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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배터리 레볼루션 - 향후 3년, 새로운 부의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법
박순혁 지음 / 지와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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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배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 초격차 기술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이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56/232

2023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산업은 반도체, IT, 자동차가 아닌 2차 전지 산업분야다. 2차 전지 산업의 전망과 관련하여 애널리스트와 전문가, 유튜브 프로그램별로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투자자의 혼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2차 전지 산업과 관련한 전문가 중에서도 ‘밧데리 아저씨‘라 불리는 박순혁 이사는 국내 2차 전지 산업과 관련하여 매우 긍정적이다. 높은 진입 장벽과 사업의 경쟁력에 비해 저평가 우량주 종목들이 2차 전지 주식 중 양극재 관련 주식이라는 것이다.

이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주식은 양극재 주식만 보시라.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다.
② 양극재 기술의 진입장벽이 엄청나게 높다.
③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④ K 양극재 4대 업체의 90%급 하이니켈은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40/232

현재 주식시장에서 <K 배터리 레볼루션>에 소개된 기업들의 주식은 매우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보장할 수는 없기에 투자자들은 2차 전지 산업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정보를 갖추고 매일매일의 주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가능성에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K 배터리의 주력 제품은 니켈 함량이 90% 수준에 이르는 NCMA(LG에너지솔루션 생산), NCM9(SK온 생산), Gen6(삼성SDI 생산) 등이다. 이 주력 배터리들의 에너지밀도는 305Wh/kg 수준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주력 배터리인 LFP 배터리는 165Wh/kg의 에너지밀도를 갖고 있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37/232

서두에서 언급했듯 현재 2차 전지 산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매우 상이하다. 그리고, <K 배터리 레볼루션>에 언급된 의견도 여러 의견 중 하나임을 고려했을 때 본문에 언급된 특정 종목의 성장성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기보다 산업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포인트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된다. 예를 들어, 국산 배터리가 중국 배터리에 비해 어떤 점에서 우수한지, 미국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향후 전망이 어떻게 될 것인지, IRA 법안의 향후 영향, 수소차 시장이 열렸을 때 배터리 산업의 변화 등등에 대한 물음과 이로부터 얻어지는 확신 없는 투자는 투기에 불과할 뿐이다...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월등한 장점이 있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이고 이 배터리는 화학 산업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배터리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에서 자동차 회사의 입지는 껍데기를 만드는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그 지위가 줄어들 예정이지만, 수소차는 다르다. 수소차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 또한 화학 산업을 기반으로 하긴 하지만 배터리 외에 자동차 회사가 다룰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수소공급장치, 열관리시스템 등 자동차 회사에서 주도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정주영 회장이 현대차의 미래를 수소차에서 찾은 것이다. 또한 수소차는 대형트럭 등 장거리를 운행하는 무거운 차량을 중심으로 보급되는 장점이 있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7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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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5-11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OSCO 홀딩스. LG 화학 우선주 손실 구간이긴 하지만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보고 장기 투자하렵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2 04:54   좋아요 1 | URL
가치투자의 길이 그렇게 재밌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는 길이라 저도 생각합니다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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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에 끈기를 더하고 고온, 고압에서 면을 뽑으면 세상에서 가장 쫄깃한 면이 탄생한다. 바로 쫄면이다. 쫄면은 풍성한 채소와 함께 불처럼 맵고 새콤달콤한 고추장 소스에 비벼서 먹는다. 엄청난 쫄깃함과 눈물을 쏙 빼는 매운맛의 조합 덕분에 쫄면을 먹는 경험은 철인 3종 경기에 비견할 만하다. 극도로 어렵지만 극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반죽에 탄산나트륨Na2CO3을 더하면 쫄깃한 알칼리성 국수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국수가 이 알칼리성 국수다. _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p114/336

장하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Edible Economics: A Hungry Economist Explains the World>는 제목 그대로 요리책이다. 요리법과 요리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이 책은 경제학 책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수리적인 경제이론이 자리하지 않는다. 우리 삶과 무관한 듯 보이는 한계비용체증의 법칙, 유동성 함정, 시장청산 등 이론 대신 우리 삶의 다른 축인 경제(經濟)에 대한 이야기가 책 내용의 다른 한 편을 차지한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경제학은 소득, 일자리, 연금 등에 관한 학문이라고 좁게 규정할 때보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다양한 면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래서 나는 우리 모두가 경제학의 원리를 몇 가지라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더 중요한 차원, 즉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더 나은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_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p34/336

음식과 경제학의 조합. 다소 안 어울리는 듯한 이 조합이지만,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저자가 이들을 하나로 묶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유학 생활 초기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고생하고 요리에 관심을 가지며 자신만의 요리법을 찾아낸 경험은, 이제는 신고전학파라는 경제학 제국(帝國)으로 통합된 학문의 세계에서 일종의 향수처럼 느껴졌으리라. 다양한 이론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통해 세상의 이치와 다양한 처방을 제시하며 조화롭게 세상을 설명하는 그런 다양함을 저자는 원한다.

1970년대까지의 경제학 분야는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수없이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하며 경쟁을 벌이는 요즘의 영국 음식 분야와 닮은 데가 많았다. 모두 각자의 전통에 긍지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배우지 않을 수가 없고, 그 과정에서 의도하든 하지 않든 크고 작은 융합이 많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p28)...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1990년대 이전의 영국 음식 문화처럼 되어 버렸다. 한 가지 학문적 전통, 다시 말해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메뉴의 전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학파와 마찬가지로 신고전학파 또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심각한 단점도 있다. _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p29/336

저자 장하준은 본문에서 절대 진리, 절대 선을 말하지 않는다. 처한 상황에 따라 경제주체들에게 적절한 행동은 다른 것이며, 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어야 한다. 마치 청량고추가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매움을 선사하지 않듯이.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주제는 '조화'와 '균형'이 아닐까 싶다. 더이상의 리뷰는 불필요한 먹방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고 책의 맛은 각자 느껴보도록 하자...

인생의 경주를 진정으로 공정하게 하려면 그 경주에 참여하기 전 모든 어린이가 경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어린이가 균형 잡힌 영양, 의료, 교육, 놀이 시간(어린이 성장에 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을 누리며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려면 자녀를 기르는 사람들(부모, 친척, 보호자 등)이 처한 환경과 상황의 차이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_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p224/336

내 친구 덩컨은 쓰촨 요리 음식점이 고추에 대해 가진 철학을 받아들이고 매운맛에 대한 관점을 점점 바꾸면서 그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음식 문화의 지평이 열리고 더 맛있는 식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더 균형 잡히고, 더 공평하며, 서로 더 잘 보살피는 사회, 한마디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도 돌봄 노동에 대한 관점과 관행과 제도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_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p24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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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05-04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중에서도 손이 제일 안가는 책이 경제학분야라서 장하준 교수의 유명한 저작들을 한번도 접해보진 못했네요. 딱딱한 수리적인 경제 이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반 독자가 경제학 기본을 알아야할 이유... 설득되었습니다~! ㅋ 책소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3-05-04 09:44   좋아요 1 | URL
저는 초란공님과는 다른 지점에서 같은 이유로 이 책을 건너뛸까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요리책을 별로 좋아하진 않거든요 ㅋ 그런데 부담스럽지 않게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담백하게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초란공님 좋은 책과 함께 여유로운 연휴 맞이하세요! ^^:)
 
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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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가지 화폐론 - 상품화폐론(commodity theory of money)과 청구권 이론(claim theory of money) - 사이에 논쟁의 핵심은 추상적 척도(계산화폐)가 미리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환 매개체에 획일적으로 고정된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이다. _ 제프리 잉햄, <돈의 본성>, p17


  화폐란 무엇인가? 정통경제이론에서는 이에 대해 크게 두 관점 - 상품 화폐론과 청구권 이론- 으로 이 물음에 답하고, 각자의 논리는 전개해 간다. 이들 이론은 내용은 다르지만 화폐의 가치가 근원적으로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묻는다는 점에서 같은 출발선 상에 선다. 상품 화폐론은 금과 같이 원래부터 자연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다가 등가형태로 사회적으로 관계를 확장시켜나갔다고 보는 반면, 청구권 이론은 화폐를 부채에 대한 청구권으로 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제프리 잉햄(Geoffrey Ingham, 1942 ~ )이 <돈의 본성 The nature of Money>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후자인 청구권 이론에 가깝다. 본문에 나타나는 돈(화폐)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화폐 = 사회적 관계'로 정리된다.


 내가 주장하려는 바는 화폐 그 자체가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다. 즉, 화폐란 상품의 생산이나 교환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는 '청구권' 또는 '신용/채권'이라는 말이다. 화폐란 어떤 형태를 띠든 본질적으로 지불에 대한 잠정적인 '약속'이며, '화폐성'이란 '제도적 사실'로서 추상적 계산화폐를 통해 묘사를 부여받게 된다. 화폐란 계산화폐로 가치가 매겨진 채권 및 채무라는 모종의 사회적 관계인 것이다. 쉽게 말해서 화폐를 소유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 재화를 빌려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화폐 발행자 앞으로 발행된 청구권 또는 신용/채권을 표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화폐는 반드시 '발행'되어야만 한다. 어떤 것이 화폐로서 발생될 수 있으려면 발행한 이가 진 모든 종류의 채무를 청산할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_ 제프리 잉햄, <돈의 본성>, p28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관계는 어디에서 맺어지는가? 저자는 이러한 관계성이 '국가'라는 시스템에 의해 보장되고 그 안에서 유지된다고 바라본다. 발행자가 장래 지급을 약속한 채무. 화폐는 이러한 채권-채무 관계의 수단으로, 국가가 보증인이 된다는 것이며, '조세권'에 의해 화폐는 시스템 내에서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잉햄의 화폐이론은 '국가이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화폐는 일정한 화폐적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종류의 채무를 갚을 수 있다. 화폐가 상품을 구매할 능력을 갖는 것은 겉보기에는 마치 그 상품들과 일정한 등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물가지수로 화폐의 구매력을 측정한다는 생각도 암묵적으로 이런 점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단계 하나가 빠져 있다. 화폐 권력의 기원은 화폐 발행자와 화폐 사용자 사이의 약속에 있다는 것, 즉 발행자가 공공연히 천명한 채무가 바로 화폐 권력의 기원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화폐는 주권의 한 가지 형태이며 일정한 권위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_ 제프리 잉햄, <돈의 본성>, p29


 국채를 보유한 이들이, 국가가 이자와 원금을 갚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방대한 관료제가 징수하는 조세 수입을 담보로 잡았기 때문이었다.(Brewer, 1989). 국가, 채권자들, 조세 납부자들 사이의 이러한 협정(즉 국가 차입의 수준과 세율)은 의회에서 협상되고 또 세밀하게 검토되었다.(North and Weingast, 1989). 화폐와 재화의 비율 즉 화폐의 구매력이 귀금속과 다른 상품들 사이의 시장 교환 비율로 직접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화폐 당국은 자신들이 고정시켜 놓은 황금과 은행권 사이의 태환 비율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본주의의 화폐는 대개 그 역사의 기간 동안 공공 금속 주화와 사적 신용이 변형되어 서로 통합된 이중적 또는 혼성적 체제에서 생산되었다. _ 제프리 잉햄, <돈의 본성>, p279


 제프리 잉햄은 <돈의 본성>에서 화폐를 가치 중립적인 경제재로 보지 않는다. 기존 경제이론에서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균형점에서 이자율이 도출된다고 해석한다면, 저자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치열한 세력다툼의 협정으로 맺어진 결과로 이자율을 설명한다. 이처럼 화폐의 본성과 관련하여 정치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정통경제학 논리 대신 정치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돈의 본성에 접근하는 하는 저자의 접근법은 경제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 스스로의 말처럼 그의 이론이 다소 이단(異端)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정치적인 해석은 시장에 국가 개입에 합당한 명분을 제공하기에 이상적인 시장 모델이라는 이데아 대신 보다 현실적인 모형으로, 역사 속에서 국가(state)와 자본주의(capital)을 묶는 공통요인을 생각하게 만든다.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 ~  )의 '자본주의capitalism = 국가 state= 민족 nation' 도식에서 화폐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사색이 될 것이리라...


 자본주의 전체 구조 차원에서 볼 때 가장 근본적인 투쟁은 생산적 자본과 노동 사이의 투쟁이 아니라 채무자 계급(재화 생산자 및 재화 소비자)과 채권자 계급(화폐 생산자 및 화폐 통제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이다. 이 투쟁의 중심은 장기와 단기라는 두 가지 이자율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그 자신이 채무자이므로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갖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이러한 투쟁이 벌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 갈등하는 여러 집단들 사이에 '협정'이 맺어질 때 그 협정의 준거를 표상하는 것이 여러  종류의 이자율인 것이다. 중앙은행은 이 투쟁에서 주요한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된다. _ 제프리 잉햄, <돈의 본성>, p320

이단적 전통 안에서 네 가지 논지를 찾을 수 있다. 화폐는 근본적으로 추상적 가치 측정 수단이다. 화폐는 청구권 또는 신용/채권으로 구성된다. 국가 또는 권위는 화폐의 근본적 기초다. 화폐는 경제적 과정 속에서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 P125

요약하자면, 이단적 화폐론은 화폐를 중립적이지 않은 ‘생산력‘이라고 본다.(Minsky, 1986) 이단적인 화폐 분석은 비록 방법은 다양해도 공히 화폐가 사회/정치적으로 구성되는 동시에 제정되는 것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지적한다. 즉 화폐는 그 어떤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다. - P128

권력, 성공, 부채, 화폐 창출 사이의 관계는 실로 복합적이다. 여기에는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 활동이 순탄히 이루어질 뿐 아니라 시중에도 신용을 팽창시켜 자금 차입자들에게 더욱 조건으로 신용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선순환 고리가 내포되어 있다. 이를 통해 경제활동이 자극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조세 징수 또한 유리하져서 그 수입으로 국채의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도 또한 좋아진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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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 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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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존엄성을 믿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다른 사람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스스로 판단한 바에 따라 각자의 능력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의 동등성에 대한 믿음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균등성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각자는 자유에 대해 평등할 권리를 가진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302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1912 ~ 2006)의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는 최소 정부를 지향하는 시카고 학파의 사상, 이른바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의 핵심이 잘 드러난 책이다.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자유(自由, freedom)'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인가? 그것은 정부의 제약으로부터 제약이며, 본문에서는 하이에크(Friedrich Augustvon Hayek, 1899 ~ 1992)의 '노예 serfdom'로도 설명된다.


 자유주의자는 근본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두려워한다. 그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개개인에게 따로따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유주의자는 시장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정부에 부여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82


 프리드먼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정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개인의 존엄성에 기반하여 시장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이익에 충실했을 때 시장은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효과적으로 최대의 생산물을 산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바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완벽하게 조정될 수 있는 세상. 여기에 정부가 자리할 곳은 없다. 


 외부효과라는 이름으로 다뤄온 것들과 같은 고려사항들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부 개입을 합리하는 데 이용돼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합리화는 외부효과라는 개념을 정당하게 적용한 것이라기보다는 불리한 내용은 뒤로 빼놓고 유리한 내용만을 내세워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일장일단이 있다. 그것은 정부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고,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외부효과가 어느 정도로 큰 규모라야 이를 극복하는데 드는 특정한 비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지도 알기 어렵거니와, 그 비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분산하기란 훨씬 더 어렵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71


 기업독점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사실은 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p198) ... 정부운영 혹은 정부 감독 부문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히 성장해왔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는 독점의 범위가 증가하는 경향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99


 프리드먼은 실물경제에서 시장의 실패 - 기술독점과 외부효과 등 -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도 불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화폐시장에서 정부지출의 효과 - 승수효과(乘數效果, fiscal multiplier)도 불확실하기에 정부개입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해석하며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와 대립각을 세우고,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저자는 이러한 '최소정부'에 기반해서 사회 전반의 문제를 논평한다.


 정부 지출의 증가는 화폐소득을 증가시킬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증가는 전부 정부 지출에 의해 흡수되어버린다. 민간 지출은 불변이다. 그 과정에서 가격은 상승하거나 적어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민간 지출의 실질액을 오히려 줄어들게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 지출의 감소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논리들이 성립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44

 기본적으로 프리드먼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균형(equilibrium)에서 출발한다. 수요와 공급이 완전하게 일치한 완전한 시장.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해서 가격과 수량이 결정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이상의 세계. 그곳은 유토피아(utopia)다.


 미국이 대체로 국제수지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하고...(p114)


 그렇지만, 과연 현실의 경제문제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일까. 프리드먼이 말한 시장의 원리가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이윤이 나지 않는, 그렇지만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가 거래되는 시장(시외버스, 마을버스)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참가자가 있을까? 또는, 반도체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바로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 기술장벽 없는 시장이 오늘날에는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정부의 독점과 노동조합이라는 카르텔에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기업의 독점과 카르텔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프리드먼의 논리는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적 담합이나 카르텔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담합 등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없다면 불안정하고,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카르텔의 결성으로 인하여 가격이 인상되면 제3자는 그 산업에 신규 진입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높은 가격은 참여자들이 그 가격으로 팔고자 하는 수준 이하로 판매량을 제한함으로써만 기능하게 되므로 각 참여자들 개별적으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하여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12


 만약에 노종조합이 특정 직업이나 산업의 임금을 인상하면, 그 직업과 산업에서의 고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더 많은 사람이 다른 직업을 찾게 되고, 이는 다시 그 직업의 임금 수준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노동력의 사용을 왜곡함으로써 일반 대중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전체에 대해서도 피해를 주었다. 노동조합은 또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기회를 줄임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수입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어왔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02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론을 담고 있는 <자본주의와 자유>의 논지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자격증과 같은 진입장벽을 부정하는 프리드먼의 논지 안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저자는 케인즈의 승수이론을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이론이라 비판한다. 그의 비판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정부의 투자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결국 민간투자만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논지로 그의 자유주의를 비판하게 된다. 완벽한 자유주의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마치 인간의 모세혈관처럼 미칠 수 있다면, 그의 이론처럼 될 수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시장은 그런 곳이 아니다. 이윤이 생기지 않는 곳에서는 한계인간들만이 시장에 참여할 곳이고, 승자들의 논리가 적용되는 게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그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결국 사회의 손끝과 발끝부터 모세혈관은 죽어가고 대동맥만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살아 남는다면, 몸통만 남은 절반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제문제의 출발은 균형점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불균형점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의과대학의 입학허가를, 그리고 나중에는 의사면허를 통제하는 것은 그 직업에 대한 진입을 이중으로 제한한다. 더욱 노골적인 통제는 많은 수의 지원자들을 단순하게 탈락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보다는 덜 노골적이지만 아마도 훨씬 더 중요한 또 다른 통제는, 입학허가와 면허발급의 기준을 강화시켜 젊은이들로 하여금 의과대학에 입학하려는 노력을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38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발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급격히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64

자유는 개인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를 내포하는 개념이 아니며, 매사를 포괄하는 윤리도 아니다. 실로 자유주의자의 주된 목적은 윤리적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문제는 자유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들, 이를테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자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강조한다. 하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관련된 가치로서, 자유주의자는 바로 이 맥락에서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이 스스로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과 관련된 가치로서, 이는 개인윤리와 철학의 영역이다. - P41

우리는 우리 이외의 세상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신봉하며 그것을 실천하려 합니다. 누구도 당신들에게 자유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당신들에게 전폭적인 협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장은 당신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여기서 당신들이 팔 수 있고, 팔고 싶은 것들을 파십니오. 그 수익을 이용하여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사십시오. - P130

차별을 정의하고 해석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은 그 차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 차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아 이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이란 말에 자신이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기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 P182

정부가 만들어낸 일종의 독점으로서 이제까지 논의했던 것들과는 원리상 전혀 다른 것이 있는데, 발명자들에게 부여하는 특허권과 저작자들에게 부여하는 저작권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재산권을 구성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여태껏 논의한 독점들과는 다르다... 특허권과 저작권의 경우, 한눈에 보아도 재산권으로 인정해주어야 할 강력한 근거가 분명히 있다. - P206

기업에 자선 목적의 기부를 허용하고, 소득세 공제를 허용하는 현재의 정책방향은 소유와 통제를 실제로 분리시키고 우리 사회의 기본 성격과 본질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한 걸음 더 멀어져서 법인형 국가 corporate state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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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4-25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윤탱이 읽고 감명 받었다는 저자네요. ㅎㅎ 저는 요즘 돌아가는 판세 보면 경제학자들의 조언이 과연 맞나 싶습니다. 제조업체들 다 외국으로 보내던 미국이 다시 자기 나라에 유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부의 경제 가치관이 중요하긴 하구나 싶습니다. 저의 경제를 발가 벗겨 먹으려는 미국이 요즘처럼 싫은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윤탱은 그렇게 밀턴 프리드먼 좋아하면 프리드먼처럼 의대정원 자유화 하면 되겠네요. 프리드먼도 이런 건 좋네요!!

겨울호랑이 2023-04-25 08:20   좋아요 3 | URL
네,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의 경제철학(?)이 밀턴 프리드먼에 기반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시장자유화를 강조하면서 미분양아파트를 정부가 사들이거나, 외환시장의 환율방어를 위한 개입은 왜 하는 것이며, 이와 반대로 쌀 수매에는 왜 시장자유를 외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원할 때는 상대를 공산세력으로 규정하고 반공을 외치며,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는 자유를 강조하며 두 손 놓고, 강자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노예의 길‘로 잘도 끌고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지음, 김원기 옮김, 유종일 감수.해제 / 갈라파고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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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경제학에 대한 센의 가장 독특한 공헌은 평가의 기준으로서 효용, 소득 또는 상품 등을 넘어서서 건강이나 수명, 교육수준, 정치적 자유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그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센은 개인의 역량 capability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역량이란 한 개인이 달성할 수 있는 기능 functioning들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고 정의된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8/264

아마르티아 센 (Amartya Sen, 1933 ~ )의 <자유로서의 발전 Development As Freedom>을 읽기 전 먼저 두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자유(Freedon)와 발전(Development). 그리고, 개념 정의보다 앞서 숨겨진 주어와 시점에 대한 공감이 선행되어야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자유와 발전인가. 저자인 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국가 단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거-현재-미래를 논한다. 그렇지만, 자유를 '기업'을 주체로, '회계년도'를 시간적 범위로 한정한다면, 하이에크(Friedrich Hayek, 1899 ~ 1992)의 <노예의 길 The Road to Serfdom>의 다른 제목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다.

자유들은 발전의 기본적 목표일 뿐만 아니라 주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자유의 평가적 중요성을 기본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함께 우리는 여러 종류의 자유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실증적 연관관계도 이해해야만 한다. 정치적 자유는 (언론의 자유와 선거라는 형태로) 경제적 안정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적 기회는 (교육과 의료 시설의 형태로) 경제적 참여를 용이하게 해준다. 경제적 용이성은 (교역과 생산에 참여할 기회의 형태로) 개인적 부유함뿐만 아니라 사회시설을 위한 공적자원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 다른 종류의 자유들은 서로를 강화시킬 수 있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27/264

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자유를 '선택'의 자유로 정의한다. 기근은 '먹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단식은 '먹지 않는 선택'이다. 센에게 자유는 이러한 선택의 기회 확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발전은 현재에서 미래로 향하는 기회의 확대를 의미한다. 센은 파레토 최적(Pareto Optimum)과 현실태(現實態)를 말하는 대신, 가능태(可能態)에 집중한다.

발전이란 우리가 영위하는 삶과 우리가 향유하는 자유를 증진시키는 것과 관련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의 확장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장애를 줄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끼침으로써 우리가 더 완전한 사회적 인간이 되도록 한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31/264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체제를 통한 정치적인 합의점 도출이 우선되어야 하고, 합의점에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 보건 등의 분야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경제적으로 늘어난 기회를 제공하며, 이러한 선순환 구조 속에서 '자유는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논지에서 본다면, 센의 민주주의는 '자유'를 유지/발전하는 필요충분한 조건을 갖춘 제도라 할 수 있다. 제목만으로 본다면 자칫 신자유주의 책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자유로서의 발전>이지만, 이러한 센의 개념을 잡고 들어간다면, 인류 전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경제철학자 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만을 가질 이유가 있다면, 대부분의 경제학에서 불평등을 매우 좁은 영역, 즉 소득 불평등만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겼다는 사실에 있다. 이러한 협소한 시각은 불평등과 평등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들을 간과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경제정책의 형성에 더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책 논쟁은 소득 빈곤과 소득 불평등을 강조함으로써 왜곡되었고, 실업이나 건강, 교육의 부족, 사회적 배제 같은 다른 변수와 관련된 박탈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92/264

기근이란 정부가 막고자 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선거와 자유 언론이 존재하는 복수정당제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는 기근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강력한 정치적 인센티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적 장치의 형태로 정치적 자유가 경제적 자유(특히 심각한 기아로부터 벗어날 자유)와 생존의 자유(기근으로 인한 사망을 피할)를 보장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4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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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21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을 읽으니 든 생각이, 어느 나라의 창고엔 곡식이 썩어 가고 있고 어느 나라에선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는 이들이 있고... 세계인이 하나로 뭉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어느 땅에선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네요.

겨울호랑이 2023-04-21 16:32   좋아요 1 | URL
많은 이들이 인류와 세계 공동체를 생각하고 있지만, 국가를 넘어선 일체감은 좀처럼 공유되지 않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국가에 부여된 권력이 강한 탓과 국가, 민족 단위로 전쟁을 치뤘던 역사적 경험이 ‘하나된 인류‘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에서처럼 외계인의 침공만이 전 인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농담처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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