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시작했고, 어제 본 따끈따끈한 공연.

체코 뮤지컬이라길래 공연 예고가 나왔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격 때문에 거의 안 보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는데, 예매율이 낮은지 갑자기 행사에 들어갔다. 일요일에 가족끼리 관람하면 50% 할인, 대학생/중고생/선생님 할인, 연인 할인 등 거의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되는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 처음 가 봤는데, 좀 놀랐다. 다른 공연장처럼 좌석이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바닥에 예식장 의자 같은 걸 가져다 놓았다. 같은 높이에 2~3줄이라는 건 미리 알았고, 그걸 고려해서 일부러 같은 높이 중 가장 앞 쪽으로 예매를 했는데, 좌석 배열이 바뀌어서 예매한 좌석이 중간이 되어 버렸다. 더구나 앞에 덩치 큰 여자 둘이 앉았다. 예고 없이 좌석 배열이 바뀐 것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그런 건 금세 잊어버릴 수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정말?) 햄릿이다 보니 내용을 많이 압축했다. 50분, 50분 공연에 인터미션 15분으로 시간도 짧다. 하지만 흐름이 끊길 정도는 아니어서 햄릿의 내용을 모른다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뿐더러 굉장히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락 뮤지컬이라고 해야 할까, 강한 비트의 곡들이 많아 여태 본 다른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신선하고 흥미롭다. 곡 자체로 아주 매력적이라 OST를 사서 따로 들을 생각도 하고 있다. 체코의 국민 가수라고 하는 야넥 레데츠키가 만든 작품이란다.

가장 특이할 만한 점은 무대장치와 의상. 국내 뮤지컬 중 이렇게 화려한 의상을 사용한 작품이 있을까. 배우들은 보통 세 번쯤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다. 회전 무대야 익숙한 거지만 그 회전 무대를 사용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장면이 바뀔 때 회전 무대를 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연기하고 노래하는 중간에도 무대를 돌려서 배우들이 성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넘나드는 것을 훌륭하게 표현한다. 무대가 한층 넓어진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배우들의 연기력. 삼촌 클라우디우스 역의 조유신과 거투르트 여왕 역의 서지영, 폴로니우스 역의 송용태(이 분은 대조영에도 출연하고 계신 배우다.) 등이 훌륭한 노래와 감정 표현을 보여준 반면, 정작 햄릿 역의 김수용과 오필리어역의 신주연은 노래와 연기 모두 약하다. 김수용은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닌 듯한데 가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 그나마 후반으로 갈수록 나아져서 다행. 차라리 호레이쇼와 헬레나를 맡았던 두 배우가 햄릿과 오필리어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원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 클라우디우스가 선왕을 살해한 가장 큰 이유를 거투르트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투르트 또한 처음부터 클라우디우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보다 클라우디우스와 거투르트의, 이루어질 수 없을 줄 알았으나 드디어 이루게 된 사랑의 노래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한다면, 역시나 일부 배우들의 연기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거투르트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서 사랑을 원하는 여자의 마음을 노래하는 장면은 아주 훌륭했다. 삼면의 거울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거투르트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도 좋다.

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할 때 곡의 일부를 다시 부르며 등장하는 것도 좋았다. 그간 본 다른 작품에 비해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이 훨씬 컸던 이유는 바로 이 인사 방법 때문인 듯 하다. 50% 할인 가격을 생각한다면 전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옆에 젊은 남녀 커플이 앉았는데, 사랑하는 햄릿이 아버지를 죽인 것을 알고 오필리어가 미치게 되는 장면에서 여자애가 “어머”, “어떡해” 이러면서, 정말 놀라고 있는 거다. 읽지 않은 거야 그렇다 치고, 햄릿 내용을 모른다는게 좀 놀라웠달까.



클라우디우스와 거투르트



햄릿과 오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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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7-10-1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 die, to sleep;
To sleep: perchance to dream

햄릿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죠. 어차피 다른 대사들은 읽어도 이해를 못하지만..

urblue 2007-10-1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런 대사 있는 줄도 몰랐어요. ^^;

BRINY 2007-10-16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니버설 아트센터는 무대근처 발코니석이 좋은 거 같아요.

urblue 2007-10-16 10:1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극장 자체가 크지 않아서 2층 앞쪽도 괜찮겠더라구요.
 

 

 

 

 

 

 

알라딘 메인에서 <아주르와 아스마르>라는 그림책을 본 게 먼저였다.
표지 그림에 혹해서 책소개에 들어가보니 신비로운 느낌의 그림이 매력적이다.


그리고는 개천절 쉬는 날 어떤 영화를 볼까 영화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발견한게 애니메이션 <아주르와 아스마르>.
씨네큐브의 Full Moon Day 영화축제 상영작 중 하나이다.
그동안 어째서 몰랐는지, 마지막 상영일이었다. 몇 자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운좋게 예매 성공.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로 유명한 미셸 오슬로의 첫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의 그림자 그림과 달리 굉장히 화려한 색채를 사용했다. 
하지만 화려한 배경 위로 인물들을 <프린스 앤 프린세스>처럼 평면처리하기도 하는 등
3D 애니메이션의 입체감을 살리기보다는 미셸 오슬로 자신의 특징을 드러내는데 3D를 사용했다.
똑똑한 감독이다.

아주르의 유모이자 아스마르의 엄마인 제난 부인은 두 아이가 어렸을 때 요정 진에 관한 얘기를 들려준다.
언젠가 왕자님이 크리스탈 감옥에 갇힌 요정 진을 구하고 둘이 행복하게 살거라는 아름다운 노래이다.

두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둘은 당연히 요정 진을 구하러 길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일반적인 모험 이야기와 달리 이 둘은 경쟁자라기보다는 협력자에 가깝다.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도와주는 것은 물론 요정 진을 구하고나서는 서로 공을 미루기도 한다.
그럼 요정 진은 둘 중 누구를 택할까?

그림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백인과 아랍인이 서로 이해하고 돕게 되는 과정이나 미신과 편견을 물리치는 단호한 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믿음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삼수 샤바 공주와 크라푸는 귀엽고 웃기고,
왕자님이 구하러 와주길 기다리고 있기만 한 줄 알았던 요정 진조차 그저 순수한 요정만은 아니라는데 또다른 재미가 숨어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세 권이 동시에 나와서 시리즈인가 했더니, 유아용 그림책, 초등학생용 그림책, 초등학생용 이야기책이다.
이렇게 따로 만들기도 한다는 건 처음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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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10-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우리 홍/수한테 책도 보여주고, 애니도 보여줘야 겠어요.
우리 홍수가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너무 좋아라 해서 가끔 집에서 함께 보거든요. ^^.
10월도 잘 보내고 계시죠?

mong 2007-10-0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어제 날도 구리구리한데
어찌나 정신없이 보냈는지 원 -_-
그나저나 색감이며 그림이며 정말 환상적인걸요!

마노아 2007-10-0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애니로도 있군요. 저도 그림 보고서 호르륵 탐이 났었어요. ^^

아영엄마 2007-10-0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정보 찾아보고 탐이 나더군요. 근데 세 책 다 땡겨서 어느 책을 사야할 지 고민에 빠져 버렸습니다. -.-

2007-10-10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5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편의 러시아 오페라(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스페이드의 여왕)를 감상한 후, 원래 오페라가 재미있는 것인지 전의 두 작품이 특별히 그랬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하여 찾은 것이 국립오페라단의 'My First Opera' 시리즈인 <잔니 스키키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이다. 두 작품 모두 단막에 1시간 내외의 짧은 공연 시간이 특징인 소극이라 한꺼번에 공연을 하는데다, 오페라치고는 무척 저렴한 가격이다. 오페라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기 위한 이런 노력 때문인지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하더니, 과연 공연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푸치니 3부작(일 트리티코)의 마지막 편이라고 하는 <잔니 스키키>는 한 거부가 남긴 유산을 놓고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이다. 모든 재산을 수도원에 넘긴다는 유서를 남겨 놓은 채 죽어버린 부호 부오조의 친척들은 한순간 절망에 빠져든다. 유산을 상속받아 잔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와 결혼할 꿈에 빠져있던 리누치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잔니 스키키를 불러오고, 잔니 스키키는 자신이 죽은 부오조를 흉내내 새로운 유산을 작성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다만 이런 공모가 발각될 시에는 손목을 잘린 채 추방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친척들이 모두 동의하자 공증인을 불러 새로운 유서를 작성하는데... 소소한 땅은 친척들에게 공평히 나눠주고 가장 중요한 재산은 친구인 잔니 스키키에게 준다는 내용이다. 친척들은 경악하지만 손목이 잘릴 것을 경고하는 잔니 스키키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당하기만 한다. 유서 공증이 끝나자 잔니 스키키는 친척들을 몽땅 내쫓아 버리고, 리누치오와 라우레타는 달콤한 사랑을 속삭인다.

이 작품은 우리말로 번안하여 공연했다. 간혹 알아듣지 못한 경우가 있지만 가사를 알아듣기에도 곡을 듣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잔니 스키키 역은 경험 많은 바리톤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다. 그냥 대사처럼 짧게 툭툭 끊어지는 노래 부분이나, 부오조의 흉내를 내는 코믹한 연기, (부오조의 목소리로) 유서를 구술하면서 (원래 목소리로) 친척들에게 잘린 손목을 경고하는 부분이나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닌 듯하다. 더블 캐스팅 중 메인은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내 보기엔 훌륭했다. 다소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친척들도, 철딱서니없이 결혼을 조르는 라우레타도 모두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만 비교적 중심 인물 가운데 하나인 리누치오의 성량이 심히 딸려서 소리가 잘 안 들린게 흠. 우리말이라 내용이 쏙쏙 이해되고 기본적으로 코미디이다보니 절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아니, 엄청 재미있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신랑이 좋아할 만한 작품.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이 작품의 곡이었다는 걸 알았다는게 또다른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마스카니가 1888년 당시 유행하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비극이다. 내용으로 보자면 뭐, 간단히 말해 <사랑과 전쟁>에 나올법한 불륜극이다. 남자(뚜리두)가 군대 간 사이 사랑을 약속했던 여자(로라)는 다른 남자(알피오)와 결혼해버리고, 군대에서 돌아온 남자는 다른 여자(산뚜차)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옛 여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자신을 내팽개치는 뚜리두가 미워 산뚜차는 알피오에게 둘의 불륜 관계를 알리고, 알피오와 뚜리두의 결투가 벌어져 결국 뚜리두가 죽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심히 뻔한 내용이지만 막상 공연으로 볼 때는 좀 다르다. 시골 마을의 부활절 아침, 동네 광장의 소란스럽고 흥겨운 분위기 사이사이 산뚜차의 신세 한탄과 뚜리두와의 싸움, 뚜리두와 알피오의 긴장이 벌어지는데, 그 흐름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즐거운 곡과 비탄에 찬 가락의 연결이 매끄러워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탈리아어 공연이라 거의 천정에 붙은 자막을 흘끗거려야 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조차 그다지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극을 끌어가는 인물은 산뚜차이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과 노래를 주고 받으며 호흡을 맞추고 전체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산뚜차 역을 맡은 배우의 기량이나 목소리도 좋아서 매우 편안하게 들렸다. 그런데 마지막에 인사할 때, 어째서 산뚜차가 아니라 뚜리두가 마지막인지. 여자라고 밀리는 것인지 내가 기분 나쁠 지경.

연주자들이 인사할 때 세 명이 일어서서 의아했는데, 이게 소극장 공연이다보니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엘렉톤이라는 전자 악기를 썼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듣는 동안 달랑 3대 뿐인 전자 악기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뭐 워낙 음악에 둔하기도 하지만, 그냥 전자음이 아니라 좀 더 풍성한, 여러 악기의 소리가 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소극장 오페라에서는 이 악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오, 놀라워라.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생각한건데, 나, 의외로 오페라를 좋아하나보다. 두 공연 다 너무 재미있는거다. 국립 오페라단의 다음 공연은 <맥베드>와 <라 보엠>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봐야겠다. 어제 오늘은 공연 DVD랑 CD를 뒤지고 있었다. 처음 가 본 유투브에서 공연 실황도 몇 개 찾아보고. 아우, 웬일이야, 이런 데 관심을 가지게 되다니. 오래 살고 볼 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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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8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원래 변하는 존재죠 블루님.
좋은 관림이셨나봐요. 첫관람이 썩 좋지 않으면 그 다음 물꼬를 트는 게 어렵게 되죠 :)

urblue 2007-08-29 09:29   좋아요 0 | URL
네, 이전의 러시아 오페라 공연도 공연도, 전 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근데 돈이 너무 들까 걱정입니다. ^^;

라로 2007-08-2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첫 관람은 고등학교때였어요.
김자경 오페라단이 하는 오페라를 매번 갔어야 했답미다.
그분이 음악 선생님의 선배분이라서,,,,
근데 전 첫 경험이 안좋았는지,,,,클래식은 좋아하면서
오페란 아직도 그렇네요,,,ㅎㅎ
오페라보단 뮤지컬이,,,,ㅎㅎ

urblue 2007-08-29 09:27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아는 분도 고등학교 때 클래식 공연을 자주 보러 갔어야만 했다고, 엄청 지겨웠다고 하시더라구요. 뭐든지 땡길 때 해야 좋겠지요. 제 경우엔 뮤지컬과 오페라 보는 것의 차이를 잘 못 느끼겠습니다. 작품이 재미있어야 한다는게 우선이니까요. ^^

바람돌이 2007-08-2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 저도 한번쯤은 보고싶은데 어찌나 비싼지... 게다가 여긴 지방이다 보니 저렴한 오페라 공연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라죠. ㅎㅎ 이런 페이퍼를 볼때만 잠깐 지방살이의 비애가 느껴진답니다. ㅎㅎ

urblue 2007-08-29 09:25   좋아요 0 | URL
대구에서 9월 1일부터 10월 중순까지 국제오페라축제를 한답니다. 서울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니 한번쯤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서 이런 축제를 한다길래 이번엔 제가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ㅎㅎ

홍수맘 2007-08-2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
참 낯설러요. <잔니스키키>는 홍/수도 갖고 있는 책에 있는지라 내용이 쉽게 와닿긴 하네요.
그나저나 어떤 느낌일까, 한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어요. ^^.

urblue 2007-08-29 14:55   좋아요 0 | URL
오페라 볼 때 아이들이 꽤 많았거든요. 그치만 <잔니 스키키>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나 애들한테 교육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책으로도 나오는군요. 하긴 뭐, 잔니 스키키는 단테의 신곡 중 한 에피소드를 각색한 거라고도 하니까...
전 어릴 때 '이런 책은 더 나이 들어 봐야한다'는 말을 딱 싫어했는데, 제가 나이들고 보니 이제는 옛날 싫어했던 짓을 제가 하고 있네요. ^^;;
 



TV, 신문, 옥외 광고 등 <댄싱 섀도우>의 광고가 많이 눈에 띈다. 수년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한 창작 뮤지컬이라고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모양이다.

창작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리엘 도르프만에게 각본을, 에릭 울프슨에게 작곡을 맡긴데다 연출도 외국인이니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왕 뮤지컬 하나를 새로 만드는 거, 당연히 외국에서의 공연을 염두에 두었을 테고, 그러자면 보다 일반적인 정서를 표현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할 테니까. 거기다 작가와 작곡가의 지명도를 활용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원작이 있는 공연을 볼 때면 대개 사전에 원작을 읽는데, 이번엔 미처 챙기지 못했다. <산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으니 오히려 순수하게 뮤지컬 <댄싱 섀도우>만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먼저 본 누군가는 엄청 지루했다고 불평했지만, 그렇게 혹평할 정도는 아니다. 깊은 무대에 여러 그루의 굵은 나무로 이루어진 배경은 꽤 멋졌고, 음악도 상당히 훌륭했다. 두어 곡 정도는 금방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친밀하고 흥겨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남과 북의 군대가 ‘태양군’과 ‘달군’으로 바뀌었다. 이념 대립을 일반적인 우화적 설정으로 바꾼 셈인데, 이게 썩 와 닿지 않는다. 그저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래된 전쟁이라는 배경을 제공할 뿐이다. 여기에 ‘신성한 숲’, ‘나무와 대화를 하는 사람’ 등 인간과 뗄 수 없는 자연, 탈영병과의 삼각 사랑이야기가 삽입되는데, 연결 고리가 헐거워서 인물들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불타버린 숲에서 새싹이 피어나듯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결말도 다소 도식적.

일반적으로 어느 공연에서나 몇 곡에는 관객들의 박수가 터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공연에는 중간에 박수가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몰입이 어려운 각본 때문인 듯도 하고, 연출상의 문제인 듯도 하다. 박수를 쳐야 할 타이밍에 관객은 흠칫하고, 어느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있다. 주인공 나쉬탈라(김보경)와 솔로몬(신성록)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도 이유일 터. 신다(배해선)와 마마 아스터(김성녀)가 더 돋보였다. (박수가 나온 것도 신다의 솔로에서였다.)

이 작품이 두고두고 공연되는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기본은 되어 있다고 보는데, 각본과 연출을 좀 더 다듬는 노력은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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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1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자세한 감상 잘 읽었어요. 저, 이 연극 보고 싶었는데 조금
고려해봐야겠네요. 멀기도 하지만.. 사실 신성록의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는
님의 평에서 걸려서요..

urblue 2007-07-2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성록의 팬들이 은근히 많은가봅니다. 극 전체에서 단 한 명 비중있는 남자인데 아무래도 여자들한테 눌리는 것 같습니다. -_-

mira95 2007-07-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수 받느라 죽어가고 있는데 뮤지컬도 보시고 좋으시겠어요~~~~

urblue 2007-07-2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편하게 살죠. ㅎㅎ
올해는 해외 연수 안 가시나 봐요?

mira95 2007-07-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연수라니요..ㅎㅎ 구미에서 한 달동안 연수에요..

2007-07-2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으로 비보이 공연을 보았다. Extreme Dance Comedy라는 부제가 붙은 [피크닉 Picnic]은 영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공연이라고 한다. 어제 본 공연팀이 영국에서 공연한 같은 팀인지는 모르겠다.

죄수들이 갇힌 교도소에 어느날 비보잉의 비급이 적힌 책이 떨어지고, 비급의 신비한 힘에 의해 비보이로 변신한 죄수들은 탈옥을 감행한다. 교도관들과의 쫓고 쫓기는 에피소드들이 비보잉으로 펼쳐진다.

 



공연 전체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우선 본격 공연 시작 전 비급이 적힌 책의 역사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그에 의하면 석기 시대 사냥을 하던 원시인들, 그리스 올림픽에 참가했던 젊은이들, 로마의 검투사들, 심지어 히틀러의 나치조차도 비급을 손에 쥐고 비보잉에 심취했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나치 문장은 한 팔로 물구나무를 서서 다리를 벌린 비보이의 포즈로 변형되어 있다. 시작부터 웃지 않을 수 없다.

Extreme Dance Comedy라는 부제답게 전반적으로 연극적이고 코믹한 컨셉이 강하다. 다른 비보잉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비교를 할 수 없지만, 비보이들은 단지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표정과 다이내믹한 슬랩스틱으로 '연기'를 한다. 1시간 30분 공연 내내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웃겨준다. 특히 죄수들이 탈옥을 하는 장면은 전체 극 중 가장 재치있고 훌륭하다. 소품으로 사용한 인형도, 비보이들의 표정도, 상황 자체도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 웃었다.

책장처럼 구성되어 배경을 전환하는 세트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소극장 공연에서라면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른 공연에서도 유용할 듯 싶다.

비보잉을 말하자면, 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TV에서 많이 본대로 몸을 돌리고 거꾸로 서고 정지했다 다시 움직이는 등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몸짓을 보여주긴 하더라. 비보이들 대부분이 키가 작고 비쩍 말랐는데, 상체는 올록볼록한 근육이 매끄럽게 감싸고 있어서 보기에 훌륭하다. 저 [300]의 갑각류같은 무식한 근육과는 다르다.

중간중간 살짝 지루한 부분은 좀 더 다듬는 편이 낫지 않나 싶다. 원래 어떤 공연이든 처음 올려서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반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다듬고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 가는 거라고 한다. 내년 쯤 같은 공연을 다시 보게 되면 차이를 알아 볼 수 있을까. 공연이 계속된다면, 그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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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