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 대역본> 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누군가 '내 인생의 책들'을 선정하라고 한다면 분명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이 끼어있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 '괜찮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말한다면 나는 분명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을 꼽을 것이다. 이미 지인들에게 이 책을 꼭 읽으라고 말하고 있고, 나의 조카들에게 먼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작은 나무'라는 어린 아이가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 숲 속에서 살아가며 성장하는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우리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삶에 관한 작은 지혜들, 발견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 교육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에 관해 말하고 있다. 체로키 인디언들의 삶의 관한 철학이라 말한다면 될 것이다.   

그들은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방법에 관해 알고 있다. 물론 현시대에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어리석게 시대를 거스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딱딱한 벽과 회색의 건물들 사이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낸다. 그것은 바로 '영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풍족한 삶을 살지만 주위에는 수많은 범죄와 환경오염 고통과 불행이 산재해 있다. 육체는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아가지만 정신은 피폐하고 불행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육체에게만 맛있는 먹이를 주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잠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피곤한 정신에게 좀더 맑은 공기와 휴식으로 아량을 베푼다면 우리의 정신 또한 지금의 격렬한 흥분과 아픔을 넘어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나를 넘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서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해의 방법'을 아는 것이다.

"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며 억지를 부려대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이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바람이 흔들리는 나뭇잎과 빗물에 고여 있는 물방울의 움직임, 숲 속을 지나치는 작은 짐승들의 몸놀림을 조금만 여유있게 지켜보다면 우리는 큰 발견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모든 것들과 우리들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나무도 가만히 쳐다보면 인간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에 이를 수 있다. 나무의 딱딱한 껍질을 깨부수면 송진이 흐른다. 인간의 살에 상처를 내면 피를 흘리는 것처럼 말이다. 바람이 흔들면 나뭇잎이 흔들린다. 누군가 나에게 수많은 고통의 말들을 쏟아내면 내 정신이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나무도 나도 모두 닮아 있는 이 지구라는, 이 자연속에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와 함께 숲 속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자연과 인간이 따로 떨어진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바로 우리 인간도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뿐만이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 또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작은 나무'가 늑대별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기도하는 날들 뒤에, 드디어 집에 돌아와 온 숲의 나무들과 강물, 짐승들이 '작은 나무'를 반기며 소란스러운 때도 왔으니 말이다.  

 "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링거가 그다지 충실한 개가 아니어서 우리가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아마 기분이 더 안 좋았을 거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또 할아버지는 내가 나이가 들면 링거 생각이 날 것이고, 또 그렇게 생각을 떠올리는 걸 좋아하게 될 것이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언제나 영원한 것은 것은 없다. 우리가 상처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차라리 그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억이 사라지고 텅 빈 순간이 찾아오는 것 또한 고통이다. 사랑한 순간이 사라지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없을 것이다. 그저 혹독한 그 순간을 견디는 것, 그 춥고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 생명있는 것들과 사람이 견디어야 할 법칙이다.  다시 올 봄을 위해서 자연은 또 다른 성찬을 준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불현듯 끝나 너무나 아쉬운 맘이 컸지만 '작은 나무' 가 인디언 연방을 찾아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들, 그 와중에 겪는 수많은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 상상하고 떠올려 보자 작은 나무가 길위에서 성장하며 커진 어깨와 검은 눈망울로 먼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을 말이다. 바로 그 곳에 우리가 찾아 헤매었던 우리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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