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의 원래 계획은 오사카 쪽의 온천&문화 관광이었으나 일본 입국시 지문을 찍어야 한다는 소식에 급히 다른 곳을 알아보다 결정한 게 태국이다. 온천&문화 대신 마사지&음식이랄까.

인터넷이 좋긴 좋다. 떠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방콕의 마사지/스파 샵들을 죽 훑었다. 시설, 가격, 위치를 비교해서 일정에 맞게 두 곳에 예약을 해 두었다.

첫 날 찾은 곳은 헬스랜드 싸톤점.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이라는 평을 봤고 태국관광청에 계신 분도 이곳을 추천하셨다.



(사진은 '윙버스'에서 퍼왔다.)

이 날은 발마사지만 받을 생각이어서 예약을 하지는 않았다. 6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고 로비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발마사지는 20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우리도 기다렸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이름을 불러 준다. Mr. Lee, Ms. Choi, Mr. Kim 등등 한국인인 듯한 이름이 자주 들린다. 발마사지 1시간에 250밧 (1밧 = 약 33원)이다. 발마사지가 끝나면 간단하게 어깨와 등도 주물러준다. 박물관이며 왕궁이며 한참 걸은 피로가 싹 가신다.

마사지를 받고 내려와 계산을 할 때까지 미처 팁을 줄 시간이 없었다. 계산을 끝내고나서야 100밧씩의 팁을 건넸는데, 순간 너무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분들을 보니까 내가 오히려 미안하더라. 태국관광청에 계신 분은 마사지를 받은 후 그저 그렇다면 50밧, 흡족하다면 100밧 정도의 팁을 주라고 하셨다. 태국 사시는 분이 쓴 글을 봤는데 대부분은 샵과 마사지사가 요금을 절반씩 나눈다고 한다. 그런데 팁을 꼭 줘야 하는 이유가, 대부분의 마사지사들이 하루에 2명 정도의 손님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로비에서 마사지 받는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 쪽에 마사지사들이 죽 서서 대기하고 있다가 리셉션에서 호명하면 손님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역시 대기하는 마사지사들이 많이 보이는 걸 보면 마사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가보다.

둘째 날 예약한 것은 Let's Relax라는 샵의 무려 2시간 45분짜리 프로그램(발마사지+타이마사지+허벌볼)이다. 첫날과 똑같이 마사지의자에서 발마사지를 받고 아래 사진과 같은 곳으로 옮겨서 타이마사지를 받는다. 방은 아니고, 간단한 칸막이와 커튼으로 구분된다. 타이마사지는 옷을 입은 채 진행된다. 등 경락마사지만 받아보고 타이마사지는 처음이라 어떨까 궁금했는데, 지압이라고 해야 하나, 온몸을 여기저기 꾹꾹 눌러주니까 시원하다. 다만 허벅지까지 깊숙히 주물러서 좀 민망하다. 신랑은 나이 든 아주머니 아니면 민망해서 못받겠다고 한다.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타이마사지가 끝나면 위 사진처럼 허브로 만든 주머니로 몸을 두들기고 문질러 준다. 따뜻해서 무척 기분좋다. 이렇게 해주고 가격은 겨우 850밧. 게다가 10% 할인 쿠폰까지 챙겨 갔다. 할인받는 건 대신 팁으로 좀 더 챙겨드리기로 했다.

셋째 날은 2시간짜리 오일마사지다 (1,100밧). 일본인이 하는 Lavana라고 하는 샵이다. 연말이라고 저 건물 전체를 리본 매단 선물 박스처럼 치장해놨다.



오일 마사지는 옷을 다 벗고 받아야하니까 별도의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는 샤워 시설도 있어서 먼저 샤워를 하고 일회용 속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사진은 역시 홈페이지에서. 마사지샵에서는 사진 찍고 어쩌고 할 생각이 전혀 안 들더라.)

오일마사지는 피로 회복보다는 피부 재생 쪽이 중점인 듯 싶다. 경락마사지보다 훨씬 부드럽고 매끄러운 터치다. 민망하기로 치자면 타이마사지보다 한수 위다. 하지만 정말로 노곤노곤해지는게,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았다. 감기 걸려 콧물 흘리느라고 잠들지 못했을 뿐.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마사지 못 받을 듯 하다. 너무 싼 가격이라 미안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훌륭한 마사지를 받고 왔는데, 여기서 마사지 받으러 가면 저절로 비교하게 되겠지.

태국에서도 최근 새로 생기거나 리뉴얼을 한 마사지샵들은 꽤 고가라고 한다. 1시간 30분짜리 프로그램에 백몇십달러라고 하는 곳도 봤다.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태국의 부유층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는데, 빈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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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1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배가 아픈게 아니라 아픈 어깨가 더 아파진다는... ㅎㅎ

sudan 2008-01-1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urblue 2008-01-1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바람돌이님, 수단님, 저도 어깨 아픕니다. 마사지 받고 싶어요. ㅋㅋ

마냐 2008-01-1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넘넘 부러워요. 사실 얼마전, 후배가 "이런 날도 함 있어야 한다"고 졸라서...타이마사지 받으러 갔거든요. 후배꺼까지 14만원 결제할때까진 호기를 부렸는데...나중에 돈 빠져나가는 거 보니까 맥이 빠져서 다시 못가겠더군요. 음음...여튼..마사지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돈 있음 좋구나 이런 생각 들게 하는...

urblue 2008-01-15 11:27   좋아요 0 | URL
신랑은 가진 거라고 몸밖에 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마사지도 받고 해서 유일한 재산인 몸을 건강하게 지켜줘야 한다고 했지만, 실은 저희들도 이제 더는 마사지 안 받기로 했습니다. 그 돈 모아서 태국 갈까 봐요.. ㅠ.ㅠ

2008-01-15 1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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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5 1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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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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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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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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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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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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