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경 자유문고 동양학총서 41
육우 지음, 박양숙 엮음 / 자유문고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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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천은 수하의 시에서 "혹은 일구의 명을 마신다."라고 하고 있다.

구란 찻잔을 아름답게 칭한 것이다.

(...) 또 말하기를 "주갈, 봄은 깊은 한 잔의 차"라고도 하고 있다.

술을 마시면 목이 마르고 무엇인가 마시고 싶어진다. 그럴 때에는 오직 차를 마시고 다른 끓인 물을 마셔서는 안된다. 다른 끓인 물을 마시면 이런저런 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1. 이 책 보고 결국 못 참고 말차키트 지르고 말았다. 사실 티타임 자체가 작심하면 정말 무한대로 돈이 빠져나가는 취향이다. 그런데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이 책이 좀 지름신을 자극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책 보다가 정말 무심코 차가마 하나 검색했는데 중고가 기본 10만 원이 넘어가는 걸 보고 현기증이 났다고 하는데; 책 볼 때 주의하라고 말하고 싶다.

2. 사실 싸다고 이 책을 사지 말고 가급적이면 비싸더라도 완역본을 돈 주고 사는 걸 추천한다. 나는 사정이 있어서 이 책을 사 읽은 것이기 때문에.. 당나라에서 차를 마시는 관습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나온 것보다 좀 더 풍부한 사진 자료가 필요하고, 중간중간 역사 전문가의 설명이 더 있었으면 싶은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마시는 차와 비교하면 오산이다. 말 그대로 차잎 따는 부분부터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3. 사실 가장 관심이 갔던 건 중간된 번역한 끽다양생기와 번역가가 부록으로 직접 적은 커피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번역가가 힘을 빼고 잡담하듯이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끽다양생기 번역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절판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끽다양생기를 중고 아닌 책으로 소장하려면 이 글을 쓰는 현재로선 이 책을 구입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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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고전명작 특가할인] - [초특가판]
기타 (DVD)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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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사라지는 한니발. 이거 보고 다른 영화들 보면서 드라마 클라리스 정주행할 생각.

1. 생각했던 것처럼 아예 범죄물은 아님. 클라리스가 상당히 냉정한 편이다. 일단 범죄에 대한 촉도 빠르지만 무엇보다 똑똑한 편이고, 의외로 피지컬이나 사격 실력도 좋다는 사기캐 설정이라서. 범인도 금방 잡았음. 아쉬웠던 건 한니발 렉터를 잡기에는 아직 권력이 모자랐던 당시여서(여성은 차별받는 존재인데다가 견습신분. 드라마 한니발과 확연히 다른 설정이 이것이었음. 한니발도 약간 젊은 여자라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클라리스가 남자에 존경받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태도를 취했을거다라고 가정하고 나온 게 드라마 한니발이었던 듯.) 한니발에 대한 조사가 충분치 못했단 건데.. 이번에 드라마 클라리스가 나왔다고 하니 기대된다. 신분도 어느 정도 나아졌을테고 여성차별은 개선되었을지?

2. 확실히 공포영화의 근본이라서 그런가 내가 봤던 공포영화 설정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이게 근본이겠지 당연히.. 범인이 피해자처럼 구는 건 쏘우 생각나고, 야시경 써서 사람 뒷모습 찍는 풍경에선 rec 생각나고. 확실히 그 얼굴가죽 뒤집어쓴 걸 벗는 장면은 매우 크리피했음. 중경삼림처럼 한 번 영화관에서 재상영해주길 바랬는데 저 정도면 안 될 거 같음 ㅋ ㅠㅠ

3. 빌이 클라리스 잡으려다가 맥없이 져버리는 장면에서 응? 했는데 야시경은 햇빛이 비치면 눈갱당하는 거라고 밀덕이 조언해주었다. 아니 일단 클라리스에게 문 열어주러 나왔으니 대낮인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기 집도 낡았던데 그럼 무슨 깡으로 그거 쓰고 나왔대? ㅋㅋㅋ 남성밀덕의 맥없는 허세를 상징하는 듯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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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탈리 아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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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한번쯤은 여자들처럼 다뤄져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왕은 머뭇거리더니 고개 숙이며 말한다.

...... 삽입당해봐야 한단 말입니다. 그러면 소유당하고, 채워지려는 욕구를 이해하겠지요. 여자가 배 속 깊은 곳에서 느낄 공허감과 버림받은 느낌을 말입니다.......

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마음의 동요를 감추는 동안 왕은 그의 주위를 돌며 점점 더 원을 좁혀온다.

...... 하지만 반대로 여자들 역시 한번이라도, 분출하기 위해, 씨를 뿌리기 위해 힘이 솟구쳤다 시들고 사라지는 욕망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남자들은 그 욕망이 오래가지 않고, 거기 집착하지 않으며, 다중적이라는 걸 잘 알지요. 그렇잖습니까? 우리는 그런 욕망을 매번 느끼지만 여자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왕은 멀찍이 떨어지며 다시 정상적인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만약 두 성이 서로를 잘 안다면, 각 성이 잠깐이라도 상대 성의 입장에 서볼 수만 있다면, 이렇게 많은 비극과 불행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비극 작품도 없겠지요. 이건 안타까운 일이겠군요.



잠깐 출연한 태양왕 루이 14세.

애초에 페이트의 길가메시는 동성애자처럼 묘사되었고 은근 마초라서 저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임.

그러나 왕의 느낌이 강한 동작과 대사라서 짤 넣어봄.

주인공은 남주인공을 사귀었었다. 남주인공은 유부남이었고 시한부 인생이었으며 죽기 전에 본처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본처는 주인공에게 남주인공이 죽기 전에 남아달라고 끈질기게 간청하나 주인공은 그들을 뿌리친다.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나 자꾸 마음이 그들에게 향하자, 주인공은 자신을 첫사랑이 낙태를 하다 죽은 장 라신의 작품에서 나오는 여주인공 베레니스에 맞춘다. 이후로는 장 라신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10년 남짓 사귀었던 전 애인과 헤어지면서 내가 딱 그 생각했다. 그냥 죽어있는 게 낫지. 그래서 '넌 그냥 죽었다고 생각할거야'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상황에선 현명한 해결책이었다. 실연한 사람들은 끝까지 버티길 바란다. 당장은 싫겠지만 몸에 좋은 먹을거리가 따로 있듯이 정신건강에도 좋은 사람이 따로 있다니깐. 애초에 인생에서 그 인간만 있는 건 아니다. 살아보니 몇몇 더 나오더라고. 제본 상태상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 이것도 소장하지 않고 경비실 아저씨께 드릴 예정이다. 책 소장하려는 분들은 참조하시길.


선생은 그리스도 이전에는 많은 작가들이 저속했으며, 그렇다고 위대하지 못할 건 없다고 대답했다. 내친 김에 그는 "pallida morte futura"라는 구절을 아용했다. (...) 프랑스어는 개가 이빨을 드러내듯 분절을 드러내고, 굵은 뼈마디를 드러낸다. 반면에 라틴어는 이음새를 감춘다. 그 생략 속에서 의미가 돋아나 몰려온다. 축축한 흙이 냄새를 발산하듯이.

다가오는 죽음 때문에 하얗게 질린, 하고 한 학생이 말한다.

아니지, 선생이 말한다.

다가오는 죽음에 창백한, 장이 제안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장 라신 희곡집에 이어 읽을 책을 많이 던져주는 이런 소설이 개인적으로 아주 좋다.

아이네이스 구절. 아이네이스는 디도 여왕이 다스리는 카르타고에 머무르게 되나 제우스의 명으로 디도를 떠나게 된다. 디도는 스스로 장작더미에 올라 생을 마감한다. 자살한 것이다. 그녀는 죽어가며 카르타고가 아이네이스가 훗날 건설할 나라와 원수가 되어 영원히 싸우게 될 것이라 저주한다. 장장 120년이 걸리는 포에니 전쟁은 로마 제국이 세워지기 전부터 예견된 것이다.

이 장면을 재연한 멜스메도 있다. 공식 장르는 블랙메탈이지만 판타지적 의미가 있다는 데서 나에겐 멜스메다.


Crusado Orchestra - ACT III. Pallida Morte Futura (youtube.com)


"Ibant obscuri sola nocte per umbram."

장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또렷한 목소리로 제안한다.

그들은 홀로 어두운 밤 속을 나아갔다.

아니야, 적절하지 않아. 베르길리우스는 정확히 그렇게 말한 게 아니야.

장은 큰소리로 다시 한 번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열 번을 읽는다. 그는 이동하는 그림자들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형체들을 본다.

(...) 왜 프랑스어로는 언제나 단어가 늘어날까? 똑같이 치밀하고 밀도 높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다시 시도한다.

그들은 시커먼 형체로 홀로인 밤 속을 나아갔다.

(...) 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한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아무 의미없는 문장입니다. "홀로인 밤"이 무엇입니까?


아이네이스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구절. 모든 게 불확실한 아이네이스에게 한 쿠마이의 무녀가 호의를 갖고 그와 같이 지하 세계로 내려가며 로마 제국의 건설을 공식적으로 예견한다. 일행은 아이네이스에게 이를 입증시켜 주기 위해, 아이네이스의 죽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 이에 대한 첫 구절이라 할 수 있다. 유명한 문장이다.

뭐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네이스는 결국 저승에서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난다. 안키세스는 뼈의 문과 상아의 문을 소개하는데, 전자는 진실을 볼 수 있고 후자는 꿈을 볼 수 있다. 아이네이스와 무녀는 후자를 통해 저승에서 나가는데(그것도 그럴게 외노자들에게 빡센 국경수비 맡겨 로마 망하는 장면을 굳이 아이네이스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지요 ㅋㅋ), 이 구절에 대한 블랙메탈 아니 멜스메가 있다.


The Agonist - Gates Of Horn And Ivory (Lyrics)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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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마운트 데스 플레이 9
나리타 료우고 지음, 후지모토 신타 그림, 문기업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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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포르카라는 소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주검신전이다. 언데드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었을 때도 어린 몸으로 제국에 팔렸던 거 같고, 죽어서 언데드가 되었을 때도 그 경험으로 고아들만 챙겨주고 다른 인간들은 죽어도 나몰라라하는 등.. 여러모로 정신상태도 정상은 아니다. 포르카는 포르카대로 상어 인형에 혼이 담기게 되는데, 살인귀한테 청부살인 당했는데도 살인귀가 예쁘다는 이유로 친하게 지내는 등 정상은 아닌 상태다(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뭐, 생전에 형한테 어지간히 미움받고 있었던 거 같고. 주검신전은 강하니, 그한테 자신의 몸을 넘겨주고 주검신전이 힘을 행사하면 적어도 두 번 죽을 염려는 없겠지. 여차하면 자기 몸을 지켜줄 살인귀까지 든든하게 후방에 있으니;). 살인귀는 뭐 정상이 아닌 건 당연하고..

지금 다시 이 애니메이션 정보를 훑어보니 작가가 그 바카노 쓴 사람이다. 그런 걸 보면 주인공 빼고 다른 복잡한 설정들은 이 정도로 그냥 대충 훑어내려가면 될 듯. 주검신전이 점 보는 무당 행세를 하면서 먹고 사는 중(포르카는 인형이라 먹지 않지만). 이렇게 기이한 공생관계를 이루는 세 명은, 어느 폐건물의 좁은 방에서 살고 있지만 제법 인기를 끌게 되고 여러 사연으로 그들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들이 지닌 상처를 치유하지도 않으며, 그저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을 자신들의 신념을 바탕으로 지켜나가는 그들의 쿨함을 지켜보다 보면 분명 이 작품에 빠져들게 될거다. 쿨함을 강조하려 했는지, 스토리가 꼬여있긴 하나 그래도 듀라라라나 바카노보다는 훨씬 단순한 편이다. 그런데도 원작의 한국어 번역이 영 시원찮은 게 아쉽다. 민유선 번역가가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이 분이 라이트노벨 전용 번역가라서..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걸 추천한다. 애니에서도 초반에 자막 제작자들이 잘 해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이건 뭐 알아서들 보시길. 판타지 관련 지식이 필요해서. 내가 막 이 작가를 그렇게 밀어주는 편은 아니라서 일일이 해석해줄 열정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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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와 다리 1
사노 나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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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밝히기 위해 어느 마을에 사는 부부의 집에 양자로 잠입한 미기와 다리.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는 듯하고, 그들의 기억으로는 어머니와 친하게 지냈던 기억(그런데 그것도 다소 이상하다. 가정부인데 벽에다 귀를 댄다는 건 보통 주인집 이야기를 엿듣는다는 것 아닌가..),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던 기억이다. 다소 화목하게 사는 부부이나 한 아이만 키우고 싶다는 소망에 의해 미기와 다리는 착한 양자라는 설정의 '히토리'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위장을 들키지 않기 위한 오버액션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폭소를 안겨주는 미기와 다리는 결국 에이지라는, 마을에서 가장 인기를 끌면서도 가장 수상쩍은 아이를 발견한다. 쌍둥이 중 형은 동생의 시험공부와 에이지에게 미인계를 쓰기 위해 여장을 하고 다니기 시작하나, 동생과 에이지 둘 다 형에게 반하게 되는 참사가 일어난다(짤이 바로 그 장면). 게다가 미기와 다리가 연기하는 히토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주변 인물들이 호감을 갖게 되고, 쌍둥이는 그 따뜻한 감정에 익숙지 못해 당황해한다.

마지막 마무리 때문에 BL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동생은 나름대로 감정 마무리를 잘했고 에이지는 에이지대로 마음의 벽이 있었기 때문에 둘 다 형에게 과한 접근은 하지 않는다. 그냥 가벼운 첫사랑으로 끝난다고 보면 될듯? 사회의 병폐를 전작 사카모토입니다만보다 좀 더 야심차게 표현하려고 한 듯. 미완성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작가가 죽기 전에 완결을 냈던 듯하다. 스릴러이긴 하나, 요즘 작품 중 드물게 폭력적이나 선정적인 면모도 드물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애니메이션이다. 한 번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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