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1
이루리 지음 / 북극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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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닝햄, 레오리오니,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 이수지, 이혜리, 피터레이놀즈,유리슐레비츠, 모리스샌닥, 데이비드스몰, 또 누가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작가들 말이다. 이런 기호 때문에 대체로 책꽂이에 한 작품씩 있는 작가들에 비해 이 작가들의 책은 적게는 3권 많게는 8권씩 갖고 있다. 구매권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책 취향이 많은 부분 엄마의 취향에 영향을 받는 것은 이런 까닭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아이와 함께 책 고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아이 역시 나름의 선택 기준이 생기기에 그 영향력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그림책으로 아주 오랜 시간 여행을 하다보면 그 힘의 기울기가 조금씩 변하게 된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책을 잘 고를 때까지 엄마는 곁에서 함께 있어주면 된다.

 

이 책이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이라고 해서 이 책을 요즘 많이 출간되는 '아빠 육아서' 중 하나로 봐서는 곤란하다. 물론 이루리 작가는 엄마가 아닌 아빠이지만 이 책의 정체성은 '함께 그림책 여행'이지 '아빠'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든 아빠든 '함께' 그림책 여행을 떠난다는 것, 참 낭만적인 일이다. 앞서 말했듯 처음엔 여행의 키를 엄마나 아빠가 가져야겠지만 차츰 그 키를 아이에게 넘겨주기 위함이 이 여행의 목적이다. 물론 함께 아름다움을 즐긴다는 것은 여행의 본래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 이 즐거운 여행 안내서로서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은 무척 마음에 든다. 책에 관한 책들이 대체로 쓴 사람의 성향에 의존해야하기에 그 성향이 맞지 않으면 읽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과 왠지 성향이 맞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격이 좀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만 제외하면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

 

요즘 아들은 공룡의 세계에 빠져 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다른 남자애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공룡 사랑에 빠졌다는데 내 아이는 그럴 기미가 전혀 없었다. 사랑은커녕 질색팔색을 해서 '그 과'가 아니가보다 하던 터였는데 일곱 살이 되어 갑자기 '내 사랑 공룡'이 되어버렸다. 빠지면 질릴 때까지 하는 성격인지라 지금 좀 어려운 책들을 읽는 걸 보니 곧 나올 때가 되었다면 그간 공룡책을 사들인 것만 60권을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공룡책들이 대체로 지식책인 경우가 많아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그림과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책을 사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고른 책들이 데이비드 스몰의 [공룡이 공짜]나 장성훈의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라는 그림책들이다. 그 외에도 여러 그림책들을 골라주긴 했는데 좋아한 것도 있고 별 관심이 없는 것도 있다. 관심이 있던 책들은 위의 책들처럼 내가 공들여서 골라준 책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도서관 서가에 꽂혀 제목만 보고 고른 책들이다. 아이와 그림책 여행을 할 때, 엄마의 안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점이다. 그런 안목을 길러주는 데에 이루리 작가의 그림책 여행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높은 가격을 만든 결정적 역할을 했을 그림책의 일부를 수록한 그림들이 그러하다. 각 작품마다 두페이지씩을 할애하여 시원하고 품질좋게 작품을 삽입했다. 59편의 그림책을 다루었으니 59작품 이상이 실린 그림책 도록으로 보아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책 도록으로 보아도 무방할 그 페이지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림책에서 그림은 글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러므로 시원하게 펼쳐진 그림책의 일부를 만나는 것은 그림책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큰 기준이 된다.

 

 

59편의 그림책 이야기를 하면서 글이 아닌 그림으로서 보여주어야 옳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 작가 자신이 그림책 작가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이 여행이 즐거웠던 것은 그림책들을 분류한 기준이다. '제1장 우리 가족 이야기, 제2장 내 친구 이야기, 제3장 우리 아이가 자라는 이야기, 제4장 이야기와 상상력, 제5장 우리 아이가 사는 세상 이야기, 제6장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로 분류되어 엄마나 아빠가 그림책을 고를 때 고민의 과정을 좀 덜어준다. 이런 기준 자체의 장점도 있지만목차나 부록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목차를 통해 알아보고 싶은 책을 선택하고 페이지를 펼쳐 여행을 먼저 한 뒤 부록을 통해 책을 구하여 아이와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하는 구성이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 들어 신뢰감이 높아졌다. 가볍지 않은 것이다. 사실 시중에 나오 수많은 책에 관한 책들 중 가볍기가 이 리뷰처럼 그저 한 장의 종이만큼 가벼운 느낌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무거운 척 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책은 무거운 체 하지 않되 가볍지 않아 좋다.

 

아마도 윌리엄 스타이그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를 좋아하는 듯한 작가의 취향도 엿볼 수 있고(물론 이 취향이 나와 같지는 않지만 글쓰는 사람이 자신의 책에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읽은 수많은 그림책들 중 두루두루 신경쓰며 골랐을 그 수고로움도 목차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작가와 공감을 한 것은 이러한 작가의 취향이나 수고로움 때문이 아니다. 그저 그림책을 대하는 마음이 고운 한 작가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은 그런 사람이 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좀 먼 이야기로까지 생각이 뻗쳤다. 이루리 작가와 북극곰 출판사의 콜라보레이션이 괜찮다.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 그래도 가격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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