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뭐꼬 - 마음에 새겨듣는 성철 큰스님의 말씀
퇴옹성철 지음, 원택 엮음 / 장경각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라

목어가 승천하여 일월이 빛나리라
산은 문수의 손이요,
바다는 보현의 가슴이다
산에 햇볕 들어
초목이 춤을 춘다
사람마다 스스로 태양을 등에 지고
산으로 바다로 오고 가네
그 마음 머문 자리를
살피고 살피어라
대장부 살림살이
가난타고 원망 말라
천하는 바로
그대의 것이니라
영원에 영원을 더하여
자랑스런 목숨 아닌가
어서 서둘러
네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라
그대 밝은 마음
바로 부처일세

  

아마도 성철스님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다. 법어집 책 11권을 큰 글씨로 읽기 쉽게 간추려서 편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교책치고는 디자인도 꽤 좋은 편인지라 아직도 성철 스님에 대해 알기 위해 책을 사가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자기를 바로 보라는 내용이라거나 영원한 자유라던가 화두공부 하는 법에 대한 책은 보았지만, 다른 글들은 책을 구하기 어렵거나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뭐꼬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원래부터 설법이 굉장히 간단명료 하신데다 또 한 번 더 쉽게 편집을 해 놓아서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닭이 나무 위에 올라가고 오리가 물 속으로 들어가는 논리도 아마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산다는 논리를 설파하셨음이 틀림없다. 그는 살인자도 부모처럼 공경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문맥상으로도 맞다. 다만 이 구절을 함부로 해석하지 말라는 당부는, 실생활에서는 흑백선악의 시비를 가리느라 잘 지켜지지도 않을테니 항상 그 구절을 모른다 생각하며 간절히 읽고 또 읽으며 진리를 구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철 스님이 주장하는 앎병과도 연관이 된다. 성철 스님은 아는 것이 병이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게 병이라고 주장하셨다.

 여느 스님들의 글과 같이 시와 같은 느낌이 배어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가르침은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국가를 지키고 불교 내의 특정 흐름을 지키려는 한국 스님들의 글과는 달리 성철 스님은 세계 국가가 모두 한 형제이며 그 안의 중생이 모두 이미 보살이 될 자질이 있다는 주장에서 니체와 거의 닮아 있다. (처음에는 그를 베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 이 책을 읽어보니 그냥 모든 진리는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마치 전설적인 맛집끼리는 맛이 거의 비슷하듯이.) 그는 불교로 인해 이 모든 진리를 깨우쳤다 주장하지만, 정작 불교를 믿는 인간들은 성철 스님의 이론에 도달하려 노력하는 중이고 아직도 그 스님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렇게 볼 때 불교는 믿는 인간의 역량에 따라 상당히 그 교리가 달라지는 유래없는 종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