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신서 1190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막스 베버(Maximilian Carl Emil Weber, 1864 ~ 1920)는 <직업으로서의 정치 politik als Beruf>를 통해 정치가(政治家)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글의 서두에서 주로  '직업 정치가'의 등장배경과 근대적 정당의 형성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직업 정치가의 자질이 무엇인가를 도출한다. 그리고, 뒤이어  '윤리(倫理)' 문제가 제기된다. 


'어떤 종류의 인물이라야 감히 자기 손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여도 좋은가라는 문제는 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p105)'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저자답게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의 자질과 윤리의 문제를 결합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가의 모습을 끌어내고 있다. 이번 리뷰를 통해서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나타난 정치인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막스 베버( 출처 : 위키백과)


1. 직업 정치가의 자질


 막스 베버는 정치가에게 중요한 세 가지 자질은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세 가지 자질이 정치인에게만 필요한 덕목일까?


 '정치가에게는 주로 아래 세 가지 자질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열정이란 하나의 대의 및 이 대의를 명령하는 주체인 신, 또는 데몬에 대한 열정적 헌신을 의미하며, 그런 이상 이 열정은 객관적 태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열정은 헌신과 동시에 바로 이 대의에 대한 우리의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열정이라야 하며...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입니다.(p106)'


  사실, 이상의 세 자질은 모든 직업군에 있어 공통적으로 중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가가 다른 직업에 있는 이들과 차이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차이는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權力)의 추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권력 그 자체를 숭배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의 신념(信念) 문제가 제기되고, 이와 연계되어 정치가의 윤리 문제 또한 언급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권력추구가 <대의>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성을 결여한 채 순전히 개인적 자기도취를 목표로 하는 순간, 그때부터 정치가-직업의 신성한 정신에 대한 배반이 시작됩니다.(p108)... 비록 권력은 불가피한 수단이고 권력지향은 모든 정치행위의 추동력 가운데 하나이지만, 순전히 권력 그 자체를 숭배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력을 왜곡시키는 가장 해로운 행태입니다.(p109)'


 '정치가의 권력지향과 권력사용의 목적인 이 대의가 어떤 내용의 것이어야 하는지라는 것은 신념의 문제입니다... 그는 하나의 <이념>에 헌신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이념에 헌신한다는 이런 생각 자체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면서 일상생활의 외적 목표에 헌신하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이든 하나의 신념이 있어야만 합니다.(p111)'


2. <절대윤리>와 <정치>


 절대윤리는 크게 '신념윤리(올바른 행동을 하고 결과는 신에게 맡기는 원칙)'와 '책임윤리(우리 행동의 예견가능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원칙)'으로 나뉠 수 있다. 


 '<결과>를 중시하지 않는 윤리, 그것이 곧 절대윤리입니다.(p120). 윤리적으로 지향된 모든 행위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서로 전혀 다른, 화합할 수 없이 대립적인 원칙 가운데 어느 하나에 따라 수행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하나는 <신념윤리적>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윤리적> 원칙입니다.(p121)'


 다만, 현실에서 '선(善)-악(惡)'의 문제는 '목적-수단'의 문제와 결합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치인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추종자들의 행동 역시 정치가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은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하여 처신을 해야하 것이다. 정치는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세계의 그 어떤 윤리도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은, <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경우에 도덕적으로 의심스럽거나 위태로운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정적 부작용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을 감수할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윤리적으로 선한 목적이 윤리적으로 위태로운 수단과 부작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세계의 그 어떤 윤리도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폭력적) 강제력입니다.(p123)'


 '정치가의 행위에서는, 선한 것에서는 선한 것만이, 악한 것에서는 악한 것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일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정치적으로는 정말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p127)'


 '지도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추종자들 -그가 필요로 하는 홍위병, 밀정들, 선동가들 등-에게 상기한 보상들이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가 이러한 조건하에서의 활동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는 그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추종자들의 행위에 깔린, 윤리적으로 대부분 저열한 동기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p132)'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 특히 정치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기한 윤리적 역설들을 자각하고 있어야 하고, 또한 이 역설들의 중압에 눌려서 그 자신이 변질된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p135)'


3. 정치인 :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는 자


 결론적으로, 정치인은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기본 자질로 갖춘 이로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치적 행위를 하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헌신할 수 있는 자(者)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의 신념은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조화시키는 윤리적인 신념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덕목을 갖췄을 때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소명(vacation)을 가지고 있다고 베버는 주장한다.


 '정치는 확실히 머리로 하는 것입니다만, 머리로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점에서 신념윤리가들의 입장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신념윤리가로 행동하는 것이 옳은 지, 아니면 책임윤리가로서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지시할 수 없습니다.(p138)'


 '이렇게 볼 때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서로 절대적 대립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으며 이 두 윤리가 함께 비로소 참다운 인간,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것입니다.(p139)'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직후 이루어진 강연 내용을 기초로 저술된 책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막스 베버는 근대 정당 정치의 역사를 통해 정치인의 자질과 신념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패전(敗戰) 이후의 극심한 혼란 상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응답을 우리는 막스 베버의 글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당대 석학(碩學)의 조언은 전후 독일 정치에 도움이 되었을까?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지도자도 영웅도 아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희망의 좌절조차 견디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 아직 가능한 것마저도 달성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p142)'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전후(戰後) 독일의 선택을 살펴본다면, '윤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단단한 의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일방적인 추종과 선택이  '나치 독일'이라는 비극을 낳게 한 것은 아닐런지.. 그런 관점에서 정치인의 세 가지 자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 아닐까 생각을 정리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사진] 독일 제3제국(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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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2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0-13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추운 가을이 되었어요.
아침엔 더 춥고요.
겨울호랑이님,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금요일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10-14 08:09   좋아요 1 | URL
^^: 날이 이제는 정말 춥네요. 추석 연휴에는 반팔옷을 입었었는데, 마치 옛날 같네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AgalmA 2017-10-15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아... 히틀러 찬양 다큐 한 장면인지 사진인지 사진 구도가 예술이네요.
<공산당 선언> 서설 한 대목이 생각나는군요. 마르크스-엥겔스가 청년헤겔학파 인본주의의 교화적, 준종교적 성격 비판하다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인본주의와 사회주의와 윤리 문제도 거칠게 재단하게 된 딜레마가.... 균형감각 맞추기 쉽지 않죠^^;;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모순 드러나면 화들짝ㅎㅎ 늦게라도 알면 다행인데 우기다가 균형이 안드로메다 가는 일이......

겨울호랑이 2017-10-15 09:18   좋아요 1 | URL
^^: AglamA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종교 등 형이상학적인 것을 비판하면서 유물론을 주장했던 ‘공산주의‘가 또 하나의 종교가 된 딜레마는 참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르크스-엥겔스 역시 현상을 지칭하는 단순 명사를 하나의 ‘실체‘로 오인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체 없는 허상‘을 실체처럼 비판하다보니, 정작 자신도 ‘허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거칠게나마 20세기 이데올로기 문제는 대개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