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 은행나무

"당신은 내 남자예요. 나와 결혼했으니까."
어떤 남편과 아내가 있다. 남편에게는 내연녀가 있다. <사랑에 난폭>은 내연녀의 일기와 아내의 일기를 주기적으로 삽입해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두 여자의 내면을 공개한다. 비교적 평범하다고 할 축에 속하던 아내는 남편의 불륜을 알아채면서 점점 집착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내연녀는 자신의 사랑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여기에는 정의가 없다. 법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오직 당사자들만의 문제다.

살다보니 누군가의 애정의 우선 순위가 달라졌고, 그 누군가의 애정을 갈구하는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슬픈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말은 쉽지만 그게 왜 나여야 하냐고 물으면 또 할 말이 없다. 살다 보면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일들만큼이나 어째서냐고 되묻고 싶은 일들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랑에 난폭>은 불륜에 얽힌 한 부부의 삶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담담히 묘사한다. 여기에 새로운 것들은 없으나,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종종 위로를 받는 법이다. <사랑에 난폭>은 그런 소설이다. 현실감이 있어서 설득력이 있고, 설득력이 있어서 부두에 매어놓은 배 마냥 마음에 종종 와 부딪힌다. 마침 다가오는 계절이 가을이니 마음이 허할 때 이런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나는 깊이 잠든 마모루의 티셔츠를 걷어 올리자 등이 나와서 허리에 검은 매직으로 낙서를 했다. 팬티 고무줄에 가려지는 부분이고, 상반신을 다 벗지 않으면 아무한테도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뭘 쓸까 고민했다. 떠오른 것이 어제 본 한국영화의 '사랑', '명예', '권력' 같은 말이어서 스스로도 웃음이 났지만, 결국 '남편'이라고 썼다. 허리에 쓴 '남편'이란 글자를 나 이외에 누가 볼 사람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꼴불견일 뿐일까. 이 사람은 남의 것이란 걸 깨달을까. 그러고 보니 어젯밤 오지 않은 그 길고양이는 이런 비 오는 날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불황 10년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

"우석훈, 불황 극복을 위한 생활경제 매뉴얼"
<88만 원 세대>의 우석훈 박사가 온전히 경제학자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저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경제 실용서'라고 밝힌 이 책은, 그의 전작들이 정책을 통해 구현될 수 있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다면 이번엔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안전하게 건너기 위한 개개인의 '방어 경제의 기술'에 대해 풀어놓는다.

특히 저자가 평소 지인들과 나눴던 '진지한 조언들'을 흥미롭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부동산부터 가계 재무구조, 은퇴, 창업까지 모두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살면서 난감했던, 고민했던 이야기들이다. 저자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직접 경험했던 문제들, 이를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취한 대응법들 역시 정리해 담았다. 결혼 자금으로 고민할 때, 빚에 허덕일 때, 노후에 대한 불안이 덮쳐올 때, 이 책을 통해 우리 각자가 세워야 할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집의 조건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면 자금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은행이나 업자들이 흔히 하는 계산은 월세와 대출이자, 이렇게 두 가지만 비교한다. 그래서 흔히 그 월세를 내고 있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대출이자를 갚으면서 그 집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좋지 않으냐, 그렇게 계산을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포함되지 않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사회주의 100년
도널드 서순 지음/ 황소걸음

"사회주의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20여 년 전에 나온 도널드 서순의 <사회주의 100년>은 이미 해당 분야에서는 고전으로 꼽히는 저작이다. 부제가 ‘20세기 서유럽 좌파정당의 흥망성쇠’인데, 차례대로 시기, 지역, 대상에 대해 풀어보면, 우선 1789년 바스티유 습격과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한가운데에 위치한 1889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가 동시에 일어난 서유럽에서 벌어진 일을 중심으로 다루고, 사회주의 사상이나 사회주의자들이 아니라 제도와 이데올로기의 제약 속에서 권력 쟁취를 꿈꾼 사회주의 정당이 주인공이 되는 구성이다. 물론 이건 좁게 살핀 의미이고 넓게 보면 유럽현대사, 더 넓게 보면 더 나은 삶과 정치를 꿈꾸고 실현하고자 했던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은 되짚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어판 두 권을 합하면 1800여 쪽에 이르는 분량인데, 1889년에서 2차 대전까지는 전체 분량의 1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분량의 절반을 1945년에서 1975년에 이르는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그리고 나머지 절반을 사회주의 사상의 명백한 쇠퇴와 어려움을 보여주는 20여 년에 할애했다. 오늘에 가까워질수록 설명이 상세해지는 구성이다. 도널드 서순은 초판 서문에서 “이 책은 부고장이 아니고, 남아 있는 사회주의 지지자를 위로하는 ‘낙관적인’ 이야기도 아니다.”라고 말했고, 2014년판 서문에서는 수세에 몰린 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좌파 정당을 지적하며 “정치의 핵심은 이기는 것이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그간 낙관은 줄었고 부고는 가까워졌지만, 아직 사회주의의 역사와 역할이 끝난 건 아니다. 지리멸렬이냐 기사회생이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역사적 분석이 담긴 주목할 만한 저작. 조만간 고전의 반열에 오를 책이다. 도널드 서순의 명쾌하고 학술적인 <사회주의 100년>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든 (프랑스나 이탈리아 공산당 같은) 공산주의 정당이든 유능한 좌파 정당들이 기여한 점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부를 창출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규제하고 사회화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에릭 홉스봄, 역사학자)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저니맨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지음 / 위즈덤하우스

"생애 단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
스물여덟의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는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졸업 후 단기가 아닌 진짜 여행을 하고 싶었던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구직활동에 여념이 없는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지진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과,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여행으로 탕진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반응까지 겹쳐졌던 것. 하지만 그는 중세시대 장인들이 세계를 떠돌며 기술을 연마한 ‘수련여행’에 영감을 받아 단돈 30만 원을 들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저니맨>은 저자가 안전한 삶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선택한 세계여행의 여정에 관한 기록이다.

그의 여행은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하여 말레이시아, 인도, 이집트, 에티오피아, 호주, 미국,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콜롬비아로 이어졌다. 2년 2개월 동안, 5개 대륙, 10개 도시에서 12개의 직업을 체험하며 여행비용을 충당했다. 그리고 시간낭비나 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여행지에서 프로가 될 수 있는 기회들을 잡았다. 여행을 통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저자는 수련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10가지 항목들과 경험담을 세세하고도 다이내믹하게 펼쳐 보인다. 인생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 독일 슈피겔 논픽션 분야 33주 연속 베스트셀러.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여행에 대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한 개인의 삶에도 르네상스의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또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모두에겐 또 한 번의 탄생이 남아 있는 셈이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을 통한 두 번째 탄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내적 도약을 의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