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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하지만 어디로든 가야했다', 천명관 소설집"
인생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 "경구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고 곱씹는 삶. 처연하게 객사해 죽음을 떠돌고, 바람둥이인 선주의 아들을 붙잡아 임신하지 않고선 현재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 "그때 미친 척 부장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면 그가 생에 대한 희망의 끈을 좀더 길게 이어갈 수 있었을까?" 뒤늦은 후회를 곱씹는 삶. "한발짝만 잘못 내디디면 바로 나락이다."라고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삶.

<고래>, <고령화 가족> 천명관이 7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소설집. 천명관은 야성적이고 유쾌하고 능청맞고 선 굵은, 자신만의 개성적이고 탁월한 문체로 삶의 아이러니를 소설로 옮긴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파충류의 밤>을 비롯한,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지만 어디로든 가야 하는' 막막한 이들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엮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이대로 어디론가, 내히 이러 바라래 가듯이, 한없이 흘러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너른 바다에 이르러 둥실둥실 떠다닐 수 있다면, 거대한 참치는 아니더라도, 등 푸른 고등어는 아니더라도, 겨우 멸치라도 되어, 이왕이면 씨알 굵은 멸치가 되어, 단 하루라도 마음껏 헤엄쳐다닐 수 있다면! 그렇게 망망대해 헤엄치다 지쳐, 얼굴 검게 그을린 어부의 질긴 그물에 걸려, 어기영차, 어부들 그물 터는 소리에 내장과 함께 가슴에 맺힌 한 모두 털려, 끓는 소금물에 후줄근한 육신 깨끗하게 삶아져, 무자비한 햇빛에 은빛 비늘 반짝이며, 그렇게 한 며칠 바짝 말려져, 고소한 기름에 달달 볶여, 뜨거운 프라이팬 위를 이리저리 뒤치이다, 한 젓가락 밥 반찬이 되어, 한 아이의 앙증맞은 어금니에 아작아작 씹혀, 그렇게 누군가의 뼈가 되었으면, 그렇게 누군가의 손톱이 되고 머리카락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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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神 실천편
우노 다카시 지음 / 쌤앤파커스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사는 장사법"
사장이 즐거우면 종업원이 즐겁고 종업원이 즐거우면 손님도 즐거워지니 장사가 잘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장사꾼. 장사 열풍을 일으켰던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가 돌아왔다.

기발한 요리는 아니지만 평범한 메뉴 5가지는 누구보다 잘 만드는 가게, 아무도 안 보는 곳까지 반짝반짝 윤이 나게 청소하는 가게, 첫날 온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파는 법'을 가르치는 가게, 한 번 온 손님이 반드시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오는 가게 등, 한 번도 장사에 실패한 적 없다는 이 '장사의 신'이 전하는 현장감 넘치는 날카로운 지적과 다정한 조언은 여전하면서도 더 깊어졌다. 결코 대단하지 않지만 결국 '성공하는' 이 책의 장사법은 장사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 장사는 해봤지만 정작 손님은 상대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따뜻한' 서비스는 양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냐. 수프나 일회용 손난로를 서비스해도 매뉴얼에 맞춰서 기계적으로 내놓기만 해선 안 돼. 아무리 손님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도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거든. 나는 서비스의 양보다도 들어오는 손님에게 "밖이 춥죠?"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게 손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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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엄마들
김혜은, 홍미영, 강은미 지음/ 유유

"공부를 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아줌마, 주부, 엄마. 서로 겹치면서도 다르게 쓰이는 말인데, 대상화니 주체니 하는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세 단어를 공부와 연결 짓는 건 어색한 일이다. 이 책은 그 어색함을 깨고 아줌마와 공부, 주부와 공부, 엄마와 공부를, 다시 말해 그들에게도 삶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있고, 이를 풀어가며 더 나은 삶을 기획하고자 하는 욕망과 기대가 있고, 기회를 만난다면 이를 실현할 능력과 실력이 있다는 걸, 세 엄마가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와 만나 부대끼며 겪은 이야기로 덤덤하게 들려준다.

대학 바깥에 자리 잡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공부에는 학위나 졸업장이 없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공부이니 어디에 써먹을 수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없다. 이렇듯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공부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삶에는 생채기를 내고 치유를 돕고 새살을 돋게 하는 공부였다. 누군가에게는 집안에 갇힌 인간관계를 넓히는 계기로, 누군가에게는 아이와 함께 책을 나누는 대화의 장으로, 누군가에게는 자기 존재에 질문을 던지는 철학으로 제 역할을 해낸 공부. 삶을 바꾸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과 다르지 않다면, 혁명은 나로부터 주변으로 퍼져간다는 걸 돌이켜본다면, 이들의 공부가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 수 있을 터, 이 엄청난 일을 당신의 삶에서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이, 이 엄마들의 이야기가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해줄 테니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공부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먹는 과정과도 같았다. 어떤 음식을, 어떤 재료와 조리법으로, 누구와 함께 어떻게 만들어 먹을 것인가. 주방은 매일 새로운 음식이 만들어지는 창의적이며 반복적인 공부방이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져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쌓인 손맛의 내공과 미각에 관한 연륜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주부들이 음식을 하며 쌓은 내공을 공부로 옮긴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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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궁극의 아이> 장용민의 진화"
일류 큐레이터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살아가던 가온. 남사당패인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한 후 그의 부자연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며 배다른 동생 설아를 통해 아버지가 남긴 삼우회 초대장과 꼭두쇠에게 전해지는 기괴한 인형을 얻게 되는데. 인형의 비밀이 벗겨지며, 이야기는 항우와 유방의 시대, 진시황의 불로초 전설까지 가닿게 된다.

여섯 개의 인형이 모이면 불길한 일이 벌어진다. 두텁고 새하얀, 갈매기 모양으로 치켜 올라가 있는 눈썹. 얇은 입술과 복주머니처럼 둥그런 턱, 코 옆의 큼직한 사마귀. '민초들의 피를 빨아먹는 탐관오리'를 연상시키는 불길한 외양의 인형의 이미지가 이야기를 지배한다. 한국와 일본, 중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거대한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도 큰 줄기를 잃지 않는다. 이미지와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는 스릴있는 장르소설. 아직 채 가지 않은 여름을 책임질 만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무슨 인형?"
"네 아버지가 숨겨 둔 인형..... 그걸 내놔. 그럼 살려 주마."
괴한은 이런 일에 인이 박인 듯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네놈이구나. 아버지를 죽인 게."
가온이 소리치자 괴한이 마스크 너머로 씩 웃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인형은 어딨어?"
괴한이 칼을 바짝 들이밀었다. 날카로운 칼끝이 얇게 피부를 뚫고 들어가며 피가 흘러내렸다. 가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괴한을 노려봤다. 괴한의 눈은 타인의 고통을 즐기듯 가늘게 찢어져 있었고 눈동자에선 깊이를 찾을 수 없었다. 무시무시한 살의가 느껴졌다. 괴한은 원하는 걸 얻어도 가온을 죽일 생각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오줌을 지릴 만큼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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