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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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참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알바도 해보고 여기저기 활동도 해보고 그런대로 노력해왔다.  노력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고, 노력해도 인턴 떨어지는 것처럼 안되는 것들도 몇몇 있었지만 노력을 했다는 것 자체에 만족했다. 열심히 살았고, 이력서에  몇 줄 휘갈겨 쓸 수 있을 정도의 경험들을 모았다. 대학교도 무탈하게 다녔고, 무탈하게 졸업할 예정이다. 남들보다 책 읽은 양도 많고, 신문도 매일 읽고, 게임도 안하니까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다.

 

서곡 317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아이러니하다. 노력하는데 왜 방황을 하는 것인지? 노력하고 결과가 잘 나오면 방황하지 않고 올바른 길로 가는 거 아닌지? 라는  반감이 들었다. 더구나 이건 극 중 신의 말씀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파우스트의 여정을 함께하고 보니 진정한 노력과 진정한 방황과 거짓된 나의 노력을 깨닫는다. 파우스트는  노력한다. 진리에 다다르기 위해 모든 학문을 섭렵했지만 진리는 찾을 수 없었고,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이때 메피스토텔레스가 나타나 그에게  최고의 향락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고 파우스트는 그의 손에 이끌려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헬레나의  절대적 아름다움에 취하기도, 왕의 책사로 활약하기도, 영주가  되어 보기도 했다. 그동안 학자로서 살아왔던 방식과는 정반대의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지만 파우스트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노력을 포기하였고, 메피스토텔레스와의 계약과는 달리 구원을 받는다. 지금 이 순간을 멈추어 달라고 파우스트가 말하면 메시스토텔레스가 그의 영혼을 가져가는 것이 계약의 내용이었지만, 파우스트가 순간을 멈추어 달라고 한 이유가 진리를 깨닫기 때문이다. 파우스트가  말년에 깨달은 진리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지 않을까. 마지막 영주 시절 눈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이 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인간적 만족에서 노력을 포기하고 현재에 머물겠다고 한 점에서 그렇게 느껴진다. 그는 이상향, 진리를 찾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고, 그래서 방황했고, 결국에는 구원을 받았다.



 

진리에 대한 노력. 파우스트와 달리 우리는 진리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진리는 너무 추상적이고 형태가 없기 때문일까. 우리는  진리 대신 서로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공부, 인턴, 학교, 신문, 독서. 이런 것들은 진리를 향해 행한 것들이 아니다. 다만 다른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좋은 기회를 위해 거짓된 노력을 해온 것이다.  노력이라기보다는 경쟁이라는 말이 더 낫겠다. 그러니 방황도 없었다. 진리라는 추상적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해야할 것이 명확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것. 결국 방황 없는 노력만 지속해왔고, 신이  말하고자 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진리는 우리에게 당장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각자가  생각하는 각자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절대자에 대한 이해, 완벽에 대한 추구. 진리는 한가지로 규정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이 각자가 생각하는 진리에 대해 노력해야 하고 거기에 따르는 방황을 감내해야 한다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려면 우선 각자의 진리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도통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 지금 돈이  없어서 이렇게 착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지만 이전부터 다른 이들을 도우면 좀 더 좋은 사회가 될 것만 같았다.  미국의 척 피니, 빌 게이츠, 우리나라의 유일한, 션 처럼 나도 돈을 벌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꿈이라면 꿈인데 이게 나만의 진리는 아닌 것 같다. 201717일 신문에 나온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국내 최초로 어린이재활병원을 열었는데 자신의 돈 없이 기부금으로 시작해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결국엔 병원을  세운 인물이다. 이런 것 또한 하고 싶으니 돈과 좋은 사회의 연결은 사실 맞지 않는 거다. 사실 벌써 나의 진리를 알면 노력도 안하고 방황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511495인간들은 일생 동안 앞을 보지 못하고 지내니, 파우스트여, 당신도 이제 장님이 되세요

 


근심의 여신은 파우스트가 영주 시절일 때 그의 거만함에 대한 대가로 눈을 멀게 한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영토를 늘리기 위해 바다를 메꾸고 사람들을 몰아낸 파우스트는 눈이 멀고 난 이후로 간척된 땅에 곡물이 잘 자라 많은 백성들이 잘 살게 된다는 행복감을 느끼고 구원을 받게 된다. 어떻게 보면  눈이 멀었기 때문에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보지 못하는 것이 더 진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인지하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대부분 이런 잘못된 인지를 자주 행한다. 제멋대로인 왜곡이  쌓이면 편향은 심해지고 진리에서 멀어질 뿐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눈은 가장 쉽게 현혹된다. 중간이 끊어진 선을 보면 우리의 눈은 중간을 메꿔서 인식하고, 색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 사실과는 달리 제멋대로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근심의 여신이 파우스트의 시각을 잃게 만들었고 시각을 잃은 파우스트가 백성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도 때때로 너무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엄청난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 잠자는 시간 외에는 눈이 피로한 현시대에는 더더욱 필요하다.

 


출처:

1.독서실사진

http://m.segye.com/view/2013101300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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