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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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마태우스님과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한 알라디너이다. 몇몇 글을 읽었고 그 글에 공감을 했고,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몇 개 보았지만 그것은 호감에 그쳤을 뿐 그의 책을 읽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생충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기생충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이 조금이나마 궁금해진 것은 순전히 서민 교수 덕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책 제목을 잘 지은 건지 교수님 부모님께서 이름을 잘 지어주신 건지 '서민 독서'라는 제목이 흥미로웠다. '서민적 독서'라고 하지 않고 '서민 독서'라고 한 것도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그저 짐작할 뿐이다. 순전히 호기심에^^ 하지만 부제의 묵직함이란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내 정신을 붙잡아 두었다. 저런 철학적인 질문이라니 이 책을 읽는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일단 술술 읽힌다. 서민도 안서민도 다 술술 읽을 수 있는 글들이다. 그런데 서민이 아니면 가슴 한 켠 콕콕 찔려가면서 읽어야 해서 어쩌면 술술 읽히지 않을 수도 있는 글이다.

 

빌 게이츠의 예에서 보듯 책 읽기는 힘을 가진 이에게 특히 더 필요하다. 가진 게 없는 이들은 다른 이의 감정을 늘 헤아려야 하지만, 권력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예컨대 재벌 회장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래서 배려심이 눈곱만큼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우리나라 재벌들 중 일부가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일을 한다. 치킨이나 제빵 같은, 영세 상인들의 영역에 뛰어들어 그들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부동산 등 당장 가격이 오를 만한 물건에 투자해 자신의 재산을 불리려 한다. (85쪽-86쪽)

 

만 읽어도 양심에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짐짓 아닌 체 할 테지만 서민 교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한항공과 한화그룹원의 실명으로 돌직구를 날린다. 이렇게 좋은 말을 나만 읽기 아깝다. 이 책에 실명이 오르락내리락 한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으련만. 아마 그들은 여전히 책을 읽지 않을 거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에게 기득권을 줄 거고 이게 무한 반복될 거라는 생각이 들면 그집 녹즙 통에 매일 책을 배달하고 싶어지는 욕망이 생긴다. 휴~ 어떻게 그들을 책읽게 하지?

 

책생책사의 정신으로 기승전책을 외치는 서민 교수의 독서론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이건 너무 책을 맹신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예들이 너무나 적절하고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굳이 반박하고 싶지 않다. 오늘 신문을 보니 파커 J.파머가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 책을 읽었던 과거 단식투쟁 사진을 올리며 그에게 존경심을 보낸 것 같은데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지난해와 아니 지난 10년과 비교해 볼 적에 책이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는 말 못하겠다. 책읽는 MB와 책읽는 그네가 도~~저히 상상이 안된단 말이다. 책을 제대로 많이 읽은 사람이 그렇게 나라를 이끌 수는 없으니까.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답도록 만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길 같다. 쉽다고도 못하겠고 어렵다고도 못하겠다만 분명 가다보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건 분명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생각도 아마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보다 더 책의 힘을 믿지만 말이다! 책을 즐겨 읽는 우리들과, 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과, 책의 힘을 축소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서민 교수의 글은 매우 직설적이라 공감하기도 쉽고 반박하기도 쉬우니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젠 그의 기생충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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