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의 테러 O.S.T. - 일본 후지TV 애니메이션
팝 이티씨 (Pop ETC) 외 노래, 칸노 요코 (Kanno Yoko) 작곡 / 씨앤엘뮤직 (C&L)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식민지 트라우마라는 책에서 나온 것처럼 국가에 사는 사람들도 일종의 트라우마를 지닌다. 일본은 미국에 의해 개항되고 스스로도 개혁하려 가장 노력한 국가이다. 아마 아시아 중에서 제일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아무리 석양을 향해 달린들 한계가 있던 것이다. 겉으로는 작은 키에 약한 힘 등의 요소를 들 수 있겠으나 아시아인들이 가장 열등감을 느낀 건 서양의 문물에서였다. 문화적 공격은 종족에 대한 차별을 가능하게 한다. 잔향의 테러에서 일본은 이런 차이를 줄이려 아이들을 희생물로 삼았다. 사실 역사상으로도 카미카제 등 아이들의 목숨을 써서 전쟁에 이기려고 했던 시도가 나온다. 일본이 국가의 명예를 위한 희생이라고 이를 미화시켰다면, 잔향의 테러 세계관에서는 이를 아이들에 대한 학대로 보고 보호해주려 하는 어른이 나온다. 짧아서 아쉽지만 그나마 일본이 슬슬 우익 세계관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장면이 꽤 나오는 편인데, 풍경과 같이 흘러나오는 아이슬란드풍의 음악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긴 시간 대사 한 마디 안 나와도 가슴 속이 절절해지는 애니다.

아울러 식민지 트라우마라는 책과 같이 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애니에 대한 생각이 좀 더 풍부해질 수 있었다.

 

아울러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이 생각나지만 왠지 유행한 그 당시 볼 때도 허세가 너무 충만하다고 생각했었다. 원자폭탄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이 애니메이션 쪽이 월등히 낫다고 생각한다.

 

P.S 이 작품 자체야 그렇지만 우익 세계관이 바뀌고 있다고 보기엔 사실 이 작품도 관련 비판이 더 깊이 못 들어가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작품도 결국 신진평화숙 같은 일부 정치 세력만이 타겟팅 되어있기에 짧은 것이다. 내 추측으론 그나마도 짤렸다 보지만. 하물며 이 애니를 좋은 사례라고 쳐도 사례가 너무 적다. 사실 매 분기 신작들 올라오는 거 보면 요새는 진짜... 차라리 우익 세계관으로라도 깊이를 갖춰서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냥 어디서 본 물건들 재생산에 재탕들 뿐. 예전의 흥행 수표가 흥행 만화 -> 애니화의 순서였다면 지금은 그냥 라노벨 따다가 박리다매하는 수준인 듯하다. 초속 5cm라던가 읍읍. 사실 일본 내 정치계의 압력 무시무시하다는 소문 도시전설로 꽤 돌고 있고, 신경 안 쓰는 사람은 뒷배경이 무서운 건담 아재밖에 없을 뿐더러 그 분도 솔직히 엘리트 주의...

노이타미나를 통해 계속 이런 류의 애니가 방영되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 그거 뿐인 듯. 요즘 일본 애니 판이든 게임 판이든 만화 판이든 하다못해 라노벨 판이든 스토리의 고갈을 겪고 있는 건 확실해보인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어느 출판사가 라노벨 작가를 뽑다가 '소설이라 할 만한 글이 없어서 심사를 그만뒀다'라고 공지된 사건도 있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다보니 창의력은 커녕 책을 쓰는 법 자체를 까먹어버린단 것이다. 솔직히 요새 다 키보드로 글 작성하지 정말 골똘히 생각해서 소설이나 시나리오 쓰는 작가가 존재하는가? 작사도 출판 및 미디어 업계도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별로 없어보이고, 새로운 시도라는 건 이미 90년대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이타미나나 매드하우스 제작사를 편애하긴 하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본 매체에서도 레어한 것만 다룰 뿐 그 이상은 나가지 않는다 생각된다. 난 이게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의 나라가 무얼 잘못했는지 실마리도 잡지 못한 채, 태풍을 맞아가며 점점 문화와 정신력을 잃어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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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Chris 2018-10-10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걸 아직 본 적이 없었네요. 근데 김진명은 국뽕맞은 유사역사학자 아니었나요.. 소설 슬쩍 보다가 아주 지랄맞아서 던져버렸는뎁쇼.. 그나저나 노이타미나도 은근 까일 구석 많지 않나요. 메드하우스도 어느 열등생 같은 쓰레기 만든 전적도 있고...

사실 더 이상 완전한 새로움은 없죠. 하지만 그게 새로운 작품을 만들 원동력을 앗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새롭지 않다고 해서 비판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러브 스토리의 정석은 그 옛날 세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끝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언제나 시대에 맞는 러브스토리를 원하고, 또 그걸 좋아해서 한번 웰메이드 수작 만들려고 고군분투 하는 작가들도 있고요. 대충, 편하게 만들어서 돈이나 좀 만져볼려는 자식들이나 표절작이나 쓰는 작가들을 비판해야지...

갈매미르 2018-10-11 04:57   좋아요 1 | URL
뭐 대충 저런 의미로 욕을 배로 먹는 애니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물론 저는 아주 재밌게 봤지요. 혹시 애니 보신 적 있다면 데스퍼레이드같은 걸로 보심 되겠습니다. 에피소드?는 3개 정도지만요.

HG.Chris 2018-10-11 22:50   좋아요 1 | URL
암튼 작화는 좋은데 스토리의 완성도가 영 아니라는 소릴 많이 들어서 칮아볼 생각을 안했었습니다만, 이 글 보고 한 번 찾아볼까 싶어졌네요. 근데 어떤 의미로 욕을 배로 먹는다는 말씀이신지는 잘 이해가 안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