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지음, 정영문 옮김 / 해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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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좋아하는 류의 책이다. 난 항상 한 존재가 이질적인 존재에게 다가가 교감하는 서사가 너무 좋더라.

커서는 어릴 때처럼 한 책을 읽고 또 읽는 일이 별로 없는데 꾸준히 읽고 또 읽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헤일매리> - 외계인과 만나 소통할 방법을 찾아내는 장면 읽고 또 읽는다. <조이 이야기> - 개척 행성에 지각이 있는 존재가 있는줄 모르고 정착한 정착민 십대 소녀가 토착 생명체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 합창 연습하던 노래를 부르며 나서는 장면 너무 좋아해. <대지의 딸 에일라> - 여자와 말 안하는 네안데르탈 인과 수화로 말하는 장면 좋아한다.

이 책은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가 개들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쓴 책이다. <개들의 숨겨진 삶>이란 번역서로 이미 2천년 초에 읽었다.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인 것 같지만, 인간중심주의 anthropocentrism의 가장 큰 희생자도 바로 개들이 아니던가. 인간의 생활에 맞춰, 인간의 가치에 맞춰, 인간의 취향에 맞춰 살도록 이만큼 조작된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 삶의 댓가는 정말로 녹녹치 않음이다.

한국 출판에서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세상의 모든 딸들>의 저자는 개를 개의 입장에서 본다. 인간의 친숙한 반려가 아니라, 개들의 질서, 개들의 사회, 개들의 행복에 대해서 쓴다.

원래 늑대였던 개들은 사실 늑대 무리의 사회 질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늑대 집단에서는 우두머리 수컷과 우두머리 암컷만 교미하고 2세를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양육한다. 알파 암컷만 출산할 수 있어서, 다른 암컷이 출산하면 알파 암컷이 그 새끼들을 다 물어죽인다. 다른 암컷도 저항하지 않는다. 그게 그 유전자에 새겨진 그 존재들의 룰이다. 인간은 이럴 경우 다른 암컷을 교미시킨 인간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알파 암컷이 잔인하다는 둥 인간의 가치로 이 존재들을 판단하고 혹은 응징하고 그러지는 않을까.

개들의 세상에도 강간이 일어난다는 점도 너무 충격적이었고 (발정기가 있는 동물의 비극이기도 하다. 아니, 상시 발정기인 + 어설픈 이성과 자의식이 있는 인간이 더 비극적인건가 🙄😁), 동물 부부도 엄청난 애정이 존재하고 자기 짝이 새끼를 출산하고 이빨을 드러내면 아빠 개는 먹었던 음식을 토해내 보이며 새끼 부양의 의사를 보여야 암컷이 보금자리에 들인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마지막에 개들을 자유롭게 해준다. 넓은 농장에 울타리를 세우고 그 안에 개들을 풀어준다. 그러면 개들은 무리 생활을 하며 땅을 파고 새끼들을 공동 양육하며 자유롭게 달리고 짖는다. 인간에 맞춰 존재를 끼워 맞추며 먹이를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 개를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지, 다른 존재를 사랑한다는 건 무언지 생각하게 만든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를 보면 외계종족의 숙주 애완동물이 된 인간들이 등장한다. 인간은 외계인에게 빌어먹는 대신 그 몸은 외계인 새끼들을 속에 키워 내장을 먹어치우고 찢고 나오는 숙주가 된다 - 외계인이 숙주 인간 애완동물을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그래, 인간도 개를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뭐 그렇게까지 냉소적으로 쓰고 싶진 않다. 개가 가축화된 역사가 꽤나 오래 되었으니 이렇게 까지 인간이 개를 길들여 사랑하는 사랑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인간은 그 사랑을 두고 자신이 얼마나 인간중심적인지는 돌아볼 필요는 있다. 특히 자기 혼자 살기 외롭다고 개 한 마리를 들여 하루종일 좁은 아파트 등에 가두고 자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일, 나는 매우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인간중심주의를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 인간과 다른 종을 불러와 고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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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대화하는 방법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과 이야기하는 과학적인 방법
톰 머스틸 지음, 박래선 옮김 / 에이도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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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앤비디아 대표 젠슨 황이 이 시대에 대학을 가면 생물학을 하겠노라 답을 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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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종이에서 스크린, 오디오까지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읽기 전략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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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통계와 수치 자료를 빼고 일반인들을 위해 쉬운(?) 말로 풀어쓴 메타 논문을 보는 것 같은 이 느낌. 종이책 읽기와 스크린 읽기 혹은 디지털 시대 읽기 유형 분석과 효과는 여태까지 의견만 난무했지 근거자료가 없었는데 이 책에 연구 결과가 떡하니 실려있어서 참고 인용하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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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572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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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한가. 베셀에 드물게 시집이 뜨니까 사서 읽었는데 대체 왜 좋다는 건지 모르겠어서 슬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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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것보다 사연이 많아! K-요괴 도감 반전 도감 2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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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들 이야기이지만 보시다시피 무섭지 않아요. 물리치는 방법까지 써있으니 읽고 행여라도 만나면 잘 대처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요. 공포도 이름을 알고 대처법을 알면 커다랗다가도 줄어드니까요.

도깨비도 일본식 오니의 모습이 아니라 진짜 우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모습들로 제대로 알려주고 있어요.

전 한국 요괴담이 앞으로 콘텐츠를 만들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귀신이나 요정이나 요괴는 결국 인간의 무의식/ 그것도 집단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존재니까요. 역으로 사람들의 무의식 속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옛이야기 속 존재들, 특히 인간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존재들을 알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스토리의 켜를 풍성히 까는 방법은 이런 오래된 이미지를 소환하는 거예요. 수백 년 수천 년 우리에게 호소해 온 맥락을 이 이미지들은 다 끌고 와 글 속 혹은 영화 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의미로 넘실거리게 만드니까요. 옛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께 그래서 강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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