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다,  바보같았던 대통령을 떠나보낸지.....

 

바보는 단순하고 그래서 필요하다. 소위 현명한 자들은 황제가 두려워 자주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보는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결과에 상관없이 말할 것이다. 바보는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_ <선의 영혼이 깃든 타로> 중에서

 

바보라 불리는 사람을 달리 보게 했던 구절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 중  저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바보를 떠올려보라면 단연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국민을 위해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오직 국민을 위한 변호를 하였던 용감한 바보 대통령을 그렇게 보내야했을때, 사람들의 충격과 슬픔 그리고 죄책감이 10년이 지났다고 무뎌져 사라졌을까. 아니 무뎌지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을 더할수록 그 분이 더 그립고 그 분이 어떤 정치인이자 대통령이었는지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201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만들어진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이 4월에 개봉한다. 노무현이란 사람을 지지하고 응원하던 노사모 회원들의 말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한번 추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는 미처 다 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제목 또한 <노무현과 바보들>이다. 바보같은 정치인, 바보인 대통령을 믿고 지지하던 바보 국민들, 그들의 사연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내 삶을 바꿔가면서까지 노무현이란 사람을 지지하지 못한 나는 '바보들'이라 불리는 이들에게도 역시 빚진 마음이다. 한걸음 물러나 노무현이란 정치인에게 '엄격한 판사'짓거리를 하고 있을 때 그 분의 뜻을 이해하고 끝까지 믿어주었던 그 많은 바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책하고 미안해하고 한편으로는 마음 깊이 고마워할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_ 노무현 국회의원의 첫 대정부질문(1988년 7월 8일)

 

<노무현과 바보들> 1권을 여는 글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돌출돼 있는 산이야.

여기서 새로운 삶의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곳이 이곳을 떠나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와 버렸어.

각을 세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는 정치마당에서

새로운 일 좀 해본다는 거였는데. (…)

이제 해방되는구나 하고 돌아왔는데,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

이 정도 합시다. 하나씩 정리들 해나갑시다.

 

 _ '서거 전 마지막 육성' 중에서

 

 <노무현과 바보들> 2권을 여는 글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리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야 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을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 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 역사가 이뤄져야 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_ 노무현,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 및 서울후원회 '연설'에서(2001년 12월 10일)

 

<노무현과 바보들> 표지 포스터에 적힌 글

 

 

하루하루 신명나게 살기는커녕 사는 게 천벌 같고 오히려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날들이다. 정의를, 힘없는 자들을 지켜줄 민중의 지팡이들은 권력자의 수족노릇하기에 바빠 서민들의 피눈물을 못 본 채 한다. 우리도 더는  눈 멀고 귀 닫힌 자들이 아닌지라 이런 꼬라지를 보고 들으며 천불이 나고 억장이 무너지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다. 들어줄 사람이 없다. 함께 싸월 줄 동지가 없다. 정치판 따로고 서민살이 따로인 지 벌써 오래 전이다. 지들은 지들끼리 뭉쳐 지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서민들은 서민들끼리조차 뭉치지 못해 각자 혼자 분통해하고 눈물 훔치며 시들어가고 있다. 이런 배신감과 무력감에서 빠져나올 힘조차 낼 기운이 없다.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계셔주셨으면 하는 그 분. 우리를 뭉치게 할 수 있는 그 분. 그 분이 많이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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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4-09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게 벌써 10년 전이었네요...

아는 동생과 일산에서 소식을 듣고는
잠시 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현실로 돌아
오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
보수정권이 치밀하게 계획한 각자도생,
연대가 실종된 시대의 비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설해목 2019-04-09 10:3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벌써 10년입니다.
각자도생하느라 서로를 돌아볼 수 없는 시대에 더욱 그립고 함께 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만 커져 가네요.

뒷북소녀 2019-04-28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운 대통령은 정말 이 분뿐인듯 합니다.ㅣ

설해목 2019-04-29 10: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앞으로 또 이런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