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원이다. 석유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 공급 측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나라들이 있고, 수요 측에는 미국을 필두로 일본과 유럽연합, 중국이 있다. 특히 OPEC와 미국이 석유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OPEC는 안정적인 석유 수입을 위해서 배럴당 22 ~ 28 달러에서 가격을 맞추려 하고 있고, 미국은 좀 더 확실한 공급원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이것이 석유를 둘러싼 현재의 정치 지형이다.(p87)'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사진] 중동에 집중된 석유(출처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A century of war, Anglo-American oil politics>은 미국 제국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軸)으로서의 '석유'를 바라보고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과거 영국의 파운드 스털링화의 가치는 '금(Gold)'에 의해 유지되는 반면, 미국 달러의 가치는 '석유(Petroleum)'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힘은 군사력과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힘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생산품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석유에 대한 통제까지 이루어지면서 미국의 세계 지배는 더욱 공고히 된다는 것으로 이들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결합이 된다.


 1. 미국 지배권의 두 축 : 군사력과 달러


 '자유, 평화, 민주주의라는 미사여구를 벗겨내고 나면 미국의 세기는 다른 나라들에 군림하는 미국의 분명한 지배권(헤게모니)에 기초하고 있다. 그 지배권은 2개의 축에 의지했다. 한 축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로 어떠한 강대국 연합 세력도 도전할 수 없는 우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 군사력의 독보적인 역할이었다.... 미국 힘의 다른 한 축은 세계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독보적인 역할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독특한 역할을 확립하기 위해 1944년 브래턴우즈 체제를 수립했다. 달러는 그것을 보증하는 데 단 한 덩어리의 금이 없게 된 후에도 오랫동안 준비통화의 역할을 했다.(p15)... 군사 지배와 통화 지배가 결합된 힘 덕분에 미국은 종이 증서인 달러를 끝없이 찍어내어 그것을 공학적으로 잘 디자인 된 자동차, 기계류, 섬유와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제품과 교환하기 위해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에게 뿌리는 부러워할 만한 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온 세계가 종속되어 있는 달러 채무라는 체제를 만들어내며 더욱 많은 달러화 부채로 수입품들을 사들였다. 이러한 특별한 지배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 되었고, 끝없는 무역 불균형을 유지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러화를 팽창시켰으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적/공적 부채를 증대시켰다. (p16)'


2. 달러와 석유의 결합


 '1971년 브래턴우즈 금본위제가 종식된 이후 달러화는 더 이상 금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대신 달러화는 아브람스 탱크, F-16 전투기와 미국 핵무기 따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었다. 전후 미 산업경제 기반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를 지탱한 두 번째 요인은 1973 ~ 1975년 사이에 약 400퍼센트에 이르는 유가 폭등이었다.... OPEC 오일 판매를 다른 어떤 통화도 배제한 채 오로지 달러화로만 결제하도록 보장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비밀 군사정치협정은 미국의 세기의 수명을 19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연장시키는 기반이 되었다.(p373)'


[사진] 다변화된 석유시장(출처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또한, 책에서는 군사력, 기축통화, 원자재 시장의 지배력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이전 세계의 공장으로서 기능하던 미국이 전략적인 목적으로 일본과 남한의 경제적 부흥을 지원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강의 기적'은 미국의 의도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된다. 


 '1971년 이후 미국은 한때 성공적이었던 자국의 산업경제를 차근차근 공동화해버렸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힘에 대한 아시아쪽 대항세력으로서 일차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일본의, 그 뒤엔 남한의 부상을 허용했다. 그것은 무슨 우호 정신의 발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전적인 "세력균형" 지정학의 미국판일 뿐이었다.(p372)'


 그렇지만, 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는 이후 미국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방해로 지적된 이후 제거 목표가 된다. 이후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호랑이 경제권 국가들은 석유달러 통화질서 속에서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며, 이들의 자리를 2001년 이후 WTO에 가입한 중국이 대신하게 된다.


 '전후 시기에 일본식 모델은 일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전후 시기에 일본식 모델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기타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육성되었다. 1980년대에 이렇게 급속히 성장한 경제권은 호랑이 국가들이라 불렸다.(p311)... 1990년대에 미 정부가 요구하던 달러화 자유시장 체제를 세계로 퍼뜨리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소련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보다도 자급자족적인 아시아의 호랑이 경제권이었다.(p312)... 일단 자본 통제가 완화되고 해외 투자가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가도록 허용되자 한국과 다른 호랑이 경제권들은 해외 달러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휩쓸리게 되었다.... "펀드들은 태국, 인도네시아,한국을 쉽사리 강탈한 후, 떨고 있는 그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에 넘겨주었는데, 이는 그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황폐해진 국가에서 채무 불이행 차관에 집착할 서방 은행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p313)'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속에서는 20세기 이후 영국의 '파운드화-석유의 패권'으로부터 미국의 '달러-석유' 패권이 어떻게 유지되어왔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들의 패권에 도전한 결과 러시아는 1905년 러일전쟁의 패전을 겪었으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프랑스의 드골은 정권을 잃게 되었음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석유(石油)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석유가 결코 축복받은 재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만일, 우리 나라 주변에 많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었다면 남북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쿠웨이트처럼 매장량이 많은 지역별로 독립 국가로 쪼개졌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종교가 공존(共存)하지 못하고 분열되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에서 수탈할 자원이 없었기에 경제적으로 원조받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가난을 극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지난 100여년의 시간동안 영국-미국의 패권의 기본은 한결 같았다.


 '100년 전 파머스턴경이 대영제국을 두고, "우리에게는 어떠한 친구도 없다. 오로지 이해관계만 있을 따름이다"라고 썼듯이 말이다.(p372)'


 이처럼 미국은 대외 관계에 있어서 철저하게 이해관계를 따지는데 반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나라 일각에서 미국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이 연상된다.


 '켓살코아틀(Quetzalcoatl)은 아스테카 사회에서 삶을 부여해주는 최고의 신이었고, 이와는 반대로 우이칠로포슈틀리(Huitzilopochtli)는 전쟁의 창시자이자 죽음의 신이었다. 켓살코아틀은 다른 영웅들처럼 추방당했고, 방랑자였지만, 그는 사라지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영웅이었다.(p131)... 때는 왔다. 세 아카틀, 즉 제1의 사탕수수 해(Uno Cana)가 가까워올 무렵, 아스테카의 세계는 갖가지 징조로 가득 찼다... 테스코코의 왕은 금발에 턱수염을 기른 신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이 이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었다.... 해안에서 전령이 도착해서 금은을 두른 복장을 하고 네 다리를 가진 짐승 위에 올라탄 남자들을 태운 떠다니는 집이 동쪽에서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을 때 목테수마의 고뇌는 편해졌다. 이들은 백인들로서 얼굴에는 턱수염을 길렀고, 그들 중 몇몇은 금발이었으며 벽안의 눈을 가졌다. 목테수마는 한숨을 돌렸다. 이제 고뇌의 시간은 사라졌다. 신들은 다시 귀환했고 예언은 실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 Monroy Pizarro Altamirano, 1484 ~ 1547)는 자신을 신으로 생각해본 적이 결코 없었다.(p134)'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일부이긴 하지만)우리에게도 아스텍 인들처럼 막연히 백인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아즈테크를 멸망시킨 코르테스처럼, 아마 미국인들 자신도 자기들이 산타클로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리라.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2-11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2-15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사진 속의 연의는 좋아하는 책을 들고 있는 건가요.
겨울호랑이님,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12-15 18:12   좋아요 2 | URL
^^: 아 저 사진은 인증샷입니다. 옷은 고모에게, 책은 할머니에게 받아서 인증샸을 찍었지요.ㅋㅋ 서니데이님 밤에 눈이 온다하니 늦은 시간 외출하신다면 눈조심하시며,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