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7년의 8월이 내겐 유독 격렬하다. 방학이 시작되었을땐 정말 좋았다. 지난 학기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듯 일하고 아이들을 만났으니 더욱 꿀맛 같았다. 오랜만에 조카들이 올라와 일주일을 보내며 좋은 이모 노릇 엄마 노릇 언니 노릇 다 해가며 신나게 지냈다. 이보다 더 달콤할 수가. 그 사이 갑상선 정기검진을 받았고 별 부담없이 그 시간을 보냈더랬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보러 가던 길에 경미한 접촉사고가 났다. 새차에 흠집이 생겼지만 나만 빼곤 식구 모두 경미한 충격만 받은듯 했다. 난 좀 목이 아팠다. 원래도 좋지 않은데다 뒷차가 들이박은 거라 아무래도 뒤에 앉은내 충격이 컸나 싶었지만 아이들 챙기고 진료 볼 생각에 넘어갔다. 예비 신혼부부라고 했다. 좋을 때에 그들도 안좋겠구나 싶은 오지랖도 잠깐 부려 봤다. 검사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아 재검사를 하고 정밀 검사를 예약하고 왔다.

울컥했다. Why God, why? 산다는 게 그리 공평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고 억지로 맘을 달랬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을 하면.....? 병나는구나! 게다가 항진증의 가장 큰 증상인 체중감소가 없었다! 감소는 개뿔! 야금야금 찌는 살에 본격 다이어트를 할 참인데 약을 먹게 되면 살이 찌고 다이어트도 못할건데 이건 어쩌나??? 휴....그래 내가 올해 유난히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서 스스로 고민한 적이 있었지, 그게 다 그래서였구나.....뒤늦게 아하! 다음 검사 전에 고등 친구 가족들과는 워터파크 여행을, 대학 친구들과 20주년 춘천AGAIN 여행을 그래도 즐겁게 다녀왔다. 사이사이 목 치료도 받고. 내가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마음 너그럽게 먹기, 미역국과 김는 먹지 않기! 외에는 할 수있는 게 없으니까. 그렇게 즐거웠는데 그 주말에 고열과 오한과 인후염에 생애 최고의 감기를 앓았다. 그동안 목감기 적지 않게 달고 살았는데 세상 이렇게 아플 수가 있는 거야? 지금도 말을 많이 못하고 이 더위에 온차만 마시고 항생제 때문에 화장실을 부엌보다 자주 간다. 내일이 검사일인데 어떤 결과를 받게 될지 솔직히 긴장된다. 참말로 좋은 쪽으로도 쭉 나쁜 쪽으로도 쭉 격렬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하긴 어쩌면 그게 삶일지도 모르겠다. 들쑥날쑥이 없으면 심정지잖아?

에이바의 삶도 들쑥날쑥 삶의 그래프가 격렬하다. 릴리와 엄마의 죽음, 메기의 일탈, 짐의 바람의 그늘 사이 한때 짐의 사랑, 윌의 건실함, 좋은 직업 등의 볕이 있었다. 내가 그랬듯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그래프가 아래로만 몰릴 때가 있다. 그 때 사람은 극단적일 수 있다. 메기가 그랬을 거고 아마 책이 없었다면 에이바와 샬럿도 그랬을 지도 모른다. 아래로만 삶이 자꾸 무너질 때 책이 수북이 쌓여 있어도 지나치고 내게 손짓하고 붙들어도 뿌리치는 사람은 아니어야겠구나. 책이 있는 곳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책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는 동안 내게 책이 무슨 의미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들에게 난 휴식이라고 답하곤 했다. 물론 휴식도 맞는 말이지만 이 책을 통해 어쩌면 내게 책은 휴식 이상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끈! 해님달님에 나오는 오누이에게 내려오는 동아줄같은 존재. 그 끈 놓치지 않게 평소 책이 주는 재미와 위안을 더욱 고맙게 즐겨야겠구나!

그런데 나름 삶의 굴곡도 있고 우울기도 다분한 나이지만 요즘도 무척 힘이 부치는데 막상 이런 북클럽은 현실에선 찾기 힘들다는 게 함정. 이 소설을 읽으며 케이트의 진행 아래 혼자 함께(?) 참여하려고했는데 그럴 여유도 없어 이 책에 나온 그 1년의 책을 다시 읽어보자는 다짐에 그쳤다. 물론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는 빼고^^ 10월의 책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을 진행한 후 존이 에이바 혹은 북클럽 회원 전체에게 건넨 말을 옮기면서 이 책으로 심란했던 내 맘을 달랜 후감을 갈음하련다. 그나저나 페니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저 거기 온라인 멤버로라도 어떻게 낄 수 없을까요 케이트??? sorry, 내가 요즘 좀....

에이바가 존의 손을 잡고 힘을 꼭 주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책이라는 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오늘 밤 독서 모임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시간 여행이니 뭐니를 생각하니까 기분이 한결 나아지더라구요. 저도 이제 뭔가를 좀 이해했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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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7-08-2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에 너무 열심히 지냈네. 몸이 좀 쉴 수 있으면 좋을텐데. . . 건강 잘 챙겨. 엄마 건강이 가족 건강인 거 알지?

그렇게혜윰 2017-08-23 21:08   좋아요 0 | URL
오늘 정밀검사했는데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났어요^^v

2017-08-23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