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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 -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운 진짜 비즈니스 
제프리 J. 폭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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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영화를 보면 신문배달을 하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현관문 앞에 신문을 안착시키는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탄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첫 아르바이트를 대부분 편의점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신문배달을 생애 첫 아르바이트로 뛴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신문배달이 성공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에서는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열 세살 소년 레인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세일즈'에 대해 설명한다. 책 제목이 의문형이라 책 내용이 그 해답을 찾아가는 다소 딱딱한 내용인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영미 비즈니스북이 그렇듯 이 책 역시 레인이라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통해 비즈니스의 기초에 대해 스토리텔링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Rain』이다. 레인메이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소년 레인이 신문배달을 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습득한 비즈니스 철학과 세일즈 방법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는데 그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진정한 세일즈를 위해서는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라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입사한다.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 판매 종사자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3월에 취업한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수는 5,491천명으로 전월대비 2만 4천명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할까? 나는 거의 1년여를 화장품 로드샵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수능이 끝난 직후에 시작한 생애 첫 아르바이트였는데 그만큼 열정적으로 일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해지고 꼼수도 늘어나서 하는 일보다 시간을 축내기 바빴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초기 몇 달간은 열정으로 가득 차서 하나라도 더 많이 팔고 PT를 하려고 바쁘게 뛰어다녔다. 나를 고용한 곳은 화장품 로드샵 매장이었지만 나의 진정한 고객은 그곳을 방문해주는 모든 소비자들이었다. 신문배달원 레인의 고객이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듯이.

 

그건 당연한게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회사에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돈을 벌어줘야 하는게 아니냐고. 회사가 나를 고용했으니 나의 고객은 회사가 아니냐고. 회사에 이윤을 끼쳐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능력 있고 쓸모 있는 직원'이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답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직원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우리의 고객은 아닌 것이다. 연예인에 빗대자면 소속사이고 학교에 빗대면 동아리와 같다. 일을 즐기려면 고객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아야한다. 판매 종사자의 고민은 고객을 잘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손님을 잘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다. 당신이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라면 선배 동료에게 묻는다고 원하는 답을 내놓는 사람도 없다. 특히 하나라도 더 팔면 자신에게 그만큼의 수당이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걸려있다면 자신의 노하우를 라이벌에게 선뜻 알려주려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어깨너머로 배울 수도 있겠지만 이달의 서비스왕을 노린다면, 자신만의 세일즈 노하우를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고객이 누구인지부터 파악하라.

 

고객이 누구인지 알았다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까? 고객들의 성향과 트렌드를 분석해야 한다. 반드시 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 '이 가게에 왔더니 이 직원이 설명을 잘 해주더라.'하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당신을 고용한 회사에게도 이득이고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바노트라는 것을 만든다. 직종이 어떻게 되었든 일을 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노트를 사서 거기에 손님의 성향과 일의 방식을 적는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더 적으며 기억해야 대책이 서기 때문이다. 『노트3권의비밀』 서평(http://blog.naver.com/beruell/80121946469)에도 밝힌 적이 있지만 사심이 팍팍 들어간 손님별 유형을 정리해 놓으면 손님을 대할 때 행동패턴이 정립되어 그 어떤 진상 손님이라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응대할 수 있다.

 

 

노력이 없으면 최고의 자리를 얻을 수 없다. 레인이 레인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고객 분석에 있다. 고객이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 레인을 레인메이커로 만든 것이다. 당신이 몸 담은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그 일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차게 올라가는 것이 어떨까? 당신의 경험에서 나온 세일즈 아이디어를 결코 얕보지 말고 실천에 옮겨라. 특히 당신 회사에 멘토가 있다면, 멘토에게 의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문배달을 해야할까?

책 제목이 의문문이라고 당신도 '왜?'라는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레인의 이야기를 읽고 '그럼 나도 당장 신문배달을 시작 해야겠군!'하고 결심했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글쓴이의 의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신문배달을 권유하고 있지 않다. 자신의 가치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진정한 세일즈를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이러한 행동들은 마케팅에서 이런 언어로 불린다고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 얼마나 많은 마케팅이 녹아 있는지를.

 

이미지 트레이너, 벨류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들이 성행하고 있다. 취업 강사 역시 요즘 잘 나가는 직업 중 하나다. 왜 일까? 취업난이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에 대해 누구나 고민하고 안타까워하고, 이야기하는 요즘 어째서 대학생들은, 그리고 실업자들은 취업 강사의 수업에 목을 매는 것일까? 바로 그들의 멘토링이 취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 다음으로 면접이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고 뽑는 1차 면접에 합격했다면 남은 관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대면 면접 뿐. 하지만 알고 있는가? 이 면접 역시 마케팅의 일환이다. 당신이라는 상품을 면접관이라는 고객에게 판매를 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세일즈해야 한다.

 

취업 강사들은 쉽게 이야기 한다. "남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세요." 라고. 정말 주둥이를 확 찢어버리고 싶지만 맞는 말이다. 말이라서 쉬울 뿐이지 옳은 말이긴 하다. 어필하라. 세일즈하라.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고, 다른 이들에 비해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으며 염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를 어필하지 못하면 세일즈에 실패하게 된다. 자신을 세일즈하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세일즈맨이 될 수 없다. 레인이 가필드 신문배달원으로 일하기 위해 면접 때 어떤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어떻게 대답했는지만 기억해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계획과 약속을 정하라

약속은 중요하다. 남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스스로가 나와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을 깨도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Out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마음가짐부터 바로해야 한다. 레인은 신문배달일을 시작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10계명처럼 10가지 약속을 정한 것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약속이자 동시에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약속이었다. 레인은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했고,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절대 변명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자신의 실수로 신문의 일부분이 분실되거나 찢어진 일이 있었을 때 레인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정성껏 쪽지를 써서 배달했고, 그 쪽지로 인해 레인의 고객들은 일요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배상은 레인 스스로가 했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스타일이 있듯이 일하는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다. 선배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모방하지는 말아야 한다. 모방한다고 해서 당신이 그 사람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우리는 수많은 성공의 비밀들을 책으로 읽어왔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유명인의 유년시절에 공감하며 나와 비슷한 처지를 살았다는 것에 안도하고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에 기뻐했었다. 그리고 에너지를 받아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쳐 세상을 겁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잊게 되는게 있다. 바로 기초. 기초에 충실하자.

 

ⓒ 베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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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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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장과 변화

노리코의 성장 단계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결혼 전, 결혼 후, 이혼 후. 결혼 전의 노리코에 대한 이야기는 상세하진 않지만 아마 결혼 전의 노리코는 불행했던 것 같다. 그녀는 그 시절의 자신을 '기아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외모에만 치중하고 안달복달했던 부질 없는 시간들을 일컫는지도 모른다. 잘 보이고 싶고, 사랑 받고 싶고,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나이. 그 시절 그녀가 만들던 인형은 모두 불만에 가득 차있고, 무언가에 잔뜩 토라져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오사카 사투리가 매력적인 고를 만나 노리코는 수용생활을 시작한다. 결혼생활 당시 노리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재벌가의 아들인 고와의 결혼생활은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을 것이고, '고가 원하는 여자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시간'이며,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에 조금씩 지루해지고 실증을 느낄 즈음 변덕이 유독 심한 그녀는 고와 이혼한다.

 

사람들은 결혼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들 말한다.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면 사람이 되서 나오듯이, 사람이 결혼을 하면 조금 더 철이 들고 책임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이혼이 잦고 결혼을 엔조이로 밖에 여기지 않는 세상에서는 안 어울리는 표현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결혼은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리코에게 있어 진정한 전환점은 이혼의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고=형무소'라는 등식을 세워 놓은지 오래다. 자신과 맞지 않은 결혼생활. 서민이었던 그녀에게 재벌인 고의 존재는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고는 그녀에게 "나를 위해 노력하라."고 자주 말한다. 비싼 보석으로 치장을 하고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것 말이다. 흔한 '아가씨 드라마'에 나오는 사모님의 모습이랄까? 그녀에게 있어 끔찍한 결혼생활을 버티게 해주었던 존재는 시어머니였다. 자신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면 경멸하고 험담하는 고의 말을 빌리자면 '누더기 같은 천들을 모아 놓은 것'을 가장 좋아하셨던 분이다. 노리코가 직접 만든 인형 말이다.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노리코는 더 이상 결혼생활을 버티지 못하게 되었다. 어쩌면 시어머니라는 존재의 상실로 인해 노리코가 남아 있을 이유가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혼을 한 노리코는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한 몫 단단히 챙기진 않았다. 보석도 뭣도 다 두고 나와서 고가 특별히 챙겨준 위자료와 자신의 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저세상에 간데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 나날의 연속. 그녀는 반짝반짝한 서른 다섯을 보내게 되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며 지냈다.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생활과 비교해보면 그녀는 훨씬 여유로워졌고, 활기차졌다.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그녀에겐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프로가 된 것일지도. 그녀는 호기심 많고 감정 표현을 잘 하는 여자로 서른 다섯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기발랄함과 생기발랄함을 가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어머어머!" 하는 식의 감탄사를 연발하는가 하면 보는 사람마저 흥분할 정도로 격한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지금껏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그간 억눌려 있던 모든 감정을 한 번에 터트리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사람을 보는 눈도 바뀌었다. 고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는 약간의 우월감 따위가 그녀를 조금 거만하게 만들었다. 자기보다 못한 여자들─골드미스로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을 무시했었다. 혼자 사는 여자들의 생활력과 강함에 반하거나 매료되는 일은 없었고, 남자와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생각도 갖지 못했었다. 이혼 후에 그녀의 인간관계는 더욱 풍요로워졌다.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세상에 가더라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아!"라고 끊임 없이 외쳐도 좋을 정도의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들

그녀의 곁엔 언제나 남자들이 있다. 물론 여자들도 있다. 그녀의 곁에 머무는 남자들 중엔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들이 많다. 징 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도 짙은 오사카 사투리를 사용했고, 비록 유부남이긴 하지만 자유분방하며 위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 끌렸던 토무씨도 짙은 오사카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리고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어 남이 된 고와도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이 모든 것은 고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고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영향력이 컸던 사람이니까. 이혼 후에도 그녀가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에게 이끌린 것도 고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게 그녀와 고가 다시 재회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던 그녀는 호우가 쏟아지던 날 레인코트 안에 비키니를 입고 회사로 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거래처 정도랄까? 지하도로 들어가기 전에 검은차 한 대가 인도 가까이에 정차했는데 고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구수한 오사카 사투리로! 사실 전반에서 노리코가 하도 고를 욕하길래 나는 고가 엄청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표현은 사람을 오해하기 만들었다. 고는 최악의 질투남에 말보다 손이 먼저 올라가는 남자인데다가 재벌이라는 우월감에 남을 경멸하고 깎아내리는 언행을 구사하지만 상당히 매력 있는 남자였다. 어엿한 남자 하나 골라 잡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만끽하느라 몸을 굳히고 있는 노리코의 생활을 엿보는 중에 등장한 고는 쾌거에 가까웠다. 노리코와의 고의 재회가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사실 그녀 역시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일본 곳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 고라면 언젠가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무튼 노리코의 주위엔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남자들이 있다. 그녀 스스로는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그녀는 그렇게 사투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딸기의 상징성

소설의 처음과 끝. 그녀는 딸기를 으깨며 아침을 맞이한다. 딸기의 상징성이 뭘까? 궁금했다.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노리코는 매일 아침 딸기를 으깬다. 우유와 함께 말아 먹는데, 그 맛보다는 그 행위가 지니고 있는 의미 자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쩌면 작가는 이 행동에 의미를 두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을 제목으로 내 놓기도 하고, 강조를 해서 독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작가들도 종종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왠지 딸기를 으깨는 것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전에 의하면 딸기는 정의를 뜻한다고 하던데,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 딸기는 노리코와 닮아 있는 것 같다. 노리코는 고의 영향을 받았고, 고는 노리코의 영향으로 그녀를 그리워하게 됐지만 노리코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것은 딸기가 가지는 의미 자체와 닮아 있다.

 

 

 

 "글자는 모양이 정해져 있어서 자유롭질 않아 몬 써요."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점을 찍고 싶어지거나 받침을 넣고 싶어지거나 옆에 한 획을 더 긋고 싶어져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진다고 한다. 지인인 한 서화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지!"라고 했단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쪼매 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가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핫 핫 핫." 워낙 큰 남자라서 우러러보며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지만, 왠지 존재감이 희박하고 다가가기 쉬운, 그래서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체구였다. 꾸밈이 없는 오사카 사투리와 요란스러운 말투, 그다지 남자답지 못한 목소리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핫 핫 핫' 하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 pp.57~57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그런 걸 보면 브리지트 바르도도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전무 BB'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BB도 어쩌면 지금 생트로페의 해변을 맨발로 걸어 다니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p.120

 

남자가 굵은 손가락으로 잘하지도 못하는 뭔가를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여자의 연민을 자극한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의 서투름을 동정하여 결혼하고 자잘하고 섬세한 부분은 모두 대신해서 해주고, 마지막에 '內'라고 써놓고, 의식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런 자신에게 도취하여 '크흐흐흐……'하고 웃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아내놀이'가 놀이로 끝나지 않고 진짜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계속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놀이'였다는 것을 깨닫고 놀이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여자도 있다. 나는 요즘 어느 쪽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다. 물론 어느 쪽이 진짜고 어느 쪽이 가짜라고 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됐든 그 여자의 성격에 맞고, 그리고 그 상대 남자의 컬러에 잘 어울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보다 진짜니 가짜니 하는 평가 자체를 할 마음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가짜라도 그 한길만 고집스럽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눈에 익숙해지고 거슬리지 않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 p.175

 

내가 운 것은 하라 코즈에가 죽었다는 사실보다도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도 생각해야 할 것들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안녕 노래>에서 저세상을 노래하기도 하고, '저 세상에 가더라도 이보다 좋은 세상은 없을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신이 나서 '저세상'을 연발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음을 매개로 한 생각에서가 아니라 '이 세상'의 대기실쯤 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누구도 실제로 죽는다는 것은 눈곱만큼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죽어가는 죽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혼자 살고 있는 나의─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죽음인 것이다. - p.317

 

"관 짊어줄게, 잘래?" 이게 요즘 고의 입버릇이다. 고에 따르면, 여자의 행복은 잔 남자가 관을 짊어져 주는 것이란다. 무슨 소린지! "그랬다간 몇십 명의 남자가 달려든 통에 차전놀이하자고 하겠네!" 내가 농담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받아친다. "빌어먹을. 내가 공포의 질투맨이란 거 잊었나?" 고와의 전화통화는 기분전환에 최고다. 나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묻는다. "지금 어디야? 저녁에 스파게티라도 먹을까?" "바보, 나 지금 도쿄에 있다!" "내가 쏠게, 얼른 와." 뭐니 뭐니 해도 친구가 최고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 p.328

 

 

 +  이 책은 '포플sns 서평단 1기' 활동을 하면서 포플sns를 통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았음을 밝힙니다.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7 
여을환 글, 김천정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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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헤매지 않고 줄줄이 읊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전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난 안데르센 동화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자랐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를 읽고 눈을 반짝이기보다 전래동화를 듣고 꺄꺄, 소리 지렀던 적이 더 많았다. 어릴적에 외할머니 무릎 위에 앉아 "할머니, 재밌는 이야기 없어?"하고 물으면 외할머니께서는 "우리 강아지~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시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동네에 어린 아이들이 없어 함께 놀만한 마땅한 친구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곧잘 외할머니께 아양을 피워가며 "옛날옛날에~"하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었다. 그런데 16년이나 지난 지금, 어릴적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를 그림책으로 읽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것 투성이다. 전래동화는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뿐만이 아니다. 들려주는 이에 따라 이야기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의 종류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읽은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도 그렇다. 갑돌이가 말을 타고 가는데 풍뎅이, 밤, 쇠똥, 밥주걱, 맷돌, 자라라 갑돌이를 향해 다가와 "나도, 나도 데려가 주세요."하고 조른다. 갑돌이는 길에서 만난 여섯 인물(사물)들을 말에 태우고 길을 가다가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고자 하는데 그 집에 사는 처녀는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으러 올 것이라며 피하라고 한다. 갑돌이와 여섯 친구는 자신들이 호랑이를 혼내주겠다며 각자 자리를 잡고 준비한다. 마침내 호랑이가 오고, 풍뎅이가 불을 끄자 불을 켜기 위해 아궁이에서 불씨를 찾으려는 호랑이의 눈에 밤은 재를 뿌린다. 눈을 씻으려던 호랑이가 물이 담긴 항아리에 손을 넣자 자라가 날카로운 이빨로 호랑이 발을 꽉 깨물고, 허둥지둥 놀라 뛰쳐나온 호랑이 발을 쇠똥이 몸을 주욱 늘려 미끌어지게 만든다. 넘어진 호랑이의 머리 위로 맷돌이 뛰어 내려 호랑이는 비명횡사하고, 갑돌이는 호랑이를 말에 싣고 가서 냇물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 처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어디서 들은 듯한 이야기인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찾아보니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다.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하자 할머니는 자신이 죽을 쒀 먹어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 그 때 잡아 먹으라고 한다. 호랑이는 그러겠노라, 하고 돌아간다. 할머니는 팥죽을 쑤면서 펑펑 우는데 그 소리를 들은 알밤, 자라, 개똥, 송곳, 절구, 멍석, 지게가 와서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는 도와주겠다고 한다. 다들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먹고 호랑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 호랑이를 혼내주고는 멍석에 돌돌 말아 시냇물에 빠트린다. 그들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되었다.

 

전래동화를 출판하는 출판사마다 빠지지 않고 출판되는 이야기인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장인물도 다르고 결과도 조금 다르지만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와 닮아있다. 아니,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비문학이란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다보니 그 내용이나 등장 인물들이 각각 달라지거나 추가되는 것이 특징인데, 내용을 조금만 달리해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게 가장 매력적이다. 그런 면에서 『갑돌이와 용감한 여섯 친구』는 갑돌이와 산속 처녀가 행복하고 오래오래 사는 해피엔딩으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느끼지 못한 묘한 매력을 선물한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조인 이 이야기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게 있는데 바로 호랑이다. 호담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조선에서 호랑이는 이야기 속에서 한 때는 의인으로, 악인으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눈물샘과 웃음보를 자극했다. 의를 지키는 의로운 호랑이, 무시무시한 악인 호랑이, 산신령으로 등장한 호랑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인물들에게 당하는 호랑이 등등 다양한 패턴의 호랑이들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등장한 호랑이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꾀에 넘어가 호되게 당해 목숨까지 잃는다. 강자인 호랑이가 약자인 처녀를 잡아먹겠다며 엄포를 놓고 괴롭힌 것은 옛날 지배층이었던 이들이 사회적 약자인 백성들의 식량까지 약탈하며 괴롭게 만들었던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는데 이는 아마도 그 시절의 억울함과 괴로움을 민담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것 같다.

 

 

다양한 전래동화를 읽고 다음 세대의 아이들도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 고구려, 백제, 발해에 대한 역사도 그렇고 한글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다. 다른 나라에서 찝적거리며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기 시작할 때에만 반짝 열받고 일어난다. 그리곤 곧바로 잊어버린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전래동화도 우리 민족의 사상과 얼이 반영된 민담이니 전래동화를 자주 접하며 우리 본연의 것에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 서평은 '길벗어린이 서평단 1기'로 활동 중 출판사 길벗어린이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 되었습니다. 

 



한 줄 고전 - 365 내 인생을 바꾸는 나침반 
이상민 지음 / 라이온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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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려는 때와 마감하려는 때, 혹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간절히 원하게 되는게 하나 있다. 바로 복잡한 마음을 말끔히 정리해주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줄 명언이다.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읽게 되는 명언은 힘든 상황에서 만난 이가 조력자가 되어 주는 것만큼 든든하고 기쁜 일이다. 먼저 살아간 인생 선배님들께서 남겨주신 족보와 같다. 선인들이 남긴 그 아름다운 말들은 감언이설로 우리를 속이는게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가르침을 준다. 마음 같아선 유명한 이의 어록이란 어록을 죄다 모아 놓고 하루에 한 권씩 읽고 싶지만 정말 힘들 때 힘이 되어줄 한 마디를 항상 지니고 다니고 싶은 이들도 많을 것이다. 혹은 하루를 여는 매일 아침, 내게 힘을 줄 한 줄의 명언을 읽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나는 당신들에게 이 책 한 권을 소개해주고 싶다.

 

 

내 인생을 바꾸는 나침반

365 한 줄 고전

 

 

 

하루에 반 페이지. 한 줄 명언을 읽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눈을 감고 그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못 다 마춘 퍼즐을 완성한 것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알쏭달쏭한 기분이 들 때면 밑에 적인 말을 읽어도 좋다. 한 줄로는 부족할 때, 그 부족함을 달래주며 당신의 마른 목을 적셔줄 말들이 있따. 해석이라고 하기엔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드니 그냥 도움말 정도로 이름 붙여 보자. 명언과 뜻풀이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들도 있겠지만 숨은 뜻까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면 아래에 적힌 도움말을 함께 읽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다정한 말투로 당신의 고민을 콕콕 짚어줄테니까. 그 다음엔 마음에 남은 여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1년은 길다. 그만큼 다사다난하게 살아간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1년 중 고비가 찾아 오는 시기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거의 엇비슷하지 않을까? 1년 365일 읽을 수 있는 고전인만큼 월-일로 구성되어 있는 이 『365한줄고전』은 매일 반장씩 읽어도 좋지만 읽고 싶은 만큼 읽어도 좋고, 눈을 딱 감고 펼쳐서 나온 부분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례대로 읽어도 되고 뒤에서부터 앞으로 읽어도 좋다. 어떻게 읽는가는 당신에게 달려 있으며, 가장 필요할 때에 이 책 한 권으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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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the Secret』에서 거론된 법칙으로 책이 출판된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끌어당김의 법칙'.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비슷한 것끼리 끌어당긴다'는 뜻으로 원하는 것을 간절히 생각하고 원하면 그것이 당신에게로 이끌려 온다는 법칙이다. 단순히 '생각'과 관련이 있는데 간절히 염원하면 할 수록, 그리고 그것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믿으며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며 감사할 때에 진실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바라보는 가장 쉬운 관점은, 나 자신을 자석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자석은 물체를 자신에게 끌어당긴다. -존 아사라프

 

『the Secret』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365한줄고전』이 당신에게 큰 힘을 줄 것이라 믿는다. 당신이 스스로의 삶에서 승자가 되게 이끌어 줄 뿐만 아니라 용감해질 수 있도록 힘을 안겨주리라 생각된다. 기억하고 믿고, 염원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가방에 가지고 다니며 하루에 반 장만 읽는다면 분명 위험에 처했을 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이 도서는 '포플sns 서평단 1기'로 활동하며 포플sns를 통해 해당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것입니다.

 

 



옹주의 결혼식 푸른숲 역사 동화 2 
최나미 지음, 홍선주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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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집에 들어가 살림살이를 하는 것을 보고 시집살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말이다. 어느덧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여자가 남자의 집에 들어가 시부모 밑에서 살림을 하며 지내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걸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간혹 가다 남편이 부인의 집에 들어와 처가살이를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시부모는 노발대발하며 며느리의 머리채를 휘어잡을 심산으로 덤벼든다. 그것이 인륜에 벗어나는 일이라도 되는 것마냥 말이다. 막장드라마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의 드라마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집살이가 과연 얼마나 오래 된 것이기에,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는지 말이다.

 

조선중기부터 시작된 시집살이

시집살이가 처가살이보다 오래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테지만 사실 시집살이는 조선중기에 시작되었다. 백성들이 태평성대라고 불렀던 세종 집권 시기였다. 선왕 때부터 정착시키려고 했던 명나라의 유교적 풍속인 '친영례'. 즉, 시집살이를 세종 때 시작한 것이다. 가장 먼저 시집살이를 하게 된 인물은 '숙신옹주'인 운휘이다. 태종의 막내 딸이자 세종의 이복 동생이지만 태종이 둔 여러 후궁 중 한 명이었던 운휘의 어미는 궐 밖으로 쫓겨난 궁녀였고, 운휘가 태어나던 해 태종이 죽어 그녀는 아버지의 얼굴도, 어머니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궐에서 쓸쓸히 자라왔다. 부모의 정을 느낄 새도 없이 남의 손에 길러진 그녀였지만 옹주로써 갖추어야 할 예와 덕 대신 사내아이들처럼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아이로 자랐다. 그런 그녀가, 혼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감도 잡지 못한 그녀가 어지러운 궐 사정을 자신 때문에 더 어지럽게 만들 수 없다며 직접 "친영례를 치루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시집살이를 한 여인인 것이다.

 

여자는 시집가고 남자는 장가간다고 말하는 '혼례'. 장가를 가던 풍속이 남자 중심 체제가 굳어지며 자연스럽게 시집을 가는 풍속으로 바뀌어 갔다. 조선에서는 혼례를 치루면 처가살이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나 서서히 시가살이로 바뀌어 간 것이다. 남편이 아내의 집안(처가)으로 들어가 바깥일을 하며 아내와 동거동락 하는 것이 오랜 풍속이었으나 '여자가 처가 사람들을 믿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남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문제가 많았던 처가살이 대신 명나라의 유교 풍속인 친영례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선왕 때부터 친영례를 받아들여 풍속을 바꾸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 일은 세종에게로 넘어오게 되었는데 백성들에게 먼저 친영례를 받아들이라는 강요보다는 궁에서 솔선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세종의 주장으로 인해 태종의 자녀들 중 혼례를 치루지 않은 운휘가 친영례를 치루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자유분방하고 혼례의 '혼'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운휘를 위해 친영례를 반대하였으나 스스로 선택해 치루게 된 친영례. 아무리 서녀라도 왕가의 자식이것만 여러 사정 때문에 혼례마저도 간소하게 치루고 남편의 집안으로 들어가게 된 운휘는 마마보이 남편과 까탈스러운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허나 숙신옹주가 친영례를 치루고도 일반 백성에게까지 완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라고 한다. 태종과 마찬가지로 친영례를 정착시키려던 세종의 노력 역시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독립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어미 치마 폭에만 파고드는 마마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어 놓을 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듯이 덤벼드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못해 토나올 지경이다. 기원이야 어찌되었든 숙신옹주를 시작으로 조금씩 정착하게 된 친영례는 어느덧 '시집살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요즘에는 분가하여 시가의 감시에서 벗어나 따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부부가 많아졌지만, 이 분가라는 것도 어차피 시집살이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시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겨난 것에 불과하다. 고된 시집살이에 대한 恨이 담긴 민요에서 오죽하면 '숫캐 같은 시아버지 / 암캐 같은 시어머니 / 여우 같은 시누이년'이라는 구절이 나오겠는가?

 

 

싱싱하고 푸른 여인으로 남아주길

운휘는 말괄량이 옹주였다. 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고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답이 없는 옹주였다. 궁의 법도들을 지키고, 따라야 했으며 반가의 여식들처럼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는 등 여인이라면 배워야 할 것들을 익혀야 했지만 옹주는 과감하게 그런 것들을 물리치고 나무를 올라타는가 하면, 말을 타기도 하고, 여러가지 말썽을 부리며 사내아이처럼 자라왔다. 이 자유분방하다 못해 가는 곳곳마다 사고를 치며 보는 사람이 다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생활을 하는 이 옹주는 팍팍하고 기계 같은 궁궐 사람들 속에서 그나마 '사람 다운 사람'이었다. 중전이 그랬듯이 옹주의 그 활기참과 대범함, 아찔한 사고들은 재미 있을 일도 재미 없어지는 궁에서 그나마 숨통 트이게 해주는 요소다.

 

물가에 내놓아도 걱정 없이 혼자서 잘 헤쳐나갈 것 같은 인물이 바로 운휘다. 옹주마마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무시무시한 염상궁이 운휘를 떠나보내며 한 말이니 오죽 하겠는가? 공부 안 하고 도망다니는 운휘를 쫓아 다니며 닥달하고, 엄하게 가르치던 시간 동안 염상궁은 운휘의 활달한 모습을 보며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갑갑한 궁 안에서 제 모습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나가는 운휘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다행스럽게 여겨졌는지 모른다. 온통 말썽만 부리고 다소곳하게 앉아 반가의 여식들처럼 수 놓을 줄 모르는 운휘의 모습이 때론 안쓰럽고, 때론 답답할지경이었지만 시집살이를 하며 '남편이 내 편'이라는 생각만으로 자신을 굽히고 다른 여인네들처럼 살려 노력했던 운휘가 결국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며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내 앞에 꿇어 앉혀다가 혼을 내주고 싶을 정도로 말썽꾸러기였던 옹주마마가 친영례라는 낯간지럽고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마냥 어색하고 껄끄러운 풍속에 자신을 굽히지 않고 올곧게 지켜나가는 모습은 정말 감동스러울 정도였다.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려 들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유지시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숙신옹주는 이 책에서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제 자신을 지키는 것이 끝내 어떤 것이라는 것까지도. 나는 운휘가 중전이 자신에게 준 배넷저고리를 안고 시집을 뛰쳐나간 옹주가 그 당돌함과 용감함을 잃지 않고 끝까지 씩씩하고 사람답게 살아가길 바란다.

 

 

옹주의 숨은 멘토

숙신옹주에게는 멘토가 한 명 있다. 옹주의 교육을 담당했던 염상궁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테고, 옹주를 길러준 명선당 숙의 최씨라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내사복시 마구간지기 할아범이 그녀의 숨은 멘토라고 생각한다. 그가 직접적을 그녀에게 준 가르침은 많지 않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놓고 그녀를 가르친 것도 아니니 마구간지기 할아범과 운휘 사이의 멘토링을 판단하기란 어렵다. 허나 옹주는 혼례를 앞두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염상궁의 배려와 복섬이의 안내로 인해 몸을 추스리고 내사복시로 향했다. 그곳에서 할아범의 생일을 챙겨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운휘는 화기애애함을 느낀다. 마구간으로 들어가는 할아범을 향해 결혼생활이 어떤 것인지, 혼례가 무엇인지 몰아서 묻던 운휘는 알듯 하면서도 가닥이 잘 잡히지 않는 할아범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신분은 천할지 모르나 살아온 횟수로 보면 운휘보다 곱절은 더 많은 마구간지기 할아범이다. 그런 그의 인생사와 경험, 그간 쌓인 지혜로움은 이제 막 혼례를 앞두고 걱정스럽고 혼례가 뭔지 몰라 불안한 운휘에게는 든든한 지원이 되었음은 물론 미약하긴 하더라도 길을 밝혀줄 등불이 되었을게 틀림 없다. 워낙 활달한 성격에다 신분의 높낮이를 제지 않는 운휘이기에 마구간지기 할아범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질문을 주고 받고, 가르침을 얻는 것도 가능했으리라 본다. 살아온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내사복시 마구간지기 할아범의 결혼관은 운휘에게 한 말로 들리지만 실은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하고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구간지기 영감이 숙신옹주의 숨은 멘토였듯이, 알게모르게 독자들의 멘토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  이 서평은 '푸른숲주니어 모니터원 4기'로 활동 중 출판사 푸른숲 주니어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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