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7
T. S. 엘리엇 지음, 황동규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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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What the thunder said

When I count, there are only you and I together
But when I look ahead up the white road
There is always another one walking besides you
(...) What is the city over the mountains
Cracks and reforms and burst in the violet air
Falling towers
Jerusalem Athens Alexandria
Vienna London
Unreal

 

해석 생략한다.
천주교 아닌 분들에게 잠시 설명하자면 두 제자가 에마우스에 가는데 도중에 한 사람이 동행하지만 끝까지 눈치 못 채고 죽은 스승 얘기함 ㅋㅋㅋ 나는 기묘한 이야기 극장판 첫번째 이야기랑 알포인트 같은 '우리 말고 한 명 더 있어' 식의 공포영화도 떠오르지만.


솔직히 내가 영어영문학과를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한 이유가 교수놈이 황무지를 강의 안 해서이다. 처음엔 내가 학교랑 교수에게 너무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황무지를 읽어보니 그 때 대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성취되기 원하는 경지는 그 교수가 황무지 생각할 때마다 날 떠올리면서 수업에 촛불시위 까지 말고 박정희 찬양하지 말고 진도를 나가는 거다. 그치만 왠지 그 인간이 황무지 수업 안 나간 이유는 번역 실력이 딸려서이지 않나 싶고 ㅋ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인식이 T.S.엘리엇보다 구려 ㅡㅡ 아무튼 지금도 난 황무지 강의할 만한 실력 가진 사람을 찾고 있다 ㅠㅠ

생각해보니 그 새끼가 학생들 앞에서 날 욕할 때 보낸 시간으로 황무지 10번 강의 가능할 듯 ㅋ 시발 거기서 5년 버틴게 내가 생각해도 용함 한때 그 새끼 강의 들으러 가기 전 항상 소주 2병 마셨다.

지금은 썸남썸녀 언급마저도 많이 가라앉았지만(간혹 아직도 쓰는 페친도 있지만 무시하고 쓰겠다) 우리나라에서 에로스가 사라지기 전의 단말마같은 게 아니었을지. 사실 술 마시고 커피 마시고 디저트 먹을 돈만 아꼈어도 데이트할 비용은 가능하지 않았을지. 어른들 야 우리 어렸을 때는 자판기 커피가지고도 하하호호 웃으면서 행복했어, 라고 한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파트 옥상 구석진 곳에서 비닐봉지 사용하여 이챠이챠하는 데이트이면 여전히 웃을 수 있을까? 만일 단식을 해서 사랑을 구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알고보니 여성이 담배피고 술을 마시네 오우 슈발 페미 아냐? 고백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에 남성은 중년이 되고 살은 점점 쪄가고 머리 정수리엔 빵꾸가 점점 크게 뚫리고. 얼리어답터가 되어 IT남이 되면 인기가 많아지겠지? 하며 사행성 게임에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동안 눈은 메말라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겠지. 여성 또한 늘어나는 주름살 가리려 화장 스킬은 향상해가지만 자랑할 곳은 인스타그램 뿐이더라. 10~20대의 전성기만 생각하느라 남성이 다가오길 기다릴 뿐이다. 우옐백이 혐오주의자라고 스스로를 밝히고는 있지만, 최소한 자신이 우월 - 고전적 의미에서의 인간의 성취를 획득 - 하지 못한 이유를 타자의 오만으로 여기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의 문제는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ㅇㅇ 라는 서사를 새겨주기엔 충분하다 ㅇㅇ. 자존심 때문에 고백도 못하고 끙끙 앓는 주제에 썸남과 데이트한다고 자랑은 오지고, 자기 자신의 토사물로 머리칼을 다 뒤덮는 그 시간.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던지는 돌을 맞으면서 죽어간다. 지옥이 뭐 따로 있나? 세상의 공포란 대개 사람의 끝을 모르는 허세에서 유래한다.



 

 

사람은 파도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하게 또는 여리게, 이쪽을 혹은 저쪽을, 쉴새없이 쳐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땅에 고여 있는 쓰레기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파도로서도 휩쓸 수 없다면 다 불태워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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