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쓸 무렵 나는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집 한 채를 손수 지어 홀로 살고 있었다. 그곳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마일쯤 떨어진 곳이었으며, 나는 순전히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2년 2개월 동안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문명 생활의 일원으로 돌아와 있다.(p9) <월든> 中


 2015년 7월 25일부터 시작한 시골학교에서의 생활을 다음 주면 마무리하게 됩니다. 약 3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소로우의 월든 생활보다는 긴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월든 walden>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ry David Thoreau, 1817 ~ 1862)는 다음과 같이 자신이 월든 호숫가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월든 호숫가에 간 목적은 그곳에서 생활비를 덜 들여가며 살거나 또는 호화롭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개인적인 용무를 보자는 데 있었다.(p33) <월든> 中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p246) <월든> 中


  외부와 단절된 수도 생활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자 한 소로우와 달리 저희 가족의  시골생활의 목적은 연의 교육 문제였습니다. 아이가 어린 시절을 자연에서 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교육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골학교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2년 2개월동안 월든 호숫가를 떠나지 않은 소로우와는 달리 저는 강남역으로 출퇴근을 해야 했으니, 생각해보면 같은 시골 생활이었지만 소로우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았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계절은 바뀌었습니다.





[사진] 장평에서의 사계(by 겨울호랑이)


 이렇게 해서 내 숲 생활의 첫번째 해는 끝이 났다. 그다음 해도 첫해와 큰 차이는 없었다. 1847년 9월 6일 나는 드디어 월든을 떠났다.(p454) <월든> 中


 나는 숲에 들어갈 때나 마찬가지로 어떤 중요한 이유 때문에 숲을 떠났다.(p460)... 나는 경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p461) <월든> 中


 소로우는 위와 같은 말로 <월든>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이 얻은 바를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무엇을 얻었느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까요. 시간이 흘러야 제대로 돌아보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 곳 생활을 통해 많은 책들을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는 대답을 할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월든>의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번 글을 갈무리 합니다. 


 나의 거처는 사색을 하기 위한 곳뿐만 아니라 진지한 독서를 하기 위한 곳으로도 그 어느 대학보다 나았다. 내가 사는 곳은 그 흔한 순회도서관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나는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몇 권의 책들의 영향력 속에 과거 어느 때보다 깊이 젖어들게 되었다.(p144)... 때로는 사람들은 고전 연구가 더 현대적이고 더 실용적인 학문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탐구적인 학생은 그것이 어떤 언어로 쓰였고 얼마나 오래되었고 간에 항상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p145) <월든> 中


PS. 다시 생각해보니, 독서보다는 운전 실력이 많이 좋아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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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09 2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계...다시 도시로 가시는군요! 겨울호랑이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사진이 너무 정겹고 멋집니다!^^

겨울호랑이 2018-12-09 23:5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님^^:) 연말연시가 실감되는 요즘입니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꾸준히 같은 지점에서 시차를 두고 찍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올려봅니다. ㅋ

카알벨루치 2018-12-09 23:57   좋아요 2 | URL
사진에도 조예가 있으신가 봅니다 의도적인 시골생활이 너무 가슴에 다가옵니다 연의의 성장과 성숙에 부모님의 마음과 정성이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12-10 00:01   좋아요 2 | URL
카알벨루치님 칭찬에 감사합니다만, 요즘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좋은 덕인 듯 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0 00:03   좋아요 2 | URL
사진 찍으시는 분의 계획된 의도가 돋보입니다 휴대폰은 이차적인 것이고요 ㅎㅎㅎㅎ편한 밤 되십시오~

겨울호랑이 2018-12-10 00:05   좋아요 2 | URL
카알벨루치님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나와같다면 2018-12-10 00: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3년 넘는 기간동안 출퇴근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인생에서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를 선물 받으신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작도 응원합니다. 진심을 담아서

겨울호랑이 2018-12-10 08:53   좋아요 3 | URL
나와같다면님 감사합니다. 출퇴근 거리가 조금 멀어지게 되니 아침에 서둘러 나올 수 있어 혼잡함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좋은 점이었다 생각합니다. 나와같다면님 말씀처럼 저희 가족에게 좋은 경험이었네요 응원에 감사드리며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2018-12-10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0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8-12-10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단 운전 실력뿐이었을까요?
얻어 가시는 것들이 더 많았으리라고 봅니다^^
사계 사진 모든 계절이 좋네요!
이렇게 좋은 풍경도 담아 가시는군요.ㅋㅋ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더 좋은 날들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8-12-10 08:5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님 말씀처럼 지금 당장은 몰라도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느낄 때가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오늘 행복한 하루 되세요!

목나무 2018-12-10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빠는 출퇴근하느라 좀 고생스러우셨겠지만 따님에게는 두고두고 오래 기억에 남을 시골생활이었을 것 같아요. ^^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도 바뀌는 계절 느끼고 즐기시며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겨울호랑이 2018-12-10 08:53   좋아요 2 | URL
설해목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아빠 노릇을 한 것 같습니다. 작은 마음 하나로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었기에 저 역시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설해목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세요!

oren 2018-12-10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께서 기나긴 시간 동안 머나먼 통근길을 마다 않고 고달픈 시골 생활을 자청하신 데는 자식 교육을 위한 부모로서의 심모원려와 숭고한 희생 정신이 깔려있었군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겨울호랑이 님께서도 정확하게 인용해 주셨듯이, 소로우가 월든 호수로 간 이유는 아주 시급하고도 중요한 ‘개인적인 용무‘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건 바로 파상풍으로 급작스레 사망한 형을 추모하기 위해 책을 쓰는 일이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바로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국내에서는 『소로우의 강』으로 번역)이었고요. 그런데,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쓴 그 책이 참담한 실패를 겪고 난 뒤에야 『월든』이라는 걸작이 (비슷한 장소에서) 탄생한 사실이 재미있더군요.

오늘 문득 『주석 달린 월든』을 펼쳐 그 대목을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새롭고 흥미롭네요. 소로우의 처녀작은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자비로(=빚을 내서) 1,000권을 출판했으나, 4년 동안에 팔린 책이 290여 권에 불과했고, 그 중에서도 75권은 기증한 거라고 하고요. ‘이제 나는 거의 900권에 달하는 책이 있는 서고를 갖게 됐지만, 그중 700권 이상이 내가 쓴 책이다.‘라고 일기에 쓴 것도 나중에 출판사로부터 되돌려받은 미판매 재고분 706권을 가리키는 것이었고요. 『주석 달린 월든』에서는 ‘개인적인 용무‘를 좀 더 익살스럽게(?) ‘개인 사업‘으로 표현해 놓은 점도 눈에 띄네요.

* * *

내가 월든 호수로 간 목적은 돈을 들이지 않고 살려는 것도 아니었고 거기에서 힘들게 살려는 것도 아니었다.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개인 사업을 하고, 상식도 없으며 계획을 해서 사업을 꾸려갈 만한 재능도 없어 어리석게는 보여도 그만큼 한심하게는 보이지 않을 일을 하는 데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주석 달린 월든』)

겨울호랑이 2018-12-10 23:12   좋아요 1 | URL
에고. oren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쑥스럽습니다. 모든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다만, 제가 나중에도 아이 앞에 작게나마 노력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됩니다. oren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월든」의 숨겨진 뒷이야기가 이해가 되네요. 저는 소로우가 ‘개인적인 사업‘으로 표현한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안개 걷힌 듯 이해가 되네요. 좋은 말씀에 감사드리며, 저 역시 「주석 달린 월든」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요즘 「소로우의 자연사 에세이」를 읽고 있습니다만, 끝나는대로 읽어야겠습니다. oren님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2-10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모두가 겨울호랑이 님처럼 실천으로 옮기진 못하죠. 대단하십니다. ^^

겨울호랑이 2018-12-11 00:22   좋아요 3 | URL
^^:)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이럴 줄은 처음에는 몰랐답니다 ㅋㅋ 알았다면, 아마도... ^^:)

2018-12-11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2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2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8-12-13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자연에서 자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겠지만,
강남까지의 출퇴근이라니! 겨울호랑이님은 정말 힘드셨겠어요.

좀 더 나이가 들면 혼자 어느 시골 집에 살며,
책 읽고, 글쓰고, 술 마시며 지내고 싶단 생각을 하긴 해요.
이 각박한 대도시를 벗어나고픈데, 아직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니 벗어날 수가 없네요.

겨울호랑이 2018-12-13 22: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감은빛님^^:) 그래도 제가 조금 마음을 더 써서 아빠로서 무언가를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감은빛님께서도 시골에서의 은퇴를 생각하시는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하네요.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기다림이 큰 만큼 더 좋은 생활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 감은빛님 편한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18-12-19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2018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12-19 23: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

302moon 2018-12-19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고맙습니다, 이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저도 분발해야지, 생각하지만 그냥 말뿐ㅜㅜ 편안한 밤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2-20 06: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이웃분들 덕분입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 연말이네요. 302moon님께서도 행복한 한 해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syo 2018-12-19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편안한 겨울 보내고 계신가요 ㅎㅎㅎ 2018도 어김없이 서재의 달인이 되셨어요. 같은 감투를 쓰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올해도 많이 배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2-20 06:32   좋아요 0 | URL
저 역시 syo님께 축하 말씀드립니다. 올 한 해 syo님의 유쾌한 글로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깐도리 2018-12-21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2018년 서재의 달인 되시 거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18-12-21 13: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 역시 깐도리님께 2018년 서재의 달인 축하 말씀 드립니다. 평소 많은 책을 읽으시고 꾸준히 리뷰를 올리시는 깐도리님께는 당연하겠지만요. 내년에도 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