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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이 사내의 거룩함을 보라, 성석제 장편소설"
한강다리 위에 한 남자가 서있다. "나이는 쉰살이 넘어보였으나 막 산골에서 걸어내려온 소년 같은 인상"을 지녔다. 그를 알아본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간다. 그는 왜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소설은 이 사내, 김만수의 삶을 아버지, 동생, 친구 같은 그를 둘러싼 이들의 입을 빌어 세밀하게 그려낸다. 두메산골에서 3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난 만수. '큰 머리에 비해 가느다란 몸통에 유난히 길어 보이는 팔다리'와 '커다란 앞니'를 한, 어딘가 모자란 듯하지만 착하고 순박했던 어린시절. 일제를 피해 산골로 떠난 가족의 삶을 따라 한국 현대사가 흐른다. 전쟁, 월남전, 공장 여공들, 연탄가스, 노동 운동 같은 것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김만수'로 형상화되는 캐릭터의 압도적인 울림이다. "오늘 <투명인간>을 읽고 보니, 예의염치를 잃을 각오로 말한다면, 그동안의 작업들은 이 장편소설 하나를 위한 준비 또는 연습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의 평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이야기꾼 성석제가 특유의 입담과 해학, 날렵한 필치로 현대사 위에 놓인 한 인간의 선량한 얼굴을 만들어낸다. 친구를 위한 희생, 가족을 위한 희생, 시대를 위한 희생.  우스꽝스럽고 어수룩하지만 거룩하다.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 사내의 이야기가 끝내 마음을 움직인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그러니까 만수는 하교를 하고 집에 갔다가 제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다시 온 것이었다. 엎어지면 깨질까 짚으로 달걀 열개를 꽁꽁 싸가지고 이십리 길을 달려왔다.
ㅡ할아버지가 사람이 은혜를 알아야 한다,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선생님께 갖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ㅡ됐다, 너나 먹어라.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내가 달걀 꾸러미를 도로 내밀자 만수는 손을 감추며 잽싸게 두어걸음 뒤로 물러났다.
ㅡ닭을 드리고 싶지만 암탉은 알을 낳아야 해서요, 선생님. 장닭이 없으면 병아리를 못 깝니다. 아침에 일어날 시간도 모르고요. 그래서 달걀만 가지고 왔습니다. 그거 도로 가지고 갔다가 아버지한테 걸리면 저는 맞아 죽습니다.
내가 어이가 없어 머뭇거리고 있는데 만수가 고개를 꾸벅하고는 말했다.
ㅡ맞아 죽지 않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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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 지음 / 문학테라피

"자본주의의 사랑은 세계 어디에서나 꼭 같이."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른 선진국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곳의 청년들은 괜찮을까. 국가별 최저임금을 생각해 보면 여기보다는 나을 것도 같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회복 불가능한 구렁텅이로 밀어넣기에는 인간은 써먹기 좋은 소모품이다. 사회 정서적인 압력과 '견디기는 힘들되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게끔' 절묘한 조절을 통해 젊은이들을 비정규직 시장으로 이끌어야만 싼 노동력을 좀더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다. <낮잠형 인간>은 그 사례로 프랑스의 현실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한때 유행한 '루저 문학' 등 청년실업 문제를 다룬 작품은 많았다. 주로 좁은 세계에 갇힌 섬세한 청년들의 슬픔을 그리는 식이었다. 그런데 <낮잠형 인간>이 현실을 보여주는 방법은 우수 어린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번듯한 직장 하나 없이 실업수당에 목을 매고, 제대로 된 대우는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조차 구하기 어려운 와중에도 이들은 웃을 때 웃고 화낼 때 낸다. 현실을 전복시키는 상상력 같은 건 없지만, 다들 그냥저냥 되는 대로 먹고 살려고 하는 것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강고한 청년실업의 현실에 맞부딪히는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박봉 주는 일거리와 대충 먹고 살 만한 것들만으로 만족할 친구들의 오늘을 말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이 방법 뿐인지도 모른다. 문학적 야심이 자리를 비운 곳에 보통 청년들의 씁쓸한 삶이 '리얼하게' 들어와 앉았다. 아래의 목차에 공감할 수 있다면 국적을 떠나 당신도 이들의 친구다. 아니, 어쩌다보니 이미 동지다. 
- 소설 MD 최원호

작품의 목차 :
1부. 현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왔다.

2부. 무기력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 불행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는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3부. 변화
-그동안 숨어 지낸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면 좋겠다

4부. 어른의 관문
-어쩌면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일들을 해야 할 때 인지 모른다
-충동적인 꿈들, 희미한 예술적 추구,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허송세월
-그러나 나는 부끄러웠다. 그녀가 사라진 건 내가 받은 벌이었다.
-“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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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
인디고연구소 기획 / 궁리

"지그문트 바우만, 희망은 의무다"
인디고 연구소가 기획하는 ‘공동선을 향하여’ 프로젝트 두 번째 책이다. 첫 책은 슬라보예 지젝과 나눈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이었는데, 이번에는 ‘액체근대’ 개념으로 잘 알려진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을 만나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재건하는" 공동선의 가능성과 의미, 이를 찾고 만들어가기 위한 가능한 방법을 이야기한다.

지난 2년 동안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작이 열 종이나 한국어로 번역되며 큰 관심을 모았는데, 이번 책은 그 관심의 바탕에 어떤 구조적 근거가 있는지, 바우만에게 듣고 싶고, 그에게서 찾아내려고 했던 물음과 해답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되돌아볼 기회를 전한다. 소비사회, 불평등, 인간관계 등 우리 시대의 조건을 예민하게 분석하며, 오늘의 ‘어두운 시절’을 누구보다 깊고 정확하게 들여다보았을 텐데도, 여전히 그가 전하는, 그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희망이 왜 살아있는 자의 의무인지 조곤조곤 들려주는 노학자의 단단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진정한 배움이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단이며, 견고한 지평을 뒤흔드는 도전이어야 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바로 이 지점에 희망이 자리하는 것입니다. 시대는 끊임없이 바뀌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는 끝없이 파도를 거슬러 헤엄치고자 노력했고, 당대의 지배적 사유를 거스르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지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우리는 혁명적 배움과 삶의 기술을 체득하여 닿을 수 있는 미래를 향한 희망의 싸움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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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 한국경제신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최신작"
일본 교세라 창립자이자 베스트셀러 <왜 일하는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나모리 가즈오의 최신작이다. 2012년 일본항공 이사직에서 물러나 교세라와 KDDI, 일본항공의 경영자로 살아온 경험을 돌이키며 경영과 경영자의 자세를 짚은 책이다.

경영이란 매일의 판단이 쌓여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판단의 옳고 그름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고 때로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때문에 판단의 척도가 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그 기준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54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던 저자는 ‘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물음을 경영의 제일 첫머리에 놓고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불타는 투혼으로 경영에 임하되 고귀한 동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향한 ‘투혼'과 그 투혼을 제어하는 ‘덕’을 함께 갖출 것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근본’에 대한 메시지는 침체와 불황에 빠져 있는 기업의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하나의 지침을 제시해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일본에는 현재, 직원과 기업을 지키기는커녕 자기 몸만 사리는 경영자가 너무나 많다. 기업에 불상사가 일어나도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경우를 대기업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단순히 일을 잘한다고 해서 톱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투혼, 즉 ‘목숨을 걸고 직원들과 기업을 지킨다’는 기백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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