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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행복의 나라는,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행복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다. 한때 행복한 나라 1위에 올랐던 부탄이 그렇다. 부탄을 부러워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그런 방식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로 상정하니, 행복은 꿈꿀 수 있으나 실현은 되지 않는 헛된 상상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의 행복을 추구할 뿐 우리의 행복을 기획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을 터, 어떻게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가 덴마크를 찾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UN 행복지수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덴마크에서는, 요즘 걱정거리를 물으면 걱정거리가 없다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냐고 물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세 차례에 걸쳐 덴마크를 찾아 3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난 저자는, 학교, 일터, 사회에서 행복사회를 만드는 여섯 가지 가치, 즉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을 찾아내고, 우리 역시 행복의 조건이라 말할 이런 가치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어떻게 개인과 사회에 자리 잡았는지 분석한다.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덴마크의 행복 역시 150년이 넘는 동안 일구어온 결과다. 하지만 불가능한 길은 아니다. 물론 우리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책이 이런 생각의 전환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인간은 유전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덴마크 사람들은 그 정점에 있다. ‘행복한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관찰은 정확하고 감동적이다. ‘무엇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가슴이 뛰었다는 그의 진정성이 책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행복에 관한 그 어떤 전문서적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책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행복한 교실, 행복한 일터,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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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 마음의 칼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모험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1천만 부 이상 판매된 블록버스터 판타지 <퇴마록>의 외전 두번째 권. 전편은 국내편과 세계편 사이의 시기를 배경으로 퇴마사들의 과거와 생활상에 집중했다. 이번 이야기는 주로 혼세편 무렵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1965년 인도-파키스탄 2차 전쟁 직후, 혼세편 '와불이 일어나면' 얼마 전과 직후, 세계편 '아스타로트의 약속' 직후, 혼세편 '홍수' 이후. 독자가 궁금해했을 사건의 이면을 공개한다.

퇴마록 본편의 굵은 줄기의 곁길에 귀신과 싸우는 더글러스의 호쾌한 모험담이며, "마스터라 부르시오"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블랙서클의 전설 같은 반가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청홍검을 얻고 검술의 오의를 고민하는 현정, 준후와 연희와 백호의 사사롭고 애틋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까지. 모험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내가 관찰자다. 내가 봐야, 내가 확신해야 내 죄도 비로소 생긴다. 양자 역학이니 파동 함수는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관찰자고, 내가 내 죄를 만든다. 혹은 없앤다. 이때껏 내가 죄가 있나 없나, 밖으로부터 찾으려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 왔다. 그 모든 게 잘못이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이 경우는. 마음의 칼의 경우는.
더구나 단순히 죄의 유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은 어디서 생기고 어디서 끝날까. 누군가가 돌아봐주는 데서 생겨나고 누군가가 외면하는 것에서 죽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해도, 자신이 마음의 칼을 움직일 수 있다면? 보이지도 흔적도 남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정말 있다면?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을 통제할 마음의 힘이 있을까? 자신 없었다. (마음의 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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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 엘릭시르

"현재가 추억의 빛깔로 물들면"
고전부 시리즈의 화자 호타로는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호타로는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라는 신조를 가진 '에너지 절약주의자'다. 이 심심한 신념을 가진 고교생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그를 적당한 미소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사용한 (이 방법 뿐이었을 것이다)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작 소설에서 호타로의 성격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 조성을 전담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에, 현실에, 사건에 가능한 개입하지 않으려는 호타로의 거리감은 어제 일조차 추억 속을 더듬는 듯한 빈 공간감을 안겨 준다. 그런데 그 마음 속의 빈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날의 별 것 아닌 장면들이 깜빡이며 떠오르기도 한다. 간략한 문장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이 시리즈가 사건 위주로 빠르고 건조하게 전개되지 않는 이유다. 케이온이나 아즈망가 대왕처럼 소위 학원 일상물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이 음악이나 개그를 중심축으로 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고전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기억의 중심으로 삼아 그때의 풍경을 찬찬히 훑는다. 어딘가 빈 듯하고 약간은 멀리 있는 듯 느껴지는, 일견 시시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들이 고전부의 세계를 구성한다. 현재진행형의 추억이랄까. 덕분에 지탄다도 단순한 사차원 미소녀가 아니라 마치 회상 속의 인물과도 같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여러 명이 아닌 단 한 명,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퇴색되기는 커녕 도리어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는 사람만이 갖춘 비현실적인 매력.

이렇게 고전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절을 현재진행형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며칠 전 또는 몇 달 전의 사건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아주 오래 된 일처럼 느껴지는, 읽는 이가 쌓아 놓은 추억에 따라 다른 빛깔을 선보이는 고전부의 매력은 네 번째 책 <멀리 돌아가는 히나>에서도 여전히 발휘된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단편의 사건들을 하나씩 훑는 호타로의 에너지 절약주의자적 서술을 통해 추억 같은 현재를 살아가는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십중팔구... 입학식중에 생각했다. 십중팔구 이 학교에서도 이 일 저 일 있을 것이다. 삼 년간 눈앞이 핑핑 돌 일이 벌어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여기 있는 전원, 아니, 나와 같은 나이인 모든 인간이 체험할 '눈앞이 핑핑 돌 일'이지, '그래, 이쯤 되면 좀 색다르군' 하고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왜냐하면 내게는 확고한 신조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 그게 뭔가 하면...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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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탐닉
신이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신이현 산문집, 열대의 나날들에 관한 기록"
<루시와 레몽의 집>에서는 알자스의 작은 시골마을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를, <에펠탑 없는 파리>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풍경과 진짜 파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신이현이 열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다. <열대탐닉>은 캄보디아에서 6년간 머물며 열대에 탐닉했던 나날들에 관해 독특한 방식으로 기록한 산문집이다.

열대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적도 근처의 뜨겁고 건조한 땅, 황량하고 고독한 땅을 떠올릴 테지만, 작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체험되었다. 열대 과일 냄새, 우기의 비 냄새, 건기의 먼지 냄새, 매연 냄새, 그늘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땀 냄새로 가득 찼던 작가의 열대는 작가를 포함한 5인의 삶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독특하게도 그 5인은 잭프루트, 망고, 두리안, 용과, 파파야로 명명되어 소설 형식으로 그려진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냄새, 공기, 태양, 비, 모래 먼지가 어우러진 열대의 모습은 묘한 매력을 풍기며 오감을 자극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나의 열대는 황량한 바람이 불지 않았다. 쓸쓸하게 텅 비어 있지 않았다. 그 반대로 꽉 차 있었다. 그것도 아주 높은 밀도의 온갖 냄새들로 압축되어 붕붕 떠다녔다. 열대 과일 냄새가 있었고 우기의 비 냄새와 건기의 먼지 냄새가 있었다. 정전의 밤 모토가 뿜어내는 매연 냄새가 있었고 강변의 황혼과 연꽃의 뒤덮인 들판과 끝없는 코코넛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냄새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땀 냄새가 있었다.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아주 불행하거나, 어찌되었거나 달콤했다. 아무리 씁쓰름한 인생이라 해도 이 수영장에 누워 있는 순간 좀은 달콤함에 젖어 어찔해졌다. 이렇게 나의 열대는 사계절에 사는 내 지인들의 것과는 좀 다르게 체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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