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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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멩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 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시와 그림의 만남.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에서는 시의 분위기와 잘 맞는 푸른빛 그림을 실어놓았지만,

날씨가 종일 흐린 이 날, 가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단풍을 떠올리는 그림을 올려본다.

 도종환의 시처럼 다방면으로 해석되는 시도 없을 것이다. 특히 그 유명한 '흔들리며 피는 꽃'이 그렇다.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절망한 어떤 사람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어떤 평론가는 그 꽃을 우리 사회에서 거의 절망적이라 할 수 있는 노조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 평론가의 말대로라면 도종환의 꽃은 김수영의 풀과도 맞먹는다고 할 수 있다. 풀이 누워도 뿌리가 뽑히진 않듯이, 꽃은 흔들리기도 하고 (눈물에) 젖기도 하면서 따뜻하게 피어난다.

 (도종환 시인에게는 뼈아팠겠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는 첫 아내와 사별한 후의 느낌을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에서 담아냈고 그로 인해 서정시인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에 재혼을 하게 된 것이다. 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성향이 진보쪽이라 후에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데, 기삿거리가 없나 샅샅이 캐어내는 언론의 촉에 걸려 말도 안 되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둘째 부인과 1991년에 결혼했는데, 무려 20년 후인 2011년에서까지 재혼 운운하는 걸 보면 그걸 보도한 언론의 유명세를 따지기 이전에 그에 대한 가혹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글쎄, 시에서 보면 외로움을 상당히 많이 타는 성격인 것 같은데 왠만한 사람들도 버티어내지 못하는 스캔들 논란을 벗어난 걸 보면 상당히 심지가 굳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요즘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 시집을 읽는 동안에도 읽은 직후에도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나도 미움보다 사랑을, 말과 행동으로 더 쏟아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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