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많은 책들을 꽂으려면 1200자 책장이 하나 더 필요한데, 하고. 사실 진즉에 들여야 했지만 외면하고 있었다. 1200자 책장을 들이면 일단, 이렇게 제 갈길 잃은 책들을 기분 좋게 다 꽂아 넣을 순 있겠지. 문제는 이 책들을 꽂아 넣으면서 시작될 것이다. 이 책들을 꽂고 남은 그 공간을 또 다른 책들로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 책장을 볼때마다 들 것이며 나도 모르게 또 한 권 한 권 사들일 것임을 알기 때문에 외면했던 것이다.

정리한다고 이렇게 한 곳에 무자비하게 쌓아두었지만, 이 책들은 두 줄로 나란히 세워놓고있다. 이 책들은 양반이다. 책장다운 책장은 아니어도, 어디까지나 세워놓은 책들이니까. 문제는, 곳곳에 대여섯권의 책들로 쌓은 책탑들. 장서의 괴로움 속 장서로 고민하는 장서가들의 일상이 내 일상이 될 줄이야. 아직까진, 집에 있으나 어디있는지 찾지 못해 또 구매하는 일은 없으며 (있을 뻔하긴 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대량으로 매입해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건 종이 한 장...까진 아니고 책 한 권 정도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매달, 이벤트 도서 포함 5만원 이상 구매시 (혹은 4만원) 얹어주는 사은품에 눈이 돌아가고, 그만 사고 빌려 읽으라는 엄마의 충고에 열심히 빌려 읽다가 사고 싶은 책이 더 많아진 탓에 오히려 구매량이 늘어났으니 시간 문제일지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조금 덜 사겠지 했던 나의 바람은 그저 바람이었다. 더 샀으면 더 샀지, 덜 사고 있진 않아서 나의 월급은 더 격렬하게 통장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세트를, 삼국지 세트를, 못다산 만화책들을 사모으고 싶은 걸 보면 아, 이젠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하겠다.


Que Sera, Sera.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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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8-1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동안 엄청난 할인에는 흔들리지 않았는데, 알라딘 굿즈 때문에 엄청 흔들렸어요.^^
계속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엄청 노력중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