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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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길에서
-크눌프를 생각하며
헤르만 헤세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오고,
밤이 오면 우리는 창백한 들판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쉬게 되겠지.

슬퍼하지 마라. 곧 때가 오고,
때가 오면 쉴 테니,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
환한 길가에 서 있을지니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고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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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기형도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 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ㅡ시집『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사(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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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궁극의 마녀
조제 지음 / 조은세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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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기 드문 곱슬머리, 유난히 까만 피부, 회색빛이 감도는 남색 눈동자, 짙은 주근깨.

  그리고……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능력. 거기다 동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까지.


  여자 주인공의 외모는 이렇게 묘사된 것처럼 굉장히 특이합니다. 자매인 차은세가 피부가 뽀얗고 머리카락이 생머리로 쭉 뻗어있고 눈이 까맣고 동그란 전형적인 미인의 상을 가진 것과는 반대입니다. 언니인 차은세의 말로는 그게 마녀라서 그렇다고 하길래 놀리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은고는 진짜 마녀였습니다. 


  현대 로맨스물에서 마녀가 나오는 건 드문 일이네요. 마녀인 엄마의 핏줄을 받아서 마녀로 태어난 것이었는데요. 보통 마녀는 특이한 한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은고는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숨 안 쉬고 오래 잠수할 수 있는 능력과 동물들의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 물에 관한 능력 때문에 수영을 하다가 다이빙으로 전향한 은고는 수영계의 샛별인 구도기(네이밍 센스가 좀 구리죠? 그래서 별명이 구더기래요.)에게 약점을 잡혀 이리저리 치입니다. 그 와중에 까칠한 언니 은세가 좋아하는 호연이란 선배가 동물을 사랑하는 은고의 모습에 반해버리고요. 본의 아니게 삼각관계가 되어버렸는데 도기는 괴롭혀서 싫고, 호연은 좋지만 자길 싫어하고 괴롭히는 언니 때문에 피해야 하고.


  혹시나 하고 마녀 사이트에 접속해서 사랑의 물약과 불운의 물약을 만들어서 두 사람에게 주려는데 하필이면 약이 바뀌어버리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좋아하게 되는 약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불운한 약이. 아침 드라마 내용 다 맞추는 저도 이 정도 예상은 합니다. 로설 몇 년차인데요. 착해빠져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은고의 우왕좌왕 성장 일대기라고 정의하면 되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님이 굳이 마녀라는 소재를 잡은 것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랑의 묘약 때문에? 아닙니다. 인간과 마녀 역시 사람에 대한 감정은 동일하며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에 대해 말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모로 인한 차이로 인해 오래 경원시당한 은고처럼, 어떤 차별은 그 존재를 인간 외의 존재로 전락시킬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일 수도 있겠죠. 은고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동물과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마녀 친구 덕분에 왕따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실제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비단 마녀가 아니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고, 거기에서 받는 상처는 쉽게 아물지도 못할 겁니다.


  알라딘 리뷰 이벤트 때문에 하나 질러봤는데 무난하게 읽을 만 했습니다. 츤데레 도기의 수줍은 들이댐도 귀여웠고요. 착해빠진 호구 매너남 호연선배의 다정함도 나쁘지 않았고요. 등장인물들이 끝간 데 없이 악하지 않고 대체로 다정하고 귀엽고 풋풋한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요. 캠퍼스물 순수버전 로맨스가 읽고 싶으시면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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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놀러간 고양이 - 일러스트로 본 조선시대 풍경
아녕 지음, 김종성 해제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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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란 책도 있던데 이번엔 조선에 간 고양이로군요 그 시대 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이 꼼꼼히 표현되어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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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명절연휴 즐겁게 보내십시오 ^^
 
[eBook] [세트] 향기의 바람이 닿은 곳은 (총2권/완결)
봉다미 / 동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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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뻔하디뻔한 연예인물에다가 계약결혼에 출생의 비밀을 짜깁기해놓은, 일종의 신파적에다가 클리셰 범벅의 조합 같지만요. 작가님 문체가 워낙 담백한 편이라서 의외로 크게 거부감없이 잘 읽었습니다. 맑고 순수한 향기의 아픔을 감싸주는 완벽한 다정남 무현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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