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 나, 너, 우리를 향한 이해와 공감의 책읽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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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편에게 "나 내년에도 휴직하면 안돼?"냐고 물었다. 4년을 쉬고 올해 복직한 사람으로서 할 만한 말은 아니지만 올 한 해(벌써 '한 해'라고 부르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무척 열심히 일했다. 출근 시간보다 30분 미리 도착해서 하루 준비하고, 거의 매일 남들보다 1시간 반씩 늦게 퇴근했다. 책 좋아해서 첫 아이 때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내 시간을 갖고 나서 출근했었지만 올핸 너무 피곤해서 그런 시도조차 못했다. 최고로 잘 할 수는 없었지만 내년에 그만 둘 사람처럼 열심히 했다. 그래서인가 절반이 지난 이제는 갑자기 힘이 빠지고 몸이 아프다. 내 책들은,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책들은 도대체 내 손을 떠나 어디에 있는가 보니 뽀얗게 먼지를 쓰고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읽지는 못해도 부지런히 샀고, 집으로 받지 않고 직장으로 받아 어느 새 저렇게 많이 쌓였구나. 어느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그렇게 말이다.

 

 

  이유경이라는 이름보다 다락방이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 저자의 두번째 책 [잘 지내나요?]를 오늘에야 다 읽었다. 저렇게 쌓여 있는 책들과 이곳저곳에서 찔끔찔끔 읽어나가는 책들 사이에 있어서 읽는 데에 오래 걸렸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어쩜 이 사람은 나랑 이렇게 닮았을까?(멘토라는 말을 싫어하고, 책임지지 않는 혼자의 삶도 좋아하고, 누가 우리집에 오는 것도 안좋아하고, 불쑥 모르는 이에게 선물을 건네는 등등) 나보다 좀더 감정이 풍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놓을 줄 알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나와 참 비슷해서 읽는 곳곳에서 공감하게 되었다. 역시 공감의 작가였어!

 

 책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들 중에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독자에게 매우 밀접하게 다가가 있다는 점이다.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같이 읽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책을 사이에 두고 만나 수다를 떠는 느낌이랄까? 그런 책의 컨셉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게 이 책의 매력이란 걸 읽은 사람은 알 것이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나를 툭 치면 당신에 대한 기억이 와르르 쏟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고, 이 세상 남자들을 향해 버스도 지하철도 비행기도 타지 말았으면 좋겠으며 학교도 회사도 길에도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고 술도 마시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 참 좋았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속으로만 하는데 다락방님은 그걸 다 표현하는 사람이라 더 좋았다. 그래서 그녀가 쓰는 많은 책 이야기가 나한테 쏙 들어오듯 그렇게 전해진다.

 

 

  책을 읽다가 분명 읽은 책인데 '이런 내용이었나?' 싶었던 책도 있고([봄에 나는 없었다]는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 겠다.), 썩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아 생각도 안했던 책이 읽고 싶어지기도 했고([계속해보겠습니다]), 그저 대중적인 작가인 줄로만 알았더니 생각이 바로 박힌 작가인 경우도 있었다(스티븐 킹). 목차에 체크 표시와 별표, 느낌표로 구분을 해서 읽어볼 책들을 또 얹어본다. 내 카톡 프로필에는 '책만 읽고 사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쓰여있는데 그런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래도 책과 가까이 있을 수는 있는 직업이긴한데 피로도가 높아 책에 대한 갈증만 커져가는 지금, 나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요즘은 꽤나 허무주의로 흘러가려고 하는 나 자신이 걱정이 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자세 말이다. 그런 때에 이렇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 풀어놓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살고 있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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