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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 쇼핑몰의 광고 메일에서 발견하고 바로 주문한 포인트 시트지.

여태 청소도 빨래도 다 미뤄놓고 이거 붙이고 있었다. -_-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곳.

 



화장실에는 더 크고 빨간 꽃.

 



TV를 사이에 두고 노란 꽃 두 송이.

 



그리고 침대 머리맡엔 꽃나무.

 

시트지를 받았을 땐 꽃이 너무 커서 징그러웠는데 붙여놓고 보니까 이쁘다.

이거 해 놓고, 혼자 히히덕거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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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노란 꽃이 예뻐요^^
집이 화사하고 밝아보여요.

조선인 2007-04-2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날개 2007-04-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너무 이뻐요~!+.+
어디서 파는 거예요? 다른 무늬도 있나요?

홍수맘 2007-04-27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뻐요. "옆지기가 사다가 우리도 하고 싶다야" 하면서 말하네요. ^ ^.

BRINY 2007-04-2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디서 파는 건가요???

urblue 2007-04-2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 지**, **파크 등 오픈마켓에서 '시트지'라고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분홍 꽃이랑 나비랑 등등도 있구요. 저는 장당 7,000원에 구입했습니다. 저기 빨간꽃이랑 노란꽃 큰놈들은 제 얼굴 네 배 정도의 크기니까 받으면 놀라실지도 몰라요. ㅎㅎ

토토랑 2007-04-2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뻐요~~~ 전 침대 맡의 꽃나무가 너무 멋지네요

비로그인 2007-04-2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부들의 대화의 장이군요, 히히히~ :)
난 언제 이런 행복한 고민을?

urblue 2007-04-2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저도 꽃나무가 제일 맘에 듭니다. ^^

고양이님, 앗, 주부들만 이런 고민 하는 거 아닙니다~ 저런거야 뭐 아무나 할 수 있는건데요.
 

<도쿄 로망 산뽀>는 "시노바즈도오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에도 시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거리이자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은 곳.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곳도 이곳이었다.

마지막날,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후 가방을 모두 짊어지고 시노바즈도오리로 향했다. 역에서 코인라커에 짐을 보관하고 주변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JR 니시닛포리역에서 내려 책에서 안내한 대로 남쪽 출구로 나갔다. 굉장히 시골스럽고 소박한 분위기. 심지어 코인라커도 없다! XX! 캐리어까지 끌고 다녀야지, 별 수 있나.

남쪽 출구로 나가서 왼쪽길로 접어드니 바로 天王寺가 나온다. 지도에도 나온 걸 보면 제법 큰 절인가보다. 우리랑 똑같이 캐리어까지 끌고 다니는 서양사람을 만났다. 생긋, 미소만.

 



 

천왕사에서 이어지는 길은 전부 묘지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는데, '야나카 묘역'이었던가 어쨌던가. 여기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족묘도 있다.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마음이 들지는 않았기에 패스.
이 주변에는 절이 정말 많다. 족히 수십개는 되는 듯, 거의 서너 집 건너 한 번씩 절이 나온다. 일본인들의 장례는 대개 절에서 치뤄진다고 하던데, 이 주변에 특히 많아 보이는 것이 아마 이 묘지 때문이겠지.



 

묘지의 가운데 큰 길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접어들어서 골목길로 들어가면, 이름은 잊었지만 <도쿄 로망 산뽀>에도 소개된 무슨 조각가의 박물관이 있다. 물론 찾아갔다. 그.런.데. 세상에, 금요일에 문닫는 미술관이 어디 있나. 정기 휴일이라고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지붕 꼭대기에 올라앉은 남자의 조각 하나만 보고 돌아섰다. 다시 한 번, XX!





 

길을 지나다 <도꾜 로망 산뽀>에서 본 지도랑 똑같은 지도가 벽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한 장에 100엔이라고, 동전 넣는 통과 함께 몇 장이 놓여 있다. 그 집은 찻집으로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포스터도 붙어 있다. 일단 들어갔다.



 

내부에는 밖에서 본 지도가 테이블마다 깔려 있고 중앙에 인형을 전시한 커다란 장식장이 있다. 전시장은 2층이래서 올라가봤는데, 아마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린 듯한 소품들이 몇 점 걸려 있다.
주인 아주머니가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대답하고, 들고간 <도쿄 로망 산뽀>에 실린 지도를 펼쳐서 보여줬다. 엄청 좋아한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책을 사야겠다고 해서 책 제목을 적어주었다.





 

차를 마시고 나오려는데 다음은 어딜 갈거냐고 묻는다. "스카이 쟈 바스 하우스 (SCAI the bath house)"라고 답했더니 거기 목욕탕 아니라고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알아요, 미술관이죠." 생긋.

 



달랑 전화번호만 적힌, 뭘 파는지 알 수 없는 가게도 보이고, 그 옆은 약선요리를 파는 곳.

 

우리와 마찬가지로 관광온 듯한 외국인들도 가끔 보인다.
설마 저 집에 전시된 상품들이 "made in china"는 아니겠지...?

 



역시 벽에 붙은 이 지역 지도. 이 집은 가방 가게라는데 입구를 찾을 수 없어 패스.

 



SCAI the bath house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다. 목욕탕이었다고는해도 굉장히 작은 동네 목욕탕이었던가보다. 욕탕이랑 탈의실이 나올까 싶은 작은 크기.
바닥에 색을 칠하고 그 위에 작은 유리구슬을 붙여 독특한 질감을 표현한 여러 작품이 전시중이었다.

배가 고프다. 라면을 먹고 싶은데 라면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중국집에만 라면 메뉴가 있다. 한참을 걷다가 지칠 무렵에 발견한건 오뎅 가게. 몇 개 샀더니, 주인아주머니가 그 앞 의자에 앉아 먹으라고 일러주신다.



이 오뎅가게 바로 맞은 편은 파이를 파는 작은 가게다. 간판도 제대로 없는데, 유리문 한 켠에는 여러 TV와 신문에 실린 집이라는 안내가 조그맣게 붙어 있다. 그럼 먹어봐야지. 맛은, 뭐, 그냥 파이같은데?

 



여기는 시장 골목. 우리의 시장처럼 북적대긴 마찬가지.
장어꼬치랑 양갱을 사 먹었다. 간식 기행이랄까. ㅎㅎ

 



저런 식으로 그림을 붙여놓은 집들이 많았다. 간판인지 그저 장식인지 잘 모르겠다.

 



마치 제 집인양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검은고양이.

 



목공예품을 파는 가게인데, 가격이 꽤나 비싸서 깜짝 놀랐다. 저 위 새장은 몇 만엔쯤 붙어 있었던 듯.

 



떠나기 전 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시장통에 있는 작은 가게인데도 커피맛은 깜짝 놀랄만큼 맛있다. 그렇게 맛있는 카푸치노는 거의 마셔본 적이 없다. 애인은 커피가 맛있는 나라 좋은 나라,라고 한다. 참.
일본 만화를 보면 동네에 꽤 맛있는 작은 가게가 있고 동네 사람들이 제 집 드나들듯 와서 쉬었다 가고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집도 그런 모양이었다. 문 앞에 내 놓은 저 탁자에 와서 앉은 아주머니들이랑 주인 할아버지(60대로 보인다)가 잡담을 나누며 웃는다. 가게 안에는 웬 할아버지도 한 분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쿄 로망 산뽀>에서 소개한 것은 실은 "시노바즈 스트리트"라기보다는 니시닛포리역에서 시노바즈 스트리트에 이르는 중간 지대이다. 거기에 실린 몇몇 가게들은 당최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지만 동네의 분위기는 꽤나 괜찮았다. 도쿄에 간다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

마지막으로, 저 카페에서 출발하여 니시닛포리역으로 돌아갔더니 그곳은 북쪽 출구다. 그리고 커다란 코인라커가 눈에 떡 들어온다. 세번째로 XX!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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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깨끗하네요^^

딸기 2006-11-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으아... 넘 가고시포요!
하나헨로...라고 쓰여있는 건가요 -.-a 저 찻집 느무 이쁘네요

비연 2006-11-0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동경 갈 기회가 있는데 꼭 가봐야겠네요^^
저도 지금 도쿄 로망 산뽀 읽고 있는데...ㅋㅋ

2006-11-07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11-0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거리 말씀이신가요? ^^ 담배 꽁초나 쓰레기 떨어진 것도 없고, 깨끗하긴 합니다. 오래된 동네라 낡은 건물들이 많기는 하지만요.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 이후로 거의 없어졌을 법한 옛날식 건물들이 도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좀 신기하지요.

딸기님, 에...일본어는 거의 잊어버려서리.. ( '') 그러고보니 하나헨로인 것 같기도... (.. ) 암튼, 이쁘죠? 안에는 테이블이 네 개인가 밖에 없어요. 방명록을 쓰라고 주셨는데, 다들 그림을 그려놨더라구요. 그래서, 그림 못 그리는 저희는 그냥 나왔습니다. 흑흑.

비연님, 많이 걸어야하니까 편한 신발 신고 가세요. 저 찻집에서 파는 지도도 하나 사시구요. 꽤 자세하답니다. 밖에서는 100엔, 찻집 안에서는 50엔에 팔아요.

2006-11-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1-0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혼여행 때 관광도 많이 하신 모양이네요^^ 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인가요? 그런 놈 치곤 너무 귀티가 흘러요.

urblue 2006-11-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길고양이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 사진을 찍고 난 후 유유히 걸어서 건너편 가게 앞으로 옮겨 앉더군요. ^^;

Mephistopheles 2006-11-0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X 3번만 외쳤다면 좋은 여행이 아니셨나 생각됩니다..^^

nada 2006-11-0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어 꼬치랑 양갱..ㅎㅎ 귀여워요. 가끔 길거리 음식 먹으면 정신연령이 깎이는 것 같아 좋아요.

urblue 2006-11-08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하루에 세 번이더라도, 뭐, 나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

**님, 그렇지요? 사야님도 말씀하셨는데, 땅값 비싼 동네에 저런 허름하고 독특한 외양을 한 건물이나 가게들이 그냥 남아 있는 건 좀 신기해요.

꽃양배추님, 전 길거리음식도 좋아해서 가끔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만, 정신연령이 깎이는 것 같아 좋다니, 님이 더 귀엽습니다. ㅋㅋ

blueblack7 2006-11-1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뿐 거리~^^
간식기행 가고프네요~

프레이야 2007-02-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 인상적이네요. 검은 고양이의 눈도...
몇달 전 결혼하셨나 봐요. 늦게나마 축하합니다.^^ (불쑥^^)
내내 행복한 생활 가꾸어 나가시길~~~

urblue 2007-02-09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고맙습니다. ^^
 



도꾜 골목 곳곳에서 마주치는 선거 포스터들은 한국과 달리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는지, 자민당은 자민당대로, 공산당도 공산당대로, 정당별로 각각 제 나름대로 붙어있었다. 물론 나름의 규칙이 있더라도 사정을 모르는 이방인의 눈으로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둘러보다 보니, 선거 포스터 바로 옆에 무슨 사립 탐정회사의 광고로 짐작되는, 새카만 개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공명당은 본디 창가학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보수정당이지만, 나로서야 별다른 호오감정은 없다).

개 포스터를 붙인 이의 센스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한국에서라면 당장 선관위 고발대상이겠지만, 브라보~ 하고 외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어쩌면, 見者는 실은 犬者인 것일까.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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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1-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멍. 왜 이리 귀여우신 거예요.
얼블루 님. 결혼 잘 하셨어요. 귀여운 남자가 최고예요.

urblue 2006-11-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핫. 애인이 쫌 귀엽기는 하죠. ^^;
 

사야님과는 도쿄에 도착한 첫 날 오후에 사야님이 사시는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아침 9시 비행기이므로 체크인을 하고도 아오야마 지역을 둘러볼 시간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공항에서도 호텔을 찾는 것도 예상외로 늦어져 아오야마행은 포기해야했다. 대신 신주쿠의 오다큐백화점에서 사야님께 선물할 와인을 사고 위층 서점에 들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한층 전체가 서점이니 꽤 넓다. 그러나 알아볼 수 있는 건 고작 만화책 정도. <신의 물방울> 최신호가 나왔더라.

전에 도쿄에 가 본 적도 있고 해서 전철 갈아타는 걸 헛갈리지 않을거라 자신했지만, 웬걸, 초장부터 이리저리 헤매고 묻느라 정신이 없었다. 애인으로 말하자면 거의 완벽한 길치인데(하이드님과 막상막하랄까. -_-), 위기상황에서 작동하는 안테나가 켜졌다나, 의외로 나보다 먼저 길을 알아내 나를 놀래켰다. '애인의 재발견'이라나 뭐라나. 흠.

아무튼, 결국 15분 가량 늦고 말았다. 비는 내리지, 벌써 어둑해졌지(도쿄는 놀랍도록 빨리 해가 진다), 입구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안 보이지, 이를 어쩌나 걱정했다. Information에 가서 전화를 쓸 수 있냐고 물었는데, 멀끔하게 생긴 아저씨, 여긴 공중전화가 없다, 저 뒤쪽 호텔에 가 봐라, 라고 웃는 얼굴로 모른척한다. 혹시 몇 호인지 알면 연락해주겠다지만 내가 가진 건 전화번호 뿐. 아저씨, 미워요!

밖으로 나와서 공중전화를 찾으러 갈까 어쩔까 하고 있는데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온다. 딱 보니 사야님인줄 알겠다. 우와, 반가워라! 

비가 오지만 원래 계획대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사야님이 사오신 샴페인과 우리가 들고간 와인을 Information에 맡기러 들어갔다. 아까 그 아저씨 있으면 친구 만났다고 '흥!' 해 줄랬는데, 그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더라. 칫.

 



여기는 사야님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절이다. 이 사진을 찍은 때가 아직 5시가 안 되었을 무렵이다. 저렇게나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나온다. (실은 야간촬영 모드로 바꾸질 않았다. -_-;) 한국의 시간이 도쿄에 맞춰져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야님 말씀으로는 도쿄 사람들은 교토 시간에 맞춰 생활한다고 불평한단다. 도쿄에서 몇일 지내보니 시간이 잘못된게 맞는 듯 하다. 5시면 벌써 서울의 7시 분위기다. 그러니 8시만 되어도 어디 갈 생각이 안 든다.  

사야님이 사는 동네는 정말 훌륭하다! 도심 한가운데에 사야님 집은 초고층 건물인데, 조금만 나서면 나무도 많고 골목길로 들어가면 옛날 풍경을 간직한 집들도 그대로 있다. 조용하고 옛스런 멋이 나는 에도 시대의 뒷골목같은 느낌이다.

 



시바 공원과 도쿄 타워 근처를 지났다. 그런대로 이 사진만은 잘 나왔다. 저 반짝이는 것들은 빗방울.

원래 2시간 코스라고 말씀하셨지만 비가 점점 많이 쏟아져서 일단 건물로 피신. 사야님네 건물 꼭대기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고, 남편분과 만나기로 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가기 전에 사야님께서 털어놓은 깜짝 소식은, 그날이 바로 두 분의 13주년 결혼기념일이라는 것! 와우! 결혼한지 하루 된 부부와 13년된 부부라니, 이 또한 멋진 조화다.

옮겨간 식당에서 사야님의 남편을 뵈었다. 사진에서 보던 거랑 똑같다. ^^ 우리 둘 다 영어가 제대로 안 되는 관계로 사야님께서 혼자 바쁘시다. 일어로 주문하시고, 우리랑 한국말로 대화하시고, 남편분이랑은 독일어 영어를 섞어쓰시고. 중국에서부터 내 그러셨다니, 대단하시다. 전에 중국여행 페이퍼 올리셨을 때, 남편분이 중국어를 잘 하시는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아니라는 말씀. ㅋㅋ

 



이 식당은 '야쿠자'들이 드나드는 맛있는 식당이라고 한다. 별로 넓지 않은 방에서 지나치게 깍듯하게 써빙하는 젊은 처자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맛만은 예술이다. 사진 찍은 거 외에도 여러가지가 나왔는데,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_-v 마지막 사진의 유리병은 1인용 술병. 가운데가 비어서 얼음을 넣게 되어 있다. 넷이서 각자 한 병씩 앞에 두고 알아서 따라 마셨다. 훗카이도산 사케가 꽤 맛있어서 술 안 마시는 나도 오랜만에 과음.

저녁 먹고 사야님 댁으로 이동. 샴페인과 와인파티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사야님 댁의 전망.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모조리 흔들렸다. 역시 취했던게야.

 



사야님은, 글과 사진에서 풍기던 이미지와 꼭 같은 분이셨다. 쓸쓸하면서도 소녀같은 분위기. 사람사는거야 저마다 나름의 천국과 지옥을 가지고 있을테고, 누구 사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적어도 사야님과 남편분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은, 우리 부부가 닮았으면 하는 부분이다.

사야님과 알라딘에 관해 얘기하면서 알게 된 것, 난 역시 엄청나게 둔하고 믿을 수 없게 눈치없는 사람이라는 것. 뭐 그런 점이 나름대로 매력이라는데 사야님과 애인이 공감. 참. -_-;

어쨌거나, 사야님 덕분에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던 도쿄 뒷골목 산보와 맛 기행을 동시에 이룬데다, 무엇보다 보고픈 분을 만났으니, 그 고마움과 즐거움이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사야님,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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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2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11-0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길치라고요? 무슨~ 그런 맞는 말씀을 ^^:;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그 좋은 시간이 부럽습니다.

urblue 2006-11-0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엄청 아쉽습니다. 에휴...

urblue 2006-11-0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죄송...그치만 '길치'하면 떠오르는 건 애인과 하이드님 뿐이라... 힛힛..

blowup 2006-11-0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렸던 페이퍼예요.
이상하게 제 마음이 두근두근.
사야 님은 성숙한 여인 같고 소녀 같고 그렇군요.
제 눈엔 가끔은 호탕한 사내처럼도 보이는데요.^^
사야 님과 맛난 것도 먹고, 산보도 하고, 영어, 일어, 독어, 한국어를 섞어 쓰는 희한한 대화에도 끼어 보시고. 유쾌하고 즐거우셨을 것 같아요.
어둑한 하늘에 빗방울이 스치듯이 보이는 처음 사진, 애잔하게 예뻐요.
도쿄타워 사진도요.
사야 님 글이랑 사진 보고 싶네요.

조선인 2006-11-0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이 보고파요.

paviana 2006-11-0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사야님 글이랑 사진이 많이 보고프네요.흑흑
근데 엄청나메 둔하고 믿을수 없이 눈치없는 저도 그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네요.ㅎㅎ

urblue 2006-11-0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맞아요, 호탕한 면도 있으시죠, '사내처럼'이라는 표현에는 좀 갸우뚱이지만요. ^^ 12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지요. 사야님께서는 안괜찮은 사람들과 술 마시면 취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날 취하지나 않으셨는지 걱정이라니까요. ㅎㅎ

조선인님, 저두요.

파비님, 딱히 어떤 이야기라기보다, 어떤 분들은 페이퍼 하나로도 많은 걸 파악하시는데 저는 그게 안 된다는 얘기였어요. 똑같은 글을 읽었는데, 어찌 제 눈에는 하나도 안 보이는건지 말이죠. 흑흑.

반딧불,, 2006-11-0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사야님 만나시는 줄 알았으면 뭐좀 들려보낼걸..흑흑.
보고싶잖아요..엉엉.

nada 2006-11-0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분이 같이 사진이라도 찍지 그러셨어욤.. (찍으셨는데 안 보여주시는 건가요..- -;;) 얼음 덩어리 같은 빗방울이 환상적이네요.

sooninara 2006-11-0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경뒷골목 구경이라니..사야님 덕에 좋은 구경 하셨네요.
야쿠자가 오는 맛난 집...침 삼키다 갑니다.

urblue 2006-11-0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에...미리 알리고 갈 걸 그랬죠? ^^;

꽃양배추님, 넷이 같이 찍은 사진은 사야님 카메라에 있습니다. 보내주신다고 하셨는데... 사진 찍어놓고 빗방울이 많이 튄 걸 알았는데, 그게 의외로 괜찮더라구요. 늘 그렇듯 의외성이 재미있는거지요. ^^

urblue 2006-11-0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사야님 아니었음 모를 뻔한 것들이지요. 저녁 맛있는 거 드세요. ^^
 

1. 도꾜에 많은 것 세 가지.

    첫째, 꽃집과 치과. 둘째, 나무. 셋째, 까마귀.


실은 네 가지라고 해야겠지만, ‘꽃집과 치과’를 하나로 묶었다. 운을 맞추기 위해서 좀 억지를 부린 것이기도 하지만, 이걸 알려주신 지인이 도꾜에는 꽃집과 치과가 많다고 말하는 걸 듣고서, 여행 내내 꽃집을 보면 부근의 치과를, 치과를 보면 부근의 꽃집을 찾아 한 패로 인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도꾜에는 정말 꽃집과 치과가 많다. 골목마다 하나 이상씩은 있는 듯.


다음으로 나무. 유럽의 도시에 비해서는 녹지가 부족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나무가 많다. 곳곳에 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고, 집집마다 나무며 꽃이다. 예전 에도시대부터 도꾜는 인구밀도가 높아 집이 좁은 대신, 도로를 자신의 뜰처럼 가꾸어 왔다더니, 좁다란 집들 사이에도 어김없이 꽃과 나무를 심어두었다. 

 

 

 

끝으로 까마귀다. 도꾜 시내에는 까치나 비둘기를 보기 어려운 대신 까마귀가 많다. 아무래도 일본 문화에서는 까마귀가 길조인 모양이다. 아침 저녁으로 비둘기 몇 배의 덩치인 까마귀가 까악까악 하며 도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도꾜에 적은 것 세 가지는,

    첫째, 라면집. 둘째,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셋째, “스미마센”.


라면, 그러니까 일본식으로 라멘은 도꾜 지방의 요리가 아닌 것일까, 의외로 라면집을 찾기 어려웠다. 평소 일본 라면을 좋아해서, 본고장의 라면을 먹어보리라 기대에 부풀었건만, 라면집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쩌다 라면이라고 써 있는건 죄다 중국집 간판 밑이라 어쩐지 수상쩍어 패스. 돌아오는 날에야 겨우 지하철 역 귀퉁이에서 라면집을 발견. 기쁜 마음에 먹어보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시 라멘은 이대 부근에서 먹어야 할까.


‘스테레오 타입’이란 분명 그렇게 보게 된 나름의 연원과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직접 부딪혀보면 실상과는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인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는 이미지 역시 그런 모양이다. 도꾜에서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만, 열차 내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한 량에 두어 명 정도일까, 나머지는 대개 핸드폰으로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 따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잠을 자고 있다. 책을 읽고 있는 건 대개 노인인 경우가 많다. 그밖에 지하철역 계단의 노숙자들은 대부분이 신문이나 잡지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일본의 독서열도 버블경기 붕괴 이후로는 이전 같지는 않은지도 모르겠다.

 



주로 머물던 신쥬쿠 부근이 워낙 붐비는 곳 이어서일까. 길가다가 부딪히거나, 좁은 길에서 마주쳐도 “스미마센”이라 인사하는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인사하는 건 역시 노인분들.


위의 책 얘기도 그렇고, ‘스미마센’도 그렇지만, 여기서 무슨 ‘일본은 없다’식의 역 스테레오 타입을 말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타자를 접할 때, 일단은 스테레오 타입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한계와 동시에, 스테레오 타입으로만 타자를 바라보는 위험의 문제는  앞으로도 천천히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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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1-0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게 남편 분의 글인가요?
글이 참 단아해요.
얼블루 님의 글쓰기보다 여성적이에요.
그러니까, 두 분 잘 어울리세요.

blowup 2006-11-0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종종.^-^
비교해 보면서 읽으니까 너무 재미나요.

urblue 2006-11-0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여성적인 글쓰기란 건 확실하지요. ㅎㅎ
둘 다 신혼여행으로 한참 울궈먹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읽다가 지겨워지실지도 몰라요. 헷.

쎈연필 2006-11-0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지난 번에 결혼식 때 맨 뒤에 서서 눈 마주치면서 축하하던 청년, 저 맞습니다. 제 옆에는 운빈현님이 계셨지요. 거듭 축하드려요. ^-^

urblue 2006-11-0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운빈현님도 오셨어요? 따우님이 말씀하신 ㅇ님이었군요. 인사드려야겠네요.
고마워요. ^^

urblue 2006-11-0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핫..재밌다면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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