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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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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개인의 삶. 발견되지 않을지라도 분명히 나름대로 반짝거리고 있는 하나하나의 삶. 문제가 생기면 아무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 책을 읽고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돕고 용서하는 사회에 대해 한참 생각해보았다. 기시 마사히코의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사회학자인 저자가 학문적 방법론이 아닌 가만히 보고 듣는 방식으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어떠한 편견도 권위의식도 없이 개개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저자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구조화하여 설명할 수 없는, 부스러기에 가까운 조각조각난 이야기들이 이토록 마음에 와닿는 것은 결국 인간은 전부 고독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아무리 많은 사람과 함께한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설명되어질 수 없는 이야기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앞만 보고 달릴 것이 강제되는 이 세상에서 우리 중 누구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훗날 아쉽지 않은 삶이었다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역시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인과 기쁨을 나누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것만은 알겠다. 문득 이런 다짐도 해본다.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일이 두렵고 마음을 전하는 일이 어렵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연결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단순히 정리될 수 없는,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 개개인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소중히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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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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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소설이나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요즘 말처럼 마음이 웅장해지고 싶다면 마루야마 겐지의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가 도움이 되겠다. 저자가 말하는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가 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뿌듯함에 그렇지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얼마 가지 않아 경악하고는 마지막에 이르러서 ‘이 정도까지 했는데 소설가 안 되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싶어질 것이다. 혹여 소설가(창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라면 저자의 확신있는 문장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는 조건이 있다. ‘문학 따위는 유치해서 얘깃거리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술가 유형의 성격 파탄자다. ‘폭탄같은 성격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작품을 완성‘(27p) 할 수 있는 사람들. 여기까지만 읽어도 본인이 과연 그런 사람일지 의문이 들겠지만 더 읽어보자. 사실 이 책은 작법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소설가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루에 몇 시간만 소설을 쓸 것,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고독을 견딜 것, 오직 집필로만 생계를 유지할 것 등등. 요약하자면 작품만을 생각하고 작품으로 말하고 다시금 작품에 몰두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대로 했는데도 잘 안풀린다면? 그런 흔들림까지도 의연하게 헤쳐나가야 비로소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처음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황당했다. 아니 정말 이렇게 할 수가 있나? 그리고 곧이어 휘몰아치는 다음 생각. 이렇게까지 했는데 소설가 안 되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저자의 말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결국 끝까지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원점이다. ‘소설가가 소설 집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 최소한의 상식이 이상적이거나 금욕적으로 보인다면, 당신이 진짜 노리는 것은 소설이 아닌 것에 있으므로 펜을 들기 전에 이렇게 자문하십시오. ‘정말 소설을 쓰고 싶은가?‘하고.‘(9p) 결국 답은 전부 자기 자신 안에 있다. 소설이든 그 무엇이든 시작하기에 앞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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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
나탈리 크납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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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동안 내내 곁에 두고 있었던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불확실한 날들이란 과도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날들이다. 책 속에는 탄생과 죽음, 상실과 애도, 생명력과 자연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사사로움에서 자연의 자연을 아우르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연에서 개인으로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많은 부분을 오래도록 필사하며 읽었다. 대출 기간을 연장하고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한 달 중 대부분의 시간에 이 책은 책상 위에 그냥 놓여있었다. 이 책은 아주 가끔 나에게 어떤 깨달음 - 불확실한 날들에게 지지 말라는, 받아들이라는, 변화의 때를 기다리라는 - 던지면서 그냥 놓여있었다. 책 표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펼쳐들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았지만(정곡을 찔릴 거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책을 손에 들었을 때는 한 장 한 장을 공들여 찬찬히 보았다.(그리고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 필사.)



삶은 속도전이 아니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조급함과 불안으로 몸과 마음이 꽉 막힌 것 같았던 지난달, 불확실한 날들이라는 말조차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 끝내는 기어이 와닿고야 말았던 책.



애도와 죽음, 무한한 순간에 대한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시간의 수평적 흐름과 수직적 흐름에 관한 문장을 읽고 나는 다시 순간을 긍정하게 됐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만이 나의 것이고 나의 시간을 경험하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며 결정적으로 나는 나의 시간을 어떻게 느낄지 선택할 수 있다. 연휴가 끝난 것이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이미 매 순간이 기적이니까.



깊은 사유와 지혜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책이다. 각자의 과도기를 겪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시대적 과도기임이 확실한 작금의 시기를 어떻게 지나야 할지 막막할 때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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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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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2004년 작고하기 전까지 손꼽히는 미국의 지성인이었던 수전 손택. 문화 비평, 소설가, 연극 영화 연출 등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을 나는 오랫동안 동경해왔다. 그의 자기 연출적 면모를 알면서도.



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은 그녀를 둘러싼 의견들 중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그간의 행적을 깔끔하게 따라간 평전이다. 수전 손택의 강점이었던 에세이의 특징과 문학에 대한 그의 동경, 냉소적이고 과장되었던 제스쳐까지 가감없이 서술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문장의 논조가 담담하고 정확하여 읽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수전 손택에 대한 균형잡힌 글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선택일듯하다.



비평 에세이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31살의 수전 손택. (그녀가 SNS 세대의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잠시 상상해보았지만 곧 그만두었다.) 복잡하고도 매혹적인 인물. 매일 책과 영화와 연극과 전시 등 거의 모든 문화를 향유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 질병의 고통 앞에서도 삶을 향했던 ‘투사’였던 그녀. 모든 것에 동기부여가 되고 있지 않은 요즘, 매 순간을 삶에 대한 열정으로 불태웠던 수전 손택의 일생이 각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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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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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이런 책을 만들고 나면 딱 천 마리의 학만 접어 선물한 듯한 기분이 든다.’(197p) 1000부 팔리는 책을 편집한 저자의 소외가 담겨있는 문장이다. 채널 예스 인터뷰에 실린 이 문장을 보고 서점에 달려가 책을 구매했다. 글항아리 이은혜 편집자의 ‘저자-편집자-독자’에 관한 책 <읽는 직업>이다.



책 사이사이에는 저자가 편집자로 일하며 겪었던 만남과 고민과 즐거움과 기쁨이 스며들어있다. 독자로서는 미처 알 수 없었던 편집자의 삶을 엿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책을 읽으며 ‘편집자는 생각보다 고된 직업이다’라는 생각과 ‘편집자는 생각보다 멋진 직업이다’라는 생각이 번갈아들었는데, 점점 후자에 마음이 기울게 되었다. 편집자인 저자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를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독자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폭넓은 독서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저자가 인문 분야의 서적을 주로 맡고 있기 때문에 책 속에 관련 서적들이 꽤 많이 언급된다. 좋다고 하는 책은 다 읽어야만 할 것같은 귀가 얇은 나는 이미 읽을 책 목록을 든든하게 채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 속에서도 꽤 훌륭한 책 목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전시 콘서트 등등 온갖 문화생활 덕후인 나지만 그중에서도 딱 하나 꼽자면 당연히 독서인데..!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독서의 즐거움 알게되어서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되는거 말고 진짜 좋은 책들도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나부터 좋은 책 더 열심히 나누고 책도 많이 사서 여기저기 선물하는 사람 되어야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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