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의미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共鳴)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음의 황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신화는 인간 삶의 영적 잠재력을 찾는 데 필요한 실마리인 것이지요.(p29) <신화의 힘> 中


 조셉 캠벨(Joseph Cambell, 1904 ~ 1987)과 빌 모이어스(Bill Moyers, 1934 ~ )는<신화의 힘 The Power of myth>을 통해 '신화(神話, Myth)'가 현대 우리 삶에서 주는 의미에 대해 말한다. 단순한 옛날 이야기로 생각하기 쉬운 신화가 과연 '잠재력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신화는 우리 삶의 단계, 말하자면 아이에서 책임 있는 어른이 되고, 미혼 상태에서 기혼 상태가 되는 단계의 입문 의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런 의례가 곧 신화적인 의례인 것이지요. 우리는 바로 이런 의례를 통해 우리가 맡게 되는 새로운 역할, 옛것을 벗어던지고 새것, 책임 있는 새 역할을 맡게 되는 과정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p41) <신화의 힘> 中 


 자연은 곧 우리의 본성이고, 신화에 등장하는 멋진 시적 표현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반영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외부적인 이미지에 갇혀 있어서, 신화적 이미지를 읽으면서도 그것을 우리 자신과 관련시키지 못하면 제대로 읽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내면의 세계는, 외면의 세계와 접하는 우리의 요구와 희망과 에너지와 구조와 가능성이 반영된 세계입니다. 외계는 우리가 드러나는 세계입니다. 우리의 세계가 바로 이 외면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내면의 세계, 외면의 세계와 함께 발을 맞추어야 합니다.(p118) <신화의 힘> 中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신화의 역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회에서 의례(儀禮)를 통해 사람들은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고, 내면 세계를 표현하게 되는데, 사회적으로 신화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외면의 표상을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 우리 내면을 바르게 표현하기 위해서도 신화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신화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이유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깨닫는 것이다. 우리의 허상(虛像)이 아닌 실상(實像)을 바로 보기 위해 우리는 삶의 근원으로 내려갈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모험을 하는 이를 캠벨은 '영웅(英雄, hero)'라 부른다.


  우리는 신의 이미지에 따라 만들어졌어요. 이것이 바로 인간의 궁극적인 원형이에요. 우리 삶의 시작에는 두려움도 없고 욕망도 없어요. 그냥 시작되는 것일 뿐이에요. 그러다 존재하게 되니까 여기에서 두려움과 욕망이 시작되는 겁니다. 두려움과 욕망을 버리고, 우리가 시작되었던 바로 그 한 점으로 돌아가보세요. 이 한 점이 바로 요체랍니다.(p394)... 이 발화점은 존재의 모습이 확정되기 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세상의 선악과는 무관하고, 공포도 없고 욕망도 없는 순수무구한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끊임없이 생성되는 삶의 모습입니다.(p395) <신화의 힘> 中


 우리 삶의 에너지는 바로 무의식의 심층에서 솟아오릅니다. 우리 삶은 어디에선가 쉴새없이 솟아오르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세상으로 끊임없이 생명을 내어보내는 곳, 이곳이 바로 무궁무진한 에너지의 근원인 것입니다.(p393)<신화의 힘> 中 

 

 캠벨에게 영웅은 세상을 구원하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세계를 화해시키는 노력을 하는 이, 자신의 이기적 욕심을 벗어나 초월하는 존재가 캠벨이 말하는 영웅이며, 영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저자의 다른 작품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기왕에 해석되어 있는 경험에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는 용기, 이게 바로 영웅의 용기입니다.(p89)... 신화가 지니는 중요한 문제는 인간의 마음과, 다른 생명을 죽여 그것을 먹이로 삼는 잔혹한 삶의 전제 조건을 화해시키는 것이지요.(p91)... 인간의 마음과 삶의 조건을 화해시키는 일, 이것은 창조 신화의 기본 구조를 이룹니다.(p92)<신화의 힘> 中


 영웅의 시련에서 핵심은, 자신을 버려서 자신을 더욱 높은 목적, 혹은 타인에게 준다는 겁니다. 이것만 알면 이 자체가 바로 궁극적인 시련이라는 걸 깨달아낼 수 있지요. ... 결국 모든 신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의식의 변모입니다... 시련과 계시, 이것이 바로 변모의 열쇠인 겁니다.(p234) <신화의 힘> 中


 시련과 이의 극복을 통해 영웅은 궁극적인 깨달음의 단계에 도달된다. 모든 시공간( Time- Space)을 넘어선 영원(永遠) 속에서 영웅의 모험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지향한다. 그리고, 그의 모험은 자신안에서 서로 다른 두 세계(몸-마음, 필멸-불멸, 삶-죽음 등등)을 통합시키고 만물이 하나됨을 진정으로 알았을 때 끝나게 된다.


 속세의 근원은 영원입니다. 영원은 스스로 이 세상으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신에 관한 기본적인 신화적 관념이 바로 영원입니다. 신은 하나여도 속세에 내려와서는 여럿으로 나뉘어 우리 안에 거하게 되지요. 그런데 영원이라는 것은 모든 생각의 범주 너머에 있습니다.(p102)... 끝나지 않는 시간과 영원은 달라요. 영원은 시간 너머에 있어요. 시간이라는 개념은 이미 영원을 나타낼 수 없어요.(p405)  <신화의 힘> 中


 '초월자'라는 말의 본뜻은 모든 개념을 초월해 있는 자라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의 경험을 한정시키는 감각 능력을 형성시킵니다. 우리의 감각은 시공의 장에 갇히고, 우리의 마음은 생각의 범주라는 틀에 갇혀 있습니다.(p126)... 무엇이든 궁극적인 실재는 존재와 비존재의 모든 범주를 초월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있느냐, 없느냐는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p127) <신화의 힘> 中


 깨달음이란, 만물을 통해 영원성의 찬연함을 인식하는 일이지요. 이 만물이라는 것은 이승에서는 선한 것으로 판별될 수도 있고 악한 것으로 판별될 수도 있는 것인데, 바로 그 이면을 꿰뚫어보아 버리는 것이지요. 여기에 이르면 속세적 욕망이나,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놓여납니다.(p301)... 필멸(必滅)의 팔자와, 우리 안에 있는 초월적 영생불사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p409)... 형이상학적 깨달음이란 '우리'라고 하는 존재가 사실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깨달음, '우리'라는 것은 한 생명의 두 측면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실재는 모든 생명을 동일시하고 통합하는 데서 비롯됩니다.(p211) <신화의 힘> 中

 

 <신화의 힘>에서 캠벨은 '신화'가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며, 전통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개인적으로는 삶의 근원을 깨닫고 자신을 변모(transformation)하는 도구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신화의 사회적 기능과 개인적 기능은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하지만, 때로는 충돌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캠벨은 다음과 같은 말로 '깨달음'을 강조한다. 깨달음을 통해 우리 삶의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신화가 현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된다.


 중요한 것은 영적 수련입니다.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고요. 사람은 사회를 섬겨야 하게 되어 있지가 않아요. 사회가 사람을 섬겨야 하지요. 사람이 사회를 섬기게 되면 우리는 괴물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p34) <신화의 힘> 中


[사진] Darth Vader(출처 : www.starwars.com/databank/darth-vader)

 

 <스타워즈>의 등장인물들이 쓰고 있는 가면은 현대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진짜 괴물 같은 힘을 상징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우리 삶에 대한 위협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속한 시대의 역사를 사는 법을 익히는 일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p265) <신화의 힘> 中


 마지막으로, 가면(mask)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다스베이더(Darth Vader)가 쓰고 있는 '가면'은 이어지는 캠벨의 신화 4부작의 핵심어(key word)이기도 하다. '가면'을 통해 무형(無形)의 존재가 유형(有形)의 존재로, 영원의 존재가 현세에 임하면서 축제가 생명력을 얻는다는 <신의 가면> 속의 가면과 스타워즈(Star Wars)의 가면은 다른 의미를 지니겠지만, 캠벨의 저작에 흐르는 일련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축제에서 가면은 그것이 표현하는 신화적 존재의 참된 환영(幻影, apparition)으로 숭배되고 경험된다. 가면을 만든 것은 사람이며 그것을 쓰고 있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신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은 의례가 행해지고 있는 동안 그 신과 동일시된다.... 그러한 신의 환영은 구경꾼과 행위자의 감정에 실제적인 힘을 미친다.(p35) <신의 가면 1 : 원시신화> 中


 

 위에서 보듯 <신화의 힘>은 캠벨의 신화학에 대한 개론적인 내용이 많이 담긴 책이기에, 신화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라 여겨진다. <신화의 힘>의 대담 내용은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경우 <The Power of Mtyh>은 좋은 대본집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마무리한다. 


PS. Episode 1,2 편은 조회가 되지 않기에 3편부터 시청해야 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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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7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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