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진달래꽃 - 김소월 시집, 1925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김소월 지음 / 소와다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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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밥과 맘과 들 중에서


 2
 밥먹다 죽었으면 그만일 것을 가지고
 잠자다 죽었으면 그만일 것을 가지고 서로가락 그렇지 어쩌면 우리는 쯕하면 제 몸만을 내세우려 하더냐 호미 잡고 들에 나려서 곡식이나 기르자

 3
 순직한 사람은 죽어 하늘나라에 가고
 모질던 사람은 죽어 지옥 간다고 하여라
 우리네 사람들아 그뿐 알아둘진댄 아무런 괴로움도 다시없이 살 것을 머리 수그리고 앉았던 그대는
 다시 "돈!" 하며 건넌 산을 건너다보게 되누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굴로나 두뇌로나 만만해 보이는 인간이 벼락부자가 되는 경우를 몹시나 싫어한다.


 만일 사돈의 팔촌이 집 나가서 다시는 고향을 돌아보지도 않는 부자였다면 그렇게 배가 아팠을까? 그래도 눈치없는 인간이라면 강 넘고 산 넘어 찾아가서는 문 앞에 발랑 드러누워 "명품백이라도 토해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밥 먹고 잠만 자면 됐지 명품백과 돈다발이 뭐가 그리 삶에 필요하고 그게 없으면 죽을 것 같단 말인가. 오히려 남보다 내가 못하다는 질투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사람이 태반이더라. 차라리 그렇게 입에서 씹던 밥알 뱉어가면서 남들 험담할 시간에 성철 스님 책을 보세요. 내가 5만원 줄게. 그러면 볼 거임?

 역시 근현대 문학가들이 글로 그림을 잘 그렸던 것 같다.

 금전 반짝
 은전 반짝
 금전과 은전이 반짝반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왜 김소월 시인이 좋냐면, 부모라는 그 짧은 시에 나란 인간이 어째서 태어났는가 하는 의문과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부모되기의 어려움과 젊은이는 젊은이다워야 한다는 인식과 자식은 부모를 모를 수밖에 없다는 등등 수많은 생각이 한 방에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 쓸데없는 말을 절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철학적인 면이 있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나이 차이는 나겠지만 분명 같은 인간인데 말하는 레벨은 천차 만별이다. 나이 불문 직장 불문하고 다들 자기계발서 좋아한단다. 대학 졸업하면 공부 끝났으니 어려운 책은 보기 싫단다. 아니 심지어 나보다 더 좋은 직위에 있는데도 그렇게 수준이 낮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 말 하려는 거 꿀꺽 삼키려고 오늘도 술을 마신다. 어차피 내가 없으면 내 욕 하느라 적어도 저런 무식한 말은 안 하겠지 싶으니까.



살면서 포기해야 될 때가 있다.

 

 노력하면 언젠가는 된다고 하지만 백날 해도 불가능한 게 있고 그 노력이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한다면 손을 놓는 게 좋다. 다만 그게 당신의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아님 사회의 뒷받침이 모자라서인지 그것도 아님 처음부터 사회가 나에게 사기를 친 건지에 대해선 충분히 고려하는 게 좋다. 다른 도전을 하자는 분위기가 감돌 때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거나 아예 쳐다도 안 볼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공부법이라거나 다이어트 방법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엔 끝이 없다.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면 저 길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 한다. 그러나 차라리 남 탓을 하면 편할 것을, 쉴새없이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눈 크게 뜨고 밤을 지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눈에 잘 보여서 밤낮 약을 바르고 정성을 들이는 외상도 어지간히 크면 흉터가 남을까 말까하는데, 만일 눈에도 보이지 않고 피하고만 싶은 내상이라면 정성을 다할까. 어떤 사람이 죽음의 맨 얼굴을 피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게 문학이라고 했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내상을 더 크게 벌려서 출혈을 늘리는 게 문학이라고 본다. 빼앗긴 들, 빼앗긴 여자, 빼앗긴 돈. 돈과 섹스밖에 모른다고 있는 집 사람들은 비웃지만, 돈과 섹스를 빼앗겼다고 술 마시고 울면 안 된다고 헌법에라도 적혀 있냐?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김소월의 살이자 피요 각혈이자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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