 고의적인 가장, 어구의 인공적이고 예술적인 구성 등 이 모든 것이 놀이 정신의 다양한 표현이다.(p255) <호모 루덴스> 中


 언어의 한 갈래인 시(詩), 그리고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의 많은 요소와 이론이 놀이를 통해 설명된다는 사실은 어린이가 어른의 스승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오랫만에 읽은 동화책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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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5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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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5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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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2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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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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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초등학교 개학도 3주 가량 연기되고, 여기에 온 가족이 함께 다니던 피트니스 클럽도 당분간 폐쇄되어 딸아이는 집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네요..

학교선생님인 엄마도 덩달아 강제방학(?)을 맞이해서 같이 집에 갇혀 있다보니, 두 사람 모두 많이 갑갑한 듯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대안으로 ‘실내 사방치기‘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마루에 그리면 안 지워지니 먼저 투명 테이프로 테투리를 긋고 그 위에 매직으로 만든 사방치기판.

덕분에 아이는 집에서도 몸놀이를 하면서 조금은 갑갑함을 줄여봅니다. 퇴근 후 저 역시 그 놀이에 동참하면서 아이와의 거리를 한 걸음 좁혀봅니다.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요즈음 가족과 함께 얼굴을 맞대면서 가족의 화목을 다진다면, 이것이 코로나 19가 준 작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웃분들 모두 건강하게 보내세요!^^:)

ps. 저희 집은 1층이라 가능하지만, 2층 이상에서는 층간 소음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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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2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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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2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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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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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0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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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가장 고민할 때는 딸아이 책을 고를 때입니다. 제가 볼 책을 고르는 것은 쉽게 판단이 되지만, 아이가 볼 책은 쉽게 판단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교훈적인 것은 아닌지, 너무 아저씨 취향은 아닌지, 글밥은 적당한지, 여러차례 볼 만한 책인지 등등 여러 모로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딸나이의 사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적당한 크기, 글밥, 그림과 구성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9살인 지금이 아니면 유통기한이 지날 것 같아 일단 세 권의 책을 사서 집에 가져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딸아이의 반응은 제 기대와는 달리 ‘그저그런 편‘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홈런 과제를 풀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아홉 살 사전의 좋은 점은 책의 구성입니다. 책은 느낌과 마음, 소통과 관련한 단어들을 설명하되, 단어들이 사용되는 상황과 예시들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다가올 단어의 뜻을 아이들이 자주 경험하는 상황과 함께 설명하기에 그 의미를 실감나게 잘 설명한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만, 어른들이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는 어렵듯, 딸 아이 역시 당장 눈이 가는 몇몇 단어를 찾아보는 것 외에 사전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방치해 두다가 학습 과제 중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과정이 나왔을 때 꺼내보는 것을 보니, 적절한 때 잘 구입했다는 생각을 잠시 가져봅니다. 아무래도 사전을 「엉덩이 탐정」처럼 읽기에는 무리가 있겠지요...

어쩌면 「아홉 살 사전」시리즈는 아이들보다는 부모들에게 더 유용한 책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책을 읽으며 요즘 아이들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의 지나간 9살의 과거를 돌아보는. 그런 면에서 부모와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라 여겨집니다.

느낌, 마음, 함께.

아홉 살의 아이가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과 이로 인해 드는 마음 그리고 이러한 마음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과정이 담긴 책들을 보며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사이좋게 자라나길 바라면서 페이퍼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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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2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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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2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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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동생


 택배로 배달되겠지

 포장지를 벗기자마자

 바로 일어서서 걸을 거야


 물 떠 줘 말하면

 알았어, 하고 물을 떠다 주겠지...


 넌

 이제부터 착한 내 동생 <로봇 동생> 中

 

 방학을 맞아 딸아이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김바다 시인과 함께하는 자리를 위해, 작가의 책 중<우리 집에 논밭이 있어요!> <내가 키운 채소는 맛있어!> <로봇 동생>을 함께 읽었습니다. 아이는 다소 글밥이 많은 두 권의 책보다는 동시 <로봇 동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는 <로봇 동생>을 가져갈 예정입니다. 


 동시집 <로봇 동생>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스마트폰,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등 지금 아이들이 관심있어하는 소재로 쓴 동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로봇 동생> 이라는 제목의 시(詩)는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과의 공존을 노래하고 있어 여기에 잠시 생각이 머물게 됩니다. 과연 끝없이 발전할 것 같은 인공지능과 우리는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가? 이번 페이퍼에서는 이에 대해 적어 봅니다.


 일단 세상에 등장한 강력한 AI는 죽죽 나아가며 힘을 늘릴 것이다. 그것이 기계적 능력의 근본 속성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강력한 AI는 곧 수많은 강력한 AI들을 낳을 테고, 그들을 스스로의 설계를 터득하고 개량함으로써 자신보다 뛰어나고 지능적인 AI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진화 주기는 무한히 반복될 것이고, 각 주기마다 더욱 지능적인 AI가 탄생함은 물론, 주기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질 것이다. 그것이 기술 진화의 속성이다.(p359)... 일단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기계가 등장하면(2029년경) 다음은 비생물학적 지능이 급속히 발전해가는 능력 강화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특이점이 가능해지려면 인간 지능의 수십억 배이상 발전 해야 하는데, 그런 놀라운 팽창은 2040년 중반에야 달성될 것이다.(p360) <특이점이 온다> 中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 ~ )은 AI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어 머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 지능이 등장할 것임을 이미 2005년에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바둑으로 이기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이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를 앞선다는 것은 우울한 전망이 아닌 예정된 현실이 된 듯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를 묻게 됩니다.


 질문 :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마음(heart)"이 있을까, 아니면 그저 "무감각한 반복고리들(loops)과 무감각한 사소한 연산들"(마빈 민스키의 표현)로 구성될까?


 추측 : 인공지능에 대한 두 종류의 극단적인 시각이 있네. 한편에서는 사람의 마음(mind)은 근본적이고도 불가사의한 이유 때문에 프로그래밍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 다른 한편에서는 적절한 "발견술적 수단들"을 복합하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지능을 가지게 될 거라고 주장하지.... 우리가 튜링 테스트에 합격하는 프로그램을 창조하면, 비록 그 프로그램에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마음"을 보게 될 거야.


 질문 :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언젠가는 "슈퍼지능"이 될까?


 추측 : 모르겠어. 우리가 "슈퍼지능"을 이해하거나 그것과 소통할 수 있을지 또는 그 개념이 과연 유의미한지도 명확하지 않아...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생물체라면 우리와 접점이 전혀 없을 거야... 비트겐슈타인이 한번은 "사자(獅子)가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재미있는 논평을 했지.(p938) <괴델, 에셔, 바흐> 中


 <괴델, 에셔, 바흐 Go"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에서는 이에 대해 인공 지능은 어느 정도의 마음을 가진 존재이지만,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같은 종(種), 한국어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현실 속에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 1945 ~ )의 이야기는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한 큰 위안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미래 디스토피아(dystopia)에 대한 불안. 동시 <게임 영화를 보고>는 이러한 엄마아빠 세대의 불안이 담긴 시 입니다.


 게임 영화를 보고


 가상현실 속에서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어서

 나는 신나기만 한데


 어쩌니?

 너희가 살아갈 세상은

 너무 힘들 것 같아!

 엄마는 한 아름 걱정이 생겼어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살면 될 것 같은데


 게임 그만하라고

 공부하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엄마는 휴우휴우

 한숨만 쉬고 있어(p76) <로봇 동생> 中


 그렇지만, 작품 안의 아이는 미래에 대해 엄마만큼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 IT 기기는 친숙한 이웃이기 때문일까요. 그들에게 인공지능, 로봇은 타자(他者) 아닌 자아(自我)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기동전사 건담>에 나오는 신인류(新人類, New Type)의 원형이 우리 다음 세대는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1948 ~ )은 <마음의 아이들 Mind Children: The Future of Robot and Human Intelligence >에서 보다 적극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인간의 마음을 로봇에 이식시켜 영원한 삶을 살겠다는 생각이 그러한 예입니다.


[그림] 뉴타입 : 샤아와 아무로 (출처 : https://aminoapps.com/c/anime/page/blog/char-amuro-an-eternal-rivalry/D7tP_umee5MWD6dx8PRMZPq055Zrrn)


 

 극단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직접 시뮬레이션 안의 어떤 몸에 '다운로드'하고, 우리의 임무가 완수되었을 때 '업로드'하여 나의 현실 세계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 과정을 역전시켜 그 사람을 시뮬레이션 밖으로 데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외부의 로봇 몸에 연결하거나 그 안에 업로드 하는 모든 경우에 우리는 과거를 다시 창조하고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p214) <마음의 아이들> 中


 마음 비빕밥 


 내가 네 마음을 모르고 

 네가 내 마음을 모르니까

 내 머리에서 내 마음을 꺼내고

 네 모리에서 네 마음을 꺼내...


 내 마음과 네 마음을

 비벼서 나눠 먹었으니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거야(p44) <로봇 동생> 中


 사람과 로봇이 맺을 수 있는 세 번째 관계는 서로 돕고 사는 공생이다.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마음의 아이들>에 제시된 마음 이전 mind trasfer이다. 사람의 마음을 로봇으로 옮기는 과정을 '마음 업로딩 mind uploading'이라 한다. 사람의 마음이 로봇으로 이식되면 사람이 말 그대로 기계로 바뀌게 된다. 로봇 안에서 사람의 마음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마음이 사멸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라벡은 마음의 아이들이 인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p15) <마음의 아이들, 해제> 中


 인간과 미래 기술(인공지능, 로봇, 나노 기술, 5G 등)이 공존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예상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때문에,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마도 우리의 생각보다 미래를 잘 그려나갈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우리를 좀 더 믿어주기를 바랬듯이, 우리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근심에 사로 잡힐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세대가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E.F.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 1911 ~ 1977)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과 <내가 믿는 세상 This is I believe and other essays>는 불교 경제학을 기반으로 이에 대한 답을 줍니다.


 모든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의 대상인 폭표를 변경하는 데 있음을 지적해준다. 그리고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가 물질적인 것들에 그들의 적당하고 올바른 위치, 곧 주된 위치가 아닌 부차적인 위치를 부여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원 고갈의 속도를 늦추거나 사람과 환경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이룰 기회는, 충분함을 선으로 취급하고 충분함을 넘으면 악으로 취급하는 생활 양식에 대해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지 못하는 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진정으로 도전해야 할 대상이 있으며, 기술적 재간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도전을 모면할 수는 없다.(p331) <내가 믿는 세상> 中


 동시 <로봇 동생>을 읽으며 IT와 함께 자란 세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우리 세대의 과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주기보다는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남겨주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페이퍼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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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0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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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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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6: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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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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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추리천재 엉덩이 탐정」시리즈.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엉덩이 탐정 탐정은 도서관 대출도 어려울 정도로 대기자도 많고, 아이도 갖고 싶어해 매권을 갖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주된 갈등 구조는 엉덩이 탐정과 괴도 유를 통해 전형적인 선 vs 악 대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가깝게는 「명탐정 코난」의 코난과 괴도 키드의 대립 구조를 이어받은 것으로, 멀게는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팽과 명탐정 홈즈의 대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뤼팽과 홈즈. 추리소설계의 전설과도 같은 라이벌 구도가 현대에까지 리메이크 되는 것을 보면서 고전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엉덩이 탐정은 아이가, 명탐정 코난은 아내가, 괴도 뤼팽은 제가 좋아했던 인물들이라 살짝 다른 이야기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봅니다...^^:) 이웃분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ps. 개인적으로 이들 작품에서 그리는 라이벌 구도는 조금 차이가 느껴집니다. 엉덩이 탐정과 명탐정 코난은 홈즈가 주인공이어서 라이벌 구도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오지만, 뤼팽과 홈즈의 대결에서는 르블랑이 저자여서인지, 뤼팽이 한 수 위로 나오는 점은 차이라 생각합니다. 특히,「기암성」에서 홈즈는 초기 탈락하며 안타까움을 더한다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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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19-12-08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시적에 ㅎㅎ
그때가 참 아득하네요~
정말 뤼팽을 좋아했어요^^
저는 홈즈보다는 뤼팽쪽이 더 좋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19-12-08 18:38   좋아요 2 | URL
저도 머리 쓰고 딱딱한 홈즈보다는 행동력있고 유머가 있는 뤼팽이 더 호감이 갑니다^^:) 두 사람을 보면 은근히 프앙스인과 영국인의 전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019-12-10 1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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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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