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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 지음 / 동녘

"강신주, 오래된 물음을 오늘에 전하다"
어느 스님이 “무엇이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인가요?”라고 묻자, 조주 스님이 대답했다. “뜰 앞의 잣나무!” / 어느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묻자, 운문 스님은 “마른 똥 막대기”라고 말했다.

흔히 선문답이라고 부르는 선불교의 화두다. 선불교에서는 부처가 되기 위해 각자가 통과해야 하는 관문으로 화두를 제시하는데, 앞서 화두를 뚫고 나간 선인의 일화를 되짚고 새로운 깨달음의 길을 개척하는 수행법을 간화선이라 한다. <무문관>은 수많은 화두 가운데 48개를 꼽아 해설을 붙인 책인데, 평소 스스로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철학자 강신주는 <무문관>의 화두를 자기 식으로 돌파하며, 900여 년 전 무문 스님이 그러했듯 스스로 개척한 길을 가다듬어 함께 수행하는 우리 모두와 나눈다.

그는 <무문관>이 전하는 가르침에 따라 화두의 순서를 오늘의 고민에 맞게 뒤섞고, <무문관> 이후에 나름의 방법으로 각자의 ‘문’을 찾아 헤맨 철학자와 사상가를 불러내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혹은 일상이기에 미처 문제로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친 화두의 의미를 짚어낸다. 강신주에게서 얻어낼 부분은 여기까지다. 이어지는 강신주의 해답은 그의 해답일 뿐이다. 안내자가 대신 걸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강신주는 이 혹독한 화두의 끝(혹은 시작)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 서늘하게 묻는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무문관>과 같은 화두 모음집은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 주는 일종의 가이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세련되고 섹시하게 편집된 여행 안내책자와 같지요. 여행 안내책자를 맹목적으로 믿고 여행을 떠났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일 겁니다. 그 멋진 풍경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곤경과 피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원하던 곳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의 고생이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임제록>이나 <무문관>이 제게 그랬던 것처럼, 저의 이 책도 여러분을 제대로 유혹하는 여행 안내책자였으면 좋겠습니다.(441, 4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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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하이쿠의 맛, 한 줄도 너무 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서 하이쿠 한 줄에 엮인 추억을 이야기한다. ​"고요하구나, 바위에 스며든 매미 소리" 이 짧은 문장을 읽고 적요한 여름밤의 정경이 눈앞에 그려질 듯하다. 류시화는 바쇼의 하이쿠를 읽었다. "한밤중 몰래 벌레는 달빛 아래 밤을 뚫는다" 소박하고 차분한 멋, 적막하고 충만한 미의식이 시 속 '지금'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5.7.5의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 하이쿠가 지닌 멋이다.

시인 류시화는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한국 독자에게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를 통해 하이쿠의 멋을 소개한 이후 15년, 충실한 해설과 함께 다시 하이쿠 안내서를 엮었다. 에도 시대의 바쇼, 시키부터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까지, 주옥 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을 가려 실었다. "우리가 불을 이해하지 못해도 불은 우리를 태우듯이, 시를 이해하지 못해도 시는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고 우리의 정신을 변화시킨다." (해설 中)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한 줄의 시>라는 제목의 친절한 해설도 함께 수록되었다.
 
- 시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둘이서 본 눈 올해에도 그렇게 내렸을까 (바쇼)​

여행을 함께한 제자를 떠올리며 이 하이쿠를 썼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의 가슴에는 그리움이 있으며, 내리는 눈이 그 그리움을 일깨운다. 우리는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지만 또 함께 있는 듯한, 시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험을 한다. 보르헤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이 시간의 일부 속에서만 존재한다. 어떤 시간 속에 당신은 존재하지만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다른 시간 속에서는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존재한다." 어찌 되었든 죽지 않았다 눈속의 마른 억새꽂 길고 힘든 여행에서 돌아와 쓴 하이쿠이다. 폭설에 구부러진 억새풀처럼 지치고 허약해졌지만 그래도 몸을 가누고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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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경제학
문소영 지음 / 이다미디어

"경제학은 어떻게 인간과 예술을 움직이는가"
모든 예술 작품에는 알게 모르게 그 시대의 상황이 녹아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명화에서 느끼는 감동은 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책은 명화 속에 숨겨진 경제학 코드를 꼼꼼하게 짚어내며 미술 작품을 통해 경제 현상을 설명하고,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미술 작품을 해설한다. 경제 기자와 미술 기자 경력이 상당한 저자답게 탁월한 솜씨로 둘을 엮는다. 지오토의 '스크로베니 예배당 벽화'를 통해 독점과 담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자 미상의 '엘리자베스 1세의 아르마다 초상화'를 통해 중상주의에 대해 논하며,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를 통해 산업혁명과 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다. 예술과 경제, 정치, 사회적 변동 사이의 역사적 고리를 찾는 이 통섭의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 보며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이보다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안내서가 있을까 싶다. - 이주헌(미술평론가)
이제부터 종전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 그림을 보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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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아름답고 기괴한, 프라하의 도시 전설"
현대를 배경으로 중세 시대와 연관된 음모론이 펼쳐지는 소설. 프라하에 실재하는 여섯 개의 성당과 '또 하나의' 성당, 총 일곱 성당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소재를 가진 소설들이 대부분 빠른 호흡의 헐리우드 식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곱 성당 이야기>의 도입부가 보여주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 묘사는 놀라운 것이다. 뒤이어 유럽의 오랜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를 둘러싼 잔혹한 살인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진행 속도는 차분할 정도다. 게다가 중세로부터 거슬러 온 미스터리는 체코의 지난한 현대사와 어느새 뒤섞여 욕망과 진실과 정의에 대한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역자 해설이 이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요약해 보여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일곱 성당 이야기>는 주인공이 오컬트적인 음모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담이라기보다는 안개 속을 헤쳐나가듯 기억과 역사와 음울한 욕망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는 여행자의 이야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즉 <일곱 성당 이야기>는 진정한 고딕 소설의 후예다.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덩어리이며, 그 기괴한 모습의 면면을 살펴보며 고개를 내젓고 힘겹게 추리하고 겨우 몇 발짝 씩을 내딛는 것이다. 게다가 프라하는 이 소설 속에서 퍽 아름답다. 천천히 관찰하듯이, 사건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마음으로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클래식 고딕 소설을 뛰어넘는 완벽한 재현! -디 자이트
극도의 서스펜스 순도를 자랑하는 고딕 소설의 표본... 저자가 이 소설에서 펼치는 절묘한 이야기와 해석은 진짜 사실에 바탕한 이야기 같아 섬뜩한 흥미를 끈다. -프라하 포스트
움베르토 에코에게 보내는 체코식 답변. -라디오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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