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정착한지 2년쯤 되는 것 같다. 알라딘에는 내가 원했던 제도와 분위기가 있었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 목적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드러내지 않는 듯함은 그저 '척'만 해서는 소비자의 눈을 속일 수가 없다. 마음으로 그래야 티가 안난다. 그리고 알라디너들의 소통이 자유로워서 좋았다. 애정어린 비판이 좋았다. 가끔은 살벌하기도 하지만.

 

 

 

가끔 알라딘에서는 새책을 샀는데 헌책을 보내준다. 헐! 할 노릇이지만 바꿔달라면 죄송하다며 바꿔준다. 최상급의 헌책을 샀는데 4장 정도 찢어진 게 온다. 헐!헐! 할 노릇이지만 바꿔주거나 최하급으로 재책정해서 보상해준다. 이번처럼 이벤트를 맘대로 바꿔치기하고선 더많은 독자들을 위해서라고 포장도 한다. 쿠폰도 다 가젹갔다. 절도죄다. 헐!헐!헐!했고, 그냥 이번엔 쿠폰 복원이라는 보상을 해 주지 않아 헐!헐!헐!헐! 했다. (이 페이퍼를 쓰고 나니 재 답변이 왔다. 쿠폰을 다시 복원해준단다. 정말 기쁘다. 쿠폰은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이지만 내가 머무는 곳이 그래도 머물만은 한 곳이라는 것을 확인해서 기쁘다. 대한민국도 알라딘도 그랬으면 좋겠다.)

 

 

마음이 뒤숭숭한 며칠이다. 아마 한동안 계속 그럴 것이다. TV를 보자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보지 않으면 나의 일상 속의 삶이다. 무력한 개인과 무능력한 사회에 울분과 허탈함이 반복되고 혼란스럽다. 나는 그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 그들은 얼마나 미안할 것인가, 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그 마음, 부모가 아니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것이다. TV를 보면 울다가도 일상이 되면 웃기도 한다. 물론 미안한 마음이 뒤에 이어진다. 죄책감이겠지.

 

아무 연관이 없는 한 개인도 이렇게 죄책감을 가진다. 넓게 보면 우리는 이 사회의 어른들이란 말이다. 어떠한 개인도 이 사회의 이 모양새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니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가 이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 미래가 썩 밝아보이지 않기에 느껴지는 답답함이 함께 섞인 그런 죄책감. 그런데 좀더 적극적으로 사회를 이끌어가야할 책임이 있는 개인과 집단들에게는 죄책감은 책임을 피하려는 마음에 숨어버린 듯 하다.

 

이틀 간 출항한 배가 없다는데 굳이 출항을 해야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출항하게 했을까? 그 수많은 사람을 실은 배를? 돈이겠지.  언론 보도가 현장과 전혀 맞지 않다는데 그들은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권력이겠지. 이미지 사진만 잔뜩 찍은 것을 보라면 그건 나중에 백년 후에나 보겠다고 말해주련다. 그것도 미화되지 않은 역사사진으로서. 아니면 희화되거나. 죄책감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 말로 헐!헐!헐!헐!헐! 헐!헐!헐!헐! 이다.

 

그러니 알라딘의 헐!헐!헐! 쯤이야. 나는 알라딘을 싫어하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이용하는 최우선 서점이 될 것이다. 지들도 먹고 사느라 그런가보다....그런 생각이 들면 짠하기도 하지만 그게 나중에  헐!헐!헐!헐!헐! 헐!헐!헐!헐!로 갈까 싶기도 한다. 처음엔 좋아했고 지금은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헐!헐!헐!헐!헐! 헐!헐!헐!헐!로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애국자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을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 크거라. 성장도 키만 크다고 좋은게 아니란다. 골고루 먹어야지. 돈도 먹고, 신뢰도 먹고, 사랑도 먹고. 나라도 기업도 개인도 모두 골고루 먹어야 잘 큰단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 이땅에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애국자가 아니기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사라지지 않아야 할 생명이 너무나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이 슬프다. 너무 잦다. 그 큰 일에 너무 소란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과 울음이다. 닥쳐야 할 사람들은 닥치고 대신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을까? 손석희 아나운서의 10초간의 침묵이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미안합니다...

 

 

 

떠나간 사람은 떠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고,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이 시집의 첫 시 <종유석>이 어제 지하철에서부터 내내 기억이 난다. 바야흐로, 마음이 추락하는 동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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