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에 대한 생각을 몇 번 적어 올렸으므로 마무리를 짓기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낙관론자이므로 사태가 여기까지 이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일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고, 검찰은 어떻게든 조국 전 장관을 구속 기소하려 할 것이다. --- 이것이 사태의 한 가닥이다.


검찰이 이길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검찰 개혁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심각하게 깍아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일단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문재인의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검찰에게 가장 좋았던 시나리오는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오고, 그리하여 검찰과 대통령이 충돌하는 모양새를 빚어 내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할 일과 법무부가 할 일을 분명하게 경계지음으로써 이중의 효과를 보았다. 첫째는 검찰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한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고, 둘째는 법무부의 업무 영역에 검찰이 치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다.


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의 국회 통과와 상관없이 행정부 수반의 검찰 개혁 의지가 이렇게 강력하다면 검찰이 달리 저항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예전처럼 검찰 개혁을 주창하는 정치인들 몇을 날려 버린다고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전처럼 검찰이 집단적으로 항명한다고 끝날 일도 아니다. 여전히 총선 전망은 현 여당이 우세하고, 다음 대선 전망도 현 여당이 우세하다. 


검찰이 좀 더 똑똑했더라면 조국 일가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일 것이 아니라 조국의 개혁안에 대해 일일이 꼬투리를 잡고 딴지를 걸어서 어느 정도 양보를 얻어내려 했을 것이다. 어정쩡한 타협안을 만들게 해서 이저 저도 아닌 개혁이 되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는 조국 장관을 검찰과 절연하게 했고, 그리하여 조국의 개혁안에 검찰 쪽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 연장선상에서 검찰 개혁은 철저하게 법무부와 문재인 대통령 본인 주도하에 논의되고 있고, 검찰은 여기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버린 것으로 본다. 검찰이 징징거리면 문재인 대통령은 예의 그 업무 분장을 이야기하면 된다. --- 검찰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검찰 개혁은 결국 한국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역사는 목적론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예컨대 모순이 어떤 마술에 의해 저절로 지양되는 식으로 운동하지 않는다. 어떤 철학자의 말대로 하루에 두 끼만 먹는 이탈리아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두 끼가 정상 상태인 것이다. 그것이 운동이 되고 혁명이 되기에는 그 객관적 상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마술과 같은 전진을 보노라면, 한국 역사의 어떤 특권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한국의 역사가 특권 계급의 창설 없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어쩌면 이상이란 기억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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