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을 위한 예술을 창조하려 했던 똘스또이는 단번에 보편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전세계에서 불후의 성공을 이룩했다. 그 이유는 그 작품이, 예술이 지닌 온갖 파멸되어야 할 요소에서 정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그 작품에는 영원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로맹 롤랑 <똘스또이의 생애>에서 (p15) <인생이란 무엇인가 3 행복> 中


 톨스토이(Tolstoi, Lev Nikolaevich, 1828 ~ 1910)의 작품에 대해 프랑스 문학가인 로맹 롤랑(Romain Rolland, 1866 ~ 1944)는 그 안에 보편성과 영원이 담겨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장편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러시아 민화(民話)나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각색한 짧은 단편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인생이란 무엇인가 3 행복> 안의 두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역시 그런 작품들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두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톨스토이의 신, 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본다. 먼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하늘의 천사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신(神)이 낸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다시 내려가 산모의 영혼을 거두어라. 그러면 세 가지 말을 알게 되리라. 즉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그것을 알게 되면 하늘 나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p6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中


 작품 속에서 천사는 사람의 내부에는 사랑이 있으며,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라는 것과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 저는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알게 되리라'고 하신 하느님의 첫 번째 말씀을 생각해 냈습니다. 나는 사람 안에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하는 지식입니다.(p67)... 저는 그 부인이 타인의 아이로 인해 눈물을 흘렸을 때 거기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그림자를 발견했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달았습니다.(p6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中


 톨스토이에게 신은 매우 중요한 존재였지만, 막연한 절대자의 이미지만은 아니라는 것을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보여준다. 작품 안에서 서로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는 마르틴과 스쩨빠느이치의 모습을 본다면, 톨스토이에게 신(하느님)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본다.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도로 몸을 굽혀 드러눕자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 왔다. "마르틴, 마르틴아! 내일 한길을 보아라, 내가 갈 터이니." 마르틴은 의자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p75)...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나는 가물가물 잠이 들었지. 그렇게 졸고 있는데 누군가가 조그만 목소리로 '기다려라, 내일 갈 테니' 하지 않겠나?" 스쩨빠느이치는 머리를 저을 뿐 아무 말 않고 컵에 남은 차를 마저 마시고 컵을 놓았다.(p77)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中


 이들 작품에서 기독교 신자들은 대부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 22 : 37 ~ 39)'라는 성경구절을 떠올리겠지만, 기독교 신자들이 아닌 이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중국철학사>에서 표현되듯 하늘(天)에 대한 인류 보편적인 사상이 있어서가 아닐까.

 

 중국 문자 가운데 이른바 하늘(天)에는 다섯 의미가 있다. 첫째, 물질지천(物質之天) 즉 땅과 상대적인 하늘이다. 둘째, 주재지천(主宰之天) 즉 소위 황천상제(皇天上帝)로서 인격적인 하늘이다. 셋째, 운명지천(運命之天) 즉 우리 삶 가운데 어찌 할 도리가 없는 대상을 지칭한 것이다. 넷째, 자연지천(自然之天) 즉 자연의 운행을 지칭한 것이다. 다섯째, 의리지천(義理之天) 즉 우주의 최고원리를 지칭한 것인데, <논어 論語>에서 공자가 말한 하늘 역시 주재지천이다.(p61) <중국철학사 中國哲學史 상> 中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의 작품 속에서 신은 '주재지천'의 존재만은 아니다. 우리 안에 사랑이 있다는 '의리지천'으로서의 하늘과 사랑을 통하여 우리가 살아간다는 '자연지천'으로서의 하늘 역시 같이 표현되고 있기에, 세계인들이 그의 작품에 공감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런 점이 그를 '러시아의 톨스토이'가 아닌 '인류의 톨스토이'로 만든 것은 아닐까. 


 다만, 톨스토이의 작품을 접할 때 누군가는 그의 기독교 사상이 불편하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종교를 강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그의 작품 속에 깊이 나타난 종교관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그의 예술관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톨스토이는 예술이란 감정을 감염시키는 것이라는 단순한 이론을 표명하였다. 진정한 예술가는 표현도 하고 정서도 환기시킨다. 예술을 통하여 예술가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청중에게 감염시킨다... 톨스토이는 예술의 역할로 예술가와 청중간의 의사소통을 강조했으며, 지식과 지적 활동으로부터 예술 감상을 분리시키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이 두 번째 특징이 톨스토이의 감화의 은유를 설명하며, 훌륭한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치 않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p32) <미학개론> 中


 톨스토이의 예술관은 작가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감염시키는데 있었다. 이러한 그의 예술관을 알고 나면 작품 곳곳에 표현된 작가의 종교관(宗敎觀)을 예전보다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러시아의 민중작가로서 보편성과 영원을 추구한 예술가. 


 톨스토이와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작품을 읽어야겠지만, 일단 위와 같이 '틀'을 잡아 놓고, 다른 작품을 접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를 다듬어 보고자 한다.


 잠시 말을 돌려보자.  중국철학에서 공자(孔子, BC 551 ~ BC 479)이전 하늘에 대한 생각이 위와 같았다면, 춘추시대(春秋時代, BC 770 ~ BC 403) 이후에는 인간(人間)을 중시하는 새로운 기운이 싹트게 된다. 이에 대해 펑유란(馮友蘭, 1894 ~ 1990)은 <중국철학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그러나 춘추시대에는 비교적 진보적인 일부 선비들이 점차 귀신 혹은 천도라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면 소공(昭公) 18년[ BC 524], 자산(子産)이 말했다. "천도(天道)는 멀고 인도(人道)는 가까우므로, 양자는 서로 상관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어떻게 천도로 말미암아 인도를 알 수 있겠는가? 天道遠, 人道邇, 非所及也. 何以知之?<좌전 左傳>" (p62) <중국철학사 상> 中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톨스토이가 작품 속에서 '천도(天道)' 이야기 했다면, 러시아의 자산처럼 '인도(人道)'를 말한 작가는 누가 있을까. 도스토예프스키(Fyodor Dostoevsky, 1821 ~ 1881)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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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15: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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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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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0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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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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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1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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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10-15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톨스토이 소설을 읽고 저는 좋았는데 너무 교훈적이어서 싫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교훈적이면 아무래도 문학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0-15 07:27   좋아요 2 | URL
페크님 말씀처럼 너무 교훈적이면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페크님께서도 좋은 가을의 한 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