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너갈 때, 그들이 처음 함께 맞춘 걸음의 속도. 그러나 그들은 계속 같은 보폭으로 걸어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는 너무 빨리 걸어갔고, 그녀가 그 속도에 익숙해질 무렵, 그는 이제 더 이상 빨리 걷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사랑을 무모하게 믿고자 했을 때 그녀는 그 의미를 몰랐고, 시간이 흐른 뒤 그녀가 사랑의 미래를 보았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헛된 자신감을 잃었다. 그런 엇갈린 주기들이 반복되었다. 그들에게 서로는 언제나 너무 빠르거나, 느렸다. 


그들은 동시에 사랑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랑한 시간은 언제나 조금씩 엇갈렸지만,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사랑의 온도와 속도의 어긋남 때문에 때때로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시간의 가혹한 신호를 눈치 채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눈 앞에 와 있는 파국을 알아차린다. 마침내 그는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마 그녀가 자신과는 다른 시간대에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이해할 수 있다면, 그는 그녀를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영혼이 속해 있는 시간대 너머로 사랑하는 것은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다. 현재는 언제나 위태로우며 미래는 텅 비어 있다. 사랑은 그 사람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광호 <사랑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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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2014-11-2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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