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동생이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가려던 친구가 막상 떠나려고 하니 영 심심했던 모양인지 학생 신분이라 방학으로 시간이 여유로웠던 남동생을 끌고간... 남동생 입장에선 운이 좋게 저가의 항공표가 구해졌고, 숙박은 친구가 계산한다는 유혹에 싫지 않게 끌려갔던 여행이었다. 여행 첫날 부터 홍수처럼 터지는 카톡. "재미없어!" 킬킬거렸다. 날 두고가니 그런거라고, 재작년 나와 같이 갔던 일본 여행과의 비교 물음에 남동생은 답한다. "비교가 안돼. 누나랑 간게 훨씬 재미있어. 누나들이 너무 보고싶어" 떠나기 전 카스테라를 부탁하며 네 몫으로 담배 한보루 품으라 찔러준 신용카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ㅎㅎ


 

  오사카에서 컴백한 남동생이 현관을 들어섬과 동시에 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손을 잡아 끌어 동생방으로 들어가 봇짐을 앞에 두고 마주보고 앉았다. 눈을 빛냈다. 동생이 주섬 주섬 가방속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면서. 부탁한 화장품 두개와 묵었던 호텔의 POST CARD, 오사가 스타벅스 텀블러, 카스테라...? 얼라? 카스테라는? 내 질문에 동생이 선물상자 두개를 내밀며 말했다. 늦어서 이걸로 집어왔어. 뭐 고를 틈이 없어서 눈에 보이는 거 가져왔어. 이것도 겨우 산거야. 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게 머야! 카스테라가 필요해. 내가 뭘 사와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줬잖아. 투정에 남동생도 투정으로 답한다. 그럼 어떻게 하냐. 비행기도 놓치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맛있을거야. 종이를 풀어 상자에서 초콜렛이 섞인 과자를 꺼내 입에 넣었다. 씨.... 맛없어! 다른이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맛이다. 울컥. 난 카스테라를 기대하며 4일을 기다렸다고!!!!!

 

 

2.

 

계획을 세웠다. 근무때문에 연휴 내내 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기간 밀렸던 책을 읽어보겠다고.

 

 

 

 

 

하... 이 책을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나?

 

기묘한 실제로 존재하는 사진들로 시작되고, 끝이 나는 책. 처음엔 나름 속도감 있게 책장이 잘 넘어가더니만 나중엔 어서 빨리 읽어버려야겠다는 생각뿐. 해리포터를 좋아했다면 이 책도 좋을 것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난 해리포터를 절반만 좋아해서 인지 이 책도 절반부터는 책장 넘기는 게 의무가 되버렸다.모든게 상상이라 생각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알게 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할아버지의 사진속의 이상한 아이들을 만난 제이콥이 자신도 이상한 아이임을 인지하는 것 (주인공이니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지. 당연한거고) 그런데 마지막이 이게 뭐야? 아아.. 제이콥 가족을 버리지마. 버려도 이렇게 버리는 게 아니라고. 어쩔수 없이 떠나는 거면 그런 상황임을 나에게 이해를 시켜보라고. 윽. 해리포터보다는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어른용 동화. 하지만 난 이걸 읽기엔 너무 어른인 모양이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를 떠나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인공이 이렇게 매력 없기도 힘든데...

 

연휴 전 먼저 읽고 있었던 고구레사진관은. 상편이 사라져버렸다. 직장에도 집에도 없는 걸 보면 어디선가 흘린건가? 아 미치겠네. 집에 있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예감이 좋질 않다.

 

 

3.

 

 

 

 

 

 

 

 

더이상 미뤄두면 안 될것 같아서 일단 잡았다. 난 이런책이 좋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진 글. 거기에 발행일도 오래전이라 번역이 매끄럽지 않고,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도 드문 드문 보이고. 그래서 집중이 조금은 힘든데 묘하게 매력있다. ㅎㅎㅎ 주인공 로크가 도면을 들고 캐머런을 찾아갈때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물었다. 제부가 "마천루" 가지고 있어? (제부는 건축 설계를 하고 있다.) 여동생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움. 읽고 나서 제부에게 책을 보내줘야겠다

건축과는 다른 이야기로 지금 읽고 있는 부분에 캐더린 홀시라는 여자가 나온다. 소설의 또 다른 인물인 키팅이 찾는 여자. 소박하고 아둔한 첫인상에 두 번다시 만날 이유가 없다고 키팅이 생각했던 여자. 하지만 키팅은 다음날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가 유혹할 필요 없는 여자. 언제든 가질수 있는 여자지만 동료들 앞에서 창피스러운 여자.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기대도 하지 않는 여자. 그는 캐더린은 몇주씩 잊고 지내고,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키팅은 다시 온다는 약속을 하고. 캐더린은 그걸 믿지 않지만 원망도 하지 않는다. 키팅은 그녀에게 예고 없이 찾아가고, 그런 그를 캐더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웬걸 아직 성장중인 로크와 키팅의 이야기보다 이쪽이 더 눈이간다. 하하. 읽으면서 생각했다. 그가 창피하다고 여기는 캐더린은 대단한 여자구나. 요즘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답답한 캐릭터일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정말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녀는 분명히 키팅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사랑할테지만 그녀는 자신의 방식이 아니라 키팅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키팅이 무엇을 원하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그녀는 분명히 안다. 그의 이기심을 알고, 어쩌면 자신을 이용하리라는 것도 캐더린은 예상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캐더린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행복한 단어들로 마음이 벅차지만 그 단어에 기대지 않는다. 아니 않을 것이다. 키팅. 그녀를 물로 보지 마. 절대.

 

둘 사이가 어찌 될진 "마천루" 스포성 글도 보지 못 했기에 알 수 없는 거지만. 아마도 캐더린은 여주인공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캐더린이 지금 그대로 앞으로도 키팅을 사랑했으면 해. 혹시나 헤어지더라도 캐더린식으로 그를 보내줘. 그런데 혹시나 예상이 빗나가서 혹시나 버림 받은 캐더린이 키팅에게 복수하고 그러는 거면 어떻게 하지? (혹시나 읽으신 분들. 이야기 해주지 마요. 절대로 ㅠㅠ)

 

1949년작 게리쿠퍼 주연의 영화 마천루가 있다. 책을 다 읽으면 찾아 볼  생각이다.

 

 

4.

 

텔레비전에서 이승열 목소리가 나와 놀래서 쳐다봤다. 뮤직뱅크에 클래지가 나오고 있어. 이승열이 나오고 있어.

이승열 목소리가 이렇게 몸을 흔들기 좋은 목소리였나? 욱 나 숨막혀~

 



 
 
다락방 2012-01-27 21:54   댓글달기 | URL
우앗. 그래도 사다달라는거 잊지않고 사다 주는 남동생이라니!! 멋져요! 화장품 부럽.. 저는 카스테라 안먹어도 괜찮을듯 ㅋ 아니 근데 버벌님. 저 텀블러를 갖고 싶었어요? 응? 전 텀블러 욕심이 없어놔서리.. ㅎㅎ

버벌 2012-01-27 21:57   URL
꺄~ 락방님 ㅎㅎㅎㅎ 제가 컵이나 텀블러 욕심이 많아요. ^^ 동생들도 그것을 알고 있구요. 저 텀블러는 저 때문에 사온 것은 아니구요. 오사카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별 생각 없이 샀다고 --> 이렇게 말을 했어요. 남동생은 저와 달리 텀블러 욕심이 없어서. 제가 줘! 라고 하니 가져! 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남동생이 용서가 안됩니다. 카스테라가 없어요. 카스테라가!!! 동생은 제가 컵을 좋아한다는 것 만큼이나 빵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다구요 ㅠㅠ

다락방 2012-01-27 21:55   댓글달기 | URL
아. 저 착실하게 적립금과 중고책판매 예치금 모아서 일정금액이 되면 마천루부터 사야겠네요. 우히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 남자, 결국 모두에게 자랑할만한 여자가 생겨도 저여자를 잊을수는 없을거에요. 확실해요!!

버벌 2012-01-27 21:59   URL
네 정말 그것은 확실해요. 절대 저 여자를 잊을 수 없을거에요. 마천루 같이 읽어요. 꼭이요. 하지만 캐더린에 대해서 저와 다른 생각을 할지도 ㅎㅎㅎ 지금은 캐더린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아닐꺼에요. 그건 확실해요. 필이 확~~ 옴. ㅎㅎ 전 지금 일부로라도 마천루와 아인랜드에 대해 검색을 않고 있어요. ㅠㅠ

구차달 2012-01-27 21:55   댓글달기 | URL
일본여행이라 언제 일본 한 번 가볼까... (이것은 언젠가 혹은 조만간 가겠다 하는 의사표현이 아니라 언제나 한 번 가볼 수 있으려나 하는 막연한 아쉬움, 혹은 안타까움) ㅋ 카스테라는 아쉽게 됐습니다.

버벌 2012-01-27 22:01   URL
전 일본을 다녀왔어요. 남동생이랑 같이 갔는데 다들.... 연인 혹은 부부로 알았.. ㅠㅠ 일본을 좋아하진 않지만 다음에 또 시간이 되서 여행을 가게 되면 교토를 가보고 싶습니다. 꼭이요. 카스테라. 카스테라. 남동생 시간이 없어 제 카스테라는 사지 못하고 엉뚱한 걸 사왔놓구선. 자신은 비행기에서 원하던 담배를 사왔더군요. 제카드로!!!!

다락방 2012-01-27 22:02   URL
버벌님 카드.................ㅋㅋ

버벌 2012-01-27 22:28   URL
락방님. 제가 담배를 사라고 카드를 찔러준건데.. 카스테라가 없으니 완전 도끼눈으로 담배를 쳐다봤어요. 동생은 제가 담배를 어떻게 할까봐 깊숙히 숨겨놓고, 스!키!장!에 갔습니다.

소이진 2012-01-27 23:14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책이라. 그 단어와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얼마나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말인가요. 그래서 저는 약간 나이가 지긋하신 작가분들을 선호하나 봅니다 ㅎㅎ

버벌 2012-01-28 17:47   URL
전.... 고전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쉽게 읽히진 않구요. 그래도 고전을 좋아합니다. 습관처럼 구입을 해요. 언젠가는 다 읽겠죠.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2-01-28 15:49   댓글달기 | URL
오...마천루 읽기 시작했군요.꽤 비싸던데...장한나가 감명깊었다는 소설이라네요.

버벌 2012-01-28 17:48   URL
장한나도 좋아했나요? ㅎ 전 원래가 아틀라스. --> 이걸 보려고 했었는데. 마천루를 더 먼저 보게 됐어요. 다 읽으면 아틀라스도 구해볼 생각입니다. ^^ 마천루 읽으셨어요?

노이에자이트 2012-01-28 20:40   URL
옛날 나온 번역본으로 읽었어요.아틀라스는 더 분량이 많던데...미국에선 대단한 추종자를 갖고 있지만 유럽으로만 가도 애인 랜드는 그다지 인기가 없죠.전형적인 미국취향의 작가입니다.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대다수 때문에 빛을 못보고 있다는 식의 사상이죠.마천루에도 그런 사상이 나타나 있습니다.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통쾌한 면도 있습니다.

버벌 2012-02-12 03:59   URL
아아 읽기 힘들어요. "황야의 이리" 보셨어요? 그것만큼 힘들어요. 인내심이 필요해요. 하지만 던지지는 않겠어요. 꼭 다 보고 아틀라스도 읽어버리고 말겠습니다.

 

1.

퇴근길이었다. 추웠고, 그래서 난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아이팟에 저장된 팟캐스트 방송을 듣기 위해 버스에 앉아 있었다. 유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음악이 아니라 대화 위주의 방송은 버스만큼 집중이 잘 되는 곳이 없었다. 중국산 찐살에 경악하고, 잘 사먹던 삼각 김밥을 이젠 즐거운 마음으로 먹긴 힘들겠구나 탄식하며 일어서자 내릴 문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여성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털모자를 썼고, 두꺼운 점퍼에 내가 가진 것과 같은 하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스키니진에 어그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꼬고 있는 다리가 너무 가늘어서 부러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부러질 듯한 다리 위에 보란 듯이 책을 올려 놓고 있는 것이다. 넘겨진 페이지가 적은 걸 보니 이제 막 읽기 시작한 것 같다. 한 손엔 아이폰을 쥐었는데 엄지 손가락은 쉬질 않았고, 다른 손으론 넘어가려는 페이지를 누르고 있었는데 묘하게도 눈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막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그거 재미있어요"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차하기를 기다리면서 곧 떨어질 것만 같은 책을 바르게 놓아주면서 "저도 읽었거든요. 즐겁게 봤어요" 말하며 아는 척을 하고 싶었다. 이젠 아이폰을 가방에 넣고, 창 밖을 향하던 눈을 두 손으로 단단히 잡은 책 위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작가가 이쪽 사람이에요. 이쪽에서 근무를 했는데 근무를 하면서 글을 썼다고 해요." 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버스가 멈췄다. 난 계단을 내려가 보도 블럭에 서서 점퍼에 달린 털 모자를 썼다. 추웠고, 그래서 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버스에서 잠시 키워두었던 볼륨을 다시 내리며 걸음을 빨리 했다.

말해 줄걸 그랬나?  움... 틀림 없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 받았을 거야.

 




2.

 

지난달에 서울 둘째 집에 다녀왔다. 혜화동에서 요즘 젤 인기가 좋다는 연극을 보고, 제부가 특별히 알아 놨다는 이태원 맥주집에 갔다. 늦은 시간이라 주문이 힘든 스테이크는 먹질 못했지만 종류별로 생맥주를 마시며 술맛과 가게 안에 가득한 외국인들에 감탄사를 보냈다. 제부는 거듭 못 먹게 된 스테이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게 진짜 맛있는건데. 아쉽네요" "아뇨. 이것도 좋은데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했다. 스테이크와 비교가  힘든 감자 튀김이었지만 정말로 맛있었고, 맥주도 근사했다.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여러군데 다녔는데 여기가 제일 좋더라구요. 분위기는 모르겠지만 술 맛은 처형이 좋아할 것 같았어요"

"분위기도 좋은데요" 이번에도 진심이었다. 난 그런 곳을 좋아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음악소리와 가득찬 사람들이 내는 말소리가 뒤엉키는 어수선한 곳. 맛있는 맥주집은 그런 곳이여만 할 것 같았다. 둘째는 연극을 보기 전에 30분쯤 머무른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내가 사준 오만과 편견을 제부에게 보이며 자랑을 했다. 그리고 난 세번째로 가져온 맥주를 마셨다. "미리 어떤 책을 살 것인지 검색을 해두었으면 좋았을텐데. 정보가 없어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둘째가 말을 받았다. "응. 넓고 책은 많았는데 거긴 시간을 두고 오래 머무르던지, 미리 알아보고 갔어야 했어. 오늘 시간이 촉박해서. 그건 언니꺼야." 말 대신 손가락을 가리키는 제부의 질문에 둘째가 대답한다.

서점에는 갔으니 책은 들고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딱히 눈에 띄는 책은 보이질 않고, 시간은 없고, 둘째는 벌써 책을 골라 가슴에 안고 있고, 막내는 어서 나가자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고, 윽. 저 눈 좀 봐. 난 아직도 책을 못 고르겠고, 망할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터지질 않고, 그러니 검색도 당연히 안되고, 그냥 나가기엔. 맙소사 여긴 서점이야. 자 다시 한바퀴 돌고, 얼마 없는 시간은 째깍째깍 내 귀에서만 울리며 날 재촉하고, 아직 인터넷은 안되고, 아 그거 뭐였더라? 사려고 한 책이 있었는데. 수첩을 뒤적였다. 메모를 안해 놨다. "그거 재미있는 거야? 그럼 나도 사줘" 둘째의 말에 으응... 말을 흘린다. 이 책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당연하다. 그냥 마주보이는 책장에 서너권 있길래. 눈에 익은 [니벨룽겐의 노래]와 얼추 비슷해 보이는 제목이길래.


아........ 뭐든 손에 들고 나와야 했다고! 여긴 서점이잖아.

 


 

3.

 

제부와 막내는 거실에서 나와 둘째는 큰방에서. 아직 가시지 않은 새 이불 냄새에 기분 좋아 파 묻혀 있노라니 고개 돌린 쪽으로 협탁이 보인다. 밝은색 원목으로 된 협탁에 웨딩사진이 담긴 액자와 두툼한 붉은 책 한권. 손을 뻗자 까실하니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진다. 생각했다. 책 껍질을 벗겨내니 웬지 더 멋스러워 보이네. 붉은색이라니 굉장해. "읽고 있어?" 둘째가 대답했다. "응" "어렵진 않고?" "응. 쉽게 풀어놔서 읽기 괜찮아. 그런데 재미는 없어"

 



 

 

결혼 전 남자친구가 사줬다며 둘째는 두꺼운 책을 들어보이며 자랑을 했다. 게임을 하느라 모니터를 보고 있던 내가 흘깃 책을 보고는 말했다. "나한테 있잖아 그거" 둘째는 말 없이 서서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있어. 그거"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서며 크게 하품을 했다. 그리곤 책장에서 책을 꺼내 손가락으로 둘째가 가진 책과 내가 가진 책을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봐 있잖아" 둘째는 의아한 표정이다.


"왜 지금까지 안 봤어?"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한 두권이니" 씁쓸하지만 사실이다. 동생이 말했다. "요즘 내가 인문학을 보고 있거든" 알고 있다. 리버럴아트에 관심이 많은 남자친구와 [리딩으로 리딩하라] 덕분에 둘째는 도무지 진도가 안나간다는 논어를 붙잡고 여기저기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그래서 난 산건데. 언니는 왜 샀어? 알고 있었어? 아 [리딩으로 리딩하라]를 봤으니..." "내가 아틸란티스 이야기를 좋아하잖아" 내말에 둘째는 웬 뜬금 없는 이야기냐는 눈초리다.

"그 때문에 관련된 책을 많이 보는데. 일리어드에서 그런 구절이 있더라고. 플라톤의 크리티아스말고도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아틸란티스가 등장한다고. 그래서 샀어. 확인하려고" "나와? 책 속에 아틸란티스가?" 동생의 물음에 "모르지 아직 안 읽었다니까. 언젠가는 읽겠지" 대답하며 도로 책장에 끼워 넣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가방을 내려 놓고, 역사를 책장에서 빼낸 것이다. 이젠 읽어야 겠다. 둘째집 협탁 위에 올려진 책을 본 순간 생각이 들었고, 까실한 감촉을 느끼면서 결심했다. 동생이 읽기 전에 읽어버려야지. 정확한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 반드시!



4.

 

 

반 값 도서를 검색했다. 익숙치 않던 곳인데 몇번 들여다보고 뜻하지 않게 득템도 쏠쏠히 해서 이젠 습관이 됐다. 혼자만 서울에 있어 우울증 걸릴 것 같다는 둘째에게 책을 골라보라고 카톡을 날려두고, 될 수 있으면 반 값에서 골라보라고 약하고도 비굴한 모습도 슬쩍 보여주었다. 도서를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표지여서 클릭을 했더니 소개글 중 일부 

<또한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많은 문화코드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앵무새 죽이기>,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그린 <위대한 개츠비> 등의 문학 작품과 '록키 호러 픽쳐 쇼', '죽은 시인의 사회', '해럴드와 모드'의 영화와 뮤지컬 등 지금의 미국을 살고 있는 성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 코드들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보이는 굵은 문장과 그 아래로

<월플라워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코드>

 

 책 :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천국의 이쪽 - F.스콧 피츠제럴드
피터 팬 - 제임스 매튜 베리
위대한 개츠비 - F.스콧 피츠제럴드
단독강화 - 존 놀스
호밀밭의 파수꾼 - J.D.샐린저
길 위에서 - 잭 케루악
네이키드 런치 - 윌리엄 S. 버로우즈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방인 - 알베르 카뮈
마천루 - 아인 랜드
카스트로 스트리트의 시장 - 랜디 쉴츠

영화 :

록키 호러 픽쳐 쇼 - 짐 샤만
졸업 - 마이크 니콜스
해럴드와 모드 - 할 애쉬비
개 같은 내 인생 - 라세 할스트롬
죽은 시인의 사회 - 피터 위어
믿을 수 없는 진실 - 할 하틀리
아름다운 인생 - 프랭크 캐프라
레즈 - 워렌 비티
더 프로듀서 - 멜 브룩스
매쉬 - 로버트 알트만

음악 :
Asleep - 더 스미스
Vapour Trail - 라이드
Scarborough Fair - 사이먼 앤 가펑클
A Whiter Shade of Pale - 프로콜 할럼
Dear Prudence - 비틀즈
Gypsy - 수잔 베가
Nights in White Stain - 무디 블루스
Daydream - 스매싱 펌킨스
Dusk - 제네시스
MLK - U2
Blackbird - 비틀즈
Landslide - 플리트우드 맥
Smells Like Teen Sprits - 너바나
Another Brick in the Wall Pt.II - 핑크 플로이드
Something - 비틀즈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 게다가 내가 접한 것은 알고 있는 반에서 또 다시 반이다. 아. 이걸 읽어야 할 것 같아. 그럼 나 굉장히 상식이 많은 사람이 될 것 같고, 저 모든걸 접하게 된다면 다른 이에게 으스대며 좋아하는 자랑질을 실컷 할 수 있을것 같아. 알고 싶다. 책을 살게. 그러니 나에게도 알려줘봐. 아. 그런데 어떻게 하지? "역사"를 시작했는데 그 두께에 다 끝내고 이걸 읽기엔 시간이 오래걸리고, 난 여기에 담긴 문화 코드를 빨리 알았으면 한다고. 난 이제 막 드디어 결심이 섰는데.... 호기심이 이겼다.



5.


난 술집에 앉아 있었다. 안주는 매운 스페인식 수제비였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안주를 먹지 않는 친구 대신에 술 대신 매운 국물을 떠 넘기고 있었다. 친구는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한참 말로 풀고 있던 중이었는데 바로 전에 만났을 때도 그리고 그 전에도 거기에 그 전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고 나선 늘 그랬다. 탁자 위엔 안주와 술이 있고, 우린 둘 다 바빴는데 그녀는 하소연을 하고 하소연을 하지 않을땐 술을 마시며 한시도 입을 쉬지 않았고, 난 의무감으로 안주를 해결을 하며 먹지 않을땐 질문으로 끝나는 그녀의 말에 박자 맞춰 대답을 해줘야 했다. 

그녀가 바라는 건은 들어주고, 같은 편이 되어 주는 것. 그런데 그녀는 내 친구였고, 그것도 꽤나 친한 친구였음에도 그녀의 상황에 맞장구를 치지 못할 때가 자주 발생했다. 고민을 했다. 늘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여기서 그냥 기분 좋게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여 주면 된다. 문제는 하소연으로 술 마시고 풀리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 더 큰 문제는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 아닌데 마지막도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그녀의 문제점이 보인다. 너무나 분명하게.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면 참아지지 않을 것 같아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ㅅㅂ. 입을 막을 것이 필요하다. 벨을 눌러 그녀에게 맥주 한잔을 더 시켜주고 매운 해물 떡볶이를 시켰다. 빈 맥주잔이 새 것으로 바뀌고, 난 떡을 오물거렸다. 그녀가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조직에서 일을 하면 힘들잖아. 너도 처음에는 힘들었겠지만 이제 괜찮아졌고" 아.... 참아지지가 않았다.

"난 지금도 힘들어.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있어? 또 괜찮아 지는게 어디 있어? 그냥 하는거지. 못 마땅하고 화날 일이 한 두번이야? 그래도 그냥 해. 싫든 좋든 그렇게 해. 별 수 있어? 그게 싫으면 그만 둬야지. 하지만 그러기 힘들잖아. 당장 급한 네 생활비를 해결해 주는 곳이니까. 그럼 받아 들여야지. 왜 자꾸 빙빙돌아. 처음이 다 힘들지 그렇지 않냐고? 맞아. 그걸 알면서 왜 이래. 처음이니까 익숙하지 않으니까, 아직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으니 당연한거 너도 알잖아. 요즘들어 난 네 짜증난 얼굴만 보고있어."

지금도 후회한다. 참아야 했는데. 그걸 누가 모르나. 알면서 짜증내고, 하소연 하는거지. 내 일은 그걸 들어주는 일이었는데.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인줄 아는 그녀의 지인들은 다들 그녀를 토닥이며 위로했을 것이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상사를 욕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해줄 것이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술 상대가 되어주는 여러명의 친구들 중 한명이 아니라 처음이자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알아버리지 않았다면.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내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토닥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녀는 괜찮다고 너 같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의 괜찮다는 말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안다. 웃으며 정말 괜찮다고 하는데 불편한 걸 안다. 그녀의 잔은 비워졌고, 난 마시지 않은 내 맥주를 건네주었다. 집에 가고 싶었다. 이 분위기를 깨고 어서 일어나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에게서 집중이 벗어나자 들리지 않던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익숙하다. 목소리도 노래도 익숙한데 모르는 노래. 벨을 눌렀다. 다가온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 노래 뭐에요? 제목 좀" 친구는 웃어버린다. "역시 너는...." 뒤에 이어질 말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의 웃음은 진짜 웃음인 걸 아니까. 조금 뒤에 다시 온 종업원이 말했다 "over you 에요" "고마워요" 그녀가 나 대신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제대로 듣지 못한 나에게 다시 정확히 알려준다. "over you 래" "응" "노래 좋네.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응 나도 그래서 물어 본거야. 궁금해서"

우린 웃었다. 마주보고.

Daughtry - Oer you



 
 
다락방 2012-01-14 17:19   댓글달기 | URL
오버 유, 크리스 도트리의 오버 유를 말한거였군요. 오버 유? 누구노래지? 읽으면서 갸웃했는데.
버벌님은 괜찮다고했지만 나는 버벌님이 그 스테이크를 먹지못한게 아쉬워요 ㅠㅠ 너무너무 궁금해요. 얼마나 맛있는 스테이크일지. 아..안타까워 ㅠㅠ 얼마나 맛있었어요? 어떤 맛인지 상세하게 설명해줘요, 라고 말하고 싶단말예요. 근데 버벌님 제부 좋다 ㅋㅋ 처형한테 술도 사주고 스테이크도 사주고. 모름지기 바로 그런것이 제부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씨익.
:)

버벌 2012-01-14 18:39   URL
저는 제부가 나보다 더 많이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술을 좋아해서,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 술집에 들어간 시간이 10시 10분이 조금 넘어서였는데 스테이크는 10시까지만 한데요. 애처로운 눈빛을 제가 아닌 제부가! 보냈지만. 그것도 거듭. ㅎㅎ 안된다고 합니다. 못 먹어 서운하긴 했어도 감자튀김이 너무 맛있어서 좋았어요. 술집 이름이 기억이 안나요. 이태원에서 내려서 백미터 정도 걷다가 좌회전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서 우회전. 위치는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ㅡㅡ;;; 도트리 노래는 귀에 익어 알고 있었는데. 도트리도 over you라는 것을 안것도 이때였어요. ㅎㅎㅎㅎ 다음에 서울에 가면 스테이크를 꼭 먹고올게요. 그리고 락방님도 뵈러갈께요. 기습공격. 끼끼끼
 

바람이 차다. 스카프를 단단히 여몄다. 얇은 천 사이를 뚫는 찬 기운에 맥이 빠진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쓰고, 목 언저리를 단단히 잡는다. 추웠지만 바람이 조금은 막아진 것 같다. 굽은 어깨에 모자에 눌린 머리가 우습지만 집까지 길어야 30분이니 창피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그만큼 추웠고, 난 거기에 방어가 안 되어 있었다. 전 날 저녁 엄마는 출근하는 나를 불러세웠다. 얇은 이너 웨어에 약간의 두께가 있는 후드티를 입고 나서는 것에 혀를 찼다. 서랍에서 갈색의 투박한 머플러를 꺼내는 것에 난 기겁을 했다. 말리는 엄마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푸른색 호피 무늬의 얇은 스카프를 들고서 재빠르게 집을 나섰다.

지금 난 제대로 벌을 받고 있다. 바람은 전 날 보다 찼고, 스카프는 너무 얇았고, 퇴근 후엔 집이 아니라 월례 교육에 참석했고, 회비를 냈고, 잠은 쏟아지고,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갈색들은 걸음을 옮길때마다 바스락 소리를 냈다. 바람이 조금만 덜 불었어도, 스카프가 조금만 더 두꺼웠어도, 전날 엄마의 말을 듣기만 했어도, 월례회에 참석만 안 했어도, 그 때문에 택시가 줄을 서는 출근 시간을 놓치지만 않았더라도. 그랬더라면 푹신한 갈색들이 내는 바스락 소리에 기분이 좋았을텐데. 산 옆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을 감사했을테고, 어쩌면 책 속에 꽂아 둘 온전한 낙엽을 찾아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숨을 쉬었다. 한숨에 섞여 하얀 김이 따라 나온다. 두손을 마주대고 비벼댔다. 입술을 모아 온기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때 MP3에서 They Don's About Us가 플레이 된다. 

야근으로 끈적해진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볼륨을 올리자 노래가 끝나려 한다. 반복 재생을 한다.
여전히 추웠고, 숨 쉴때마다 하얀 김이 나왔고, 두 손을 닳을듯이 비벼 댔고, 갈색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스카프는 점점 더 목을 조르고, 모자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아 빈 택시도 몇번 보냈다. 그리고 노래가 반복된다.
한참을 반복했고, 난 그대로 서 있었다.




All I wanna say is that
They don't really care about us  
All I wanna say is that 
They don't really care about us 




 
 
다락방 2011-11-22 13:39   댓글달기 | URL
무사히 집에 돌아온거고, 이제는 몸을 좀 녹인거죠?

버벌 2011-11-22 20:48   URL
집에 도착해서 죽은 듯이 잤어요. 이제 일어났는데 손이 차고, 발이 차요. 저 감기에 걸리려나봐요. 아 진짜. ㅠㅠ

양철나무꾼 2011-11-22 18:15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 한철은 '터틀 넥'이라고 불리우는 목폴라를 기브스한 듯 입고 사는데...
뜨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푹 주무시고 일어나셨을 시간인가요?

그러니까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단 말씀~^^

버벌 2011-11-22 20:49   URL
자고 일어나서 미리 약 먹어두려고 약장을 뒤졌더니 엄마는 뒤에서 등을 내리쳐요. 이럴줄 알았다고.
자고로 어른 말씀을 들어 손해 볼 것이 없는데. 제 경우가 그렇습니다.
방안에 있는데 손이 시려요~ ㅠㅠ

2012-01-01 09:22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8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원래가 반값 도서쪽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기웃 기웃거리다 보면 그런 곳이 있구나~ 라는 것을 잃어버리는? 생각날 때 한번씩 둘러보는 편인데 아.... 온다 리쿠가. 이번엔 온다리쿠 특집인지. 그녀의 많은 책들이 반값에  올라와있다. 그 중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 책이 반값 할인을 한다. 서점에서 표지만 보고 뽑아든 책 중 하나인데. 그러니까 오프라인에서 산 만큼 조금의 할인도 받지 않고 제 값주고 산 책이라는 거다. 뭐 그렇다 해도 그 가격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만큼 만족한 책이다. 먼저 먼저의 페이퍼에도 썼지만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나 웹서핑과 신문과 같은 정보를 통한 책 구입보다 우연하게 들른 서점에서 아주 우연하게 뽑아낸 책이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삼월의 붉은 구렁이 그랬다. 이 기회에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났으면 하는 바램. 그래도 나처럼 우연히 발견하여 뜻밖의 즐거움은 얻는. 그런 행복함은 없을것이다. 푸힛 -> 이거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다~~~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말했다. 으악 삼월의 붉은 구렁을이 반값이야~. 니가 가진 것은 거의 반 값이다. 아니다. 반 값도 아니다 3900원이여~. 뭐... 뭐시라? 아~ 기분이 좀 이상하다. 젠장! 아 그런데... 여동생 말이 맞다. 둘러보니 눈에 띄는 것은 거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신간을 사지 마라는거야? 어쩌라는거야? 난 그냥 본능에 충실할 뿐인데.

 

 

 

 

 

 



이 녀석들도 반값. (이 녀석이란 표현이 좀 거시기 한가?) "사립학교아이들" 결제 금액이 어중간해서 가격 맞추려고 끼워넣었던 책인데 의외의 재미를 주었던 책. (같이 구입한 책은 뒷전) 나는 이런 성장 소설에 약하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다고!! 전혀 기대를 하지 않던 책이었기에 재미가 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보게 되면 이때 만큼의 재미는 못 느낄지도. 중간에 페이지가 뒤집힌 잘못된 제본만 아니면 다시 읽어 볼 법도 한데. 여동생은 그 때문에 재미가 줄었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자기 취향은 아니었다고 말했었다.

움 성장소설하니 갑자기 "작은 아씨들"과 "빨강머리앤"이 생각나는군. 이 책들은 진리다. "오즈의마법사"도.

예전에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서 조이와 레이첼이 서로의 책을 바꿔읽는데. 그때 바뀐 책이 작은아씨들과 샤이닝이었다. 조이는 울었다. 레이첼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베스가 죽어. 라고 말을 할때 충격을 받아서. 이때 조이가 냉동실에 샤이닝을 넣어 둔 것을 보고 엄청 웃었었다. 레이첼이 방문이 벌컥 열리자 읽고 있던 샤이닝을 움켜쥐고 놀래 경계 태세를 취했던 것도. 깔깔깔 

시핑뉴스는 책 보다 영화가 먼저였다. 순전히 "케빈스페이시" 때문에 본 영화지만 그 때문이라도 보게 된 게 어디냐며 케빈 스페이시에게 역시 당신은 최고의 배우라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는거라고, 당신의 선택은 최고 였다고 엄지를 내밀었었다. 영화를 보고 난뒤 감정 이입도 너무 심해서 배경이 된 뉴펀들랜드까지 뛰어가고 싶은 것을 내내 자제시켜야 했다. 지금도 가고 싶은 여행지 중 1순위는 뉴펀들랜드. 2순위는 프린스에드워드 섬. 그 뒤 순위는 정하지 못했다. 이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그리고 미미 여사 책도 있다. 미먀베 미유키는 이유가 없다. 신간이 나오면 그냥 산다. 왜? 미야베 미유키니까. 반값 도서에 일본 소설이 꽤나 많은데. 그중 단연 돋보이는 "화차".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아직 화차를 보지 않았다면 당연 추천. 왜? 미야베 미유키니까. ㅎㅎㅎㅎㅎ

그리고 발견한 또 다른 반값 도서. 이건 구입. 다른 생각 할 것도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 잊고 있었어. 메모만 해두고 산다는 것 잊고 있었는데 반값이래. 울먹

 

 

 

 

 

 


요즘 읽고 있는 책. 

 

 

 

 

 

 
2편이 품절이라. 구입 때까지 읽지 않으려 했는데. 만지고 말았다. 표지를 만지고 말았어. ㅠㅠ



 

 

 

 

  


이건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제프리 디버도 나에겐 이유가 없다. 미미여사도. 스티븐킹도.



 

 

 

 

 


6권이 나왔다.  

 

아끼고 있는 책 

 

 

 

 

 


아. 봐야하나? 아님 좀 더 참아야 하나?



 
 
다락방 2011-11-15 21:31   댓글달기 | URL
앗 사립학교 아이들 좋아요? 저 사놓은지 오만년 됐는데 여전히 책장에 꽂혀있기만 하거든요. 버벌님이 좋다고 말씀하시니 저도 이제 사립학교 아이들의 먼지를 털고 읽어볼까요?

버벌 2011-11-16 01:48   URL
함 읽어보세요. 표지(?)에 관한 선입견이 사라진달까요? ㅡㅡ;; 전 기대를 안하고 봐서 인지 좋았어요. 책장도 잘 넘어간답니다. 그런데 제본이 참.... 책장이 뒤집히고 난리도 아녀요~ 락방님이 가진 책도 그러한지 모르겠네요.

다락방 2011-11-15 21:33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버벌님. 서재이름이요. 왜 코끼리가 아니라 꼬끼리에요? 사연이 있나요, 아니면 단순오타인가요?

버벌 2011-11-16 01:18   URL
우와~~~ 드디어 발견해주시네요. 네~~~ 당연히. 오타입니다. ㅡㅡ;;;;;;; 번개처럼 사라져서 고쳐놓을게요. ㅠㅠ (난 왜 이걸 지금까지 몰랐죠?) 하긴 오늘 인계를 하는데 인계지에 제가 쓴 맞춤법이 틀린 글씨를 발견하곤 볼이 화끈 화끈.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지적을 안하는 놀라운 사태가. ㅋㅋㅋ

다락방 2011-11-16 09:06   URL
아, 저는 처음 올때부터 알았는데 뭔가 비틀기의 미학이 들어있다든가 특별한 사연이 있다든가 그런건가 싶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물어야지 물어야지 했더랬어요. 진작 말씀드릴걸 ㅎㅎㅎㅎㅎ

버벌 2011-11-16 10:40   URL
단순한 오타... 였어요. 비틀기의 미학을 할만한 위트가 저에겐..... 욱. 왜 눈물이 나지 ㅜㅜ.그런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 전 늘 보고 있었으면서 몰랐을까요? 지금은 코끼리가 되었습니다 ㅎㅎ

2011-11-15 21:34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6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11-16 14:37   댓글달기 | URL
ㅎ,ㅎ...버벌님이 계셨군요~^^
제가 마실을 좀 뜸하게 다녔더니, 버벌님을 건너뛸뻔 했네요.
잘 계신거죠?^^

책이 쫌 겹치네요~
애니 프루는 저도 왕 사랑해서 꼭 집고 넘어 가고 싶고,
엣지는 작가 이름 값 하는 것 같았어요~^^

버벌 2011-11-17 00:44   URL
엣지 보셨구나. 전 이제 보기 시작해요
오래산에 뵈어요. ^^ 저는 아주 잘~~ 있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17 16:41   댓글달기 | URL
자세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올해 여름과 가을에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각각 뉴펀들랜드와 프린스에드워즈를 방영해서 재밌게 봤습니다.뉴펀들랜드는 웅장한 빙하, 프린스에드워즈 섬은 바다와 숲이 조화가 잘 된 데다 빨간머리 앤을 소재로 한 관광상품이 눈길을 끌더군요.다시보기로 한 번 구경해보세요.

버벌 2011-11-17 23:03   URL
네.. 한번 다시보기로 볼게요. 뉴펀들랜드 프린스에드워드. 너무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ㅎㅎ
하지만 전.... 당장에 어디도 갈 수 없는.....
 

 

 

   

 

내가 아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그는 지인들과 대화를 할 수있는 몇 안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가지고 있는 그의 책은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 "IQ84". 책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번은 겪는 "상실의 시대"는 그들의 사랑에 동참하고 싶어서, 실은 아는 동생의 100퍼센트 감정이입이 된 사랑에 관한 절절한 리뷰에 구입을 했지만 동참은 커녕 그 비슷한 마음을 느껴보기도 전에 덮었고, "해변의 카프카"는 초반에 덮어 버린 " 상실의 시대"에 하루키에 대한 생각이 혹시나 바뀔까봐.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 "IQ84"는 아끼는 책 중 하나인 "1984"와 제목이 닮아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는데 결제를 하기 전 선물로 받아버렸다. 선물을 받으면 언제나 초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지만 선물을 준 이도 하루키도 유쾌한 기억이 없던터라 책은 저멀리 관심에서 벗어나 버리고 만다. 저런 저런. 지금 내 책장엔 "상실의시대" "해변의카프카" "IQ84" 가 나란히 꽂혀있다. 흔한 지문도 없이 먼지만 잔뜩 안은 채로.  

사람은 미워해도 책은 미워하면 안된다.  (으음)

자. 그런데. 그의 책 중에 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보자마자 이런 저런 이유 없이 그냥 <사고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싶다> <살까?> <사야하나?> 많은 이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작가인만큼 나도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은 강하긴 하나 감상을 할 정도로 혹은 비판을 할 정도로 그의 책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인지라 구입을 하고 나서 또 그리고 역시 끝을 내지 못하고 "IQ84"옆에 만들어 준 자리에 들어가게 될지(지금은 "나는 훌리아 아줌마와 결혼했다" 가 꽂혀있다), 아니면 "상실의 시대"를 다시 뽑아들게 할지.

이상한 일이다. 책을 읽지 않은 지금도 그는 나에게 좋은 작가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말하기에) 그래서 그의 책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 책을 봤을때 단순히 <사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산다> 모드에서 난 망설이고 있다. 일단을 구입을 해야 길이 갈릴텐데 난 지금 구입 마저도 망설이고 있다. 이런 망설이다니. 호기심이 힘을 쓰질 못한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도 좋아지지 않은 책이기에. 작가이기에. 생각을 정리하자. 호기심에 힘을 실었다. 충분히 그래도 되는 작가이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이다. 그래서 구입했다.

나는 다시 한번 노력을 해볼 참이다. 먼지 묵은 "상실의 시대"를 꺼내서 좀 더 오래전에 읽었으면 좋았을 걸 하며 후회를 하길 바라면서, 하루키를 알고 좋아하는 다른이들과 적어도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는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길 바라면서. 하루키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공유하기를 바라면서.


덧붙임.  

하루키의 책을 읽고나서 그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더라도 여전히 난 조지 R.R. 마틴이 더 좋을테고, 스티븐 킹 신작을 기다릴것이다. 이런 생각은 망설임도 없다. 사람 취향은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얼음과 불의노래" 5부는 언제나 번역이 끝날지. 저기 마틴옹. 목이 늘어나고 늘어나서 리본 처럼 묶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 그만하시고, 다른 곳에 팔았던 눈도 어서 제자리에 돌려놓으세요. 다음 권을 내 주셔야죠. 저 또다시 1부 부터 읽어야 합니까?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5부에서 누군가가 또! 죽는다고 하는데. 주요 인물 좀 그만 죽여주세요. 인자하게 생긴 분이 왜 그러세요.) 



 
 
다락방 2011-11-15 09:02   댓글달기 | URL
버벌님이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취향의 문제로 봐도 좀 갸웃해져요. 그동안의 버벌님 페이퍼로 짐작컨대 버벌님은 하루키의 글을 꽤 좋아할 것 같거든요. 물론 하루키를 꼭 좋아해야 하는것도 아니고 좋아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지만, 버벌님이 그의 글을 좋아할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갸웃갸웃.
어쨌든 우리 잡문집이 도착하면 같이 읽읍시다. 꺄울.

버벌 2011-11-15 16:46   URL
네. 잡문집 도착하면 같이 읽어요~ 꺄울. 내 동생은 먼지만 묻은 하루키 책에 왜? 라고 물어요. 지인들도 하루키의 책을 한권도 보지 못 했다가... 아니라 안 봤다고 하면 왜? 냐고 묻죠.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몇번의 시도에도 좋은지 아닌지 알 정도로 읽어보질 못한거에요. (이런 경우는 에쿠니 가오리도 해당이... 이상하게 친해지지가 않아요. 같은 날 읽었던 아멜리 노통은 좋은데 말입니다)또 다시 읽게 될 텐데. 이건 제 바램이지만 좋아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완독을 했으면 합니다. 꼭. 말입니다. 훌쩍.

다락방 2011-11-15 18:12   URL
에쿠니 가오리는 패쓰하셔도 삶에 있어 조금의 억울함도 가져오지 않아요. 전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대부분 읽었거든요.

버벌 2011-11-15 18:32   URL
움. 이런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몇권을 읽었지만 소장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게 웬일. ㅎㅎㅎㅎㅎㅎㅎ 락방님은 에쿠니 가우리도 거의 읽으셨군요. 웬지 부러움. ㅠㅠ

노이에자이트 2011-11-15 17:47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는 우리나라에서 90년대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 소설이죠.그전 시대와는 무언가 다른...우리나라 소설가들도 그전과는 다른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고요.

버벌 2011-11-15 18:31   URL
하루키로 인해 달라졌다는 말인가요? 그만큼 하루키가 영향을 주었다는 그런 말인가요? ^^

노이에자이트 2011-11-15 21:05   URL
하루키 소설이 일본의 운동권의 몰락 이후를 다루잖아요.우리나라도 1991년 소련이 망하고 난 다음 80년대의 민중 노동 등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급격히 안 팔리죠.완전히 딴 세상이 되었고요.그래서 우리 문학사에서는 이 시대를 후일담 소설의 탄생기라고 합니다.박일문이 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버벌 2011-11-16 01:52   URL
아 그렇구나. 전 단순한 것만 알아요. 읽지않아도 아는 것들. (하루키, 와타나베, 나오코, 사랑, 노르웨이숲) 으.... 저 왜이리 짜짠하죠? ㅋㅋㅋㅋㅋ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읽어보진 못했어요. 좋은 것을 알려주세요. 읽어봐야겠어요. 앞으로 이런 정보 많이 많이~ 많이 많이~ 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11-16 16:51   URL
박일문이 하루키를 표절했네 어쨌네 말이 많았죠.어쨌든 이제 다시는 80년대 같이 민중이니 노동이니 하는 소설은 안 팔릴 겁니다.

이제 박일문도 한물 간 작가죠...우리나라는 작가 수명이 영 짧아요.

구차달 2011-11-16 06:15   댓글달기 | URL
저하고 같은 분이시네요... 좀 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어렵사리 '상실의시대'를 9년전인가 한번 읽고 다시는 들추지 않는답니다. 하루키를...

버벌 2011-11-16 06:58   URL
그래도 읽어보셨네요. 하루키를. 전 읽지 않았어요. 이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읽고 나서 어떤 마음이 들지는 모르겠지만요. 시도하려구요. 잡문집부터. 힘을 주세요~~ 뺘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