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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리스카스 레윈의 순환하는 계절
유안나 / 페퍼민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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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서 반성을 촉구한다 작품의 작가님 책이라서 우선 지르고 봤습니다. 단편이라서 순식간에 읽어치웠어요. 장편 잘 쓰는 작가님들이라서 단편 내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우리에게는 더 길고 긴 이야기가 필요한 듯요. 이 정도 스토리 가지고는 아주 감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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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찍어 누르다
꿀이흐르는, 은라한, 기밀, 설이영, 독설, 박한영 / 크레센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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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일단 ‘꿀이흐르는‘ 작가님의 작품이 있는 걸 보고 샀어요. 슈공녀 작품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카카페에서 약속 한 번 깼었지도 연재하셨는데 딴 작품 없나 찾아보다가 단편이 있길래 구매해봤어요. 근데 이 작가님은 장편쪽이 훨씬 괜찮아요. 다른 작품들도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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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자보트를 새 언니라고 부르지 마세요 (총4권/완결)
안데르센러브 / 라렌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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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보트를 새 언니라고 부르지 마세요.



빙의물은 아니고요, 회귀물입니다.

윈체스턴 가의 가주가 되어서 이제 인생 놀고 먹겠다고 생각했으나

죽음의 위기를 겪게 된 자보트가 인생 2회차를 시작합니다.

인생 2회차 되니까 다시금 보이는 게 한두 개가 아니죠.

우선은 의뭉스러운 어머니의 태도.

알고보면 자신은 껍데기만 차기 가주였지 어머니한테 휘둘린 인생이었어요.

두 동생도 그랬고요.

동생 둘 중 하나는 심지어 윈체스터가의 친딸이기까지!

뭐 이리 기구한 운명이 다 있나 싶은데 또 워낙에 착합니다.

신시아렐이라서 자보트가 막 신데렐라라고 부리고 험하게 다룹니다.

알고보면 어머니를 의식해서 그런 척, 하는 츤데레예요.

처음에는 엄마 바라기였던 친동생 위시풀도 언니 영향으로 바뀌고요.

이 동네 츤데레 맛집입니다.

처음에는 로맨스보다 자매들 투닥거림에 빙의해 언니 미소 지었는데요.

뒤에 만난 신분을 숨긴 황자도 매력적입니다.

밀당없이 그냥 직진남.

자보트도 말로는 떠보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휘두르고 휘둘리고요.

유쾌한 로맨스를 보실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아, 문체가 좀 특이해요.

초반의 오글거림에 익숙해져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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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게 참 철없이 -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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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집에서 굳이 한 계절을 표방하는 시들만 모여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어느 시인의 특정 시집을 보면 연상되는 계절이 있기도 한다. 


안도현의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가을의 소원'이라는 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집이 본격적인 먹방 시집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식에 대한 묘사를 기가 막히게 하던 백석의 계보를 이어받은. 실제로 이 시집에서도 굳이 '백석 생각'이라는 시를 넣어서 시인 스스로도 백석의 적자임을 은연중에 표방하고 있기도 한다.


아무튼 먹방이랑 가을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답하겠다.

가을, 하면 천고마비(天高馬肥) 아니고 천고묘비(天高猫肥)의 계절이니까. 암.

그리고 저 뻔뻔한 고양씨 리쓰양에게는 찍으려고 꺼낸 시집따위는 단지 약간 불편한 베개일 뿐이다.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ㅡ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작과 비평사(2008)

 

 



코로나로 인해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멍 때리는, 소위 적막의 포로가 되는 일은 요원해졌다만. 게을러졌고(어쩌면 일상인), 도도록 쏟아지는 밤의 빗방울을 잠깐 맞았고, 어제는 밤에 책을 읽다가 혼자 울었고, 아직 초록이 만연해서 실감은 안 나지만 초록빛과 햇빛이 바래져가는 걸 느끼고 있고. 이쯤 되면 시인이 말한 가을의 소원을 얼추 충족하고 있는 중이려나. 가을로 접어드는 진행도 약 37%쯤?





 

건진국수

안도현

 

 

 

 

 

  건진국수에는 건진국수,라는 삼베 올 같은 안동 말이 있고 안동 말을 하는 시어머니가 여름날 안마루에서 밀가루반죽을 치대며 고시랑거리는 소리가 있고 반죽을 누르는 홍두깨와 뻣센 손목이 있고 옆에서 콩가루를 싸락눈처럼 술술 뿌리는 시누이의 손가락이 있고 칼국수를 써는 도마질 소리가 있고 멸치국물을 우리는 칠십년대 녹슨 석유곤로가 있고 애호박을 자작하게 볶는 양은냄비가 있고 며느리가 우물가에서 펌프질하는 소리가 있고 뜨거운 국물을 식히는 동안 삽짝을 힐끔거리는 살뜰한 기다림이 있고 도통 소식없는 서방이 있고 때가 되어 사발에 담기는 서늘한 눈발 같은 국수가 있고 찰방거리는 국물이 있고 건진국수 옆에 첩처럼 따라붙는 조밥이 있고 열무며 풋고추며 당파를 담은 채반이 있고 건진국수에는 누대의 숨막히는 여름을 건진국수가 안동 사람들을 건졌다는 설이 있다

 

 

 

 

 

ㅡ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작과 비평사(2008)

 

 

 

 

 소면, 잔치국수, 멸치국수 등등. 칼국수 말고 멸치육수를 베이스로 해서 만드는 국수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말은 내게는 낯설다. 부모님이 청송분이셔서 어릴 적부터 건진국수라고만 불렀기 때문이다. 안동은 워낙에 유명해서 다들 잘 알지만 안동과 청송은 언어적으로 거의 같은 권역이라고 보면 된다. 대구와 영천 정도의 지역적 차이가 있을 똥 말 똥. 그래서 이 시가 더욱 반가웠다.


잔치국수라고 말할 때보다 건진 국수라고 말할 때 국수면발이 더 탱글탱글하고 육수맛도 더 시원한 느낌인데 이 시를 읽으면 공감이 되어서. 잔치국수가 아니라 건진 국수를 못 먹어본 사람은 안동에 여행갈 때 '굳이' 건진국수 한 그릇을 시켜서 먹어보기를 바란다. 때로 언어는 이제껏 몰랐던 음식의 새로운 맛을 알게끔 하기도 하니까.






 

무밥

안도현

 

 

 

 

 

무밥 한 그릇이

소반 위에 놓여 있다

소반이 적막하여서

무밥도 적막하여서

송송 채를 썬

흰 무의 무른 살에 스민

뜨거움도 적막하여서

무밥 옆에 댕그라니 놓인

양념간장 한 종지도

옛적에 젊은 외삼촌이

여자를 만난 것처럼

가난하게 적막하여서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ㅡ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작과 비평사(2008)

 

 

 



우리집에서 겨울에 수시로 하는 메뉴가 바로 콩나물 갱죽과 무밥이다. 어마마마께서 반찬 여러 개 하기 귀찮으실 때나 입맛이 없으실 때, 왠지 추워서 뭔가 뜨끈뜨끈한 걸로 간단하게 몸을 데우고 싶을 때 유용한 메뉴가 무밥이다. 


무를 체 썰어서 쌀 밑에 깔고 물을 넉넉하게 부으면 끝인 것 같지만. 무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양념장! 진간장, 굵고 가는 고춧가루 두 종류, 설탕, 간 마늘, 참기름, 통깨, 가늘게 쫑쫑 썬 부추와 대파 넣고 쉐킷쉐킷. 밥이 다 되면 물기 많은 밥 반, 무 반 골고루 섞어퍼서 뜨끈할 때 양념장을 투하한 다음에 취향대로 비벼먹으면 꿀맛이다. 이거 비유 아니고 진짜 무와 밥의 단맛이 어우러져서 달다구리한 맛이 난다. 양념장에 청양고추를 조금 썰어넣으면 중간중간 매콤한 맛이 입 안에서 탁탁 터지면서 더 감칠맛나게 만든다.


춥고 허기진 겨울밤, 갓 퍼낸 무밥을 후후 불어가면서 한 그릇 먹고나면 이해할 수 있을 법도 하다. 이 가난하고 적막한, 마치 젊은 시절 외로웠던 외삼촌이 잠시 만났던 소박한 시골처녀의 자그만 온기를, 딱 둘이 슬며시 잡아봤던 손의 온기만큼만 따뜻해서 더 잊히지 않을 70년대의 겨울을, 내 마음이 잠시 수런거리고 달그락거리던 그 저녁을.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역시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시를 정했다.

이 시를 읽고나면 섬세한 감성을 가진 사람은 아마도 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울먹일지도 모른다.

가슴으로는 울먹거리면서도 입으로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줄줄 흘리는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어스름은 이미 예전에 내려앉았고 지금은 밤.

불 끄고 잘 시간이다.

아직까지 깨어있는 불면의 당신,

지금쯤은 고요히 꿈없는 잠에 스며들 수 있기를.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ㅡ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작과 비평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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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女眞)

박정대






문득 치어다본 하늘은

여진의 가을이다

구름들은 많아서 어디로들 흘러간다

하늘엔 가끔 말발굽 같은 것들도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진의 살내음새 불어온다

가을처럼 수염이 삐죽 돋아난 사내들

가랑잎처럼 거리를 떠돌다

호롱불,

꽃잎처럼 피어나는 밤이 오면

속수무책

구름의 방향으로 흩어질 것이다

어느 여진의 창가에

밤새 쌓일 것이다

여진여진 쌓일 것이다





ㅡ시집『그녀에서 영원까지』, 문학동네(2017)








입추 지나고 처서 지나고 백로 지나고나면 신기하리만큼 하늘이 저 멀리 달아나 있는 걸 문득 느낀다.

이 시기의 하늘은, 먹구름이 비오기 직전의 새떼들처럼 낮게 드리우던 여름의 하늘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구름은 드넓은 푸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양떼 같고

그 많은 양떼들이 발자국을 내어도 표가 안 날 만큼 광활한 푸르름이 펼쳐져 있다.

거기서 시인은 문득 여진을 떠올렸을 것이다.

우리 민족이 언젠가 살았던 땅, 거칠 것 없는 만주벌판.

지금은 조금만 둘러봐도 시선을 막아서는 산맥과 빌딩숲 안에 갇혀 있지만

우리의 근원은 사실 한반도 안쪽이라기보다는 저 멀고 먼 만주벌판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구름이 말발굽 아래 이는 먼지처럼 뭉게뭉게 피어나는 곳.

여진여진, 하고 핏줄에 새겨진 그리움이 우는,

왠지 야만의 살냄새가 맡아질 것만 같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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