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N) 난 글자에 관심을 끊었다. 제도를 만들고 씨앗을 뿌렸다.
이제 글자는 세상의 것이고, 저들의 것이

다.
그 글자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도, 저들의 책임이다.
그러고도 난 나의 일을 계속했다. 일이 없을 땐, 향원정에서 그 꽃을 본다.

-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제24부 중에서

*


종영한지 4년이 된 드라마지만, 곧잘 복습하는 드라마여서 그런지

대본집을 읽는데 드라마 속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3권에 담긴 작가 인터뷰가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읽었다.

워낙 재밌게 챙겨본 드라마였던 만큼 결말도 아쉬웠는데,

결말에 대한 작가님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가상의 인물은 모두 퇴장시키고, 이도는 냉엄한 현실, 차가운 역사 앞에 다시 선다.'

그런 의도였다고. 한글은 살아남았고, 그 한글이 아직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과거의 이야기보다는 글자의 현재성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라는 인터뷰를 읽으니 이도의 저 내레이션이 다시 읽혔다.


작가님들과 감독님에게 시간이 조금 더 있어서,

'인물들의 희생과 노력 속에 남겨진 글자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런 의미로 엔딩에서 글자가 조선 산하를 넘어 넘어

지금 우리시대에까지 이르는 장면이 CG로 연출'(p.390)되었다면,

나는 조금 덜 허무해했을까. 아쉬웠어도 좋은 드라마로 남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긴 하지만.

p.s.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글은 따로있다. '드라마를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최선에 최선을 다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죽어라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후자는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전자는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누가 "넌 이 말을 하고 싶은 걸로 해"라고 지시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가슴에 있는지,

그 정도의 자기 검증은 필요하다고 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직도 사람들 반응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했구나, 싫어했구나. 그런 것을 늘 새롭게 깨닫는다.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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