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휴일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오전 아이와 함께 집 앞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와 마찬가지로 연의도 모래놀이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뜻 소매를 걷어붙이고 함께 모래놀이하지 못하게 되네요. 제가 어른이 되어서일까요. 모래는 예전 그대로인데, 아이가 밖에서 모래를 달고 집에 들어오면 털고 들어오라고 말하는 제 자신을 보면 제가 변한 듯 합니다.

오래전 읽은 「피터 팬」과 「정글북」이 떠오릅니다. 「피터 팬」의 피터는 네버랜드(Neverland)에 살며 언제까지나 어린이로 살아가지만, 현실로 돌아온 웬디는 어른이 되버리지요. 어른이 된 웬디를 찾아온 피터는 웬디 대신 웬디의 아이와 함께 모험을 간다는 결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모래 놀이를 하면서 웬디가 되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로부터 어른이 되는 것은 아픔과 변화가 따른다는 것은 이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데미안」에서는 이를 껍질을 깨는 아픔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저는 성장과 관련해서는 「정글북」의 마지막을 떠올립니다. 커다란 뱀 ‘카아‘는 사람의 마을로 가려는 모글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가거라, 아이야. 우리 뱀들은 벗은 허물안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단다.˝...

그렇게 저는 카아의 말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된 어느날 이제는 피터팬을 봐도 같이 갈 수가 없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 지 잘 모르겠네요. 분명한 사실은 저 사진의 다음 장면에서 저는 딸 아이와 함께 땅따먹기와 제기차기를 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며칠 전만큼 화창한 가을 날은 아니지만,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로 여겨지는 꽃) 사진을 올립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한글날 되세요.

ps. 오랫만에 제기차기를 해보니, 최고의 고관절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힘드네요 ㅋ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같다면 2018-10-09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거라, 아이야.
우리 뱀들은 벗은 허물안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단다.˝

정글북 안에 이렇게 멋진 구절이 있었나요?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다시는 들어가지 못할 허물앞에 주저앉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두를 위로해주는 글이네요

겨울호랑이 2018-10-09 20: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기억력이 좋지 않은 제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구절이니 거의 있을 것입니다. 기온이 떨어져 가을이 깊어가네요. 나와같다면님 편안한 밤 되세요!^^:)

2018-10-1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